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에 해당되는 글 183건

  1. 2007.06.19 [연개소문]과 [대조영]이 남겨주는 과제 7
  2. 2007.04.20 한국인임이 우울했던 화요일 13
  3. 2007.04.04 때론 우유부단한 유연함보다 흔들림없는 독선이 낫다. 7
  4. 2007.03.21 次善의 美學 - 순리에 맞는 次善이 억지 最善보다 낫다. 6
  5. 2006.10.30 박치기왕 김일을 추모하며... 6
  6. 2006.10.27 씁쓸한 역사 골든벨 10
  7. 2006.09.27 참 묘한 대한민국의 소비자 10
  8. 2006.09.20 50 이라는 나이가 소중한 이유 17
  9. 2006.08.31 독신세를 내라고 ??? 17
  10. 2006.06.22 지율스님의 知律의 의미는... 6
  11. 2006.06.10 아드보카트, '16강이 보이는가?' 10
  12. 2006.06.01 지방선거 - 무서운 민심의 이중성 8
  13. 2006.05.03 똑같은 것도 순서가 바뀌면 의미가 달라진다. 8
  14. 2006.04.26 한일전쟁...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12
  15. 2006.04.17 부자의 기준 21
  16. 2006.03.20 아 ~~~ 대한민국~~~ 17
  17. 2006.03.02 진대제장관의 경기도지사 출마를 바라보며 7
  18. 2006.02.12 선택 2
  19. 2006.02.07 동업과 투자 14
  20. 2006.01.03 새아침에 나에게 주는 나의 꾸짖음 8
  21. 2005.12.19 꽁꽁 얼어붙은 이 겨울에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글 14
  22. 2005.12.17 국민적 영웅인가, 희대의 사기 과학자인가.. 11
  23. 2005.12.08 망년회, 송년회... 연말모임 19
  24. 2005.11.27 가만있다고 모르는게 아니다. 8
  25. 2005.11.11 남녀간의 인연이라는게... 6
  26. 2005.10.19 정체성 - 발해와 대조영을 찾고싶다 15
  27. 2005.10.17 한 마라토너의 가슴 뭉클한 한마디 18
  28. 2005.10.15 리더의 기싸움, 그리고 허허실실 6
  29. 2005.10.04 한국서 통해? 그러면 세계서 통해! 2
  30. 2005.09.30 똥고집과 소신 14

지난 주 SBS 역사드라마 [연개소문]이 종영됐다.
MBC의 [주몽]이 종전의 히트를 치면서 [연개소문]에 이어 등장한 것이 KBS의 [대조영]이다.
[연개소문]과 [대조영]은 고구려 말기라는 비슷한 시대적 배경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 [연개소문]이 100회로 막을 내린 것이다.
혹자는 [연개소문]에 더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혹자는 [대조영]이 더 재밌다고도 했다.
그거야 사람마다 취향이나 기호가 다르니 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두 드라마를 매회 꼬박꼬박 챙겨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그때 극중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채널을 돌려 가면서 보았다.
연개소문의 집권과정과 말년도 궁금했고,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해 나가는 과정도 내 머리 속에서는 무척 희미했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멸망에 이은, 고구려 유민에 의한 발해의 건국은 고등학교시절 내가 암기한 것만으로는
내 머리 속에서 복원이 안 되는 단절된 국사였다.
 
이렇게 참 궁금한게 많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본 드라마였지만,
[연개소문]의 마지막 회를 본 후, 나는 궁금증이 풀리긴 커녕 혼란만 커졌다.
두 드라마 속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차이점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몇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고구려의 항복과 연개소문의 죽음은 어느 것이 먼저 인가?

드라마 [대조영]에서는 연개소문 死後 아들들이 연개소문의 직위인 대막리지에 대한 권력다툼을 벌이고
그후 고구려가 당나라에 항복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막을 내린 [연개소문]의 마지막 회에서는 연개소문이 죽기 전 당나라에 항복하는 것으로 설정이 됐다.


연개소문과 양만춘은 어떤 관계인가?

[연개소문]에서 양만춘은 연개소문이 집권할 당시에는 대항세력의 맞은 편 위치에 있었으나,
연개소문 집권 후에는 그와 뜻을 함께 하는 동지의 관계로 끝까지 선린관계를 유지한다.
그렇지만, [대조영]에서의 양만춘은 연개소문에게 대립각을 세우는 정적의 위치다. 
 

고구려 말기 군부의 계보는 어떠했는가?

[연개소문]에서 대조영의 아버지 대중상 장군은 연개소문이 집권을 위한 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연개소문 진영의 핵심인물로 자리잡으며, 안시성의 양만춘 장군과는 대등한 반열로 자리매김 한다.
하지만, [대조영]의 대중상은 양만춘 장군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핵심 수하로서,
오히려 연개소문에 의해 멸문지화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당나라 장군 설인귀의 주 활동연대는 언제인가?

[대조영]에서 설인귀는 고구려가 멸망하고 발해가 건국 되어가는 과도기를 보여주는 지금도 극중에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연개소문]에서의 설인귀는 이미 노장군이다. 


당나라의 두 장군 설인귀와 이적의 관계는?

[대조영]에서 두 사람은 상극의 관계지만,  [연개소문]에서의 두 사람은 전혀 갈등의 여지가 없는 충직한 장수들이다.



연개소문과 양만춘의 출생과 사망년도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없다.
그러기에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 진실에 대해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역사적 근거가 정확하지 않은 드라마는 어차피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작가와 연출자는 드라마로서의 재미와 시청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강조하고자 하는 콘텐츠에 따라 시대상황과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다소 다르게 표현될 수도 있다..
어찌보면 史記에 나와있는 단 몇 줄의 기록만으로 한 시대의 생활을 실감나는 역사로 만들어 나가는
그들의 능력에 경의를 표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 주말 거의 비슷한 시간에,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각기 다른 설정을 접하며
역사에 대한 백지상태의 시청자들이 겪는 혼란은 어쩧게 해소해야 하는가.

특히, 이제 국사에 대해 눈을 뜨는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이해를 시켜야 할런지 걱정이다.

:
지난 화요일은 참으로 우울했다.
오전부터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던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이
오후 늦게부터 한국계 학생으로 밝혀지면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더니,
그날 밤 늦게 MBC  [PD수첩]에서 방영된 [필리핀 현지보고, 성매매에 빠진 어학연수]를 보고 다시 충격을 받았다.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에 대한 뉴스를 접하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공통된 걱정을 하였을 것이다.
크게는 비자면제 프로그램 등 앞으로 한미 양국간의 관계에 미칠 영향서 부터,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영주권 취득을 목표로 하거나, 불법체류 중인 교민에 미치는 불이익 등 한인사회에 대한 우려,
그리고, 유학을 보냈거나 또 보내고자 하는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걱정...

