경춘가도를 지나다 가평특산물 판매점에 들렀다.
가평 잣막걸리에 끌려..

주인 : 한 병에 4천 원, 두 병에 6천 원입니다.
나 : (워낙 막걸리를 좋아하는지라) 두 병 주세요.

주인 : 네 병엔 만 원 입니다.
나 : 집에 술 마시는 사람이 없어 네 병은 좀 부담스럽네요.

주인 : 따지 않고 보관하면 6개월까지 보관 가능합니다.
나 : 흠... (우물쭈물..)

주인 : 다들 네 병씩 가져가세요.
나 : 네 병 주세요~

그러니까..
결국 한 병에 2,500원이라는 얘기.

:


지난 월요일 1차 격리지원품에 이어
오늘 지자체로부터 2차 지원품이 도착했다.

연령에 구애없이 입국자 1인당으로 지원되는지,
딸 모녀 각각의 이름으로 두 박스 도착.

친절한 격려문과 함께 빼곡히 채워진 다양한 물품.

햇반과 라면을 필두로 몇 가지 밑반찬에 간식까지.
이제 이유식중인 손녀로 인해 우리가 호강하는 듯.
근데, 누구는 삼겹살도 받았다는데, 왜 육류는 없지..
전화해서 물어볼까..^^

참.. 대한민국 지자체 정말 열일한다.
고마운 마음으로 접수.

아~ 3일차에 1차 지원품이 오고,
오늘 6일차에 2차 지원품이 왔으니,
9일차에 뭐가 또 올라나..
삼 육 구~~ 삼 육 구 ~~~

P.S :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의 세금이 녹아든 지원품이니,
모든 분들께도 아울러 감사드립니다. 꾸벅~~^^

:


"귀가하실 때 창문 모두 열고 운행하시고요,
입국자는 가급적 운전자와 멀리 떨어져 앉으시고요,
마스크 반드시 착용하시고 대화는 하지 말아주세요.

집에 들어가실 때도 엘리베이터에 주민과 따로 타시고,
입국자는 엘리베이터 보턴 등 공공시설에 손 대시면 안 됩니다.
집에서 방은 물론 화장실 따로 쓰시고, 세탁도 따로 하셔야 해요.
집 안에서도 항상 마스크 착용하시고 대화하지 마시고,
식사도 따로 하시고 서로 마주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지난 금요일,
딸 입국시 공항에서 안내 받은 입국자 격리지침이다.
버스도 아닌 승용차에서 떨어져 봤자 뒷자리고,
엘리베이터에 탑승자가 있으면 당연히 안 타겠지만,
우리가 타고 있는데 중도에 누가 타면.. 우린 내려야 하나..

모든 지침을 다 준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어쨌든, 인천공항 숱하게 다니면서 창문 네 개 다 열고 운행해보긴 또 처음이다.

딸에 의하면, 아이까지 포함해 10개의 서류를 작성하고 여덟 단계를 거치며 앱 깔고 위치추적 동의까지 했는데, 앱 확인을 여섯 번인가 하더라고.

집에 도착한 후에도 계속되는 관계부처 담당자의 전화와 문자.
토요일 선별진료소 검사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하루에 두 번씩 체온 등록을 하며 14일의 격리기간 중 3일째인 어제, 담당자가 집까지 찾아와 격리 지원품을 전달해줬다.

아파트 앞에서 미리 전화하여 "집 앞에 두고 전화할테니 그때까지 절대 현관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신신당부와 함께 두고 간 격리 지원품.

체온계, 손 소독제, 마스크, 고무장갑, 입국자용 쓰레기봉투에 스트레스 관리 안내서까지.

겪어보니 대한민국 지자체 열심히 일 한다.
정말 나름 최선을 다해 관리하는 듯한데,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자발적 관리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렇게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생각해서라도 개개인의 무뇌아적 뻘짓 자제가 절실함을 새삼 느낀다.
규정을 준수하는 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무다.

아울러, 이렇게 지자체가 열심히 관리하는데도 돌출행동자에 의해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언론도 결과만 놓고 전체를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국의 허술한 입국자 관리" 운운하는 질타보다 사회구성원 의식제고가 먼저다.

:


남산둘레길을 돌며
A : "대한민국 학교 교가에 산 하나씩은 다 들어가있는 거 같애..
무슨 산 정기.. 운운하면서.."
B : "우리 학교 교가에 장백산이 있는데.."
A : "학교가 길림성에 있는 것도 아닌데, 장백산이 거기서 왜 나와.."
B : "그러니까.. 왜 장백산인지 모르겠네.. 큰 정기를 받으라는 건지.."
A : "우리 학교 교가에는 삼각산이 있는데, 그 삼각산의 정체가 아직도 헷갈려."

이때..
C & D : (동시에 이구동성으로) "어~ 우리 학교 교가에도 삼각산이 있는데.."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척화파의 수장인 김상헌은
후에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가며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 라고
조국의 고향산천을 등지는 애잔한 마음을 읊었다.

산이 아니면 강이라도 들어가는 대한민국 교가.
내 모교 교가에는 두 개가 다 들어있다.
"삼각산 높은 봉은 기상이 씩씩하고
한강수 맑은 물은 마음도 깨끗하다
옛 성밖 묏 뿌리에 우뚝 선 ...♪♬"
모교에서 한강은 제법 거리가 있음에도
배산임수의 지세를 교가에라도 담아 인재를 양성하고 싶었을까..

자연의 드넓고 맑은 정신을 배우라는 의미였는지,
창의성 부족이었는지, 어쨌든,
한 사람이 모든 교가 작사를 한 것도 아니었을텐데도,
많은 교가 가사에 산과 강이 인용되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

와인셀러 고장후 대체 와인셀러를 고르다 '와인을 줄이자'는 생각으로 포기. 그런데,
이따금씩 맘에 드는 와인을 복수로 집어오다보니 저장할 도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납할 도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네이버쇼핑을 통해 pick한 와인거치대.

나무 소재의 경우 색상과 나무결에 따라 퀄리티 느낌이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데, 브론즈 계통의 銅 소재가 어디에 놓아도 눈에 크게 거슬리지가 않는다.
6병까지 수납이 가능하지만, 벽면을 이용할 경우 추가도 가능. 16,000원대의 가격도 부담이 없다.

