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2.14 지펠하우스에서 들은 내 생애 최고의 연주 2
  2. 2008.12.13 백발의 낭만이 부러웠던 [붉은황소]
  3. 2008.12.04 하이델베르크 도착 2
대부분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여기 하이델베르크에도 1박만 할애되어 있기 때문에
붉은황소에서 오랜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 조금 아쉽지만 지펠하우스로 자리를 옮겨야했다.

지펠하우스를 들어선 순간 독일이란 나라, 그리고 독일사람들에 대해 어렴풋이 잡히는게 있었다.




붉은황소와 마찬가지로 지펠하우스의 벽면도 많은 빛바랜 사진들로 채워져 있는데,
내 생각에는 이 가게 주인의 선조들과 가족들의 사진들이 아닌가 싶다. 
흥미로운건 사진 중에 군인의 사진이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조국을 위해 전쟁에 참전한 것을 자신과 가문의 명예와 영예로 생각하는 마음이 큰 모양이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도 한번쯤 되새길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재밌는건, 인테리어와는 애초부터 전혀 무관한듯 모든 곳이 온통 난도질을 당했다는 점.
벽면은 물론 테이블까지 나무로 되어있는 모든 곳은 저렇게 어김없이 칼로 새긴 문구들로 성한 곳이 없다.
오랜 기간에 걸쳐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기념으로 남긴 저런 흔적이 오히려 이 집을 전통있는 명소로 만든 것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거 몇가지.
모든 책상과 사방이 저런 모습을 보이니 전혀 이상해 보이지도 않고 연륜이 쌓인 것처럼 보이지만,
처음부터 주인이 날잡아 며칠사이에 일부러 저러지는 않았을테고, 처음 몇군데만 저런 흔적이 남았을 때는
무척 보기 흉했을텐데, 그걸 주인은 어떻게 참고 넘겼을까??

또 하나는, 처음에 주인이 저렇게 해도 좋다고 공지문을 붙이지 않았다면,
어느 매너없는 사람이 남의 가게 멀쩡한 것에 처음 칼질을 할 생각을 했는지... 
참 대단한 배짱이다.


어쩌면 이랬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취객 한놈이 술김에 포크로 테이블에 자기 이름을 새긴다.
그러다가 주인에게 걸려 그 녀석은 된통 혼나고, 주인은 변상을 받으려 했지만,
얘는
"돈이 없으니 배 째~~~"
결국 흠집난 테이블만 바라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데, 며칠 뒤 다른 술취한 놈이 그걸 보고는 지도 객기가 발동...
그러기를 몇차례...  결국 주인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더 이상 통제할 의욕도 잃고,
그러면서 세월이 흐르다보니 저렇게 생각지도 않은 볼거리로 명소가 되어있더라는...
믿거나 말거나 전설따라 삼천리...

어찌됐건 그 역사의 현장을 순순히 지나칠 한민족이 아니잖는가...
이곳을 다녀간 배달의 민족 누군가가 동서독으로 나뉘었던 독일과 남북으로 나뉘어있는 우리의 처지에서
동질의식을 느꼈는지 [통일한국]이라고 크게 하나 새겨놓았다.  1997년에 다년간 모양이다.


붉은황소의 백발노인과 달리, 지펠하우스에서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피아노 연주를 한다.
전형적인 독일노래를 요구하자 어렸을 때 들어본 귀에 익은 노래가 많이 나온다.
그렇게 독일민요 대여섯곡을 연이어 들려주더니 잠시 뜸을 들인 후 연주하는 노래는 놀랍게도
[아리랑].

오~잉~~~ @>@...  정말 뜻밖의 곡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젊은 피아니스트를 바라보는데,
연주를 끝낸 그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싱긋 웃는다.
놀라움과 감격 속에 웃으며 박수를 치는 우리를 보며 그의 곁에 있는 여자가 피아니스트에게 무어라 말하자,
그녀에게 "They are Koreans." 라고 말하며 다시 우리를 보고 웃는다.

그 순간 해줄 수 있는게 박수 밖에 없어 계속 박수만 치는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고 다시 건반을 향한
그의 다음 곡 연주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경악과 함께 얼이 빠지고 말았다.

그의 열 손가락이 건반을 타고 움직이면서 피아노에서 울려 나오는 선율.

정말 아름다운 그 곡.. 
정말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그 곡..
더구나 악보도 없이 그가 연주한 그 곳은...
.
.
.
.
놀라웁게도
[아침이슬]이었다.

처음 한두소절이 연주될 때도 믿기지가 않았다.
저 노래가 정말 [아침이슬]인지 믿기지가 않았고,
내가 정말 이 순간 하이델베르크의 한 술집에 있는 것인지 믿기지 않았고,
저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 정말 이곳에 사는 독일인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아침이슬]은 70년대 대한민국의 아픔과 그 시대 젊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대표적인 노래이고,
미래의 자유를 갈망하고 확신하는 국민의 정서와 혼을 담은 노래인데,  
이 노래를 독일의 한 지방도시에 있는 작은 선술집에서 듣게 될 줄이야...

그가 연주한 [아침이슬]은 여지껏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아침이슬]이었다. 

벅차오르는 감격을 억누르며 연주를 마친 그에게 다가가 이 노래를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니
한국 유학생에게 악보를 받았단다.
하지만, 그가 이 노래에 별 관심이 없었다면 이렇게 악보없이 연주할 정도가 됐겠는가..
악보없이도 이렇게 연주할 정도라면 많이 해봤다는 얘긴데, 그건 곧 이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는 반증.

