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에 해당되는 글 183건

  1. 2022.09.10 [도.을.은.만.]
  2. 2022.02.02 설.. 미사.. 그리고, 아버지
  3. 2021.05.15 역지사지가 맞는 걸까?
  4. 2021.03.29 삶의 마지막 순간에 주는 선물
  5. 2021.02.20 절실하면 방법은 있다
  6. 2021.02.12 지킬과 하이드,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7. 2020.12.16 에스키모人의 스트레스 측정
  8. 2020.05.30 교가에 담긴 江山
  9. 2020.05.09 부모 자식 역할이 참 힘들다
  10. 2020.04.17 두려움과 전율을 느껴야 한다
  11. 2020.03.19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12. 2019.03.02 자동차 새 번호판 발급, 이렇게 하면 어떨까..
  13. 2019.01.07 오래 살려면 먹어야 할 거
  14. 2017.12.03 국회의원 세비 차등지급제 도입하자
  15. 2017.07.09 아직도 '시집가는' 시대?
  16. 2017.05.28 공직의 가치는 무엇일까
  17. 2017.04.07 '초심을 유지하면 대의를 이룰 수 없다'는 서글픈 定義
  18. 2017.03.20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이 기회다
  19. 2017.03.01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 박영수 특검
  20. 2017.02.26 염불보다 잿밥..
  21. 2017.01.22 도깨비같은 드라마 [도깨비]
  22. 2016.12.13 情이 있는 리더가 그립다
  23. 2016.10.14 갤럭시노트7 有感
  24. 2016.09.05 손실인 듯 손실없을 삼성의 통 큰 결정
  25. 2016.03.23 누군가에게 낭비가 되지 않는 글이길
  26. 2016.03.19 참 다행이다
  27. 2016.03.16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본 이세돌의 가치
  28. 2015.10.12 지금이 최상이다
  29. 2015.10.02 비워야 취할 수 있다
  30. 2015.04.17 있어도, 없어도, 이래저래 괴로운 의리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글의 오묘함에 대한 반증 표현이다.
해석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문서를 작성할 때 토씨 하나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실제 한글의 조사는 의미 전체의 반전을 가져올만큼 실로 변화무쌍하다.

대표적인 조사가 [도.을(를).은.만.]

일도 잘 한다.
일을 잘 한다.
일은 잘 한다.
일만 잘 한다.

공통적인 건 [일 잘한다]지만, [일] 다음에 붙는 조사에 따라 개인의 품성에 대한 늬앙스는 확연히 달라진다.

[일도 잘 한다]는 절대적 긍정이다.
모든 게 좋은데, 일까지 잘 하는 나무랄데 없는 품성이다.
꼭 써라~ 강추.

[일을 잘 한다]는 중립적 긍정이다.
특별히 알지 못하지만, 일에 대해서는 믿고 맡길만 하다.
써볼만 하다.

[일은 잘 한다]는 다소 보수적 긍정이다.
믿을만 한지는 모르지만, 능력은 있다.
필요하면 한번 써보던가..

[일만 잘 한다]는 회의적 긍정이다.
능력은 있지만, 그리 추천하고 싶진 않다.
잘 생각하고 써~

나에 대한 평가에는 어떤 조사가 붙을지를 늘 생각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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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추석, 그리고, 연미사를 드릴 때만 성당을 찾는 냉담자. (무늬만 신도라는 표현도 스스로 민망하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첫 설.
설 미사를 드리러 성당을 찾았다.
해마다 참석했던 설 미사지만 느낌이 달랐다.

수십 년을 아버지와 함께 올렸던 의식이 이제 그 분을 추모하는 의식이라는 생각에 문득문득 감정이 출렁이며 순간순간 눈가가 찡해진다.
미사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

아버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亡者에 대한 잔영이나 감정에 빠져있기보다, 전보다 뵙기 어려울 뿐 여전히 함께 하신다는 생각이 생활리듬을 유지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혼자 한 미사에서 비어있던 공간이 느껴졌다.

평소엔 무심하다가도 여행 때면 꼭 그 지역의 성당을 찾게 되는 어설픈 신도 흉내.
쿨한 척 했지만 은연중에 드러난 아버지에 대한 연민.

믿음과 아버지에 대한 잠재의식을 생각케 한 설 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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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운전 스티커를 달고 서툴게 움직이는 앞차를 보고 답답하다며 짜증을 낸다
A : 초보운전이라잖아. 너 처음 면허 땄을 때 생각해봐~
B : 무슨 소리야.. 난 면허 따고 바로 고속도로 탔네..
A : 길을 몰라 그럴지도 모르지..
B : 네비 뒀다 뭐하냐고..
A : 사람마다 능력이 다를 수 있어.
B : 그러니까 능력이 안 되면 나오질 말던가.. 이건 민폐라고..

# 성경과 찬송가 책을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로워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미사 앱을 열고 기도문도 따라 읽고 찬송가도 부르며 열심히 미사에 참여하는 도중 노신부님의 일갈이 들린다.
"주님을 모시는 시간에 핸드폰을 보는 건 주님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易之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라는 의미이지만,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려 해도 결국 생각의 근원은 내 뇌이고, 내 뇌는 내 경험과 논리에 근거하여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처지가 다를수록,
상대 입장에서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더 답답해진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래서 알 수가 없는 처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자식 키우는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육아에 대한 가치관이 다를 경우,
이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넌 도대체 누굴 닮아 이러니?"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내 자식마저 이해하지 못 하는데..

환경과 능력이 비슷해도 통용되지 않는 게 역지사지다.
그러니, 역지사지라는 말을 빌어 경험해보지 못한 상대 입장에서 이해하려 애쓰기 보다, 차라리 자신이 난감했던 비슷한 경험을 되살려 보는 게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더 실효적일 수 있다.

