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가 맞는 걸까?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21. 5. 15. 01:45 |
# 초보운전 스티커를 달고 서툴게 움직이는 앞차를 보고 답답하다며 짜증을 낸다
A : 초보운전이라잖아. 너 처음 면허 땄을 때 생각해봐~
B : 무슨 소리야.. 난 면허 따고 바로 고속도로 탔네..
A : 길을 몰라 그럴지도 모르지..
B : 네비 뒀다 뭐하냐고..
A : 사람마다 능력이 다를 수 있어.
B : 그러니까 능력이 안 되면 나오질 말던가.. 이건 민폐라고..
# 성경과 찬송가 책을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로워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미사 앱을 열고 기도문도 따라 읽고 찬송가도 부르며 열심히 미사에 참여하는 도중 노신부님의 일갈이 들린다.
"주님을 모시는 시간에 핸드폰을 보는 건 주님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易之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라는 의미이지만,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려 해도 결국 생각의 근원은 내 뇌이고, 내 뇌는 내 경험과 논리에 근거하여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처지가 다를수록,
상대 입장에서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더 답답해진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래서 알 수가 없는 처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자식 키우는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육아에 대한 가치관이 다를 경우,
이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넌 도대체 누굴 닮아 이러니?"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내 자식마저 이해하지 못 하는데..
환경과 능력이 비슷해도 통용되지 않는 게 역지사지다.
그러니, 역지사지라는 말을 빌어 경험해보지 못한 상대 입장에서 이해하려 애쓰기 보다, 차라리 자신이 난감했던 비슷한 경험을 되살려 보는 게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더 실효적일 수 있다.
삼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상대를 이해 못 하는 걸 답답해 하기보다, '아.. 이 사람은 저 사람을 이해하지 못 하는구나..' 하며, 상대 처지를 이해 못 하는 사람을 내가 이해하는 게 낫다.
급격히 변화하고 진화하는 문명의 습득 여건이 다른 환경에서 역지사지는 어쩌면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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