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이하우스에서 배우는 독일식 효율
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2008. 11. 15. 01:56 |호프 브로이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야~~ 이게 정말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그런 독일 HOF집이구나..' 싶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한참을 돌려야 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넓은 홀.
대충 테이블 수를 헤아려봐도 홀의 좌석이 1000석은 족히 될거 같은데,
그 넓은 곳에 빈 틈이 전혀 없다.
그 놀라운 규모와 열기를 카메라 한 컷에 담을 수 없음이 엄청나게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보자.
홀의 중앙 작은 무대에서는 5~6인조 밴드가 경쾌한 독일노래를 연주하고 있었고,
수많은 테이블 이쪽저쪽에서는 호프잔을 높이 들고 흔드는 사람들, 밴드에 맞춰 같이 노래를 하는
사람들, 또 탁자 위에 올라가 흥겹게 춤을 추는 아가씨로 장관을 이룬다.
이 사진은 밴드의 모습을 담기 위해 가까이서 촬영한 것인데,
입구에서 밴드까지의 거리만도 20 미터는 충분히 되는거 같다.
후끈거리는 열기를 느끼며 자리를 찾기 위해 좌중을 둘러보는데,
한 젊은 청년이 밴드에 흥이 겨웠는지 테이블 위에 올라가 호프잔을 쳐들며 소리를 지른다.
힐끗 바라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동족애. 음... 한반도냄새가 감지된다.
제발, 더 이상 흐트러지지는 마라.
만약 거기서 진도가 더 나간다면 아예 우리말도 잊어먹을 정도가 되던가.
빽빽히 깔린 8인용 통나무스타일 테이블마다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는데,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밀려들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 테이블 개념이 없다.
다른 일행들이 있어도 자리 여분이 있으면 그냥 그 테이블에 끼어앉는다.
그러니까 저 사진에 보이는 같은 테이블의 사람들이 다 같은 일행이 아니라는거다.
여기선 그게 당연한 모양이다.
평소에도 이런지, 아님, 오늘이 토요일이라 특히 더 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중앙 홀에는 자리가 없다.
중앙 홀 위에, 그리고 사방에 별도의 구석 홀이 있는데, 결국 우리는 구석 홀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구석 홀에서는 밴드의 연주가 들리지않아 흥겨운 열기를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어쩌겠는가.
중앙 홀과 비교해서 구석 홀이지, 우리가 들어간 홀도 왠만한 호프집만한 공간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고개를 끄덕거리며 테이블을 들러보던 초이가 집계를 끝냈다.
"형.. 지금 이 안에만 78명이야..." 그러니 여기만도 왠만한 호프집이지.
여기서 대단한 경영학 공부를 했다.
주문을 하려 홀 안을 들러보니 웨이터가 한명 밖에 안보인다.
100명 정도를 수용하는 홀에 놀랍게도 직원이 한명뿐. 그 한명이 혼자 홀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참 흥미롭다는 생각에 중국계로 보이는 그 청년의 동선을 유심히 살피니 재밌는게 보인다.
일단 맥주는 양손에 1000CC 짜리 호프잔을 12개씩 한번에 들고 다닌다.
우리 테이블에 왔을 때 "너.. 팔 힘 무지 쎄겠다." 고 하니, 웃으며 여기서 일하면서 강해졌단다.
그럼, 혼자서 주문은 어떻게 받을까??
여기서는 누구도 웨이터를 소리내어 부르지 않는다.
웨이터의 동선에 눈을 맞추고 있다가 웨이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가볍게 손을 들면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봤으니 떠들지말고 기다리라는거다.
그러니 기다리지 못하고 웨이터를 소리내어 부르면 촌놈이나 무식한 놈이나 성격파탄자가 된다.
또 하나 호기심이 솟는다.
쟤는 이 많은 테이블에서 주문한 안주를 일일히 다 기억을 할까??? 헷갈리지 않을까???
계속 지켜보니, 정말 수많은 안주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데, 헷갈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당연하지.. 저도 사람인데. 근데 헷갈릴 때의 태도가 우리와 다르다.
당연히 테이블에 가서, 혹시 모듬소세지를 주문했느냐? 혹은 무엇을 시켰느냐? 하고
확인을 할텐데, 이 친구는 중앙의 테이블에 안주를 쌓아놓고 손님을 둘러보며 서 있다.
그러다 손님이 손짓을 해서 우리가 무엇을 주문했다고 얘기하면,
그때 웃으며 "아~~ 그러냐.. 쏘세지가 니네꺼냐?" 며 가져다 준다.
우리 같으면 빨리 갖고오라고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날텐데, 참 대단한 인내심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효율]에 대해 생각케 된다.
100명 규모의 호프집이라면 당연히 직원이 세명 정도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할텐데,
혼자서 모든걸 처리하니 코스트가 얼마나 낮은가.
이런게 가능한건 결국 오랜기간에 걸쳐 형성된 문화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기다리는게 당연하고 자기의 요구를 급하게 주장하지않는 습성은 단기간에 걸친 계몽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호프브로이하우스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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