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브로이하우스에서 보여지는 또 하나의 재밌는 모습은,
안주를 시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과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계층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행부터 젊은 학생들의 무리, 부자간으로 보이는 팀과,
심지어는 장인과 딸 사위로 보이는 팀까지 아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대부분 안주없이
맥주 1000cc 잔을 앞에 놓고 있다.   할머니들도 그렇다.



너무도 화목한 분위기에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요청에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신 노부부들.


술잔을 들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우리와 매우 흡사한거 같다.
젊은 친구들이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는 모습도 보인다.
술 취하면 동서양이 똑같구나...  어디서나 사람나름이겠지.

낮에 느끼지못했던 독일인들의 낭만적인 모습과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어떻게 저런 사람들의 선조가 나치였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자유로움과 넘치는 활기 속에 독일의 강인함이 보이는듯 하다.


브로이하우스에서 본 경이로운 장면 하나.
나는 이곳에서 여지껏 내가 알고있던 개념을 초월하는 더치페이의 진수를 보았다.

한 테이블에서 8명이 술을 먹고 나가면서 계산을 하는데 더치페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있는 더치페이는 총 금액을 인원수로 나누어 걷거나,
혹은 더 나아간들 각자가 먹은 만큼의 돈을 모아 계산하는거 아닌가? 

그런데, 여기는 그게 아니었다.
각자 먹은 것을 여덟명이 따로따로 웨이터에게 계산을 한다.
그러니까 웨이터는 테이블별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의 개인별로 돈을 받는 것이다.
햐~~~  정말 머리 나쁜 사람은 이 동네에서 웨이터도 못하겠다.
저거 정신 사나워서 어떻게 따로 돈을 받나...  받을거 다 받기나 하는겐지...

오리지날 더치페이란게 이런거구나...


또하나,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장면 하나.



저 사진의 호프잔은 이곳에서 공용으로 쓰이는 잔이 아니다. 
단골인 사람이 보관한 개인전용 호프잔이다. 
저렇게 열쇄를 채워 보관을 했다가 술 마시러와서 열어 자기 잔에다 달라는 얘긴데,
당구장에서 개인 큐를 보관하는 것도 봤고, 마시다 남은 술을 키핑하는건 익히 익숙하지만,
개인 잔까지 보관을 하다니...  얼마나 단골이라야 저게 가능할까...

웨이터가 헷갈려 다른 잔에 맥주를 가져오면 항의가 엄청나겠네. 
뭔가 구분하는 표시가 있겠지만 누구 잔인지 기억해서 본인에게 가져다주려면
여기 웨이터들 정말 너무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참 세상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별난 일들이 너무 많다.


정말 유쾌하고 가슴이 시원해지는 분위기를 만끽하고 나온 후 갑자기 떠오른 궁금증 하나.

저 브로이하우스의 주방과 화장실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저 넓은 곳 천명이 넘는 사람들의 주문을 받으려면 대체 주방은 얼마나 클까?
주방이 하나만 있을까? 아님, 몇군데로 나뉘어져 있을까?
또, 모두 맥주만 마시니, 소변량이 엄청 많을텐데,
저 인원을 감당하려면 화장실은 얼마나 되야할까???
그걸 확인을 해봤어야 했는데...   불가사의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거리의 쇼윈도우에 아주 귀여운 모습이 눈에 띈다. 

     

에구 귀여워라...


:

호프 브로이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야~~ 이게 정말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그런 독일 HOF집이구나..' 싶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한참을 돌려야 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넓은 홀. 
대충 테이블 수를 헤아려봐도 홀의 좌석이 1000석은 족히 될거 같은데,
그 넓은 곳에 빈 틈이 전혀 없다.

그 놀라운 규모와 열기를 카메라 한 컷에 담을 수 없음이 엄청나게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보자. 




홀의 중앙 작은 무대에서는 5~6인조 밴드가 경쾌한 독일노래를 연주하고 있었고,
수많은 테이블 이쪽저쪽에서는 호프잔을 높이 들고 흔드는 사람들, 밴드에 맞춰 같이 노래를 하는
사람들, 또 탁자 위에 올라가 흥겹게 춤을 추는 아가씨로 장관을 이룬다.