서로 짧은 의사소통으로 세밀한 대화가 안된 것이 아쉬웠지만,
왜 이 노래를 좋아하느냐는 나의 물음에 답한 그의 말에는 이런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sentimental...   good feeling...   attractive song...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준 지펠하우스의 피아니스트.


: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겸한 민박집 [한국관]에 여장을 풀고 다시 하우프트거리로 나왔다.



구대학 앞에는 많은 간이상점들이 예쁘게 구대학광장을 수놓고 있는데,
기념품가게와 먹거리가게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추위를 이기려는듯 Hot Wine을 즐기길래, 우리도 그 대열에 동참했다.
핫와인을 파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마치 우리가 포장마차에서 오뎅국물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듯 하다.
분위기가 우리 오뎅포차와 비슷하다는거고, 이 사람들은 핫와인을 코코아 마시듯 마신다.

카메라 플래쉬빨인지 객지생활 한달이 지났음에도 허우대가 멀쩡하네...


미리 정보파악을 해둔, 하이델베르크에서 유서가 깊다는 Hof집 두군데를 돌아봤다.
Red Ox지펠하우스.

먼저 들른 곳은 붉은황소.




여기가 호프집인지 사진갤러리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액자들.
그 벽면의 한쪽에서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70은 족히 넘어보이는데, 저 나이에...   그 여유로운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보인다.

한참을 바라보다 다가가 [황태자의 첫사랑]을 들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물론 [황태자의 첫사랑]을 원어로 모르는 내가 신청한 방법은,
"아인~~ 쯔바이~~ 드라이~~ 퓌어 퓜프 자이네 드링케 비~~어~~  you know?"
대충 한소절을 부르니 알아는 듣는데, 그 노래는 곤란하단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재밌다.
그런 요란한 노래는 뮌헨 같은 곳에서나 좋아하지, 여기는 그런 시끄러운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단다. 

어~~ 이상하다..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이 하이델베르크 아니었던가??
난 그렇게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알았나...

경륜으로 꽉 찬듯한 저 양반이 그 유명한 곡을 몰라서 그럴리는 없을테고,
여하튼 안된다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신청한 곡이 [들장미].

고등학교때 음악선생님이셨던 김상두선생님은 본인이 성악을 전공하셔서인지 
음악시간마다 세계의가곡을 원어로 부르게끔 지도를 하셨는데,
그 덕분에 얼추 30년이 지나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들장미를 독일어로 신청하게 될 줄이야...
김상두선생님.. 고맙습니다.   아울러 옛 우리의 주입식 암기식교육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이래서 독일의 가곡을 제 지방에서 원단으로 듣게 됐다.            
 

:


로텐부르크 유스호스텔 앞.

어제 밤은 그간 묵었던 숙소중  가장 오래된 건물에서의 하루밤이었다.


Rothenbrug 에서 Heidelberg 까지 가는 방법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Europa Bus였다. 
버스로 이동하는 그 코스가 상당히 아름답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당초 버스를 타려했으나 12월엔 운행을 하지 않는단다.
상당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할 수 없이 기차를 이용하는데 네번을 갈아탄다.

덕분에 Eurail Pass 유효기간 마지막 날 기차를 원없이 탔다.
막상 Pass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좀 서운하고 아쉽기도 했는데, 마지막 날 독일의 열차는 종류별로 다 타보는거 같다.
일반기차, 경전철 같은거, 그리고 또 ICE 까지.

오늘 탄 ICE는 어제 탔던 ICE와는 내부가 좀 다르다.  



이 정도면 훌륭한 회의탁자가 아닌가.

1등석 콤파트먼트는 더 Luxury 하다.




마주보는 간격도 널찍할 뿐 아니라, 옆좌석과의 사이에도 간이탁자가 있을 정도로 공간이 여유롭다.



환경이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건지, 이렇게 앉으니 같은 옷을 입어도 있어보이는거 같기도 하네.


기차를 타고 다니다보니 옛날 학창시절 독일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라고 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그 말을 실감한다.
삼림, 평야, 수자원이 골고루 많다.  정말 남 부러울게 없는 자원왕국이다.
유럽에서 프랑스와 더불어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라고 하는데, 얼마나 좋을까. 



Heidelberg.

언제부터인지, 또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이델베르크는 꼭 한번 가보고싶은 도시로 오랫동안 나를 지배해왔다.
때문에 배낭여행 생각을 하면서 폼페이를 비롯해 필수코스로 머리 속에 그렸던 몇개 도시 중의 하나였다.

세계의 대학도시 중 젊은이들이 가장 동경하는 대상 중 하나.
왜 하이델베르크는 그런 이미지의 도시가 됐을까...
하이델베르크의 무엇이 그런 흡인력을 보이는 것일까..
 
독일의 도시 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그런 하이델베르크의, 역에서 내려 바라본 첫 느낌은 평범한 독일의 시골도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시골이미지가 강한 이곳에 한국식당이 세개나 있다는거다. 





역에서 내려 우리말로 중앙로인 개념의 하우프트거리로 들어서는걸로 하이델베르크의 구경은 시작된다.

하우프트거리는 보행자 전용도로로 길이가 매우 매우 길다.
이 거리에는 쇼핑몰, 카페, 음식점 등이 몰려있어 하이델베르크 최고의 번화가이기도 하지만,
긴 거리를 걷다보면 학생감옥, 하이델베르크의 新舊대학, 하이델베르크城, 그리고 칼테오도르다리 까지
하이델베르크의 유명한 것은 모두 거쳐가는 관광의 중심이기도 하다.


이 거리를 배낭을 메고 두리번거리며 걷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에 감정이 업되며 실감이 나질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