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민들의 아쉬움 속에 박영수 특검이 종료됐다.
법률에 대해 문외한이라 특별검사 제도가 언제부터 실행됐는지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 건국 이래 박영수 특검만큼 국민의 절대적 관심과 기대와 지지를 받은 특검은 없었다.
역대 특별검사에겐 서운한 소리겠지만, 특검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 시선은 대체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제도 자체가 그렇다. 특별검사제라는 게 검찰의 수사를 못 믿어 도입되는 것이고,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검찰 수사의 한계를 공인하는 것이고,
검찰 수사의 한계는 결국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특별검사는 與野가 한 명씩 추천한 후보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권이 내켜하지 않은 수사의 책임자를 대통령은 누구로 정하겠는가.
여당이 눈치껏 내세운 후보를 지명하는 건 탓할 수 없는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영수 특검의 태동(胎動)은 묘했다.
대통령 비선의 국정농단이라는 건국이래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거세게 끓어오르는 국민감정에 놀라
여당이 특별검사 후보 추천을 야당에게 모두 일임한 것이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국민 정서에 여당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청와대로서는 야당이 추천한 두 특별검사 후보자에 대해 누가 더 아군 성향인지 면밀한 검토를 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박영수 특검 지명은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선택이다.

박영수 특검은 황교안 총리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근무 緣이 있었다.
한정된 인원의 검찰 조직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 보면 이런저런 인연이 없을 수 없으니 근무 경력을 문제 삼는 건 과민할 수 있지만,
그가 황교안 총리 인준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여 황교안 총리에 대한 우호적 증언으로 인해 테러까지 당했던 전력을 보면
그는 분명 청와대로서는 그나마 한줄기 빛이었을 거다.
때문에 그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당에 대해 석연치 않은 시선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어찌 됐든 대통령은 나름 조금이라도 득이 되는 선택 기준으로 박영수 특검을 선택했고,
박영수 특검이 추천한 여덟 명의 특검보 중에서도 그중 만만하다고(?) 판단한 하위 네 명을 특검보로 지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반전이다.
박영수 특검은 "오직 법대로 원칙대로 앞만 보고 가겠다."는 지명 一聲대로 우직하게 국면을 장악해 나갔다.
빅근혜 정권 초기 가장 눈엣가시였던 윤석렬 검사를 영입하는 등, 일반의 기대를 뛰어넘는 광폭 광속 행보로 언론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특검이 임명과 동시에 임명권자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것을 보면, 아무리 간절히 바래도 온 우주의 기운이 머든 걸 돕지 못하는 게 세상사인 모양이다.
박영수 특검은 정의 실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법 수호 의지만 있으면 무소불위 권력의 청산 등 법질서를 지켜내며 정의를 살릴 수도 있을 거 같다는 희망과 동시에,
법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따라 법이 오히려 정의 실현을 가로막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는 좌절까지.
그런 의미에서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영선 행정관의 구속영장 기각 등이 남긴 교훈은 의미가 크다.

준비기간 20일을 포함한 특검 90일은 우리 국민이 가장 장탄식을 내뱉으면서도 역설적으로 희망이 느껴졌던 가장 행복한 기간이었다.
그러기에 그 해피엔딩을 가로막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판단이 한스럽게 와 닿는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네 분의 특검보, 그리고 105명의 수사인력 모든 분들의 노고에 무한한 경의와 고마움을 전합니다.
70일간 당신들이 쏟아낸 열정은 대한민국이 더욱 건강해지는 초석이 되리라 믿습니다.

깔끔한 외모와 함께 정확한 워딩과 강한 톤으로 매일 특검 수사상황을 브리핑한 이규철 특검보의 마지막 멘트에 아쉬움이 많이 묻어나
받아들이는 마음이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