삼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상대를 이해 못 하는 걸 답답해 하기보다, '아.. 이 사람은 저 사람을 이해하지 못 하는구나..' 하며, 상대 처지를 이해 못 하는 사람을 내가 이해하는 게 낫다.

급격히 변화하고 진화하는 문명의 습득 여건이 다른 환경에서 역지사지는 어쩌면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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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요양병원에 계시는 친구 아버님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연명치료거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설을 지낸 며칠 뒤, 마침 강의를 듣는 어학원 아래 층에 있는 건강보험관리공단 지사에 들러 연명치료거부등록을 했다.

등록신청 의사를 밝히고 신분증을 제시하니 연명치료거부에 해당되는 사항에 대한 안내 팜플릿을 건네주는데, 첫 번째가 심폐소생술.
담당직원에게 "응급상황이나 갑작스런 비상상황에서 아예 손 놓고 있는 건 아니죠?" 웃으며 물어보니, "물론입니다. 연명거부는 의사 판단으로 장기간 소모적 치료가 예견될 때 가족과 협의하에 적용됩니다."

아울러, 연령치료거부등록은 언제든 본인 의사에 의해 취소가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아이들에게 연명치료거부등록 신청사실을 알려줬다.
"그러니 의사가 더 이상 치료가 회복에 의미없다는 판단을 주면, '어찌해야 하나..' 서로 눈치보지 말고 쿨하게 정리를 하면 된다.
의미없는 시간낭비 돈낭비로 마음고생 하지 말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간 찾아올 수도 있는 아빠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주는 선물이야."

아들은 "뭘 그런 얘기를 벌써 하느냐" 하지만, 사람 일은 예견할 수가 없으니, 결정할 수 있는 건 미리미리 해두는 게 좋지 않은가.
주변인들에게 얘기를 하니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며칠 전 연명치료등록거부 증서가 왔다.

등록거부라는 어감 때문인지 공식명칭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 이제 의료전산망을 통해 내 意思가 의료기관과 공유되겠지.

동봉된 설명서를 보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
- [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 2월에 도입됐다는 것
- 세계에 유래가 없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제도라는 것
-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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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모이는 대학동창들의 모임이 코로나로 인해 열 달 가까이 중지됐다.
최근까지 대학에서 강의를하던 친구의 제안으로 zoom을 이용한 모인 온라인 모임.

금요일 오후 9시부터 두 시간여 함께 한 온라인 모임은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각자 선호하는 술 한잔씩 마시며 함께 한 온라인 모임의 장점은,
- 자기 선호하는 술을 마시며
- 선호하는 안주를 택하는데다
- 그럼으로써 자연스레 더치페이가 되고
- 오버 드링킹을 하더라도 귀가 걱정이 없다는 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온라인 정모가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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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는 사람은 재밌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

팀 내 동료를 저격하는 이 문구를 올린 스타 배구선수는
이 글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던 자신이 과거 누군가에 대한 가해자로 직격당할 줄 상상도 못 했겠지.

미투와 학교폭력 등 유명인들에 대한 과거 피해자들의 폭로가 나올 때마다 여론이 들썩인다.
소셜미디어의 사회적 기능과 문제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사회 속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개인의 행적이 드러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게 현실이라면 이제 개인과 부모들이 선택을 해야 한다.

논란이 될만한 행동을 하지 말던가,
그렇지 못했다면 대중 앞에 나서길 포기하던가.

부모들 역시 성장과정의 무분별한 행동이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시켜야 할 명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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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人은
우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하염없이 걷는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음이 추스러지면
그 지점에 막대기를 꽂고 돌아온단다.

그리고, 또 우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동일한 방향으로 또 걷는단다.

이 이야기의 의미는 뭘까...

걷다가 전에 꽂은 막대기를 보기 전에 마음이 가라앉았으면, '전보다 살만 한데 내가 괜한 투정을 부리는구나." 생각하고,

진정이 안돼 계속 걷다 전에 자신이 꽂아놓았던 막대기를 지나치게 되면, '전에 내가 별 것도 아닌 일에 낙담을 했구나.' 하며 과거 자신의 무기력함을 자책하는..

어떤 경우에든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에스키모人의 스트레스 지수 측정법이 언뜻 단순무식한 듯하지만,
곱씹어 볼수록 굉장히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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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둘레길을 돌며
A : "대한민국 학교 교가에 산 하나씩은 다 들어가있는 거 같애..
무슨 산 정기.. 운운하면서.."
B : "우리 학교 교가에 장백산이 있는데.."
A : "학교가 길림성에 있는 것도 아닌데, 장백산이 거기서 왜 나와.."
B : "그러니까.. 왜 장백산인지 모르겠네.. 큰 정기를 받으라는 건지.."
A : "우리 학교 교가에는 삼각산이 있는데, 그 삼각산의 정체가 아직도 헷갈려."

이때..
C & D : (동시에 이구동성으로) "어~ 우리 학교 교가에도 삼각산이 있는데.."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척화파의 수장인 김상헌은
후에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가며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 라고
조국의 고향산천을 등지는 애잔한 마음을 읊었다.

산이 아니면 강이라도 들어가는 대한민국 교가.
내 모교 교가에는 두 개가 다 들어있다.
"삼각산 높은 봉은 기상이 씩씩하고
한강수 맑은 물은 마음도 깨끗하다
옛 성밖 묏 뿌리에 우뚝 선 ...♪♬"
모교에서 한강은 제법 거리가 있음에도
배산임수의 지세를 교가에라도 담아 인재를 양성하고 싶었을까..

