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역할이 참 힘들다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20. 5. 9. 03:19 |
외국에 사는 딸이 어버이날이라고 꽃바구니를 보내왔다.
인터넷 세상이 좋긴 좋다. 세계 어디서나 맘만 먹으면 어디로든 뭐든지 보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식들이 챙겨야 할 날들이 참 많다.
먼저 아버지 어머니 생일에 어버이날,
그냥 지나가기 찜찜한 설과 추석,
게다가 특정 종교의 경우 성탄절까지.
양가 부모가 모두 계시면 1년에 횟수로 무려 12번이다.
평균 매월 한 번인데, 몰릴 경우 월 세 번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때마다 선물을 사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품목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여 취향 맞추기도 힘들다보니,
셀프 쇼핑을 하고 영수증을 자식에게 건넨다는 얘기도 듣지만 어색한 건 사실이다.
양가 선물의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신경쓰이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현금을 건네기도 하는데, 맞벌이 부부 급여를 모두 모아도 자신들만의 노력으로 집 하나 장만하기 쉽지 않은 요즘 실상을 감안하면, 때마다 용돈으로 건네는 비용도 부담스럽다.
물론, 역으로 부모들 역시 때마다 자식들에게 현금으로 선물을 한다면 오고 가는 비용이 비슷하거나 부모 형편에 따라 더 수익(?)이 높을수도 있지만, 결국 같은 돈이 오고가는 걸 왜 해야 하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
오고 가는 정이라고 하기에는 허례허식이라는 생각도 가끔은 든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며 때마다 부모님 선물을 고르는 게 참 힘들었다는 기억이 있기에, 우리 부부는 때가 다가오면 먼저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고 식사나 함께 하자고 아이들에게 선제적 지침을 내린다.
굳이 자식들에게 받아야 할만큼 꼭 뭐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바쁜 아이들 시간 쫒기며 신경쓰게 하고싶지 않기 때문이지만, 누군가는 너무 그러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런게 습관이 되면 어느 순간 부모에 대한 고마움이 무감각해진다는 건데, 그 말도 일견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본인들 가계 꾸리기도 빡빡한 상황에 돈 쓰는 것이 안쓰러운 게 일반 부모들의 공통적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결국 부모가 마음을 비우고 은근한 기대감을 내려놓는 게 답이 아닐까. 설사 자식들이 무감각해지더라도 서운함 또한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그렇더라도 그런 노력을 하는 게 어른스러움이 아닐까.
나이만 든 어른보다 생각이 든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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