:

 

외국에 사는 딸이 어버이날이라고 꽃바구니를 보내왔다.
인터넷 세상이 좋긴 좋다. 세계 어디서나 맘만 먹으면 어디로든 뭐든지 보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식들이 챙겨야 할 날들이 참 많다.
먼저 아버지 어머니 생일에 어버이날,
그냥 지나가기 찜찜한 설과 추석,
게다가 특정 종교의 경우 성탄절까지.
양가 부모가 모두 계시면 1년에 횟수로 무려 12번이다.
평균 매월 한 번인데, 몰릴 경우 월 세 번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때마다 선물을 사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품목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여 취향 맞추기도 힘들다보니,
셀프 쇼핑을 하고 영수증을 자식에게 건넨다는 얘기도 듣지만 어색한 건 사실이다.
양가 선물의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신경쓰이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현금을 건네기도 하는데, 맞벌이 부부 급여를 모두 모아도 자신들만의 노력으로 집 하나 장만하기 쉽지 않은 요즘 실상을 감안하면, 때마다 용돈으로 건네는 비용도 부담스럽다.

물론, 역으로 부모들 역시 때마다 자식들에게 현금으로 선물을 한다면 오고 가는 비용이 비슷하거나 부모 형편에 따라 더 수익(?)이 높을수도 있지만, 결국 같은 돈이 오고가는 걸 왜 해야 하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
오고 가는 정이라고 하기에는 허례허식이라는 생각도 가끔은 든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며 때마다 부모님 선물을 고르는 게 참 힘들었다는 기억이 있기에, 우리 부부는 때가 다가오면 먼저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고 식사나 함께 하자고 아이들에게 선제적 지침을 내린다.
굳이 자식들에게 받아야 할만큼 꼭 뭐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바쁜 아이들 시간 쫒기며 신경쓰게 하고싶지 않기 때문이지만, 누군가는 너무 그러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런게 습관이 되면 어느 순간 부모에 대한 고마움이 무감각해진다는 건데, 그 말도 일견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본인들 가계 꾸리기도 빡빡한 상황에 돈 쓰는 것이 안쓰러운 게 일반 부모들의 공통적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결국 부모가 마음을 비우고 은근한 기대감을 내려놓는 게 답이 아닐까. 설사 자식들이 무감각해지더라도 서운함 또한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그렇더라도 그런 노력을 하는 게 어른스러움이 아닐까.
나이만 든 어른보다 생각이 든 어른이 되고 싶다.

:

 

진보여당의 압승과 보수야당의 역대급 몰락은 사실 승자의 기쁨을 만끽하고 패자의 비통함을 통감하기에 앞서 양당 모두 서슬퍼런 단호한 응징에 두려움과 전율을 느껴야 한다.

여당이 압승에 도취되어 논공행상과 자리 싸움에 연연하는 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야당이 처절한 반성을 통해 공감받는 합리적 보수로 일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 민심은 어디로 향해 어떤 참혹함을 보여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0석을 거머쥔 여당에겐 개헌을 제외하고는 못 할 게 없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다.
이제 [안]하는 일은 있어도 [못]하는 일은 없게 됐다.
핑계를 댈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정을 남 탓으로 떠넘길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들이 내세웠던, 자신들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거대 여당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안하고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렇게 21대 국회 전반기를 지켜본 판단이 2년 후 대선 평가의 기본 잣대가 된다.

압승에 도취되어 우물쭈물 장내 정리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내세웠던 개혁입법과 쌓여있는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통해
힘을 주니 뭔가를 해낸다는 가시적 만족감을 줘야 하는데,
추진력과 신중함의 병행이 참 어렵다.
경우에 따라 오만한 독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때로는 무능하고 나태한 공룡이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만큼 앞으로는 하나하나의 의사결정에 치밀함과 겸손함이 더해져야 하며, 공감대 형성을 위한 폭넓은 의사소통에 더 절실해야 한다.

거대 여당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 정권 연장이 가능하고 새로운 정권역시 힘있는 국회에 편승하여 안정적인 국정 운영으로 차기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선순환이 이어지지만,
믿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차기 정권이 바뀔 수 있고, 입장이 바뀐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이 형성되면 차기 총선에선 지금 야당의 모습으로 반전되는 게 순간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코로나 방역효과가 후광으로 작용했고, 탄핵이후에도 자율정화 기능이 상실된 통합당의 자멸이지, 절대 민주당이 잘해서 얻은 의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온화하고 배려심도 많지만,
대한민국 유권자는 지혜롭고 게다가 비정함이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다.
4년 전 지지했던 녹색 돌풍에게 철저하게 안면몰수한 대한민국 유권자다.
지금부터 2년이 민주당의 향후 10년을 좌우한다.

:

 

[상황이 어려울 때 남에게 혹은 스스로 대개 이런 격려를 한다

"이 순간을 이겨내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거야. 그러니 희망을 잃지 말자."

하지만, 난 늘 반대로 생각한다.

'앞으로 이보다 더 극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이 정도에 좌절하면 그때는 어떡하겠나. 이 정도는 이겨내야지'

 

곧 좋아질 거라는 긍정의 힘은 잠시 위안이 될 수는 있지만, 믿음대로 되지 않을 경우 더 큰 좌절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상황을 지탱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벌 수 있고,

실제 더 나쁜 상황이 오더라도 막연한 희망을 가질 때보다 절망감이 덜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강의를 자주 나갈 때 들려줬던,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이 요즘 새삼 떠오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모든 주가지수를 10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모두가 패닉에 빠져드는 시점이다.

새옹지마.
전화위복.
위기가 기회다.
이 또한 지나가리다...

이런 시기에 씀직한 여러 문구가 있지만, 결국은 본인의 판단이다.


전문가들마다 분석이 다르고 예상이 엇나가는 시점.

누구의 답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는 멘탈을 잡고 인내하며 자신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

 

미래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

 

1974년에 만나 인연을 맺은 연그린9기 동기들이 인연 45주년 동기모임을 함께 했다.