일단, 오늘 아침 신문을 통해 본 미국 정부의 입장이나 사회적 분위기는 우려했던 것 보다는 냉정하고 차분한거 같다.
우리 정부의 조문사절단 파견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정중히 만류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미국내 개인의 범죄행위로 규정할 일이지, 국가가 나서면 오히려 민족감정으로 악화될 수가 있다는 논리다.
그리고 다민족 다인종이 용해되며 사회를 꾸려나가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특정 민족을 대표하는 듯한 입장은
앞으로의 미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더구나 이 사건은 국가간의 테러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참으로 미국다운 발상이다.
어떤 때 전 세계를 자기들 뜻대로 좌지우지하려는 미국의 행동이 불만스럽다가도,
이런 모습을 보면 그들의 냉철한 합리성이 참 얄미울 정도로 부럽다.  


총기난사사건이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 간거라면,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필리핀 여성들, 그것도 대부분이 미성년자인 여성을 상대로 성관계를 갖는다는
PD수첩의 내용은 수많은 여성의 인생을 앗아간 것이었다.

유학생들은 이메일주소와 핸드폰번호만을 남겨놓고 귀국을 하고,
혼자 남겨진 필리핀 여성들은 낙태수술 비용이 비싸 아이를 낳고 만다는데,
이렇게 한국남성과 필리핀여성 사이에 태어난 [코피노]가 엄청나다는 내용이다.
물론, 귀국한 학생들은 이메일주소와 핸드폰번호를 바꾼 채, 그후 인체 연락도 없다.

한때 우리 나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일본 관광단의 기생파티가 크게 사회문제화 됐던 적이 있었다.
또 한때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일본인들의 섹스행각으로 인해
일본인들을 섹스애니멀이라고 까지 비난하지 않았던가.

성매매 자체가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일이긴 하지만, 일본인들은 그래도 돈에 의한 거래를 했다.
매매나 거래라는게 상대가 있고, 수요와 공급의 합일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꼭 돈을 주고 산 사람만을 탓할 일만도 아니다.     

그런데, 프로를 통해 나타난 필리핀의 한국유학생들은 사랑이나 어학실습을 미끼로 필리핀 여성들을 농락했다고 한다.
유학생의 인터뷰에도 그런 멘트가 나온다.
'돈이 없으니...   생활영어를 배우는데는 그게 제일 좋다...'

차라리 돈을 주고 산 성거래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겠다.  젊은 나이니까...
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이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용서할 수 없는 비열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이번 총기난동사건으로 일반 국민사이에서는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비난을 하는 계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편견이나 불이익은 없다는 것이 미국정부나 사회단체의 공식 반응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도둑이 제발 저리듯, 매우 찜찜하고 미안해하고 있다. 
현지 교민사회에선 희생자 가족을 위한 모금행사도 한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필리핀 여성들은 대부분 한국 유학생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믿을 수 없는 나쁜 사람들이며, 주위 친구나 지인들에게도 한국학생들을 조심하라고 충고한단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미국 사회단체도 한국인들을 대상으로한 반응이 없는데,  
필리핀은 사회단체에서도 한국인들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필리핀 피해여성들에 대해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거나, 
한국유학생들이 무책임하게 뿌려놓은 코피노를 위한 모금운동을 한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리고, 산 사람은 죽은 가족을 마음 속에 담고, 살아가며 서서이 기억 속에서 분해시킨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은 크면서 말을 한다.
자기 아버지를 찾을 것이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과 갈등 속에 방황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경제적으로도 많은 고통을 겪을 것이다.

죽음은 과거지만, 삶은 현실이다.
또한, 과거의 고통은 잊혀지지만, 현실의 고통은 계속 이어진다.


지난 화요일은 한국인으로서 참으로 우울한 날이었다.
:
한미 FTA 인 KUFTA가 체결됐다.
아직 양국 국회의 비준 동의절차가 남아있지만, 일단 국가간 협상은 끝난 것이다.

협상이 막바지를 향해 갈수록, 비례해서 반대 목소리도 극에 달했는데,
재미있는건 그간 노대통령에 대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온 3대 일간지가
이번엔 모두 FTA를 지지하고, 심지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
아마 정상적인 임기를 역임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그렇게 철저히 대통령 대우를 받지못한 경우도 없는거 같다.
노대통령 특유의 언행에 따른 잘못도 있을테고, 선동적인 반대논리의 영향도 있겠지만,
국민들, 특히 중산층과 서민들이 먹고살기가 힘들었다는게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오죽하면, 아무 연관이 없는 사사로운 일까지도 대통령 때문에... 라는 말이 나왔겠나.
물론, 백성들이 먹고 사는 것을 챙기는 것이 나랏님의 중차대란 직분이니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건 사실이다.  

나 자신 노사모도 아니고, 나 또한 최근에 비춰지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얼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번 FTA 진행과정을 바라보면서, 지도자의 새로운 덕목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반대논리가 심한 가운데, 특히나 자신의 지지기반 마저도 모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이렇게 밀어부칠 수가 있었을까???


FTA 반대론자들의 반대논리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시기상조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하더라도 좀더 역량을 키운 뒤에 하자는 얘기다.
둘째는, 모든 면에서 버거운 상대인 미국과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논리다.
세번째 반대 이유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세가지 모두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 진정한 이유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위의 이유들은, 늘 소극적인 사람들의 논리다.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도 늘 지금은 아니다.
크게 불편한게 없는데, 굳이 불확실한 미래를 맞기 싫은 까닭이다.

버거운 상대와의 싸움을 피한다면, 더 큰 발전은 생각할 수 없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하다못해 조폭들도 세력 확보를 위해 늘 강한 집단에게 도전을 하는게 아닌가.  
강한 세력과의 경쟁을 회피하는 집단은, 오히려 자기 밑에서 올라오는 새로운 세력의 도전에 붕괴되기 마련이다.  

국민적 합의라는 것은 이상형이다.
다양한 이익집단이 존재하는 현실구조에서 모든 집단의 이익을 살린다는건 불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이번 협상에서 가장 민감하게 말도 많은 소고기 개방만 하더라도 그렇다.
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임에도 판매자의 입장과 소비자의 입장은 다르다.
판매자야 경쟁력이 떨어지니 당연히 문제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기값이 떨어지면 반가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전체적인 규모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그런다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소외계층에 대한 반대급부를 모색하면 된다.


구한말 쇄국정책과 일본 메이지유신은 이후 두 나라의 역사를 종속의 역사로 바꿔놓았다.
두 나라의 역사뿐 아니라,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동남아 전체를 넘보는 열강으로 변해간 것이다.

변화와 개혁은 반대를 밟고 생성된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었다는 정조에게는 암살음모까지 있질 않았는가.