이 사진은 밴드의 모습을 담기 위해 가까이서 촬영한 것인데,
입구에서 밴드까지의 거리만도 20 미터는 충분히 되는거 같다.

후끈거리는 열기를 느끼며 자리를 찾기 위해 좌중을 둘러보는데,
한 젊은 청년이 밴드에 흥이 겨웠는지 테이블 위에 올라가 호프잔을 쳐들며 소리를 지른다.
힐끗 바라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동족애.  음... 한반도냄새가 감지된다.  

제발, 더 이상 흐트러지지는 마라.
만약 거기서 진도가 더 나간다면 아예 우리말도 잊어먹을 정도가 되던가. 




빽빽히 깔린 8인용 통나무스타일 테이블마다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는데,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밀려들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 테이블 개념이 없다.
다른 일행들이 있어도 자리 여분이 있으면 그냥 그 테이블에 끼어앉는다. 
그러니까 저 사진에 보이는 같은 테이블의 사람들이 다 같은 일행이 아니라는거다.
여기선 그게 당연한 모양이다.

평소에도 이런지, 아님, 오늘이 토요일이라 특히 더 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중앙 홀에는 자리가 없다.
중앙 홀 위에, 그리고 사방에 별도의 구석 홀이 있는데, 결국 우리는 구석 홀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구석 홀에서는 밴드의 연주가 들리지않아 흥겨운 열기를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어쩌겠는가.


중앙 홀과 비교해서 구석 홀이지, 우리가 들어간 홀도 왠만한 호프집만한 공간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고개를 끄덕거리며 테이블을 들러보던 초이가 집계를 끝냈다.
"형.. 지금 이 안에만 78명이야..."  그러니 여기만도 왠만한 호프집이지. 


여기서 대단한 경영학 공부를 했다.

주문을 하려 홀 안을 들러보니 웨이터가 한명 밖에 안보인다.
100명 정도를 수용하는 홀에 놀랍게도 직원이 한명뿐. 그 한명이 혼자 홀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참 흥미롭다는 생각에 중국계로 보이는 그 청년의 동선을 유심히 살피니 재밌는게 보인다.

일단 맥주는 양손에 1000CC 짜리 호프잔을 12개씩 한번에 들고 다닌다.
우리 테이블에 왔을 때 "너.. 팔 힘 무지 쎄겠다." 고 하니, 웃으며 여기서 일하면서 강해졌단다.

그럼, 혼자서 주문은 어떻게 받을까??

여기서는 누구도 웨이터를 소리내어 부르지 않는다. 
웨이터의 동선에 눈을 맞추고 있다가 웨이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가볍게 손을 들면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봤으니 떠들지말고 기다리라는거다.
그러니 기다리지 못하고 웨이터를 소리내어 부르면 촌놈이나 무식한 놈이나 성격파탄자가 된다.

또 하나 호기심이 솟는다.
쟤는 이 많은 테이블에서 주문한 안주를 일일히 다 기억을 할까???  헷갈리지 않을까???

계속 지켜보니, 정말 수많은 안주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데, 헷갈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당연하지.. 저도 사람인데.   근데 헷갈릴 때의 태도가 우리와 다르다.
당연히 테이블에 가서, 혹시 모듬소세지를 주문했느냐?  혹은  무엇을 시켰느냐? 하고
확인을 할텐데, 이 친구는 중앙의 테이블에 안주를 쌓아놓고 손님을 둘러보며 서 있다.
그러다 손님이 손짓을 해서 우리가 무엇을 주문했다고 얘기하면,
그때 웃으며 "아~~ 그러냐.. 쏘세지가 니네꺼냐?" 며 가져다 준다.
우리 같으면 빨리 갖고오라고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날텐데, 참 대단한 인내심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효율]에 대해 생각케 된다.
100명 규모의 호프집이라면 당연히 직원이 세명 정도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할텐데,
혼자서 모든걸 처리하니 코스트가 얼마나 낮은가.

