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추석, 그리고, 연미사를 드릴 때만 성당을 찾는 냉담자. (무늬만 신도라는 표현도 스스로 민망하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첫 설.
설 미사를 드리러 성당을 찾았다.
해마다 참석했던 설 미사지만 느낌이 달랐다.

수십 년을 아버지와 함께 올렸던 의식이 이제 그 분을 추모하는 의식이라는 생각에 문득문득 감정이 출렁이며 순간순간 눈가가 찡해진다.
미사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

아버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亡者에 대한 잔영이나 감정에 빠져있기보다, 전보다 뵙기 어려울 뿐 여전히 함께 하신다는 생각이 생활리듬을 유지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혼자 한 미사에서 비어있던 공간이 느껴졌다.

평소엔 무심하다가도 여행 때면 꼭 그 지역의 성당을 찾게 되는 어설픈 신도 흉내.
쿨한 척 했지만 은연중에 드러난 아버지에 대한 연민.

믿음과 아버지에 대한 잠재의식을 생각케 한 설 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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