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 12. 18.  Tue ]


아침에 일어나니 옆 방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니, 한국에서 관광오신 부부 두팀과 독일에서 목회활동을 하시는 목사님이시다.
부부 두팀은 각각의 아들 딸이 내년 5월 결혼 예정인 예비사돈이시다.
자녀들의 결혼에 앞서 예비사돈끼리 먼저 여행을 다니시는 거다.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사돈끼리 여행다니기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예비사돈이라면 더하지 않겠나.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몰라도 아이디어도 좋았고, 그런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두 부부도 참 마음이 여유로운 분들이신거 같다.
곁에서 보기도 좋지만, 결혼할 자녀들의 가정에도 행복이 보이는 거 같다.

그건 그렇고...

참 세상이 좁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독일에서 목회활동을 하신다는 목사님을 뵈니 불현듯 대학 써클 선배인 김동욱兄이 생각났다.

신과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간 동욱兄과는 학창시절 아주 절친한 관계였다.
서로의 엇갈린 군입대 시기로 캠퍼스에서 함께 지낸 기간은 불과 1년에 불과했지만,
동욱兄이 군입대 후에도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신촌에서 술을 마시다 통금에 쫒겨,
兄이 없음에도 연희동의 동욱兄 집으로 달려가면 동욱형 부모님이 더 반가이 맞아주시곤 했다.
兄이 독일로 떠난 후에도 나를 친자식처럼 생각하실만큼 내게 각별한 정을 주셨고,
나 역시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가끔 찾아뵙곤 했었는데 두 분이 돌아가신 후 연락이 끊겼던 김동욱선배.

넓은 독일 땅이지만 같은 한국인 목사님들끼리는 혹시라도 서로 알지 않을까 생각되어
"김동욱 목사를 아시느냐?" 고 물으니, 이름을 들어본 거 같다며 두어군 데 다른 목사님들에게 수소문을 하시더니
마침내 동욱兄의 소재와 전화번호가 나온다.

햐~~~  이럴 수가...   생각지도 않았던 너무나 뜻밖의 상황이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해 배낭여행 중인데 하이델베르크에 있다니, 兄도 너무 놀라며 무조건 쾔른으로 오란다.
기차표를 끊고 전화하면 역으로 나가겠다고...   
배낭여행계획에 독일을 포함시키며 잠깐 동욱兄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만나게 될 거란 생각은 전혀 안했는데,
살다보니 정말 세상에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유럽을 돌며 꽤나 넓은 세상이다 생각하며 짧은 일정을 아쉬워했는데, 이렇게 좁은 게 또 세상이구나 싶다.

쾔른은 여행 동선에서 너무 떨어져있어 계획에 포함하지 않았는데,
그렇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그냥 갈 수는 없다.

쾔른을 들르려면 당초 일정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워낙 빡빡한 일정인데다 게다가 막바지라 일정 변경이 쉽지않다.
하는 수 없이 하이델베르크와 마지막 프랑크푸르트의 일정을 하루씩 줄이기로 했다.
다른 곳은 몰라도 하이델베르크만큼은 여유를 갖고 돌아보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나도 아쉽지만, 내 개인적인 일 때문에 일정을 변경하여 초이에게도 미안한데,
초이가 혼쾌히 동의를 해주어 고맙다. 

그렇다면 이제 하이델베르크城을 서둘러 돌아보아야 한다.





  구 시가지에서 바라본 하이델베르크城.




  반대로, 하이델베르크城에서 바라본 구 시가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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