자연의 드넓고 맑은 정신을 배우라는 의미였는지,
창의성 부족이었는지, 어쨌든,
한 사람이 모든 교가 작사를 한 것도 아니었을텐데도,
많은 교가 가사에 산과 강이 인용되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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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사는 딸이 어버이날이라고 꽃바구니를 보내왔다.
인터넷 세상이 좋긴 좋다. 세계 어디서나 맘만 먹으면 어디로든 뭐든지 보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식들이 챙겨야 할 날들이 참 많다.
먼저 아버지 어머니 생일에 어버이날,
그냥 지나가기 찜찜한 설과 추석,
게다가 특정 종교의 경우 성탄절까지.
양가 부모가 모두 계시면 1년에 횟수로 무려 12번이다.
평균 매월 한 번인데, 몰릴 경우 월 세 번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때마다 선물을 사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품목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여 취향 맞추기도 힘들다보니,
셀프 쇼핑을 하고 영수증을 자식에게 건넨다는 얘기도 듣지만 어색한 건 사실이다.
양가 선물의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신경쓰이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현금을 건네기도 하는데, 맞벌이 부부 급여를 모두 모아도 자신들만의 노력으로 집 하나 장만하기 쉽지 않은 요즘 실상을 감안하면, 때마다 용돈으로 건네는 비용도 부담스럽다.

물론, 역으로 부모들 역시 때마다 자식들에게 현금으로 선물을 한다면 오고 가는 비용이 비슷하거나 부모 형편에 따라 더 수익(?)이 높을수도 있지만, 결국 같은 돈이 오고가는 걸 왜 해야 하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
오고 가는 정이라고 하기에는 허례허식이라는 생각도 가끔은 든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며 때마다 부모님 선물을 고르는 게 참 힘들었다는 기억이 있기에, 우리 부부는 때가 다가오면 먼저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고 식사나 함께 하자고 아이들에게 선제적 지침을 내린다.
굳이 자식들에게 받아야 할만큼 꼭 뭐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바쁜 아이들 시간 쫒기며 신경쓰게 하고싶지 않기 때문이지만, 누군가는 너무 그러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런게 습관이 되면 어느 순간 부모에 대한 고마움이 무감각해진다는 건데, 그 말도 일견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본인들 가계 꾸리기도 빡빡한 상황에 돈 쓰는 것이 안쓰러운 게 일반 부모들의 공통적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결국 부모가 마음을 비우고 은근한 기대감을 내려놓는 게 답이 아닐까. 설사 자식들이 무감각해지더라도 서운함 또한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그렇더라도 그런 노력을 하는 게 어른스러움이 아닐까.
나이만 든 어른보다 생각이 든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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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여당의 압승과 보수야당의 역대급 몰락은 사실 승자의 기쁨을 만끽하고 패자의 비통함을 통감하기에 앞서 양당 모두 서슬퍼런 단호한 응징에 두려움과 전율을 느껴야 한다.

여당이 압승에 도취되어 논공행상과 자리 싸움에 연연하는 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야당이 처절한 반성을 통해 공감받는 합리적 보수로 일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 민심은 어디로 향해 어떤 참혹함을 보여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0석을 거머쥔 여당에겐 개헌을 제외하고는 못 할 게 없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다.
이제 [안]하는 일은 있어도 [못]하는 일은 없게 됐다.
핑계를 댈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정을 남 탓으로 떠넘길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들이 내세웠던, 자신들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거대 여당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안하고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렇게 21대 국회 전반기를 지켜본 판단이 2년 후 대선 평가의 기본 잣대가 된다.

압승에 도취되어 우물쭈물 장내 정리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내세웠던 개혁입법과 쌓여있는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통해
힘을 주니 뭔가를 해낸다는 가시적 만족감을 줘야 하는데,
추진력과 신중함의 병행이 참 어렵다.
경우에 따라 오만한 독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때로는 무능하고 나태한 공룡이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만큼 앞으로는 하나하나의 의사결정에 치밀함과 겸손함이 더해져야 하며, 공감대 형성을 위한 폭넓은 의사소통에 더 절실해야 한다.

거대 여당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 정권 연장이 가능하고 새로운 정권역시 힘있는 국회에 편승하여 안정적인 국정 운영으로 차기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선순환이 이어지지만,
믿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차기 정권이 바뀔 수 있고, 입장이 바뀐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이 형성되면 차기 총선에선 지금 야당의 모습으로 반전되는 게 순간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코로나 방역효과가 후광으로 작용했고, 탄핵이후에도 자율정화 기능이 상실된 통합당의 자멸이지, 절대 민주당이 잘해서 얻은 의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온화하고 배려심도 많지만,
대한민국 유권자는 지혜롭고 게다가 비정함이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다.
4년 전 지지했던 녹색 돌풍에게 철저하게 안면몰수한 대한민국 유권자다.
지금부터 2년이 민주당의 향후 10년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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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려울 때 남에게 혹은 스스로 대개 이런 격려를 한다

"이 순간을 이겨내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거야. 그러니 희망을 잃지 말자."

하지만, 난 늘 반대로 생각한다.

'앞으로 이보다 더 극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이 정도에 좌절하면 그때는 어떡하겠나. 이 정도는 이겨내야지'

 

곧 좋아질 거라는 긍정의 힘은 잠시 위안이 될 수는 있지만, 믿음대로 되지 않을 경우 더 큰 좌절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상황을 지탱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벌 수 있고,

실제 더 나쁜 상황이 오더라도 막연한 희망을 가질 때보다 절망감이 덜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강의를 자주 나갈 때 들려줬던,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이 요즘 새삼 떠오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모든 주가지수를 10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모두가 패닉에 빠져드는 시점이다.

새옹지마.
전화위복.
위기가 기회다.
이 또한 지나가리다...

이런 시기에 씀직한 여러 문구가 있지만, 결국은 본인의 판단이다.


전문가들마다 분석이 다르고 예상이 엇나가는 시점.

누구의 답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는 멘탈을 잡고 인내하며 자신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

 

미래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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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9월부터 앞 숫자 세 자리 자동차 번호판이 발급된단다.

앞 숫자 세 자리 외에 위변조 방지를 위한 홀로그램 태극문양과 KOR 문구가 들어간다고.

