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에 해당되는 글 183건

  1. 2005.05.22 원숭이의 경제학 17
  2. 2005.05.20 아들의 국적을 포기시킨 어느 교수의 항변 4
  3. 2005.05.12 한강의 다리에 문화를 심자 5
조삼모사 [朝三暮四]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견딘다고 하였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좋아하였다는 일화다.

결국 조3모4나 조4모3이나 하루에 지급되는 도토리의 양은 같다는 의미에서,
어눌한 사람에게 눈속임하는 약은 사람의 행동을 꼬집는 한편,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는 원숭이의 아둔함에 빗대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전체를 못 보는 어리석음을 탓하는, 다 아는 고사성어다.


그러나,
과연 원숭이의 그런 행동이 아둔한 걸까?
원숭이 입장에서 뒤집어 보자.


원숭이들은 저공의 家勢가 기울어져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도토리의 품질도 떨어지는거 같았고, 무엇보다 크기도 잘아지기 시작했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저공의 얼굴 표정에 언제부터인가 그늘이 지고 있으며,
웃음이 사라지고 있음도 느꼈다.

무엇보다도 저공의 부인이 저공에게 하는 말투가 점점 그 공손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저공의 부인은 밥솥의 밑바닥을 긁어가며, 큰소리로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사람 먹을 것도 점점 부족해 지는데, 왠놈의 원숭이들은 저렇게 많이 길러가지고...'

처음엔 무심코 넘기던 원숭이들에게도 슬슬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러다 이 집안이 망하는게 아닐까...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나...
이러다 몽땅 굶어죽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들자, 자구책을 위한 원숭이들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언제 먹이가 끊길지 모른다.
당장 오늘 오후부터라도 도토리 배급이 중단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받을 수 있을 때 많이 받아야 한다.  아침에 하나라도 더 받아 놔야지.
그래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축을 해야 한다.

이쯤되면 원숭이들이 아둔한게 아니다.
원숭이들의 영민함에 저공이 당한건지도 모른다.



경제학용어에 [기회이익], [기회손실]이라는 말이 있다.
타이밍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다.

나중에 받을 것을 먼저 받아 잘만 굴리면 그게 곧 이익이 된다.  선투자다.
먼저 줘야 할 것을 나중에 주면, 그만큼 금융비용이 준다. 그래서 어음이 생겨난다.

어느 기업에 부도의 징후가 보이면,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려 한다.
납품업자들은 서로 먼저 돈을 받기 위해 매달린다.


朝三暮四는 경제학적으로 볼 때, 상당한 의미가 있는 행위이다.
그 옛날 춘추전국시대에 원숭이들은 기회손익에 대한 경제이론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朝三暮四는 결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전체를 못 보는 어리석음을 탓하는 고사성어가 아니다.
朝三暮四를 기회이익을 극대화 시킬 줄 아는 선견지명을 가진 현명함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한다면,
조금은 비약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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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수 후배가 모임 사이트에 올린 글 입니다.

나름대로의 아픔을 표했더군요.

우리 사회가  큰 틀의 전체적인 판단 하에서 개개인의 어느 부분을 수용하며 이해하여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것인지, 누구에게 돌을 던지고, 어떤 이를 감싸 안아야 하는건지,또 하나의 고민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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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아들 제가 미국 유학 가서 태어나서 이중국적자가 되었는데, 요즈음 사회 분위기가 아주 죽입니다.

요상한 법이 생겨가지고 꼭 아들 넘 군대 보내기 싫어서 미국 가서 열심히 애 만들어 온 꼴이 됐네요.

자식들 국적 포기 시키는 넘들은 교수 등등 사회 지도층 이라네요.

저요, 미국에서 6:1 경쟁 뚫고 6개월 석사 장교 마치고 미국에서 절라 열심히 해서, 한국 와서 소위 제가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일하고 있는데... 그리고 6월 초에는, 한국을 대표해서 비엔나의 IAEA 가서 절라리 떠들고 와야하는데... 강의 열심히 하는라, 그 가고 싶은 수요일 주중 정모도 못 가는데...