박정희 대통령의 고속도로 건설, YS의 금융실명제,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투자,
그리고, 조선산업과 제철산업의 투자 때 마다 반대의 목소리는 컸다.     
그때도 역시 반대론자들은 시기상조라는 이유와 역량이 안된다는 현실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런 우려에도 우리는 지금 그것을 우리의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역사는 다수의 반대를 극복한 지도자의 소신과 집념에 의해 진화되고 진보되는 법이다.
물론, 지도자의 소신과 집념이 늘 옳았고,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무리수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걸은 역사도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없이 창조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 - 실패 - 끊임없는 도전의 반복에 의해 지금 이 시대의 문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KUFTA를 이끌어낸 노대통령에게 높은 평가를 하고 싶은 이유도,
그가 자신의 지지세력을 잃으면서까지 전체적인 국익을 생각하면서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체결내용의 손익계산을 떠나,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지않고 소신을 지켜나갈 정치지도자가 얼마나 될까.
그런 면에서 그간의 입장을 바꿔 반대농성을 벌이는 일부 정치인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합리적인 것도 좋다.  오랜 시간을 두고 끈질기게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끝없이 시간만 보내며 아무런 결정을 못 내리는 것 보다,
지도자에겐 때론 욕을 먹더라도 소신있게 밀고 나가는 독선적인 행동이 더 필요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평가는 역사가 내릴 것이다.    


이제 국내 반대집단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아쉬운 부분을 최대한 보완하는 통합의 리더쉽을 보이는 것이
모두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남은 과제일 것이다

모쪼록 제3의 개국이라고 불리는 이번 한미 FTA의 정식 명칭인 [KORUS FTA]가 
양국간은 물론 우리 국민 각 계층에도 멋진 chorus로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누군가 내게 물었다.  이번 대선에선 누굴 찍겠냐고

내가 답했다.  그건 답하기 어렵고, 그보다 더 관심있는게 있다고.

그게 뭐냔다.

다시 답했다.  매번 대선 때 마다 꼭 똥볼을 차는 사람이 있던데, 이번엔 누가 그럴지 그게 관심사라고.

 

정말 그랬다.
선거만 치르면 꼭 엉뚱한 행동으로 발등만 찍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의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자해행위를 하는 사람이 나왔다.

정주영 회장이야 원래 정치인이 아니니 그렇다 치더라도,
박찬종, 이종찬, 이인제, 김민석氏 등이 선거와 함께 사양길을 걸어야 했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두뇌를 가진 수재라는 점이다.

정신과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들은 얘긴데, 머리가 너무 좋은 사람이 정신질환에 잘 걸린단다.

머리가 너무 빨리 회전하다 보니, 같이 돌아버리는 모양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기다림에 익숙치 못하고 늘 차선이 아닌 최선만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늘 조급하고, 몸과 마음이 바쁘다.

 

공통점을 하나만 더 찾는다면, 평범한 모든 사람들이 아는 것을 그렇게 똑똑한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에 있는지, 자신이 그동안 무슨 말을 했는지, 또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그러면서, 늘 국민과 역사를 들먹이며, 도리와 책임과 소명의식을 말한다.

 

 

어제 손학규氏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탈당의 배경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문제는, 본인은 진심을 담아 전하려 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그간 그가 한 말이 너무 많았고, 그의 행동이 너무 자신만만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아는 것을 본인만 모른다는, 세번째 공통점의 측면에서 보자.

 

먼저,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 있는지에 대해

정말 손학규氏는 자기가 한나라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될거라고 생각했을까?

미안한 얘기지만, 그리 생각한 국민들은 거의 없다.

손氏가 차기 대선을 겨냥하며, 이번 대선에서는 경선에 깨끗이 승복하고 승자를 위해 헌신하는
클린 이미지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과정으로 생각했다면 모르겠지만,
당장 이번에 승부를 걸 생각이었다면 엄청난 착각이었다.

 

다음은, 그동안 무슨 말을 했는지.

범여권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낼 때 마다 그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자신은 끼워넣는 벽돌이 아니라며, 한나라당의 기둥, 수문장이라고 당차게 주장했다.

재밌는 것은, 그가 그렇게 단호하게 부정할 때, 그때부터 이미 국민들은 탈당할거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이건 아직 결과가 없으니, 나도 말을 못하겠다.  단지 그간 유사한 행동을 했던 사람들의 경우에 의해 유추만 할뿐.

 

 

살아가면서 모든게 자신이 생각하고 계획하는대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

누구던지 늘 최선책을 찾고 싶지만, 그게 안될 때는 주어진 여건에서 차선책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정치에서는 그런거 같다. 

대선을 치를 때 마다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버림을 받는 이유는,
주어진 여건에서 차선을 추구하려 하지않고, 최선을 찾고자 무리하게 여건을 바꾸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급함을 이기지 못하고 기다림을 외면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 정치인 중에는 [도쿠가와 이예야스]와 같이 인내할 줄 아는 야심가는 없는 것일까.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금년에는 어쩔 수 없이 다음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덩달아 후보들에 대해 각자의 기준과 선호도에 따라 好 不好가 엇갈리며 판단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사람을 100% 충족시키는 인물은 없다.

맘에 안 드는 점을 짚어가며 인물이 없다고 한탄만 하지말고, 최선의 후보가 없으면 차선의 후보를 잘 고르자.

그리고, 온 국민이 지켜보며 키워나가자.

:
초등학교 때 만화가게에 가서 일정량의 만화를 보면 표딱지를 주곤했다.
그게 지금으로 보면 쿠폰의 개념인데, 그 표딱지를 다섯장 모으면 프로레슬링 중계를 할 때, 
만화가게의 TV를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프로레슬링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그만큼 시청율도 단연 1위 였고, TV가 제대로 보급되기 전이었던 만큼 프로레슬링 중계가 있는 날이면
온 식구들은 물론, 동네 사람들 마저 TV가 있는 집으로 기웃거리곤 했다.
그러니 남의 집에 갈 만큼 친분이 없는 동네 꼬마들은 천상 만화가게로 달려 갈 수 밖에 없다.


김.일.

당시 그 이름 두 자는 지금의 이승엽이나 박지성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 때는 지금과 같은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니, 팬 카페 같은 것도 있을리가 만무였고,
오로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전국을, 그리고 온 국민을 열광케 만든 이름이다.  

박치기.
지금은 소프트웨어의 어감으로 머리를 잘 써 유명해진 사람이 많지만,
김일은 하드웨어적 어감의 머리 하나로 세계를 제압한 사람이다.


당시 국내의 인기 프로레슬러로, 기술의 달인 [장영철]과, 당수의 [천규덕]이 있었지만,
파괴력면에서 한발을 들어올렸다 체중을 실어 내리찍는 김일의 박치기에 필적할 수가 없었다.



수세에 몰리던 김일이 파괴력 넘치는 박치기로 상대를 제압할 때 온 국민은 열광하고 환호했다.
반칙을 주무기로 하는 하는 무법자의 술수에 고전을 할 때면,
전 국민의 입에서 ' 박치기~~ 박치기~~~' 가 연호되기 시작하고, 
특히 상대의 흉기에 의해 피가 낭자한 이마로 그의 박치기가 직렬하면서
상대가 함몰되는 모습은 권선징악 그 자체였다.
그만큼 그의 박치기는 아이들에게 정의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가 오로지 박치기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레슬러는 아니었다.
내 소년시절의 기억에 존재하는 전성기 때의 그는, 몸도 날렵하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영리한 선수였던 걸로 기억된다.
박치기는 그의 최후의 필살기였을 뿐이다.