앞 자리 숫자가 세 자릿수가 되면 약 2억 개의 번호 생성이 가능하여 통일시대에도 대비가 된다는데, 그보다 특수차량 번호 전문화가 가능할 거 같다.

이를테면, 경찰차량은 모두 앞 번호를 112로, 소방차량은 119로.


한 가지 아쉬운 건,

기존 차량에 대해서는 차주 의사에 따라 기존 번호판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는데, 일괄 교체는 어떨까 싶다.

일정기간 이내 번호판 일괄교체를 의무화 하여 대포차량을 적발하고, 세금체납차량의 세금 납부를 유도하는 등,

차제에 비정상 차량 일제 점검기간으로 활용하면 차량을 이용한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존 번호판 부착 차량은 뭔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니 문제가 있는 차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해결을 하려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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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한의원 원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원장님~ 오래 살려면 뭘 많이 먹어야 할까요?"

평소와 다른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라 여겼는지 답변을 유보한 채 오히려 내 표정을 살핀다.

"나이 아닌가요? 나이를 많이 먹어야 오래 살잖아요."

싱겁다는 듯 살짝 엷은 미소가 번진다.

"나이를 많이 먹을수록 오래 사는 건데,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어 하면서 정작 나이 먹는 건 싫어하니 이게 모순이죠."

그제서야 활짝 웃으며 "모순이죠~" 맞장구를 친다.


중요한 건,

보약도 복용법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 듯, 나이도 잘 먹어야 한다는 거.


매일같이 받는 세월의 밥상에서 편식을 하지 말자.

짜증난다고 배려를 안 먹으면 갑질을 하게 되고,

답답하다고 인내를 안 먹으면 우발적이 되고,

귀찮다고 운동을 안 먹으면 신체장애가 오며,

상한 재료에 몸이 상하듯 상한 인간관계가 삶을 상하게 한다.

생각없이 먹는 나이는 삶의 영양을 퇴화시킨다.

천천히 생각을 곱씹으며 영양분 있는 나이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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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세비 인상이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매년 국회 예산 심의 때마다 슬그머니 올리려다 여론에 들키면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어물쩡 뭉개며 없던 일로 하는 게 이제 연례행사가 된 듯하다.

언론에 보도된 세비 인상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변명을 보면, 그 파렴치와 뻔뻔함에 실소를 금치 못 한다.

변명에 앞장 선 각 정당 의원들의 언어도단에 하나씩만 묻고 싶다.


◈ 국회 운영위 예결소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소위원장인 저마저도 취재가 있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 예결소위원장 스스로 부실 심의를 인정한 것으로, 이런 직무유기를 하는 자들에게 세비를 올려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 국회 운영위원장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세비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에 연동해 예산처에서 정부안으로 오기 때문에, 소위에서 이론이 없어 고치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적용된 것"

→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쉴드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그리도 쌍심지를 돋구며 딴지를 거는 건

    스스로가 국민의 대표이길 부인하는 건 아닌지.


"6년간 세비가 동결됐다는데, 우리가 차관보다도 적게 받는 것으로 돼 있다. 내년에 2.6%를 올려도 차관보다 적게 받는 것으로 보고받았다"

→ 국회의원이 차관보다 많이 받아야 한다는 우월적 근거는 또 무엇인지.

    지위에 대한 이런 잠재적 오만함이 있으니 최저임금에 대해서 그리 각박한 게 아닌가.


◈ 국민의당김동철 원내대표


"국회의원 세비를 안 올려야 하느냐? 일을 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국민적 불신이 있으니 세비를 올리지 말자고 하면 일하지 말고 욕도 얻어먹지 말자고 하는 것이냐?"

→ 세비를 올리지 않으면 일 하지 않겠다는 속물근성의 결정판.

    임금협상이 안 되면 파업을 무기로 삼는 노조와 다를 게 없음을 커밍아웃한 셈.



차제에 제안 하나 하고 싶다.


직장인들은 매년, 혹은 매분기 인사평가를 받고 평가결과에 따라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고 연봉 재계약을 한다.

(교수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학 교수들 역시 연구실적에 따라 재임용 평가를 받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 국회의원들도 매년 입법 실적 등 의정활동을 평가한 세비 차등 지급제 도입을 국민청원하고 싶다.

그런 평가를 통해 정말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에게 활동을 뒷받침할 세비를 지급하는 것을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반면에 부실한 의원들의 세비는 가차없이 삭감하고.


비정규직을 위한 입법에는 인색한 자들이, 국회의원 보좌관은 인턴의 정규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셀프담합으로

7명에서 1명 더 늘린 것도 뻔뻔한 일인데, 본인들의 세비까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올리는 파렴치한들.


그들의 구차하다 못해 치졸한 변명은 이렇다.

"지역구 관리를 하다보면 세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성능 좋은 확성기로 권하고 싶다.

"그럼 국회의원 하지마라~ 하고 싶은 사람 줄을 섰으니..  나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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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끝 마무리,

신랑 신부의 양가 부모에 대한 인사.


먼저 신부 부모에게 인사를 시키는 주례의 한마디.

"그동안 잘 키워주신 두 분께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이어 신랑 부모에게 인사를 시키는 주례의 한마디는 이랬다.

"신랑을 잘 보살피며 두 분을 잘 모시겠다는..."


이건 아닌 거 같은데..

결혼이 소유권 이전이 아니지 않은가.

그 주례는 마케팅에 대한 저서까지 있다고 한다.

마케팅의 본질은 가치와 만족의 공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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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 의원에 도지사까지 역임한 60대 중반의 정치인에게도 국무총리라는 직위는 달콤한가 보다.

UN이라는 국제무대에서 당당하게 활동한 60 초반의 캐리어우먼에게도 일국의 외교부장관은 외면하기 힘든 자리였나 보다.


30대 초중반의 미국 국적자가 미국 국적을 포기한다는 건 삶의 지평을 바꿀만한 중차대한 결정이다.