 

- 언제 : 2018. 5. 25(토) ~ 5. 26(일)

- 어디서 : 대천한화콘도

- 누가 : 경익수 김재진 박중환 배기홍 유지설 이규학 이상범 이인철 정지섭 (9명)

- 무엇을 : 당구, 스크린골프, 해변가 산책, 버스킹 감상, 싱싱한 회 & 음주, 마이티, 토크

- 어떻게 : 놀고 마시고 걷고 떠들고

- 왜 : 함께 하면 그냥 즐겁고 정이 느껴지니까

 

 여름이 빨리 오긴 하나보다.

 5월임에도 이미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이 친구들과 함께 한 세월이 벌써 45년 이라니...

 

 5월 밤바다는 다소 서늘할만도 한데, 바람이 시원스럽다.

 

특별히 한 게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곁에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된 시간.

가나안농군학교 입교 에피소드 등 45년의 시간을 함께 회고해준 친구들이 고맙다.

 

:



금년 9월부터 앞 숫자 세 자리 자동차 번호판이 발급된단다.

앞 숫자 세 자리 외에 위변조 방지를 위한 홀로그램 태극문양과 KOR 문구가 들어간다고.

앞 자리 숫자가 세 자릿수가 되면 약 2억 개의 번호 생성이 가능하여 통일시대에도 대비가 된다는데, 그보다 특수차량 번호 전문화가 가능할 거 같다.

이를테면, 경찰차량은 모두 앞 번호를 112로, 소방차량은 119로.


한 가지 아쉬운 건,

기존 차량에 대해서는 차주 의사에 따라 기존 번호판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는데, 일괄 교체는 어떨까 싶다.

일정기간 이내 번호판 일괄교체를 의무화 하여 대포차량을 적발하고, 세금체납차량의 세금 납부를 유도하는 등,

차제에 비정상 차량 일제 점검기간으로 활용하면 차량을 이용한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존 번호판 부착 차량은 뭔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니 문제가 있는 차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해결을 하려 할테니.


:



얼굴에 비닐봉지를 쓴 채 80대 노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창가에 선 채 죽어가는 현장을 본 유일한 목격자는 맞은 편 집에 사는 자폐증이 있는 여학생.

지우(김향기)가 목격한 인물은 비닐봉지를 쓴 노인과 그 뒤에 서있는 가정부.

검사는 가정부에 의한 타살이라고 가정부를 기소했지만,

용의자인 가정부는 노인의 자살을 말리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살인의 증거로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의 진술을 내세우는 검사 김희중(이규형).

자폐아인 지우 진술의 신빙성을 파고드는 변호사 양순호(정우성).

각각의 목적에 의해 살인사건의 증인이 된 자폐아 지우가 본 것은 무엇일까.


동생이 자폐아이기에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특성을 잘 안다는 김희중과,

민변에서 활동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대형 로펌에 들어와 새로운 인생을 도모하는 양순호.

두 사람이 지우에게서 이끌어 내려는 결정적 증언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본 [증인]은 미스테리 법정물이 아니다. 

사회의 편견 속에 소외될 수 있는 특수한 환경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사회물이다. 

법정 영화의 매개체로 자폐아가 등장하는 게 아닌, 자폐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위해 법정을 소재로 사용한 영화. 

영화는 우리에게 단순하지만 결코 쉽게 답하기 어려운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과연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편견을 받는 사람들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가?'


영화에서 지우의 진술은 일관됐다.

단지 지우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뿐.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전학한 지우에게 물었다. "특수학교에 가니 어때?"

지우의 대답이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상한 애들이 많아요. 그런데 편해요. 정상인 것처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누가 정의했는지도 모를 기준을 정상이라 여기며 맞추기 위해 버둥거리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 정상일까. 


영화와 무관한 사족을 달면,

정우성과 송윤아는 실제 커플이라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고,

대배우 박근형의 배역이 내겐 좀 짠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부분 자폐아 연기를 한 김향기의 눈망울이 가슴을 꽉 채우는, 엔딩이 동화같은 [증인].

1월의 [그린북]에 이어 우리의 정서를 위한 힐링무비로 권하고픈 영화다.


마지막으로 [증인]의 대사 한 줄을 소개한다.

"그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법은 그들을 밖으로 꺼내려 하지 말고 그 세계 속에 들어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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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하나 사는데 대리점, 대형 가전몰, 온라인몰, TV 쇼핑몰 등 판매처에 따라 비슷한 기능, 비슷한 모델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동일해 보이는 제품의 세부기능 역시 유통 및 판매경로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난다.

그 함정이 판매경로에 따라 알파벳이나 숫자가 약간씩 다른 모델번호에 있는데,

정확한 모델번호를 알아도 번호체계가 워낙 복잡하여 일반인이 그 차이점을 알 수가 없다.


그걸 비교하기 위해 에누리닷컴 혹은 다나와 등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모델별 특징을 살펴봤지만, 그마저도 오류가 있음을 알았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제품별 기능과 특징을 확인하고 구매했음에도 기대했던 기능이 누락됐을 경우 딱히 하소연 할 데가 없다.

정확한 건 브랜드별 직영점에서 확인하는 게 최상이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니..

(물론 제품 스펙만 확인하고 구매는 다른 루트로 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찾아낸, 비교적 구분을 잘 해놓은 모델번호 식별법.


(출처를 미처 확인 못해 밝히지 못 하지만 이 표를 작성하신 분께 감사드린다)


모델번호 분류법은 신제품 개발에 따라 계속 변경될 수 있지만,

현재 유통되는 제품은 대개 이 분류법을 참고하면 제품 선택 및 구매에 도움이 될 듯.

내가 LG제품을 선호하여 LG 모델번호만 찾았는데, 삼성제품도 찾아보면 있을 듯하다.


:


스마트폰 우체국 어플을 통해 외국에 택배를 보내니 송장과 인보이스를 별도 수기 작성하지 않아도 되어 편하다.



어플 양식에 송수신자 주소와 품목을 기재하면 접수창구에서 스마트폰 바코드 인식을 통해 송장과 인보이스를 출력한다.

한국의 복잡한 주소를 송장에 영어로 기재하는 게 늘 번거로웠는데,

어플에서 우편번호 인식으로 영어로 자동 변환되니 그것만으로도 해피한데, 게다가 택배요금 할인까지 해주니 더 좋다.