당시의 기억나는 레슬러 중에, [안토니오 이노끼]와 [자이언트 바바], 그리고 [압둘라 부처] 등이 떠오른다.
[안토니오 이노끼]는 후에 [무하마드 알리]와 세기의 격투기를 벌인 적도 있었고,
[자이언트 바바]는 무척이나 매너가 좋았던 장신 선수로 기억된다.
그리고, [압둘라 부처]는 마치 인간산맥이라 부를만큼 거구였던거 같다.

그의 국내 경쟁자로 불리던 장영철이 그와의 경기에서 패한 후, '프로레슬링은 쇼다.' 라는 발언 파문으로
프로레슬링은 국내에서 급격히 인기가 하락하고, 그 여파로 그의 존재도 어느 순간 우리의 머리에서 희미해져 갔다.

가끔 그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짧게 보도되곤 했는데, 그가 병상에서 투병하는 모습,
그리고, 역시 투병중이었던 장영철氏를 문병하여 그와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모습 등은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하곤 했다.   

지난 주 그의 사망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곤, 어린 시절 소중했던 추억의 하나를 잃은 듯 마음이 허전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들뜨게 하고, 열광하게 하고, 손바닥이 부르틀 정도로 박수를 치게끔 만들었던 김일 선수.
비단 나에게만 그런 추억이 있진 않을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 우리 또래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박치기왕 김일].
이제 삶의 링에서 내려간 그에게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
가끔 즐겨보는 TV 프로 중에 [도전! 골든벨]이 있다.
고등학생들이 50개의 각기 다른 유형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다보면 갖가지 생각이 다 든다.

어떤 때는, 어떻게 어린 고등학생이 저렇게 다방면으로 해박한 지식을 갖을 수 있는지 경탄할 때가 있다.
매일 학교 교과목 따라잡기도 힘겨울텐데, 언제,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보기에 저렇게 많은걸 알까...

반면에 어떤 경우에는, 너무도 한심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아니... 나도 아직 기억하고 있는 아주 기본적이라고 생각하는 문제에 전혀 엉뚱한 답을 제시할 때는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중간중간 고등학생 특유의 재치있는 응원과 톡톡튀는 말투에서 신선함과 푸근함을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론, 내 기억 속에 아직 잔존하는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을 점검하며, 가끔 흐뭇함을 맛보기도 한다.

가끔은, 별결 다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서 우리 학교 다닐 때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위력에 많이 놀란다.
그 많은걸 언제 다 배웠는지... 또 그걸 다 어떻게 아직도 많은 부분 기억하고 있는지...
  

지난 일요일 저녁 [도전 골든벨]은 특집이었다.
원래는 모든 교과목에 걸쳐 문제가 나오지만, 지난 회는 국립 중앙박물관 개관 1주년을 맞아 
[역사 골든벨]이라 하여 50문제가 모두 역사에 대한 문제로만 구성됐다.
학생들도 한 학교가 아닌, 여러 학교에서 몇 명씩 참가를 했다.
각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잘 한다는 대표선수들이 모였겠지...
그래서인지 여러 난해한 문제들을 잘도 맞추어 나가는데, 마흔아홉 문제를 통과한 마지막 골든벨의 관문엔 
한 학생만이 남았다.

그런데, 마지막 문제를 듣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며 욕이 튀어 나왔다.

마지막 문제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문화유산 7가지중 두가지를 알려주고 나머지 다섯개를 묻는 문제였다. 


' 문제가 말이 안되잖아...  나머지 다섯개를 다 쓰라니...'

안타깝게도, 그 학생은 네개를 맞추고, 마지막 하나를 몰라서 골든벨의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역사 골든벨을 특집으로 기획했을 때는 기획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국립박물관 개관 1주년이 계기가 됐겠지만,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인접국의 역사 왜곡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골든벨은 프로의 특성상, 문제가 막바지로 갈수록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집중되고, 긴장도 고조된다.
가끔 보여지는 탈락한 학생들의 눈빛 속엔 마지막 한명의 성공을 기원하는 소망이 깃들여져 있고,
선생님들의 꼭 쥔 주먹과 가슴에 모아진 두 손 속에는 끝까지 선전을 기원하는 제자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모아져 있다.   

그렇다면, 프로에 참가한 학생들의 열기를 돋우고, 그로 인한 우리 역사에의 관심 증폭을 위해서도
영웅을 하나 탄생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쉬운 문제로 어설프고 티가 나는 영웅을 만들어 주자는 것도 아니다.
마흔아홉 문제의 정답을 맞추며 마지막 문제에 오를 정도라면 충분한 실력과 자격은 갖췄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탁월한 사람도 모든 여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문화유산 일곱가지 중 두가지를 알려주고  나머지 다섯개의 답을 요구하기 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일곱개 중 다섯개 이상을 적으라고 할 수는 없었을까.

그 정도만 되더라도 골든벨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이 너무 물렁물렁 한걸까...???

어쨌든, 다섯개 중  네개의 정답을 적고, 마지막 하나를 맞추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던 그 학생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

얼마 전 가짜 명품시계가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국내에서 만든 시계를 가짜 명품으로 둔갑시켜, 유명 연예인과 상류층 부인을 대상으로 명품마케팅을 하여
5만원짜리를 500만원에, 8만원짜리를 8000만원에 판매하는 웃지못할 일이...

우리나라는 짝퉁에 관한 한 세계 최정상급이다.
짝퉁이 롱런(?)할 수 있는 것은 기술력과 구매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구매력에는 허영심과 사치심이 한 몫을 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COPY 기술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최정상급이다.
중국과 홍콩에도 짝퉁이 많다 하지만, 기술력에 있어 비교가 안된다.
세기와 정교함을 따라올 수가 없다.

짝퉁의 제조기술과 더불어 짝퉁에 대한 선호도 역시 엄청나다.
특히 외국 브랜드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도가 짝퉁의 기술력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감성이다.
좋고 나쁨에 대한 취향이 다채롭고, 제품에 대한 가치판단이 날카롭다.
너무 세련된 감성이 외제 선호를 불러 일으켰고, 그것이 하이테크 짝퉁을 발전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세계각국에서 명품을 출시하기 전, 한국을 테스트마켓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하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으면 어디서든 잘 팔 수 있다고 자신한다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좀 헷갈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모든 소비자들이 단순히 일방적으로 외제만을 선호하는 것 같진 않다.
종전에 구매결정권을 갖고 있던 중장년층이 단순하게 외국의 브랜드에 집착한다면,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단순히 외제가 아닌, 아이템별 제품력에 좀더 가치를 두는 듯 하다.
여기서 제품력이란, 기술과 디자인을 말한다.