직장인이라면 당장 미국에서 나와 미국 비자를 취득후 다시 들어가 취업을 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그리 간단치 않을 거라 생각된다.


총리든 장관이든 수명은 기껏해야 정권하에서의 3~5년이다.

남들에 비해 누리는 삶을 살아온 인생에 육십이 넘어 덤으로 얹어지는 고위 공직이라는 명예가,

평생을 함께 한 배우자의 비리에 대한 비난이나,

자신보다 긴 시간이 남은 자녀의 인생과 맞바꿀만큼 가치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국무총리가 되기 위해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가 인생 후반기에 갑자기 부도덕한 사람으로 세인의 지탄을 받아야 한다면,

장관이 되기 위해 앞길이 창창한 딸이 예기치 않게 삶의 일부분을 접어야 한다면,

나라면 그 길을 외면할 거 같다.


싦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보다 가치있는 건

함께 해온 동반자에 대한 존중과, 사랑하는 자녀의 미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추구하는 삶의 형태나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이 타인의 삶을 훼손한다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삶의 가치는 서로에 대한 동등한 존중을 바탕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타인의 희생으로 인정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밝음보다 가족에 대한 앞선 존중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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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이라는 명분으로 유력 대권 주자 두 사람의 상호 공세가 점입가경이다.

아들의 취업 의혹 제기에 배우자의 교수 임용 의혹을 언급하고,

청와대 수석 시절 당시 대통령 사돈의 음주운전 무마 의혹에 조폭 연루설로 맞불을 놓더니,

급기야는, 아라비아 숫자를 영어로 읽느냐 우리말로 읽느냐와 연설시 음색의 변화까지 꼬투리를 잡는다.


이런 가운데 한 대권 주자는 보궐선거로 인한 국민 혈세 낭비를 막겠다는 속 보이는 명분을 앞세워 도민의 참정권을 유린하고 있고,

지지율이 저 아래에 자리매김한 두 후보는 어떤 말을 하든 유권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


당내 경선 전 예상을 뒤엎고 모든 후보 지지율 2위의 가파른 상승세로 제 1당 후보 선출의 이변을 기대했던 한 후보는

"모든 대통령이 집권 초기엔 좋은 생각을 가졌으나 주변 환경으로 인해 변질됐을 것"이라는 정치적 성선설로

모든 경쟁자들의 호된 질타와 함께 지지세가 급락하며 결국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들었다.


앞으로 한달간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얼마나 많은 흙탕물이 튈지 알 수 없다.

몇 년 전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유력 주자들은 어느덧 政治人에서 政略家로 변모하고 있다.

"자기 목소리 하나 못 바꾸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를 변화시키겠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한 유력 후보는 말했다.

목소리와 국가경영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환경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변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안타까운 건, 시의적절한 필수불가결의 [변화]와, 위정자가 되고 싶었던 [初心]의 관계 설정이다.


정치지망생들이 선거를 지켜보며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초심을 유지하면 대의를 이룰 수 없다'는 서글픈 定義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보다 나은 정치인이 아닌 보다 폐해가 덜 할 정략가를 뽑기에 급급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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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네이버 이미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본관과 비서동으로 구분되어 있는 청와대 내부 업무공간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늘 제기됐다.

때문에 그 폐해를 인정하는 대권주자들의 대통령 집무공간 개선에 대한 공약도 심심찮게 제시된다.


현재 청와대는 헌정사상 최초로 입주자가 없다.

동시에 확정된 입주자도 없다.

새 입주자가 들어오려면 아직 50일이 남아 있다.


이럴 때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청와대 본관을 리뉴얼하면 어떨까.

기간이 짧다는 건 인정하지만, 50일이면 리뉴얼에 그리 짧은 기간도 아니다.

좀더 기간이 필요하다면 새로 들어갈 입주인이 입주 초기의 불편함을 다소 감내하면 된다.

현재 대권후보들에게 양해 여부를 묻는다면 누군들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 있을까.


대통령과 보좌진의 집무공간 개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 대권주자가 당선되더라도,

취임 후 실행에 옮기려면 그때부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동안 집무 효율성은 더 혼잡스러워진다.


지금은 대통령도 없고, 대통령을 보좌할 인력도 당장은 필요없다.

관리에 필요한 인원만 유지하면 된다.

어차피 필요한 일이라면 공사기간으로 인한 의사소통 혼잡성을 적어도 50일은 줄일 수 있다.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이 다시 없을 기회다.

이럴 때 한번 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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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의 아쉬움 속에 박영수 특검이 종료됐다.

법률에 대해 문외한이라 특별검사 제도가 언제부터 실행됐는지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 건국 이래 박영수 특검만큼 국민의 절대적 관심과 기대와 지지를 받은 특검은 없었다.

역대 특별검사에겐 서운한 소리겠지만, 특검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 시선은 대체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제도 자체가 그렇다. 특별검사제라는 게 검찰의 수사를 못 믿어 도입되는 것이고,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검찰 수사의 한계를 공인하는 것이고,

검찰 수사의 한계는 결국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특별검사는 與野가 한 명씩 추천한 후보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권이 내켜하지 않은 수사의 책임자를 대통령은 누구로 정하겠는가.

여당이 눈치껏 내세운 후보를 지명하는 건 탓할 수 없는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영수 특검의 태동(胎動)은 묘했다.

대통령 비선의 국정농단이라는 건국이래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거세게 끓어오르는 국민감정에 놀라

여당이 특별검사 후보 추천을 야당에게 모두 일임한 것이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국민 정서에 여당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청와대로서는 야당이 추천한 두 특별검사 후보자에 대해 누가 더 아군 성향인지 면밀한 검토를 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박영수 특검 지명은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선택이다.



박영수 특검은 황교안 총리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근무 緣이 있었다.