어플에 회원가입을 하면 자주 보내는 곳의 주소가 등록되어 매번 기재할 필요가 없는 편리함은 덤.


세상이 편해지는 건 사실인데,

그것도 그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이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소외되고 남들 간편하게 하는 걸 여전히 힘들게 하니 상대적으로 서러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그러니, 인지능력 있을 때 열심히 따라가야지,

새로운 걸 알기가 귀찮다고 변화에 적응하는 걸 게을리하면 스스로 고립되지 않을까 싶다.

당장 자녀들도 말이 안 통하는 부모와 무슨 재미가 있다고 대화하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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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를 바꾸고 보니 리모콘에 NETFLIX와 amazon 버튼이 따로 있다.

이제 글로벌 대세라는 상징적 의미.

작년말 미디어 콘텐츠 프로바이더 환경 변화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보고 추세에 동승하고자 넷플릭스에 가입했는데,

그래도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다행이다 싶다.


내친 김에 Netflix에 대해 간단한 Tip을 추가한다면,


- 월정액 회원 가입을 하면 광고없이 어지간한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예능프로까지 무제한으로 쉼없이 몰아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

- TV 방영물은 본방 다음 날 바로 시청 가능.

- 넷플릭스에서 제작비를 투자하여 상영관이나 TV 방영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향후 추세.

  한국에서는 요즘 광고가 많았던 [킹덤]이 그 시작.

- 외국 콘텐츠의 경우, 대사와 자막의 언어 선택이 가능하여 외국어 학습으로도 활용 가능.

  (대사의 경우 모든 콘텐츠가 더빙이 되는 건 아니다)

- 동일 계정으로 인터넷이 되는 곳이면 전 세계 어디서나 시청 가능.


- 회원가입은 세 등급이 있는데, 차이점은 화질과 동시 시청 가능 인원수.

- 4K급 최고 화질 TV를 보유했다면 무조건 최상위 프리미엄 회원 가입이 답.

- 하나의 계정으로 최상위 등급은 4명 동시 시청 가능, 중간 등급은 2명 동시 시청 가능.

- 최상위 등급은 5명이 사용할 수 있는 play list가 있고, 중간 등급은 2명이 사용 가능한 play list가 있다.

- 넷플릭스는 TV, PC,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시청 가능. (TV의 경우 일정 사양 이상의 스마트TV에서만 가능)

- 각자 사용하는 play list에 담은 콘텐츠는 중간에 시청을 중지할 경우 어떤 기기를 사용하던 계속 이어 볼 수 있다.

  즉, 집에서 TV를 통해 시청하다 이동중에 스마트폰으로 보던 콘텐츠를 바로 연속해서 볼 수 있다.


[결론]

회원 등급간 월정액 차이가 크지 않아 (프리미엄과 중간 등급 차이 2500원) 식구가 많을 경우

따로 가입하는 것보다 최상위 프리미엄으로 가입하여 공유하는 게 정답.

내 경우 프리미엄 회원(월 14,500원) 가입으로 우리 부부와 아들 부부, 딸까지 활용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건 인터넷 검색.


:


설 전에 친구가 보내온 것.

예전 학창시절 생일에 주고받던 LP판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어느 순간 추억이 됐는데,

전혀 생각치 못 했던 거라 마음이 새롭다.

특히,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친구의 호의라 더욱 행복하다.


아닌가.. 

'너 앞으로 나한테 더 잘 해~'라는 압력인가..

그렇더라도 이런 압력은 즐겁지..^^



이 친구에게는 잊지 못하는 교훈이 하나 있다.


학창시절 만날 약속을 하고는 늦장을 부리다 한참을 늦었다.

휴대폰이 없어 한 사람이 늦으면 기다리다 그냥 가거나 고스란히 꼬박 기다릴 수 빆에 없던 시절이다.

얼추 한 시간 가까이 늦어 들어서자 마자 기다리던 친구에게 

"어.. 늦어서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버스를 잘못 타가지고.."

무심한 변명을 늘어놓는 나에게 친구가 한마디 한다.

"여차여차 해서 늦었다고 하면 될 걸, 뭘 그리 쓸데없는 말을 하냐.."


순간 얼마나 무안하던지... 

그 이후 이 친구에게는 정말 쓸데없는 말을 안 하게 된다.

벌써 40년도 더 된, 본인은 기억도 못 할 옛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친구를 대하는 마음을 일깨워준 잊지 못하는 교훈이다. 



:



1962년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그린북].

[그린북]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에서 흑인들이 머물 수있는 숙박업소와 식당에 대한 흑인 운전사 가이드북이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는 이태리계 미국인 토니 발레롱가.

일하던 나이트클럽이 문을 닫자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저명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남부 순회공연 운전기사로 일하게 된다.


피부색 외에는 지적 경제적 능력에서 미국 상류사회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셜리 박사와는 반대로

피부색 외에는 지적 경제적으로 미국 상류사회와 전혀 거리가 먼 토니가 함께 하는 8주간의 동행.


동질적 요소라곤 전혀 없는 두 사람의 동행이 가능한 건,

성장환경 속에 인종차별이 몸에 밴 셜리의 인내심과,

불같은 성격임에도 돈 앞에서는 인내심이 생기는 토니의 묘한 공통점 때문.

아울러 셜리의 포용력과 토니의 책임감이 어우러지며,

이질적인 두 사람의 순회공연 여정은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공감여행이 된다.


흑인 연주자가 들려주는 수준높은 음악과,

수준높은 음악을 들려주는 흑인 연주자를

극명하게 차별하는 이중적 지성에 맞서는 품격.

같은 의미인 듯 다른 지성과 품격의 차이를 알게 해주는 영화 [그린북].


죽을 때까지 깊은 우정을 쌓아간 두 사람의 실화를 근거로 한, 모처럼 자신있게 강추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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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를 새로 구입후 사운드바 구매를 검토하며

2016년 8월에 구입했던 [마란츠 M-CR611]과 [Bowers & Wilkins 685S2] 중고로 양도했다.

앰프와 연결시 음원 손실없는 원음 출력을 위해 주문 제작한 연결 케이블도 함께.