세계 휴대폰시장을 석권하던 노키아나 모토롤라가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MP3 등 도 국산브랜드가 점차 강세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T 기술력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에 디자인까지 가미가 되기 때문이다.   


10월에 삼성에서 DSLR 카메라가 출시된다고 한다.
그동안 세계 카메라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캐논과 니콘을 필두로 세계인이 들고 다니는 카메라의 브랜드는 거의 모두가 일본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제법 익숙한 브랜드 중 일본제가 아닌걸 꼽으라면 코닥 정도가 있을까...
그나마 코닥도 일본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발음도 그럴듯 하고) 

그런데, 삼성이 DSLR 카메라 GX-10을 새로 출시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브랜드의 DSLR 카메라가 처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이미 일본의 펜탁스와 제휴하여 두 종의 DSLR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두 종은 기존의 펜탁스 모델에 삼성로고를 붙인 사실상의 펜탁스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이번에 출시한 GX-10도 완전한 삼성의 독자제품은 아니다.
이번 것은 바디는 펜탁스의 바디를 이용했지만, 탑재된 전자적인 기능은 삼성의 기술력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종전의 기종처럼 사실상 펜탁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수 삼성만의 제품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 제품보다는 조금은 부끄럽지 않게 삼성로고를 달 자격은 된다는 거다.

흥미로운 것은, 유럽시장에는 삼성 단일 브랜드로 진출하기로 펜탁스와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유럽에서의 삼성브랜드 인지도를 펜탁스도 인정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이 제품에 대해 카메라 전문사이트에 올라온 유저들의 반응이 재밌다.

한편에서는, 그래봐야 제품의 수준이 캐논이나 니콘을 따라갈 수 있겠냐는 다소는 냉소적인 반응인 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기대감과 함께 삼성카메라로 옮겨 가겠다는 호의적인 반응이다.

다소 놀라운건,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의 비율이 대충 8:2 정도가 되는데,
재미난 것은 긍정적 유저들의 이유다.

그들은, 아직 삼성 제품이 캐논이나 니콘 혹은 소니 등에 비해 화질 등에서 떨어지더라도
이제 우리도 국산브랜드를 키울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일제 카메라에서 벗어나지 못할거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때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유저들이 삼성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히 외국브랜드만 쫒던 대한민국의 소비자가 제품의 질을 판단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국산 브랜드의 육성과 경쟁력 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것을 글로벌시대의 어설픈 애국심이니 국수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나는 그런 반응들을 읽으며 기분이 참 좋았다.

그래서 니콘 D80을 놓고 저울질을 하던 나도 삼성 GX-10을 기다리고 있다. 
   

 

:

10대 때는 비록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없었지만, 그 무엇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만으로도 세상은 즐거운 마당놀이였다.

20대는 청춘을 만끽한 시절이었다.
대학의 낭만과, 그 속에서 겪은 많은 천방지축은 지금도 나에게 가장 깊은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
그리고, 약관의 나이에 처음으로 가장 통제된 조직 속에서 리더가 되어보기도 했다.

30대에 경험한 사회는 아직도 내가 삶을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사회 속에서 나의 뿌리를 내리고, 나만의 가치관과 책임감으로 줄기와 가지를 펼치던 시절이다.

40대는 또 다른 변화가 주어진 시대이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울타리에서 뛰쳐나와 자립을 위한 홀로서기로 전환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동호회를 만들어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도 40대 말 이다.

50대로 접어들면서 나는 블로그 라는 새로운 바다 속에서 수많은 대륙과 섬들을 찾아 항해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나이 먹음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며 삶이 어쩐지 퇴색되어 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 반대급부를 요구하게 되고 뭔가를 보상받으려 한다.
그 일환으로 나이 먹은 티를 내려 한다.
무게를 잡으려 하고, 목소리를 내리 깔고 행동을 느긋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것을 중년의 중후함이라고 스스로 미화한다.


난 나이 먹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나이들었다고 느끼는 유일한 경우는 노안으로 안경을 쓸 때 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조차도 내겐 와 닿지가 않는다.

나이는 그저 내가 살아 온 기간에 불과할 뿐이다.
살아온 기간이 길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걸어 온 거리가 멀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동력이 강했다는 이야기다.
  
나이를 먹으면 왠지 쓸쓸할 줄 알았다.  그리고, 발랄함과 경쾌한 즐거움이 줄어들 줄 알았다.
젊어서 바라 본 50대라는 나이는 색이 바래기 시작하는 사회의 상층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50 이 넘어서니 참 좋은 나이가 50 이다.
50대는 참으로 매력있는 나이인거 같다.

50 이란 나이는 대우를 해줘야 하기 보다, 적당히 대우받는 경우가 많은 나이다.
내가 예우를 갖춰야 하는 대상보다 나에게 예우를 갖추는 상대방이 더 많다.
물론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하고싶은 것을 못 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또, 사고나 감각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이 먹으며 가장 즐거운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아이들도 그만큼 커간다는 것이다.
50대에 접어드니, 이제 아이들도 모두 20대에 진입했다.
이것은 가족에게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며 굉장히 중요한 변화이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못하는 것이 없고, 함께 못 가는 곳이 없다.
영화는 물론, 이제는 아이들과 술집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다.

즉,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외연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이 50대가 내 인생과 내 가족의 절정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60대가 되면, 물론 나는 또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늘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아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짝을 찾아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려 노력할 것이다.

이 50대가 더욱 소중한 이유이다.  

:

최근 정부가 낸 세제개편안을 뉴스에서 접하고는, 조금은 뜨악한 생각이 든다.

정부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에 대응할 목적으로,
지금까지 부양가족이 1명 이하인 근로자가 기본공제 외에 추가로 공제받던 [소수자 추가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미성년 자녀 2명 이상 근로자에 대한 [다자녀 추가공제] 제도를 도입한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독신자가 받던 [소수자 추가공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결국 독신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솔로들은 세부담이 늘면서 [독신세]가 생겼다고 비아냥 거릴만도하다.

최근 들어 결혼을 기피하는 독신주의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결혼을 안하고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에겐 각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족을 이루며 부대끼며(?) 사는 것보다, 혼자 하고싶은 것을 하며 편안하게 살겠다는 가치관 때문에 안 할 수도 있고,
결혼은 하고 싶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역시 결혼을 해서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은데,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혹은 이성에게 호감을 얻지 못해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치관의 차이로 결혼을 안 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내세우며,
차라리 가치관에 따른 조세기준을 다시 제정하라고 주창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개편안에 따르면, 연소득 약 4천만원 수준일 경우, 독신자는 17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단다.
열심히 일해 결혼자금을 모아 결혼을 준비하는, 즉,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은,
절세를 하여 결혼자금을 모으기 위해 결혼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웃지 못할 딜레마에 빠질지도 모른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가뜩이나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 판에 염장을 지르냐고 할 것이다.