한정된 인원의 검찰 조직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 보면 이런저런 인연이 없을 수 없으니 근무 경력을 문제 삼는 건 과민할 수 있지만,

그가 황교안 총리 인준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여 황교안 총리에 대한 우호적 증언으로 인해 테러까지 당했던 전력을 보면

그는 분명 청와대로서는 그나마 한줄기 빛이었을 거다.

때문에 그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당에 대해 석연치 않은 시선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어찌 됐든 대통령은 나름 조금이라도 득이 되는 선택 기준으로 박영수 특검을 선택했고,

박영수 특검이 추천한 여덟 명의 특검보 중에서도 그중 만만하다고(?) 판단한 하위 네 명을 특검보로 지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반전이다.

박영수 특검은 "오직 법대로 원칙대로 앞만 보고 가겠다."는 지명 一聲대로 우직하게 국면을 장악해 나갔다.

빅근혜 정권 초기 가장 눈엣가시였던 윤석렬 검사를 영입하는 등, 일반의 기대를 뛰어넘는 광폭 광속 행보로 언론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특검이 임명과 동시에 임명권자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것을 보면, 아무리 간절히 바래도 온 우주의 기운이 머든 걸 돕지 못하는 게 세상사인 모양이다.


박영수 특검은 정의 실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법 수호 의지만 있으면 무소불위 권력의 청산 등 법질서를 지켜내며 정의를 살릴 수도 있을 거 같다는 희망과 동시에,

법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따라 법이 오히려 정의 실현을 가로막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는 좌절까지.

그런 의미에서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영선 행정관의 구속영장 기각 등이 남긴 교훈은 의미가 크다.



준비기간 20일을 포함한 특검 90일은 우리 국민이 가장 장탄식을 내뱉으면서도 역설적으로 희망이 느껴졌던 가장 행복한 기간이었다.

그러기에 그 해피엔딩을 가로막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판단이 한스럽게 와 닿는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네 분의 특검보, 그리고 105명의 수사인력 모든 분들의 노고에 무한한 경의와 고마움을 전합니다.

70일간 당신들이 쏟아낸 열정은 대한민국이 더욱 건강해지는 초석이 되리라 믿습니다. 


깔끔한 외모와 함께 정확한 워딩과 강한 톤으로 매일 특검 수사상황을 브리핑한 이규철 특검보의 마지막 멘트에 아쉬움이 많이 묻어나

받아들이는 마음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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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계속되는 숱한 질문에 동문서답만 계속하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현장 방문 발언을 보면 대선 출마 후보 공약에 버금간다.

특검 연장에 대해서는 앵무새 답변만 계속하고, AI 대책에도 무심한 듯한 황교안 권한대행이 급기야 권한대행 기념시계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집중해야 할 건 하지 않으면서, 하지 않아도 될 거에 집중하는 모습.


그간 숱한 과잉 의전으로 구설에 올랐던 총리다.

정상적인 지각 능력이 있다면 진즉 아랫사람 단속에 신경을 썼어야 함에도 또다시 이런 논란이 이는 걸 보면,

그간의 과잉 의전이 단순히 아랫사람들의 과잉 충성만으로 나타나는 현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사의 심기만 생각하는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

그런 아랫것들의 행태를 즐기듯 방조하는 사람에게 권력은 어떤 의미일까.


[수신 제가]의 家가 꼭 가정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원이 야기하는 구설도 단속 못 하면서 어찌 治國을 노리고, 平天下를 이룰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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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도깨비] 종영.

TV로 보기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였던 드라마.


김고은의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저해시킨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게 작가가 의도한 지은탁의 캐릭터였을지도 모르니 그 부분은 패스하고,

공유와 이동욱의 버디 케미가 좋았고,


귀여운 재벌 3세와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천지신명의 무게감있는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준 육성재의 재발견도 수확.
유인나의 중독성 강한 말투도 인상적이었고, 공유가 이따금씩 내뱉는 고려시대 어투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이 말투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지 않을까..

삼신할매와 천지신명 등의 다채로운 등장도 흥미로웠고,
사람이 생을 마치면서 저승사자에 의해 망각의 차를 마시고 사후세계로 인도 되는 과정 등,
[태양의 후예]로 빅 히트를 친 김은숙 작가의 신선하고 재밌는 창의적 사고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마지막 2회분은 많은 사람들을 울렸을 듯한데, 30년 후를 보여준 해피엔딩 마무리에 두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여전히 귀여우면서도 재치있는 중년 CEO로 성장했을 덕화(육성재)의 모습을 보지 못 한 아쉬움과 함께,
이동욱 유인나 김고은의 환생 과정에 대한 삼신할매와 천지신명의 힌트가 살짝 곁들여졌다면 드라마 도깨비답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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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상 매 끼니를 챙겨주던 사람이 마지막 점심을 챙겨준 후 이직한다면
사람들은 대개 어떤 행동을 취할까?

아마 마지막 점심을 같이 하진 못 하더라도,
식사 후 불러 그간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며
앞날에 대한 덕담을 건네는 게 일반적이지 않겠나.
여유가 되어 좀더 정을 표한다면 격려의 의미로 작은 선물이나 금일봉을 전할 수도 있겠다.

세월호 유가족이 대통령 면담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을 때,
언제든 찾아 오라 했던 자신의 말을 잊은 채 외면한, 이미 알려진 일은 바쁜 국정 탓이라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 하더라도,
최근 밝혀진,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출근을 안 한 채 집에서 머리 단장을 했다 하여 온 국민의 공분을 산 대통령.

그 대통령의 모든 식사를 관장했던 前 청와대 수석 조리장의 공개 인터뷰 내용이 또 한번 파장을 일으켰다.

일요일 밤 채널A를 통해 공개된 내용 중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내용은,
최순실의 대통령 관저내 행동 등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마지막 점심을 올리고 3년 4개월을 모신 대통령에게 이임 인사를 드리기 위해 기다리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청와대 근무경력을 활용해 잘 되길 바란다."는 비서관의 전언뿐이었다.