마란츠의 경우 65만 원에 신품 구입하여 40만 원에 양도한 반면,



B&W는 63만 원에 중고 구입하여 60만 원에 양도했으니 선방.



연결 케이블이 포함되기도 했지만 비용 측면에서 확실히 중고 활용이 효율적이다.


특히, 스피커는 마니아에 따라 신품보다 오히려 에이징이 잘 된 중고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으며,

제품 특성상 외관 변형이나 고장 우려가 거의 없어 중고제품의 감가상각률이 낮다.


밤 1시쯤 중고사이트에 올린 마란츠가 당일 저녁에 거래된 후,

밤 12시 반에 올린 스피커는 아침에 일어나니 세 개의 구매의향 문자가 수신되었고, 그 중 한 희망자와 12시에 만나 속전속결 거래.

내가 책정했던 가격의 인하없이 예상보다 빠르게 모두 당일 거래가 완료됐는데,

각기 청량리와 일산에서 내 거주지까지 달려올 정도로 구매가 절실했던 수요자와 바로 컨택이 된 것도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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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아는 한의원 원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원장님~ 오래 살려면 뭘 많이 먹어야 할까요?"

평소와 다른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라 여겼는지 답변을 유보한 채 오히려 내 표정을 살핀다.

"나이 아닌가요? 나이를 많이 먹어야 오래 살잖아요."

싱겁다는 듯 살짝 엷은 미소가 번진다.

"나이를 많이 먹을수록 오래 사는 건데,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어 하면서 정작 나이 먹는 건 싫어하니 이게 모순이죠."

그제서야 활짝 웃으며 "모순이죠~" 맞장구를 친다.


중요한 건,

보약도 복용법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 듯, 나이도 잘 먹어야 한다는 거.


매일같이 받는 세월의 밥상에서 편식을 하지 말자.

짜증난다고 배려를 안 먹으면 갑질을 하게 되고,

답답하다고 인내를 안 먹으면 우발적이 되고,

귀찮다고 운동을 안 먹으면 신체장애가 오며,

상한 재료에 몸이 상하듯 상한 인간관계가 삶을 상하게 한다.

생각없이 먹는 나이는 삶의 영양을 퇴화시킨다.

천천히 생각을 곱씹으며 영양분 있는 나이를 먹자.




:



강화에서 석모도까지 다리가 연결되어 배를 타지 않아도 돼 접근성은 좋아졌다.

실내탕과 바다가 보이는 야외탕으로 구성되어 있는 석모도 미네랄온천은 일반적인 온천탕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실내탕에는 아무 것도 없다. 사우나도 없고 온탕과 저온탕 달랑 두 개와 샤워기 몇 개.

샴푸는 물론이고 비누도 전혀 없다는 게 함정.

입장시 비누나 샴푸 개인 휴대도 금지.

오로지 온천수만 느끼고 가라는 듯.

수질 오염의 원천 봉쇄가 목적인 듯하다.

실외탕 이용시에는 상하의 착용이 필수.

래쉬가드 등 준비한 옷이 없으면 유상 대여를 해준다.

실외에는 15명 정도 둘러앉을 수 있는 여러 개의 실외탕과 아이들을 위한 저온의 미니 온천풀장도 있다.

오후 4시를 넘으니 매표구 앞에 대기자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실외탕에서 온천을 즐기며 석양을 즐기기 위함이다.

매표구 앞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족욕탕이 있다.



문.제.는..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오후 4시 20분에 서둘러 출발했음에도 집에 도착하니 8시 반이라는 게 덫.

지루함이나 짜증을 느끼기에 앞서 100km 거리가 4시간이나 걸린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여수나 남해 통영을 가기에도 충분한 시간.

앞으로 바다를 보려면 차라리 동해안으로 가는 걸로.

고속도로는 중간에 휴게소라도 들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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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도입부를 놓치는 정신없는 영화.

하정우가 미션임파서블 톰 크루즈보다 열일 하는 영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나오는 영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많이 들리는 영화.

고로 자막 처리가 가장 많은 영화.

총쌈으로 시작해서 총쌈으로 끝나는 지루함을 마지막에 고공강하로 살짝 달래는 영화.

정신을 빼는 총소리로 잠을 못 자게 하는 영화.

스케일이 엄청 큰 듯하지만 제작비는 얼마 안 들었을 거 같은 영화.

조연급인 이선균의 극 중 이름을 끝까지 모르는 영화.

한국이 무대지만 스토리 전개 배경은 미국인 영화.

한국 배우를 캐스팅한 미국영화같은 영화. 

그 와중에 은근 휴머니즘을 주입하는 영화.

그리고, 제한된 극한의 환경에서 리더의 역할과 고뇌를 보여주려는 영화.


결론 : 내가 본 한국 액션영화 중 가장 정신없는 만화같은 영화.

(사족 : 내 기억속 한국영화 중 가장 익사이팅했던 액션영화는 [최종병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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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주말 양평의 한화콘도에서 연그린 동기 정모가 1박2일로 있었다.

1월 거제 - 5월 용인에 이은 금년 세번 째 합숙모임.


일부는 일찌감치 양평에서 모여 스크린골프로 친목을 다지고,



나와 또 한 친구는 하남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우의를 다진 후, 오후 다섯 시쯤 양평 콘도에서 완전체로 합체.


오래된 콘도 시설이 썩 쾌적하진 않았지만, 그런 불편함이 느껴질 겨를이 없을 정도로

오래돼서 좋은 건 역시 친구뿐이라는 걸 상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저녁은 양평에 거주하는 친구가 사전 예약해둔, 콘도에서 무려 18km나 떨어진 송어집에서.



'거리와 맛은 비례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새벽 4시 반까지 이어진 전투를 마치고 아침 8시 반에 일어나니, 부지런한 친구가 라면과 햇반으로 정성껏 아침상을 마련해 놓았다.

100분 간 야간전투 복기를 마치고 양평 다운타운으로 이동하여 단체 봉술대결.


마무리 점심은 유지설이 양평 유지로 자리매김 했음을 절감한 고깃집에서.



여기 암돼지 모듬구이는 근래 맛 본 고기 중 최고.