그런데 6개월 하는 것에 왜 그렇게 경쟁률이 높았을 까요? 군대 하기 싫어서? 아니죠. 경쟁과 발전에 효율적이었으니까...

오늘 저는 엄청 서글펐습니다. 제 아들 넘이 15세 인데 어쩔 수 없이 국적 포기하는 매국노가 되면서, 그리고 1살 짜리 아들 넘을 국적 포기 시키는 분들을 보면서... 개네들 앞으로 육사를 갈 수도 있고, 진짜 군대가 본인의 적성에 맞을 수도 있는데, 이상한 논리 때문에 모두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미리 병역 기피하는 매국노가 되네요. 제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한나라당의 홍준표의원이 입법해서 6월 부터 시행한다는 법에 의하면, 앞으로 이중국적자가 군대를 마치지 않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각종 불이익을 준다네요. 입법 취지는 뭔가 있었겠지만, 요즘 사태로 당사자도 당혹해 한다는데... 그렇게 또라이 일줄은 저도 몰랐네요.

근데, 우리는 완벽한 미국인인 미셀 위를 보고 우리라고 흥분하고, 요즈음 핵문제가 불거지지만, 박정희 시대에 우리나라 핵 프로그램을 주도 했던 분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이휘소(벤자민 리)박사인 것을 아시는지. 그 분이 민족을 생각해서 결국은 시카고 남부 고속도로에서 의문의 교통사를 당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것을 아는지... 그 분이 한민족 최초의 노벨물리학상 실제 후보 였다는 것을 아시는지... Globalization을 외치면서, 화교와 유태인들이 전 세계에 퍼져서 조국을 돕는 것은 어찌 생각하는지... 우리와 우리 자식들은 어딜가던 얼마나 한민족과 한반도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왜 이렇게 서글프게 미워하는지? 대한민국의 0.1%가 쬐까 혜택을 받아서 그 중의 0.01%가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키워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지. 이게 진짜 조국인지? 앞으로 모든 불이익을 다 주겠답니다. 제 자식에게...

저요,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다시는 미국 유학 안가는 것이 꿈입니다. 너무 힘들었고, 몰랐으니까 했죠. 근데 거기서 애를 났다는 죄로, 국적과 군대 가지고 사회 분위기가 저 같은 사람과 자식들을 몰아 붙이고, 직업을 속여야 하고, 사회 지도층이 등등하면 햇갈리죠. 어떻게 저희가 원정 출산하면서 자식 군대 기피 시키려는 사람들과 똑 같습니까?

만일 어떤 사람이 아들을 미국에서 낳고, 할 수 없이 법 때문에 1살에 국적 포기 시키고, 절라리 가난해져서 미국 보낼 상황이 안되면, 그 아들 넘은 한국에서 그 알량한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는 골 때리는 가난한 미국인으로 얼마나 햇갈릴까? 왜 애들의 미래를, 심각하게는 18년이나 앞서서 밀어 붙일까? 왜 대다수의 이중국적자 부모가 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에서 호적 까지 없애가면서 쌩 난리를 치고,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심각한 반성도 없이 모두 죄인으로 몰아갈까? 그런데, 세계화는 무엇인가? 골프를 시키는 아들 넘을, 2년 이상 꼭 군대에 보내야 하는가? 등등 아주 햇갈리네요. 분명한 것은 우리와 제 아들 모두 한민족인데 이렇게 까지 심각하게 한국 국적에서 다급하게 밀려나야 하는 것인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우리의 자식들에게는 당당함을 주어야 한다고... 왜 개네들 가슴에 미리 멍에를 짊어 주어야하는지... 태어나면서 민족주의적 전투의식을 심어 준 스파르타도 아테네 police에 망했고, 화랑의 정신은 남았지만 신라는 부패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으로 끊임 없이 뻗어간 민족과 국가는 최소한 지구에서는 잘 나가죠.

제발, 원정 출산 등 치사한 짓 하는 사람들만 잡고, 열심히 외국에 가서 경쟁하고 이기려는 한국인들은 도와 주면 안되나요.

