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쿠셋의 밤
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2008. 8. 12. 08:13 |
'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나라인 독일로 들어가는구나...'
쿠셋에 짐을 풀고 잠시 침대에 누우니,
스위스에서 만난 영국에서 왔다는 한국 유학생이, 우리 일정에 체코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해준 말이 새삼 생각난다.
자기가 체코를 거쳐서 왔다면서,
'아저씨.. 체코가시면 거스름돈은 반드시 보는 앞에서 확인하시고, 계산서 내용과 영수증 항목 하나하나 확인하시고,
영수증 꼭 보관하세요. 그리고, 심지어는 경찰도 조심하셔야 돼요.' 라고, 단단히 주의를 줬는데,
정말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찰에게 제일 먼저 당하다니...
유럽에서 쿠셋 예약을 하면서 느낀 거 하나.
쿠셋의 한 compartment 에는 bed가 여섯 개 있다. 즉, 한 칸이 6인실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쿠셋을 타면서 보니, 한 compartment 에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른 승객은 다른 칸으로 배정한다.
그리고 모든 compartment 에 한 사람이라도 배정이 끝난 다음에야 다음 승객을 이미 사람이 있는 compartment 에
배정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단체 승객의 탑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한 compartment 에 어느 정도 사람을 채운 후
다른 compartment 에 배정하는 게 맞을 수도 있는데... 청소도 덜 해도 되고.
이렇게 효율적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을 피하고 굳이 번거로운(?) 방식을 택하는 것은
가급적 개개인의 privacy를 최대한 배려하는 서구의 관습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제 오늘 뮌헨行 쿠셋을 타면 총 여덟번의 야간열차 이용이 끝나게된다.
지겹기도 했지만, 막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섭섭하네...
오늘도 들락날락 잠을 안 재우려나...
새벽 한시쯤 쿠셋 문을 두드리더니 체코경찰의 검문이 시작된다.
아래 칸의 불가리아인이 체코경찰의 세밀한 검문을 받는다.
여권 이름이 틀리다는거 같은데, 가방을 뒤집 듯 구석구석을 다 뒤지더니,
곧이어 이어지는 독일경찰의 검문시 독일 경찰에 인계를 한다.
독일경찰 역시 여권의 사진 부착 부분을 돋보기로 세밀하게 보고는 어디론가 전화로 신원조회를 하는거 같던데,
결국 짐을 싸라면서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이런 장면은 영화에서나 보는 건줄 알았는데, 진짜 이런 일이 있네...
아마 테러 때문에 검문이 심한 것 같다. 우리도 반드시 South Korea 임을 확인한다.
근데, 끌려간 사람은 정말 정체가 뭘까???
기차가 뮌헨역에 도착하기 전 Choi가 하단의 젊은이와 얘기를 나누던 중, 체코인이라고 하자,
그제 무장경찰에게 현금 강탈당하고 받은 벌금영수증이라는걸 보여주며 이게 뭐냐고 묻는다.
참.. 어지간히도 분하긴 분했던 모양이다. 그 일을 아직도 확인하고 싶어하니..
초이가 내민 용지를 들여다 본 체코청년이 체코에서 운전을 했느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하자,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건 체코의 주차위반 벌금영수증이라나.
초이... 다시 한번 열 받는다. ㅋㅋㅋ~~ 이제 그만 하지...
가만... 그럼 호텔지배인의 말도 틀린거잖아... 물품보관증이라더니.
자... 이제 마지막 쿠셋의 낭만을 음미하며 독일의 아침을 맞기위해 잠을 청하자.
내가 자는 동안에도 야간열차는 독일 뮌헨을 향해 달릴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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