결혼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이혼도 제대로 못할 판이다.
이혼을 하더라도 아이의 양육권을 가지고 계산기도 열심히 두드려 보아야 한다.

옛말이 다 정답은 아니지만,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다.
결혼이나 출산이나 이혼은 모두가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인데, 이를 세금과 연계시키는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뺐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소송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의 세태 대로라면, 앞으로 위헌소송이 제기될지도 모를 일이다.

주무부처인 재경부에 의하면, 현행 4인가구 대비 독신가구의 추가 세부담 정도는 우리나라가 1.3%포인트로
미국·독일은 물론 OECD 평균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적고,
특히 독신가구가 다인가구에 비해 최고 2배 이상 세후 생계비 수준이 높은 등 불합리한 부분이 개선된 결과일 뿐이라고 한다.


모든 문제에는 해법이 있게 나름이다.
하지만, 풀어나가는 방법에 따라 불만을 최소화될 수도 있고, 불만이 고조될 수도 있다.
 
저출산이 문제라면 [소수자 추가공제]를 유지하면서 [다자녀 추가공제]를 도입한다면 불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럴 경우, 자꾸 그렇게 빼주기만 하면, 그럼 부족한 재원은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복잡한 세제문제에는 일반인이 모르는 부분도 많다.

누군가를 청부살인 할 때는 잠자고 있을 때 죽여주는게 살인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다.
굳이 의식을 깨워 놓고 죽인다는 것은 원한이 있을 때나 행하는 잔인한 살인이다.

모르고 당하는게 알고 당하는거 보다 맘은 편하다는 얘기다.
그게 고도의 정치일지도 모른다.

이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결혼중매 관련 사업자는 동기부여 할 말이 생겨 좋겠다.  
최근 바다이야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각계각층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연일 제기되고 있는데,

이 개편안을 접하며,
혹시... 결혼중매사업 업계의 로비가 있었던거 아냐...???  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스스로의 농담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

TV를 보다보니‘천성산 도롱뇽 지킴이’로 알려진 지율스님이 인터넷에 악의적인 댓글을 단
네티즌 60여명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네티즌들이 [안티 지율]이란 이름의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허위사실과 악의적인 글을 올리고,
지율스님과 내원사 측이 천성산 내원사 계곡 입구에 교량공사를 하는 등
자연파괴에 앞장섰다고 주장하며 교량공사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고소 이유인거 같다.

지율스님이 대다수 국민들의 머리 속에 부각되기 시작된 것은,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공사에 반대하는 단식투쟁을 하면서 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나에게는 경제개념에 입각한 국토개발과 환경보호와의 경계선에서
무엇이 옳다고 얘기할 정도의 확실한 지식이나 식견이 없다.
국토개발도 중요한거 같고, 환경보호도 참 중요한거 같은데,
나에게 굳이 선을 그어놓고 한쪽에 서라면 아무래도 국토개발 쪽에 설거 같다.
기존의 것 만으로는 보다 나은 발전을 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뭐... 그 논쟁을 하자는게 아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성직자들이 사회문제에 너무 민감하게 자주 앞장서는 것을 썩 좋게 보지는 않는다.
속세에도 그런 문제에 신경쓰고 참여하려 하는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성직자는 속세 밖의 외계인(?)이다. (부정적 의미가 아닌)
성직자의 역할은 속세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구원과 믿음을 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그 분들이 사회문제에 나서면 절대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할 때는 나서야 할 것이다. 단지 그게 유행처럼 되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속세에 자주 들락거리다 보면 때가 묻는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초심이 무뎌질 수가 있다.
그 분들도 성직자일뿐, 神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 중 으뜸은 [자비]라고 알고 있다.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들어보면,
옛 고승(高僧)들 께서는 주위에서 땡초중이라고 놀리고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그저 빙긋 웃을 뿐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넉넉한 마음에 중생들이 결국 머리를 숙이는게 아닌가 싶다.

큰 숲을 보지 못하고 작은 나무만 보는게 속세 중생들의 평균 수준이다.
큰 뜻에서 터널공사를 반대하는 분이 작은 다리를 하나 놓는다고 하여
꼬투리를 잡고 싶은게 속 좁은 중생들의 작은 마음이다.

인간에게는 한낮 미물처럼 여겨지는 도롱뇽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며 그토록 애쓰시는 분이,
중생들의 속좁음에도 좀더 관대하실 수는 없는 것인지...

知律이라는 법호가 [법을 아는] 것으로 뜻풀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언론에 의하면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션의
축구전문가 10명중 절반이 한국의 16강 진출을 예상했다고 한다.

뒤집어보면 절반은 16강 진출을 못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절반의 희망만을 강조한다.

절반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준다.
이것이 50%의 허와 실이다.

희망과 함께 자신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것은
균형감각을 갖고 현실을 정확하게 객관화하여 보는 것이다.

: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무척 놀랐다.
이기고 짐 의 결과에 대한 예측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고, 어긋남이 없었지만, 
그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모든 후보별 격차가 이렇게 심할 줄은 정말 몰랐다. 


전율을 느끼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민심은 무서웠다.

이제 우리 국민도 정권의 실정에 대한 판단력과 비판력이 예전같지 않다.
예전엔,  비판을 하다가도 막상 결정적인 시기엔, 임기응변식의 참회와 반성, 
그리고 동정여론에 망설이는 경향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나타난 결과를 보면 우리 유권자들이 많이 냉정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순간의 유혹과 감언이설(?)에 흔들리는 우유부단한 면을 벗었다는 점에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치인과 행정관료를 포함한 위정자들이 국민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는 경종을 확실히 울렸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무서움이 느껴진다.

하나가 싫어지니 보이는게 없어졌다.
어떤 사람이 한사람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전과자라고 하니, 그 자식들은 물론 엉뚱하게
그 옆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조리 기피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마치 블랙홀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사람은 맹형규氏와 염홍철氏다.

맹형규氏는 국회의원마저 사퇴하면서 배수의 진을 치고 일찌감치 시장의 꿈을 키운 사람이 아닌가.
가장 준비된 후보였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그가 강금실氏의 등장으로 졸지에 유탄을 맞았다.
소위 강풍으로 일컬어지는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한나라당에서 대항마로 내세운 사람이 오세훈氏.
맹형규氏 입장에선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수 없다.

어찌보면, 강금실氏는 아침 출근길에 선거판으로 끌려왔고, 오세훈氏는 잠 자다 끌려온 셈이다.

오세훈 - 강금실 - 맹형규. 
좀 심하게 표현하면 가장 준비가 안된 사람의 순서다.
그런데, 인기도와 준비도가 반비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6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받은 사람은 오세훈氏다.

염홍철氏는 다 알다시피 한나라당 출신 대전시장이다.
한나라당이었던 그는, 대전시장으로서 균형적인 지역 발전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지방분권화와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맞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렇게 스스로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하고,
객관적으로 행정복합도시를 통한 균형적인 지역발전이 대전의 입장에서는 손해볼게 없음에도,
그는 버림을 받았다. 
그것도 줄곳 우위를 지키다가 박근혜대표의 바람에 의해 역전이 됐으니 더욱 아쉬울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고 한다.
집이 많은 사람이 불만이라면, 없는 사람은 환영해야 한다.