아뭏든 제 아들은 15세가 넘어서 그 나마 덜하지만, 오늘도 목동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는 번호 대기표 220번째를 들고, 갓난 아기가 한국에서 자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불이익을 감수 하면서 국적을 이탈하려는 사람이 줄을 잇고, 많은 국민과 매스컴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단지 2년 몇 개월의 군대를 기피하려한다는 이유로... 그게 진짜 이유일까요? 그런데 개네들이 진짜 한국 군대를 가고 싶어하고, 본인의 의사를 결정할 나이가 될 때,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면, 누가 위로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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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7월 5일 한강 최초의 다리인 한강철교가 개통되고,
1917년 사람과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한강대교가 만들어진 이후
현재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는 한강의 다리는 무려 22개나 된다.
이렇게 많이 생길지는 예상을 못했던듯 처음엔 제1한강교, 제2한강교, 제3한강교로 명명되던
한강의 다리는 마포대교가 생기며 한강대교, 양화대교, 한남대교등 지역명으로 바뀌어 간다.

외국여행을 많이 다녀 본 사람들은 도심 한복판을 이렇게 큰 강이 가로지르는 도시는
세계에서도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한강이 처음부터 도심을 가로 지르는 강은 아니었다. 
정작 도심을 가로 지르던 것은 청계천이었고, 한강은 서울의 도심을 둘러싼 외곽 강 이었다.

그러던 것이 한남대교를 시작으로 잠실 영동 천호 성수 반포대교의 연이은 준공으로 급속히 개발된
한강이남의 신 시가지가 한강을 에워싸면서, 도심의 외곽을 싸고돌던 한강이 어느덧
도심을 관통한 것 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한강의 다리는 그 숫자만큼이나 많은 애환과 이야기꺼리를 낳았다.
6.25 때의 한강대교 폭파는 수많은 사람에게 죽음과 고통을 안겨주었으며,
성수대교 붕괴는 전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반면에 한남대교 하나로 허허벌판 논밭이 대한민국 최고의 요지인 강남으로 변모되면서
부동산투기와 함께 졸부라는 유행어까지 생기기도 했다.

사회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다리는 생성과 창조를 위한 탯줄이다.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서민에게는, 다리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고, 도피의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강바람을 즐기며 다리를 건너며 휴식과 사색을 즐기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은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삶에 대한 애환을 곰씹어 보기도 하고, 
또 간혹은 그릇된 삶에 무너진 사람들의 죽음의 장소이기도 했다.


이런 한강의 다리에 새로운 생명을 담을 수는 없을까.
한강의 많은 다리를 문화 예술의 장소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한강대교를 [문학의 다리]로 하여, 각 교각마다  이효석, 현진건, 등 한국 문인들의
흉상과 대표작들을 소개하면 어떨까.
한남대교를 [시인의 다리]로 하여 박목월, 조지훈, 유치환 등 시인들을 기리고,
원효대교는 [미술의 다리]로 하여 이중섭, 김기린, 이상범 등을,
양화대교는 [과학의 다리]로 하여 최무선, 장영실 등을
그리고, 올림픽대교에는 손기정, 양정모, 황영조 등을 ...

이런 식으로 한강의 각 다리마다 민속도, 영화, 음악등의 테마를 부여하여
김홍도, 신윤복, 허균, 나운규, 윤석중등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예술인들과
그들의 작품이나 업적을 소개하면 어떨까.

한강다리 하나에 들어간 평균 조명 설치비용은 6억∼7억원, 사용한 조명등의 개수는
500∼1,000개이며, 조명 전기료는 다리마다 월 120만∼15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 비용은 오로지 야간만을 위한 투자비용이다.

문화예술을 위한 테마별 간이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려면 얼마의 비용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한강의 다리에 테마를 부여한다면, 한강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지않을까.
우리의 자랑스러운 예술인들을 되새길 수 있고, 우리의 문화 역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으며,
외국인에게도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을 알릴 수 있는 작은 명소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청계천복원과는 비교가 되지않는 작은 일이지만, 시민들에게는 그 못지않은 잔잔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한강의 다리를 여유롭게 거닐며 우리의 문화와 예술혼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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