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 12. 14.  Fri ]


또 눈이 온다.  요 며칠 아침마다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어제는 구시가지를 돌았으니, 오늘은 신시가지를 보기로 한다.


뮌헨으로 떠나는 야간열차는 밤 10시 넘어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배낭을 메고 다닌다는건 얼빠진 바보들의 행동이다.
바보들의 행진을 할 수 없는 우리는 기차역을 먼저 들렀다. 역 구내에 있는 물품보관소에 배낭을 맡기기 위해서다.
그곳에 배낭을 보관하고 가벼운 복장으로 실컷 돌아다니다 기차시간에 맞춰 역으로 돌아와 배낭을 찾으면 된다.

배낭을 역 구내에 있는 Coin Locker에 맡기려는데, 어째 좀 찜찜하다.
Locker의 시건장치도 후져보이는데다, 만약 언놈이 Locker를 뜯어버리고 배낭을 집어가면...
어디 하소연할데도 없는거 아닌가.
개운찮은 기분으로 하루를 돌아다니느니 비용이 좀 들더라도 안전한게 낫겠다 싶어 유인 물품보관소를 찾았다.
생각보다 싸다. 배낭 두개에 30 Kr. 우리 돈으로 1200원 정도니, 다른 도시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안그래도 도착해서부터 하도 기가 막힌 일이 많아 배낭을 맡기면서 초이와 나눈 이야기.
'이거.. 오히려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거 아닌지 몰라...'  


신시가지의 중심은 바출라프광장이다.
바출라프광장 주변은 프라하의 최대 번화가이다. 

또한 바출라프광장은 체코의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과 공산사회주의 공화국이 이곳에서 선포되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유명한 시민혁명인 1968년 [프라하의 봄]때 소련군 탱크에 의해 수많은 시민들이 학살당한 곳도 이 곳이다.
그리고, 결국 자유를 획득한 [벨벳혁명]도 이곳에서 발원되었으니,
바출라프광장은 체코 체제 변천사의 역사적 중심지인 것이다.    



바출라프광장의 끝에 자리잡은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앞의 동상은 보헤미아의 수호신인 바츨라프 대왕이다.



박물관에서 맞은 편으로 바라본 광장 주변의 모습.
길 양편에 호텔, 백화점, 사무실 및 레스토랑 등이 늘어진다.

근데, 정말 모든건 적응하기 나름인 모양이다.
체코에서 맞은 영하의 날씨는 우리에겐 너무 춥게 느껴지는데, 이 나라 사람들에겐 보통인 모양이다.
우린 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시려워 모자를 이중으로 눌러써 귀를 보호하고 다니는데
얘네들은 귀마개하고 다니는 사람을 못 봤다.

완전무장을 한 초이의 모습과 모자도 안쓰고 다니는 체코 청년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심지어 저 뒤에 돌아보는 할머니도 귀마개는 안한다.  추위에 웅크린 초이에 비해 얼마나 여유가 넘치시는가.

날씨 얘기가 나오니 또 하나 궁금한게 있다.
체코는 세계 축구강국이다.  그런데, 1년의 얼추 반 정도는 이렇게 추운 나라에서 대체 언제 축구연습을 하는거야... 


체코의 프라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비해 도시가 훨씬 활력이 있어 보인다.
식당의 분위기도 그렇고, 가는 곳 마다 경쾌한 팝송이 흘러나온다.

특히 차이가 느껴지는 곳은 쇼핑타운이다.
부다페스트에 비해 물건도 다양하고 디스플레이도 화려한데, 그보다 쇼핑나온 여성들의 옷차림이 한결 세련되어 보인다.
쇼핑센터를 들어가 보니일반적으로 가격들이 생각보다 싼듯 한데, 하지만, 옷값의 경우 브랜드 제품은 결코 싸지 않다.
몇몇 품목을 눈여겨보니, 스키복은 싼거 같다.  수제화인 가죽신발도 질이 아주 좋아 보인다.
Swiss Knife 도 스위스보다 싼거 같은데, 저게 정품인지는 모르겠다.

외국에서 Eye Shopping을 할 때 꼭 관심있게 살피는게 있다.  바로 제품의 원산지.
원산지를 살펴보는 이유는, 그 대륙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건비가 싸다는 얘기는 아직 상대적으로 경제후진국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도 리복은 Made in China 다.  그런걸보면 유럽에 비해 아직 아시아의 인건비가 경쟁력이 있는 모양이다.
가전제품 중 Audio/Video 는 일본제품이 완전 장악하고 있고, Casio는 여기서도 계산기와 전자수첩의 대명사다.

쇼핑센터의 특징은 서울에서와 같은 고층 대형백화점은 아직 눈에 띄지않고, 커봐야 3층 정도다.
아직은 백화점의 개념이 아닌듯 하다.  

아직 난방이라든가 휴지같은 생필품의 수준이 떨어지지만,
체코는 머지않은 시기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예감이 팍팍 온다.
비전문가인 내가 느낄 정도로 성장의 박동이 쿵쿵 울려오는 소리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넘치는 활력이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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