부유층의 재산세를 올리겠다고 한다. 
부자가 불만이라면, 가난한 사람은 적어도 불만은 없어야 정상이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겠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겠지만, 해당되는 지방에서는 좋아할 일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현상엔 이해 당사자에 따라 호(好) 불호(不好)가 있기 마련인데,
이번의 선거결과를 보면, 분명 혜택이 있는 계층마저 다 싫단다.
미운 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혔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대통령탄핵 발의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한나라당을 응징했다.
그리고 거의 맹목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

이번에는 경제실정, 개혁미흡, 정권의 오만함 등을 들어 열린우리당을 거의 짓이겼다.

내년 대선에서는 또 어떤 심판이 내려질지 궁금하다.

실정에 대한 평가에 단호하고 냉정한 조치를 취할 줄 아는게 민도(民度)다.
하지만, 그것이 포퓰리즘이나 마녀사냥, 그리고 홍위병과 같은 용어가 떠올라서는 안된다.


나름대로 차분하게 준비를 하던 맹형규, 홍준표, 이계안 예비후보들은 당선가능성 만을 잣대로 내세운
강금실 바람에 자신들이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밝혀보지도 못하고 모두 중도 낙마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게 강력해 보이던 강금실바람도 오세훈의 맞바람에 거의 초토화되고 말았다.
한쪽에선 자업자득이요, 다른 한편에선 바람은 바람으로 잡는다는, 이이제이식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토네이도와 같은 회오리 속에, 인물과 정책은 힘도 못쓴 채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우리에게  냄비현상은 없는 것일까?

광풍(狂風)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이런 무서운 쏠림현상이 두렵다.
:

직장생활을 할 때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아들이 하나이던 직원이 아들 쌍둥이를 낳았다.
축하한다며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니,
바둑만 수순이 중요한 줄 알았더니, 애 낳는 것도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단다.
쌍둥이를 먼저 낳았으면 둘째 볼 생각을 안 했을거란 얘기다.
그 대답에 한참을 웃었지만, 사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이렇게 순서가 뒤바뀜으로써 안 해도 될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나타나는 현상도 그 순서에 따라 의미가 있을 수도, 또는 없을 수도 있다.

지난 3월에 우리를 들뜨게 만들었던 WBC 야구만 해도 그랬다.
대회기간 중 대한민국은 일본에 지역예선과 조별예선에서 두번을 이긴 후, 준결승전에서 한번 졌다.
승패의 순서가 어떤 식으로 바뀌었더라도 우리는 결승에 올랐을 것이다.
예선에서 두번을 다 졌어도 4강까지 가는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에 2승1패로 우위에 있었지만 4강에 머물렀고,
일본은 우리에게 1승2패로 열세였음에도 우승을 했다.
이기고 지는 순서가 달랐기 때문이다.

똑같은 로또에 당첨이 되더라도 얼마만큼 모였을 때 되느냐에 따라 당첨금은 엄청 달라지며,
단체급식 때에는 줄을 어떻게 서느냐에 따라 배식을 더 많이 받을 수도, 혹은, 더 적게 받을 수도 있다.

야구에서 주자가 3루에 있다.
이 경우 똑같은 외야플라이라도 노아웃이나 원이웃에서 나오면 3루주자의 득점이 가능하다.
하지만, 투아웃 다음에 나오는 외야플라이는 팀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그렇다.
투아웃 전에 플라이를 쳤을 때는 타점도 올릴 수 있고, 희생타로 인정되어 타율관리도 되지만,
투아웃 후의 플라이는 타율만 깎아 먹는다.

삼천만의 놀이문화라는 고스톱에서도 내는 순서에 따라 판쓸이를 해서 남의 소중한 피를 한장씩 얻어 올 수도 있는 반면,
거꾸로 뻑(소위.. 설사)를 하여 가슴을 치는 일도 생긴다.
 
연필심과 다이아몬드는 둘 다 탄소로 이루어졌으나 원자배열이 다르다고 한다.  
원자배열의 순서와 조합에 따라 나타나 보이는 색이나 광채가 다르고,  그 가치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골프를 칠 때도 우린 순서를 중히 여긴다.
일반적으로 롱홀에서의 클럽 선택은 아마튜어의 경우 대개 드라이버-우드-아이언-퍼터 의 순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티샷한 볼이 러프에 들어갔거나, 혹은 벙커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우드와 아이언의 순서가 바뀔 수가 있다.

이렇듯 순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순서를 바꾸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종찬氏나 이인재氏 같은 경우, 순서를 잘못 찾아 큰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사람들이 조금만 조급함을 억누르고 신중히 순서를 생각했더라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살아가며 지금의 순서가 제대로 가는 것인지, 잘 생각해 보자.
그리고, 뭔가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조급해 하지말고 순서를 살짝 바꿔 보자.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순리대로 살자.  순리(順理)라는 것은 알맞은 때를 이른다.

:
일본의 독도 앞 수로조사 등, 최근 일본과 관련된 여러가지 현상레 대해, 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가 있었다.
모처럼 여당 및 시민단체까지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대통령 담화의 첫 마디가 아주 맘에 든다.
'독도는 우리 땅 입니다.'

강한 임팩트의 첫 마디에 이어 역사에 대한 간단한 복기와,
여지껏은 조용히 있었지만 향후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표현에 이어
물리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며,
어떤 비용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일본의 반응도 싸늘하다.
고이즈미 총리는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정부는 국내 지방선거용 멘트라고, 의도적으로 평가절하 하려 한다.
일본언론은 감정적이고 성급한 조치라고 한다.


[조용한 외교]가 맞는 것인지, [강한 맞대응]이 정답인지, 그건 각자의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야당 수뇌부까지 초청하여 의견을 들은 다음 나온, 대통령의 담화라면
이제는 우리도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나라 전체가 강성으로 나가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회현상에는 절충이라는 것이 있다.
그게 막후협상이고, 국가간의 관계에서는 외교다.
그러나, 그런 것은 물밑작업이다.

그러한 물밑작업에는 때로 자기 진영의 강력한 여론이 커다란 협상무기가 된다.
전 국민의 결집이 중요한 까닭이다.


그러면, 정말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까?
대통령이 어떤 비용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는데,  그럼 결과는 어떻게 될까??


실제 전쟁이 일어난다고 가정 해보자.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비교가 안된다.  특히, 해상방위력, 즉 해군의 군사력은 더 하다.
일본은 파죽지세로 한국을 밀고 들어올 것이다.
한국은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겠지만, 중과부적이다.   당할 재간이 없다.

그럼 그대로 끝인가...???

그러나, 전 세계가 쉽게 풀지 못하는 변수가 등장한다.

북한.