이인철 덕에 잘 묵었고,

정지섭 덕에 아침 잘 먹었고,

배기홍 덕에 당구 잘 치고,

유지설 덕에 맛난 송어회와 고기 잘 먹고,

박중환 덕에 졸립지 않은 즐거운 드라이빙.


합숙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누구하나 뒤로 빠지는 경우없이 각자 먼저 나서 궂은 일 이것저것 챙기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참 좋은 사람들과 이토록 오랜 인연을 맺고 있구나' 하는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참 뒷끝없이 감칠맛나게 좋은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고 고맙다.

계속 지금처럼 서로 먼저 나서서 챙길 수 있도록 모두 건강하길 기원한다.


: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성남 수정구에 위치한 신구대학교 식물원.


그 앞을 숱하게 지나 다니면서도 찾을 생각을 못 하다 일요일 오후 들렀다.

아름다운 단풍을 이리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다니..


무엇보다 좋았던 건, 휴일 임에도 인파가 별로 없어 호젓하게 걸을 수 있었다는 거.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머무는 중앙부의 경우,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 공간으로 뭔가 의욕적으로 꾸미려는 의도에 비해 전체적인 구성이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길을 따라 거니는 외곽부의 단풍에서 가을을 만끽한 걸로 만족한다.


성인 입장료 7000원.


주차장에서 골목길로 연결되는 ZARA HOME 아울렛 매장 3층 카페 창가에서 대왕저수지를 바라보는 전망도 운치있다.


참 오랜만에 보는 펌푸.

물을 한 바가지 넣고 펌핑을 하니 품어져 나오는 물이 마치 소횐되어 나오는 옛 추억 같다.



:


결혼식의 마지막 단계.


신랑 신부의 양가 부모님에 대한 인사시

부모들은 대개 앉아서 자녀들의 인사를 받는다.

달리 이상할 것 없는 지극히 자연스런 모습이지만,
그런 모습이 뭔가 내 맘에는 늘 자연스레 와닿지가 않았다.

작은 행동이고, 지극히 상징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지만,


아들이 선택한 배우자에게 신고(?) 받는 게 아닌,

아들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선택한 새 식구의 의사와

새로운 가정의 가장이 되는 아들의 선택을 같이 존중하고 싶었다.



:



아들의 결혼에는 주례 대신 양가 아버지의 덕담으로 대신했다.
통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아이들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뭘까..

그런 생각을 모아 아이들에게 들려준 [행복의 요건]



▣ 다름을 인정하자

30년 이상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른 게 당연하다.
나와 다른 행동과 생각을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고,
생각의 기준점이 다르다고 이해하자.
부부간 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간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다른 자녀들의 생각을 이해하려 한다.
그게 어른들의 몫이기에.


▣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

비교의 결과는,
우월감에 빠져 교만해지거나 우울함에 빠져 자신감을 잃게 된다.
누구네 시가, 누구네 아내 등 [누구네]와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내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해라.


▣ 효도하려 애쓰지 마라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바라는 건 자녀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
양가 부모에 대한 효도 문제로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는다.
부모 이전에 두 사람의 삶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사는 게 가장 큰 효도다.
설사 부모들이 서운함을 느끼더라도 그 서운함 역시 부모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 자신의 선택을 옳게 만들어라

오늘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을 했고, 앞으로도 수 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
그 선택이 늘 올바를 수는 없지만, 선택을 올바르게 만드는 노력은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
수시로 뒤돌아보며 선택에 대해 후회하거나 아쉬워하기 보다,
올바른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라.
그리고, 먼 훗날 함께 뒤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가정을 꾸미길 바란다.



:



4월 딸의 결혼에 이어 지난 토요일 아들이 결혼했다.

딸의 경우 국내에서 한 결혼이 아니었으니 그러기도 했지만, 아들의 결혼에도 청첩장을 만들지 않았다.

주기적인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야 자연스레 알게 됐지만, 그외 누구에게도 개별 연락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왜 청첩을 안 하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거창하게 국내경기 침체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세대가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시점이라 가까운 분들께 부담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데,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라 덧붙였다. 


내 나름으로는 정을 나누는 분이라 생각하여 청첩을 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참석을 못 하면,

상대는 미안하거나 부담스러울테고, 나도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겠나.

내가 평소 마음에 두고 있는 대상에게 괜한 서운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청첩장을 돌리지 않으면 어차피 내가 알리지 않았으니 누가 오지 않더라도 서운할 이유가 없다. 

아름아름 알게 된 사람이 뜻하지 않게 찾아주면 오히려 너무 고마운 거고. 


주변에서 우려섞인 염려의 말씀을 자주 들었다.

내 외도와 달리 서운해 하는 분들이 계실 거라는.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죄송스런 이해를 부탁드려야겠다. 


"아들이 지난 토요일 결혼했습니다.

가까이 정을 나누던 분들께 사전에 개별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마음에 소홀함이 있었던 게 아니라,

앞으로도 서로 더 편하게 다가가고자 함이었으니, 

제 속 뜻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거듭 죄송함과 함께 변함없는 정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사족]

페이스북에 올린 위 내용을 보고 지인 한 분께서 스타벅스 쿠폰을 보내주셨다.

이런 문구와 함께.

"이건 절대 축의금 아니고, 평소 좋아 하는 형님 큰 일 치루셨기에 차 한잔 대접하는 겁니다 ㅎㅎ

입 맛에 맞으실지... ㅋㅋ"


얼마나 정겹고 고마운지...^^

:

여행에 있어 숙소는.. 하룻밤 묵는 곳? 편히 쉬는 곳?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숙소 선정이 달라지겠지만,
나는 실용성을 중시한다. 고급스러움보다 가성비를 우선시한다.

특히, 중장기 여행일 경우 여행 예산 중 숙박비 비중이 크기에, 우리는 굳이 숙박료가 비싼 도심을 고집하지 않는다.
아울러, 일정을 세심히 결정하여 취소 및 환불불가 숙소도 자주 이용한다. 시설의 질과 무관하게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도심 외곽의 숙박시설은 이점이 많다.
요금이 저렴한 건 당연하고, 주차장을 보유한 곳을 찾기 어려워 유료주차를 감수해야 하는 유럽에서,
외곽은 대부분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아울러, 소규모 숙박업소일수록 아기자기하고 정갈한 분위기로 마치 가정집에 머무는 느낌이 들고,
그런 곳의 주인들이 대부분 소박하고 친절하다.
게다가, 어차피 걸어다니며 이곳저곳을 보는 게 여행의 맛이기에,
숙소에서 도심까지 걸어서 20~30분 거리가 그리 멀다는 생각이 안 든다.