이런게 가능한건 결국 오랜기간에 걸쳐 형성된 문화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기다리는게 당연하고 자기의 요구를 급하게 주장하지않는 습성은 단기간에 걸친 계몽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호프브로이하우스의 메뉴.

 

:

독일을 생각하면 꼭 하고싶은 게 세 가지 있었다.

하나는, 하이델베르크를 가보는 것.
또 하나는, 아우토반을 질주해 보는 것.
마지막 하나는, 가끔 호프집에 가면 벽에 걸려있는 사진에서 보는, 
대강당같은 넓은 호프집을 가득 메운 독일의 정통 호프집을 실제로 보고 그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이다.
뭐 누구는 독일의 남녀혼용사우나 이야기도 하더라만, 그건 내 체격이 빈약해 비교될까봐 포기.

이번 일정에 하이델베르크를 넣었으니 며칠 후면 볼 수 있을테고,
아우토반은 기회가 안될거 같지만, 오늘 뮌헨에 있다는 초대형 호프집은 반드시 찾아야 한다.
안 그러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클테니까.


퓌센에서 돌아와 예약된 유스호스텔을 찾아갔다.
근데...  아니 이게 뭔소리...
법적으로 26세 이하만 투숙 가능하단다.

아니...  여지껏 다른 나라 유스호스텔에서는 아무 이상 없었는데, 왜 여기만 갑자기 나이를 들먹이나...
예약이 문제가 있었던 거 같은데, 암튼 예약을 하고도 유스호스텔에서 쫒겨났다.
이런 것 까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이런 규정이 적용되는 곳도 있다는 걸 누가 알았어야지...
내일 로텐부르크는 어떨지 걱정이다.  독일은 모두 그렇다면 문제네...

배낭을 메고 거리를 방황하다 다행히도 주변의 작은 민박스타일 호텔을 찾아 짐을 풀었다.

일단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정통 호프집이 마리엔광장 주변에 있을 거라는 말만 듣고, 
전철을 타려 티켓을 끊으려 하는데 기계가 모두 문제가 생겼다.  고장이 난 것이다.
마침 주위의 경찰에게 방법을 물어도 방법이 안 나온다.
모르는 건지,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지나는 젊은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자기도 표 없이 타고 다닌다며 그냥 타란다.
그래도 되나...  생각하는 순간, 이 친구 하는 말이, 그러다 재수없이 걸리면 60마르크를 내야 한단다.
일종의 벌금이나 과태료겠지. 1마르크가 약 650원이니 그럼 얼마야??  39000원이네...

근데, 이 친구 말투가 어째 이상하다.
너 어디 사람이냐? 고 물으니, 자긴 체코인이란다.
체코???   또 체코야??  체코인들 왜 이래...




6시반쯤 들어선 마리엔 광장 입구.  

그러고보니 퓌센의 노이슈반스타인城 옆의 계곡에 걸친 다리 이름도 마리엔다리 였는데,
마리엔 이란 단어에 무슨 의미가 있는건가...??




광장 안쪽으로 들어서니 노점상과 인파로 가득하다.
서서 빵을 먹기도 하고, 음료수나 Hot Wine 등을 마시며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광장복판에 자리잡은 교회의 모습도 무척 예쁘다.




신시청사의 야경.
신시청사가 이렇게 고풍스러우면, 구시청사는 대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이렇게 마리엔광장에는 예쁜 건물, 웅장한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어 이쪽저쪽 돌아보며 셔터누르기 바쁘다.
아무래도 여기는 내일 아침 밝을 때 다시 들러야 할 거 같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린 그 운동장같은 호프집을 찾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광장에서 지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었다.
미리 기억을 해둔 이름 [호프 브로이하우스]를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 한다.
다시 다른 사람에게 엄청 큰 호프집을 찾는다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방향을 알려준다.
아마 이 안에서는 이곳이 명소인 모양이다.

그렇게 찾아간 곳.




아~~~   드디어 왔구나...

이 안에 들어가면 서울의 호프집 벽에서만 보던 그 거대한 호프집의 모습을 과연 볼 수 있을까... 
생각보다 건물은 그리 크게 보이질 않는데...

설레는 가슴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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