그럴 수 있다.
대통령의 일정은 일반인이 상상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하지만, 대통령이 머리 손질이 안 되어 있고 화장을 안 한 민낯이라 만나길 거부 당했다면..

아이들이 수장 당하는 순간에도 미용사를 불렀다는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감정이란 게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지금 탄핵의 대상이 된 대통령은 직무에 대한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인간의 자질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장관이나 참모들의 대면보고가 없었던 이유를
단순히 소통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본인의 직무지식 노출을 우려한 거라 생각했는데,
조리장의 말에서 이제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평생 출근이라는 개념이 없던 사람이니, 요일에 대한 개념도 없이 공식행사가 없으면 늘 집에 있었을테고,
집에 있을 때는 누구를 만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정말 '국가 위기상황 발생시 우리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의사결정 공백상태로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

침대에 누워서도 "인사를 드리려 기다리고 있었는데 메이크업이 안 됐다 하여 만나질 못했다."는 조리장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촛불집회를 보며 공개 인터뷰 결심을 했다는데, 그가 대통령의 따뜻한 격려를 받고 나왔다면 또 어땠을까..

헛헛했을 그의 마음이 짠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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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안전에 결정적 결함이 있는 제품의 생산 중단은 당연한 조치지만,

기능적 측면에서 갤럭시노트7의 단종은 정말 아쉽다.

별도의 다른 앱 설치없이 모든 결제 및 교통카드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와

효율적인 금융업무가 가능한 홍체인식 기능을 비롯하여, 번역과 다양한 캡쳐 기능을 갖춘 S펜 등,

노트7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우월한 기능들이 너무 유용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기 교환을 하려 해도 이런 기능들을 대체할만한 기종이 없을 뿐더러, 일부 기능을 갖춘 기기와 교환을 하더라도,
내년 2월 노트7 실패에 대한 자존심 회복 카드로 내세울 S8이 출시되면 섣부른 기기 교환을 후회할 듯하다.
환불도 마찬가지다. 이미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에 젖어있어 예전 쓰던 폰으로 돌아가면 체감 상실감이 엄청 클 듯.

그렇다면, 만족도 높은 노트7을 계속 사용하면 어떨까.

이 경우 세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
중고 가격이야 내 결정에 대한 대가로 포기한다 치더라도,
- 향후, 부품 등 단종 제품에 대한 A/S가 원활할 지 여부와
- 항공기를 이용할 때의 불편함.
- 그보다 결정적인 사항은, 리콜이나 환불 기한 종료후 발생되는 폭발에 대한 책임 여부다.

엄청난 손실을 부담하며 단종과 리콜을 결정한 삼성이 리콜 기한 이후의 보상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노트7의 악몽에서 벗어나고픈 삼성으로서는 노트7이 시장에서 완벽하게 사라지길 바랄텐데..

유저로서의 소망은,
S8을 원하는 구매자에게는 일단 대체폰 지급 후 내년 초 S8과 교환해주는 방식이다.

삼성이 노트7 구매자의 환불 및 기기 변경시 금전적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금전적 피해는 발생했다. 노트7 사용에 필요한 액정보호필름과 케이스 구매에 소비된 비용은

보상받을 길없는, 온전히 소비자 부담이 아닌가.

그런 마음마저 헤아려 줄 조치까지 바라는 건 무리일까.

삼성이 추락한 브랜드의 신뢰 회복에 대한 환골탈태의 한계를 어느 지점에 둘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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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전량 신제품 교환]


삼성전자의 신속하고 통 큰 결정에 어제까지 우울모드였던 노트7 구매자들이 급 해피모드로 전환됐다.

배터리 폭발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리콜 방식이 배터리 무상교환이 될 거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방수기능에 대한 우려가 인터넷을 달구던 차에, 전량 신제품 교환이라는 소식에

인터넷은 삼성에 대한 긍정적 댓글로 도배되고 있다.

 

출하된 물량 250만 대에 판매가 100만 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매출액 2조 5천억이 사라진 거니,

삼성으로선 (오너가 아니면 내릴 수 없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 보면 삼성으로서도 크게 나쁘진 않을 듯하다.
생각나는대로 짚어보자.

 

신제품 교환이라는 뉴스를 접하고 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좀 우습지만) 사우나에 가지고 들어가는 거였다.

방수기능을 강조한다고 일부러 물에 담글 생각은 없었는데, 어차피 바꿀 거니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근데, 이게 나만의 생각일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을 정도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물 속에 담그고 있을 거다.
그 사람들 입에서 방수를 비롯하여 물 속에서의 감지기능 등 여러 작동상태에 대한 평이 쏟아질텐데,

경우에 따라 이건 엄청난 파급력이 있다.

 

그리고, 애플과는 차원이 다른 리콜 조치로 대비되는 이미지 효과도 있지만,
어찌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리콜로 인한 손실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환수되는 노트7을 리퍼폰으로 재판매하는 방안.
전량 전수조사하여 문제점 보완후 50% 할인하여 공단말기로 판매한다면, 노트7에 호감은 있으면서도

고가의 단말기 비용으로 주저하는 유저와 기존 단말기 약정에 얽매인 유저들에겐 상당히 구미가 당길 수 있다.
6개월 무상수리 보증에 무이자 할부까지 가미된다면 약정없는 반값의 노트7을 아내에게도 당장 사주고 싶다.

이렇게 환수된 물량이 리퍼폰으로 소진된다면 삼성으로서도 원가 보전은 충분히 되리라 본다.
여기에 무상의 기업이미지 홍보 비용까지 감안하면 매출액 2조 5천억은 상쇄될 듯하다.

 

물론 다른 의사결정 난제도 있다.
리퍼폰으로 250만 대를 풀 경우 신규 고객을 그만큼 잠식당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으나,

리퍼폰 고객층과 정품 고객층은 생각만큼 중복되지 않는다.