요즘 숙소예약을 위한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이 넘쳐 사전 예약은 물론 당일 예약도 그리 어렵지 않다.
숙소예약 앱 중 가격비교를 위해 가끔 트리바고와 아고다를 보기도 하지만, 여행시 나는 부킹닷컴을 주로 이용한다.
요즘 좋은 앱이 많아 본인이 맘에 드는 앱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어떤 숙소를 선택하느냐는 결국 본인의 판단이다.

숙소 예약 앱을 통해 숙소의 유형을 비롯하여 가격은 물론,
일정별 예약가능여부, 위치, 도심까지의 거리, 조식, 와이파이, 주차 가능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고,
다양한 사진과 리뷰를 통해 어느 정도 숙소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다.

중요한 판단 요인이 되는 이용자 리뷰는 숙소 선정의 우선순위와 주안점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기 때문에,
리뷰를 볼때 내가 중요시 하는 부분에 대한 평가를 보며, 내가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개의치 않는다.
예를 들면, 도심까지의 거리가 멀다거나, 조식이 부실하다는 등의 부정적 평가는 내 고려사항이 아니다.

또한, 나는 숙소 선정시 여행 일정에 따라 취사와 세탁 등을 고려하여 호텔형, 아파트형 등 기능별 유형을 달리 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에서 독일 로텐부르크의 [Goldenes Fass]와 퓌센 인근 홉펜지의 [Landhaus Berger]는

내가 이상적인 여행지 숙소로 생각하는, 다시 들러보고픈 기억에 남는 곳이다.


그중 가성비는 물론, 종합적으로 최고로 꼽는 곳은 앞서 언급했던 독일 로텐부르크의 [Goldenes Fass]다.



유럽에서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 것 중 하나가 시건장치다.
명색이 선진국이고, 그것도 G7에 든다는 독일이나 프랑스의 아파트에서 전자도어록을 보기 힘들다.

딸아이가 사는 파리의 아파트를 보더라도, 현관은 버튼식 시건장치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방은 열쇠를 사용한다.
아파트의 경우는 그래도 현대식(?) 열쇠를 사용하지만, 숙박업소는 이런 고전적인 열쇠를 사용하는 곳도 많다.


근데, 이게 시건장치로는 엉성해보이는데 처음에는 열쇠를 제대로 맞춰 꽂기도 어려운 걸 보면,

옛 것이라고 다 무시할 건 아니다.


:

우리가 만난 유럽의 another 꼬맹이들.
얘네들을 만날 때마다 기약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꼬맹이가 떠오르며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우리 꼬맹이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있을런지 하는...

(얘들 이름은 그냥 내 느낌대로 명명)


하이델베르크 성(城)에서 만난 하이델 지킴이 [무심이].

관광객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관광객 수를 헤아린다.



홉펜지의 [시라소니].

외모는 삵의 카리스마를 풍기지만, 겁이 많은 순둥이.
엄청 경계심이 많아 멀리서 바라보는 걸로 서로 만족.



홉펜지의 매력묘 [삼색이].

손짓을 하니 멀리서 성큼성큼 달려와 엉덩이를 내주고는
몇번 쓰다듬고 나니 시크하게 돌아가는 쿨가이다.



베기에서 우리를 반긴 블랙과 화이트가 반씩 섞인 [반반이].

똘망똘망한 눈부터 간지나는 외모의 도도묘(猫)지만,
자기가 먼저 달려와 등을 내줄만큼 사교성이 넘친다.


급기야는 백허그까지 허용하는 로맨틱 캣.

헤어진 후 우리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눈길이 찡했다.




그헝빌르 골목 화랑을 지키는 [아티].

고뇌하는 예술가의 표정으로 자신의 가이드가 필요한 고객을 기다리는 듯하다.




풍성한 꼬리 털이 매력적인 오슬로의 [디오].

목에 치장된 장식을 보면 애초 길냥이는 아닌 듯한데, 남루한 모습으로 마치 디오게네스처럼 느긋하게 햇볕을 즐기고 있다.



꼬리를 바짝 세우고 가만 있는 걸 보면 사람의 손길이 싫지 않은가 보다.




함부르크의 [루크].

창 밖을 내다보는(look) 모습과 도시 이름의 끝 두 글자를 결합한 네이밍.

집안에만 있어 밖을 동경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집 밖보단 집 안이 낫단다~~




그 시간 우리의 꼬맹이는 빈집털이를 하고 있다.



:

내친 김에 언어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 더.

노르웨이 여행지로 추천받은 [에이랑에르]와 [가이랑거] 중 한 곳만 들른다면 어디가 좋을까.
[안트베르펜]를 다녀온 사람 중에 [안트워프]를 못 가본 사람이 의외로 많다.
[베네치아]의 운하와 곤돌라에 대해 이야기하면 "[베니스]와 비슷한가 보네"라고 말하기도 한다.
뮌헨은 알겠는데 문셴과 뮤니크는 어딘지 모르겠다.

지도상으로 분명 근처 어디인데, 현지인에게 길을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럴 때 참 난감해진다. 뭐가 문제지..?
발음이 잘못됐나? 엑센트의 문젠가? 억양 때문인가?
그래도 어지간하면 알아 들을텐데..

여행을 할 때 당혹스러운 경우 중 하나가 지명이다.
특히 영어의 모태가 되는 유럽의 경우, 언어별 자음과 모음의 발음 방법에 따라 같은 지명이 전혀 다르게 불려진다.
SAN JOSE가 산호세로 불리는 건 귀여울 정도다.

2년 전 노르웨이 여행 준비를 하며 여행책자와 인터넷 검색시
지도상에 Geiranger로 표기된 곳의 지명이 [에이랑에르]와 [게이랑게르]로 혼재되어 있었다.
어느 게 현지 지명인지 궁금해 그곳 상점에 있는 사람에게 "이곳 지명을 뭐라 하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은 "가이랑거~"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찬찬히 생각해보니 답변한 사람이 독일계인 듯하다.
독일어로는 모음 [ei]가 [아이]로 발음되지 않는가.

