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여당의 압승과 보수야당의 역대급 몰락은 사실 승자의 기쁨을 만끽하고 패자의 비통함을 통감하기에 앞서 양당 모두 서슬퍼런 단호한 응징에 두려움과 전율을 느껴야 한다.

여당이 압승에 도취되어 논공행상과 자리 싸움에 연연하는 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야당이 처절한 반성을 통해 공감받는 합리적 보수로 일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 민심은 어디로 향해 어떤 참혹함을 보여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0석을 거머쥔 여당에겐 개헌을 제외하고는 못 할 게 없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다.
이제 [안]하는 일은 있어도 [못]하는 일은 없게 됐다.
핑계를 댈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정을 남 탓으로 떠넘길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들이 내세웠던, 자신들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거대 여당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안하고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렇게 21대 국회 전반기를 지켜본 판단이 2년 후 대선 평가의 기본 잣대가 된다.

압승에 도취되어 우물쭈물 장내 정리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내세웠던 개혁입법과 쌓여있는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통해
힘을 주니 뭔가를 해낸다는 가시적 만족감을 줘야 하는데,
추진력과 신중함의 병행이 참 어렵다.
경우에 따라 오만한 독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때로는 무능하고 나태한 공룡이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만큼 앞으로는 하나하나의 의사결정에 치밀함과 겸손함이 더해져야 하며, 공감대 형성을 위한 폭넓은 의사소통에 더 절실해야 한다.

거대 여당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 정권 연장이 가능하고 새로운 정권역시 힘있는 국회에 편승하여 안정적인 국정 운영으로 차기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선순환이 이어지지만,
믿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차기 정권이 바뀔 수 있고, 입장이 바뀐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이 형성되면 차기 총선에선 지금 야당의 모습으로 반전되는 게 순간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코로나 방역효과가 후광으로 작용했고, 탄핵이후에도 자율정화 기능이 상실된 통합당의 자멸이지, 절대 민주당이 잘해서 얻은 의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온화하고 배려심도 많지만,
대한민국 유권자는 지혜롭고 게다가 비정함이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다.
4년 전 지지했던 녹색 돌풍에게 철저하게 안면몰수한 대한민국 유권자다.
지금부터 2년이 민주당의 향후 10년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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