그리고, 어차피 리콜된 250만 대를 그냥 방치하진 않을테고 어떤 형태로든 활용해야 하니.

갤럭시노트7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고 싶다면 연말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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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어떤 책의 서문에 인용된 카프카의 이 글귀를 읽는 순간,
언젠가 한 번쯤 내가 끄적였던 글들을 모아 작은 단행본을 만들어 보고싶다는 내 바람이

엄청 시건방진 생각이었다는 자괴감을 느끼다가,


'그래.. 어차피 카프카와 나는 레벨이 다르고,
난 내 푸념 끄적인 거 모아 내 발등 찍는 도끼로 쓸던데 뭐..
돈 받고 팔 것도 아니고..'
라는 합리화로 벗어나 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가 쓴 표현을 읽는 시간이
누군가에게 낭비되는 순간이 된다는 건 굉장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줄을 적더라도 보다 신중하게 성의를 집중할 필요를 느낀다.






:

 

가고 싶은 곳을 내 몸 움직여 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보고 싶은 것을 타인의 설명없이 내 눈으로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듣고 싶은 것을 내 귀로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수 많은 사건 사고 현장 그 시각 그 장소에 내가 있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유행은 아니더라도 걸칠 수 있는 옷이 있음에 감사하고

 

면적에 무관하게 내 몸 누일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고

 

상어 지느러미나 푸아그라는 아니더라도
김밥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리고,
나를 만나주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자.

 

 

 

 

:

 

승부를 떠나 이번 대국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사전 정보의 불균형에 대한 불공정 시비에 대해서는 이세돌이 명쾌하게 결론을 냈다.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다소 도움은 됐겠지만 불공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능력의 한계다."
고수의 품격이 느껴지는 깔끔한 정리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다른 불공정 요인을 생각한다.
[체력]의 문제.
대국이 거듭될 수록 이세돌은 지치지만 알파고에게는 지친다는 개념이 없다.
게다가 이세돌의 판단은 갈수록 소모되는 집중력의 결과인 반면,

알파고의 판단은 단지 알고리즘에 의한 시스템이다.

이 차이는 승부처의 판단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네이버에 실린 서울신문 이미지 컷)

 

그럼에도

이세돌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점을 명백히 보여줬다.
패배를 웃으며 받아들일 줄 아는 품격. 아울러,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는 미덕.


구글이 수천 억원의 비용과 수 많은 두뇌들을 투입하여 추구한,

완전체를 테스트 하고픈 인류의 대표로 이세돌을 지목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존재다.

 

(네이버에 실린 한겨레신문의 이미지 컷)

 

이세돌은 알파고에 1승 4패로 패한 게 아니라,
수십 명의 최고 과학 두뇌들이 수천 개의 수퍼컴퓨터와 결합하여 만든

완벽한 과학이론의 허점을 단기필마로 전 세계에 입증시켰다.

 

 

아직은 영화에서나 볼 수있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통제할 상황이 오더라도,
그 인공지능을 제어할 희망이 인간에게 있음을
이세돌이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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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이런 말을 한다.
"언제 이 나이가 된 거야..  다섯 살만 어렸으면 좋겠는데.."

 

내가 말했다.

"난 5년 후에도 내가 이 모습이었으면 좋겠는데.."

 

과거는 절대 되돌릴 수 없지만,
미래는 조금은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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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 사람은

더 이상 다른 걸 쥘 수 없다.

 

스스로 모든 게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 다른 것을 받아 들이질 못 한다.

 

아울러,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겐

누구든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더 좋은 걸 쥐고 싶으면

들고 있는 하나는 놓아야 한다.

 

누군가를 품고 싶으면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비워 놔야 한다.
그래야 그 빈 공간으로 누구든 들어올 수 있다.

 

비움의 미학..


비워 둔다는 건
어수룩한 게 아니라 지혜로운 거다.

 

누군가 내 공간으로 들어온다는 건,
내 공간이 침해 당하는 게 아니라
내게 들어온 그를 감싸는 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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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가 없다는 육성녹음과 함께 메모로 이름까지 남겨진 여덟 명의 인사가

언론의 집중 조명과 함께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의리가 있다고 칭송(?)받은 네 명의 인사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의리.....

예로부터 신뢰를 형성하는 인간관계의 올곧은 품성으로 인식되던 신의의 상징 의리가,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 인간관계의 계륵처럼 되어 버렸다.

 

 

[질문]
누군가로부터 금전적, 아니, 좀더 부드럽게 경제적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후에 그에게서 윤리적 기준이 애매한 도움을 요청받았다면, 당신은..


-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주는 게 인간의 도리다.
- 냉철하게 거부하는 게 사회선이다.

 

 

공자나 칸트에게 물어도 답이 다를 수 있는 이런 골치아프고 난감한 문제가

대학 논술시험이나 신입사원 면접시험에 나올까봐 걱정이다.

 

혼란스런 기성세대들이 던져 준 곤혹스러운 문제로 인해

성장하는 청춘들이 주변 사람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신의를 쌓으며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갈지

궁금하고 우려된다.

 

둥글둥글 살기가 너무 힘든 작금이다.

 

 

 

P.S :

 

술자리 모임의 화제가 자연스레 최근의 이슈인 TPM(Toy Prime Minister : 완구 총리)으로 넘어가며,
자칭 로비가 통하지 않았다는 비의리파로 지칭된 여덟 명과

(로비가 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리파로 인정받은 네 명의 이야기로 불거졌다.

 

내가 질문을 던졌다.


"일반적으로 받아먹고 눈 감아주는 놈과 받아먹고 쌩까는 놈 중에 누가 더 나쁜 놈이야?"

"쌩까는 놈이 더 나쁘지~"

 

이구동성, 만장일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성세대의 정서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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