이번에 다녀온 벨기에의 Gent도 많은 여행관련 사이트에는 [헨트]로 표기되어 있다.
때문에 브뤼헤(이곳도 영문으로는 Brugge로 되어 있어 브루게로 읽는 경우도 많다)역에서
Gent로 가는 티켓을 끊을 때 "헨트~"하니 군소리없이 티켓을 준다.

그런데, 막상 Gent에 도착해보니 뭔가 이상하다.
숙소 주인에게 이 도시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겐트]란다.
"헨트가 아니고?" 라고 재차 물으니 돌아온 대답.
"G.E.N.T. 겐트!"
왜 바보된 느낌은 온전히 내 몫이어야 하는지..

그래도 이 정도는 JOSE를 호세라고 발음하듯 알파벳 자음을 읽는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다.

노르웨이 여행시 우연찮게 가정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집주인과 노르웨이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트론헤임을 가려 한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 이 양반이 독일계인가..' 싶어 "트론하임"이라 해도 모르는 눈치다.


구글지도를 열어 도시를 짚어주니, "오~ 트론다임~"하며 반색을 한다.

구글지도는 Trondheim의 알파벳 표기 자음에서 [d]를 묵음 처리하며 모음 [ei]를 [에이]로 표기했는데,
내가 현지에서 만난 노르웨이 분은 자음에서 [h]를 묵음하면서 모음 [ei]는 [아이]로 발음한다.
그러니, 트론헤임이 트론다임이 되어버렸다.

나는 늘 현지를 중시한다.
그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예처럼 현지에서도 혼돈스러울 때가 많다.
그때는, 그게 여행중에 겪는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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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게 참 어렵기도 하면서 재밌다.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더더욱 그렇다.

이번 여행중 겪었던 최고의 에피소드 하나.


파리의 생선가게에 들러 새우를 보는데, 다크 그레이 계열과 붉은 색 계열이 있다.

생(生)새우를 익히면 붉은 색으로 변하는 건 상식 수준인데,
붉은 새우를 얼음 위에 진열해놓아 확인을 하고 싶었다.

직원에게 "live shrimp?" "boiled shrimp?" 물어보는데, 영어가 전혀 안 먹힌다.
한참을 버벅이다 직원의 입에서 cook이란 단어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붉은 새우를 가리키며 "cooked?" 라고 물으니 답이 없다.
그러더니 붉은 새우를 가리키며 "cook", 검은 새우를 가리키며 "no cook"이라며 다른 곳으로 간다.
동사 시제는 모른다. 오로지 원형만 안다.

'요리한 거'와 '안 한 거'라는 의미겠지..
내 생각과 같아 구매를 하려고 직원을 불렀더니 다른 친구가 다가온다.
검은 새우(날 거)를 가리키며 형식적으로 "no cook, ok?" 라고 하니,
아니.. 이 친구 "no no no~ cook" 하고는 오히려 붉은 새우를 가리키며 "no cook"이란다.

이건 또 뭔 말이래... 좀 전의 친구와는 정반대다.
뭘까.. 하고 생각하니 단어에 담고자 했던 의미가 달랐다.
앞선 직원이 전하고자 했던 cook의 의미는 [요리가 된]이다.
그러니, 그에게 no cook은 [요리가 안 된]의 의미다.
반면에, 나중에 온 직원의 cook은 [요리를 해야 하는]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당연히 그의 no cook은 [요리를 안 해도 되는]의 의미가 된다.
같은 단어에 한 사람은 과거 행위의 의미를, 또 한 사람은 미래 행위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한마디로 cook을 과거형 동사와 미래형 동사로 본 차이다.

사람마다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은 다르다.
또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역시 다를 수 있다.
각자가 알고있고 판단하는 범위내에서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것이기에 전달 방식만으로 상대의 오류를 탓할 수는 없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하지만, 상대의 진정성만 확인된다면 받아들이는 건 자신의 몫이다.

의사소통이란 결국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의중을 이해하는 것임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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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북유럽에서도 그랬고, 이번 독일 벨기에를 다니며 새삼 확인된 유럽 작은 도시 상가의 공통점은
전면 폭이 생각보다 좁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 '가게가 이리 좁은데 안에 뭐가 있을까' 의아할 정도로 폭이 좁은데,
말 그대로 폭만 그렇고 들어가 보면 의외로 안은 넓다.
어떤 곳은 넓은 정도가 아니라 광활(?)하다.


이 레스토랑만 하더라도 실내의 좌우 폭은 왼쪽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좁지만,

이 좁은 레스토랑의 끝에는 우측 사진과 같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내부에 신세계가 펼쳐지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로텐부르크의 크리스마스 용품점 역시 겉에서 보면 그리 크다는 느낌이 없는데,
내부 종심이 깊고 지하에서 2층까지 복층 구조의 넓은 공간이 이어진다.

'왜 이럴까..?' 생각해보니 이게 중세 작은 도시의 생존전략이다.

오래 전 중세의 지방 작은 도시는 당시의 인프라와 인구 등에 비례하여 태생적으로 규모가 작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다운타운의 종심 역시 짧을 수 밖에 없는데,
종심이 짧더라도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업종은 존재해야 하기에 공간을 쪼개야 상생이 가능하다.
그렇게 전면 공간은 쪼개더라도 영업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내부 종심을 늘려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단순한 추론이다.


그런데, 이런 궁여지책의 생존전략은 도시 마케팅 측면에서 엄청난 부수적 효과를 유발한다.

폭이 좁은 건물 구조는 길(골목)을 다양하고 다채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간단히 예를 들면 이렇다.
종심 50m 골목에 10m 너비의 점포가 들어선다면 단지 다섯 개의 점포만 존재하지만,
점포 폭을 5m로 하면 두 배인 열 개 점포가 들어설 수 있다.


즉, 같은 골목에 두 배의 점포가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들어서면서

시각적으로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외부인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유동인구를 유인하는 장점이 생기게 된다.



자칫 밋밋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길에 생명력을 주는 도시 미학.

중세 작은 도시가 주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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