그렇다.  북한이 가만히 앉아서 우리나라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밉든 곱든 한민족이라는 다분히 감성적인 면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김정일은 민족주의자 이전에 상당한 국수주의자다.

독도가 일본에 넘어가는 꼴을 눈 뜨고 보지도 못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우리나라가 당했을 경우
다음은 바로 북한이라는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 
그것은 자신의 생존에 관한 문제다.   

모든 나라가 북한을 얼르고 달래려는 유일한 이유 한가지.
북한은 일본에 대해 그 카드를 꺼낼 것이다.

'한반도에서 물러나라.  안그러면 발사한다.'

일본은 어정쩡해 질 수 밖에 없다.
물러나자니 자존심 상하고, 그냥 밀어부치려니 김정일의 행동은 예측이 안된다.
슬쩍 미국의 눈치를 보지만, 미국도 우물쭈물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기회에 골치아픈 놈을 같이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국제정세라는 것이 어디 그런가.
북한 뒤에 웅크리고 있는 중국도 그렇고,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러시아도 부담스럽다.

중국이나 러시아나 일본이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고울리 없다.
또, 결국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만 키워주는 결과가 된다.
미국이 쉽게 일본의 편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론은 무력 전쟁은 없을거라는거다.

평범한 내 머리에서 나오는 이런 일련의 시높시스를 일본과 미국이 모를리 없다.

한일간에 이런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제일 골치아픈 나라는 미국일 것이다.
나중에 일이 커진 다음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것 보다,  사전에 미리 막아 체면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이 한일 양국에 대해 활발하고 적극적인 물밑 조율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그 와중에 한국이나 일본이 오히려 미국에 대해 뭔가 얻어내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전쟁이 있다.

무역전쟁.
일본과의 교류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은 상당히 해법이 난해한 부분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이나 중국도 철저히 자기중심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1997년에 나는 당시 CEO 거주지 랭킹 6위의 동네에 살았다.
국내 상장기업 최고경영자가 아닌 나는, 
1997년말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했는데, 2005년 기준으로 랭킹권 밖이다.

하지만, 난 지금의 이곳이 훨씬 좋다.
조용하고, 공기좋고, 바로 집 앞에 산도 있다.

여름이면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고,
겨울이면 눈앞에 보이는 설경이 기가 막히다.





 

우리나라의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자가 7만여명이라는건 조금 의외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을거 같은대...    하긴 현금 10억이 작은 돈은 아니지...

우리나라보다 땅덩어리가 몇십배 큰 미국의 10억 이상자가 우리의 35배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나라가 그만큼 부자의 비율이 높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부자들은 투자를 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투자보다 현금보유를 선호하기 때문은 아닐까...

투자를 꺼리고 현금을 선호하는 이유는,
국민성 때문일 수도 있고, 그만큼 한국의 투자환경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정답이 뭔지 나는 모른다.  







금융기관 브랜드만 놓고 보면 나도 부자의 대열에 낀거 같아 뿌듯하다.
BENZ 나 LEXUS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쬐끔 불만이겠네...

근데... 어~라~~~  잡화에 [금강]도 있네...  왠일이래???

1인당 하루 평균 구매액 95만원이라...

돈 있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 소비를 늘려야, 돈이 돌고 경기가 할성화되는건 맞지만,
문제는, 그 돈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돌고 돈다는데 있다.

있는 사람들은 고급마켓에서 지갑을 열고,
없는 사람들은 지갑을 아예 두고 다니니, 서민경제가 멍들 수 밖에.

최근들어 정치권에서 신조어처럼 즐겨 쓰는 [양극화]...
우리가 예전부터 사용하던 [빈익빈 부익부] 아니던가.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본 책 중에 [아들아, 부자가 되고싶니?] 라는 책이 있다.
집어들어 눈어림으로 페이지를 대충 훑어 나가는데, 언뜻 눈에 띄인 부분이 부자의 기준이다.

그 책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은행에 예금한 돈의, 이자의 이자로 먹고 살 수 있으면 부자라고 말했다.

사무실에 돌아와 한참을 계산기를 두들겨야만 했다.
도대체 은행에 얼마가 있어야 이자의 이자로 부자 티를 내면서 살 수 있는 건가...???

럭셔리 하지는 않더라도 그런대로 부자처럼 보이고 행세하는데 한달에 500만원이 필요하다고 보자.
월 500만원으로 부자 행세를 할 수는 없지만, 부자 흉내만 내기 위해 상당히 소극적으로 잡은 것이다.
      
그럼 1년에 6,000만원.
년간 이자로 6천만원이 나오기 위해서 필요한 원금은 연이율 5%를 잡더라도 12억원.
12억원이 이자로 나오기 위해 필요한 원금을 같은 이율로 계산하면 240억이 된다.
그러니까, 240억원을 은행에 예치하면 그 돈의 이자의 이자로 월 500만원씩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부자의 길은 험하고 험하다.

아둥바둥 하지말고, 그냥 조금씩 쓰다 죽자.
하긴...  이 말도 정말 없는 분들껜 욕이 되겠지... 

:
일본과의 4강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패배였다.

이상한 대회운영과 대진표로 인해 마지막에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긴 World Baseball Classic.

비록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특히 일본에게 패했다는 것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지만,
순서가 뒤바뀐 것일 뿐, 우리는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며 세계제패를 넘보던 일본을 두번이나 꺾었고,
세계최강이라는 미국을 제압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총 전적 6승1패로,  4승3패의 일본과  3승3패의 미국은 물론  참가국 중 최고의 승률을 기록한 우리 야구대표팀.
길목에서 일본에 패한 것이 정말 아쉽지만, 일본전 2승1패로,
오만한 일본이  결코 우리를 만만히 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고교야구팀이 47개에 불과한 한국, 고교팀만 4000개가 넘는 일본, 대학야구팀만 3000개가 넘는다는 미국.
그런 여건에서도 세계에 코리아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준 대한민국 야구대표선수들.
그들은 이번 대회 최대의 수혜자이자, 최고의 주인공이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의 한국인들에게 가슴 뭉클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20여일 동안 환희와 즐거움이 가득한 축제의 장을 만들어준 그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이제 6월의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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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정치뉴스의 키워드는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다.
그중에서도 열린우리당의 현직 장관에 대한 후보차출을 가지고 여야간에 말이 많다.

여당이 정치적 승부를 위하여 승산이 있는 전략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경쟁력있는 후보를 내겠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어차피 정치라는게 그런거고, 정당의 목적이 선거에서 이기고 집권을 하기 위한 것이니까.

때문에, 강금실 전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기 위하여 연일 여권의 수뇌부가 삼고초려를 하고,
승산이 있을 것 같은 장관들을 선거판으로 불러내기 위하여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
대상 장관들에게 격려와 압력(?)과 지원을 다 하고 있는거 같다.
그런데, 그중에 이해가 안가는 대상이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다.

진대제장관은 원래부터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아니었다.
그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IBM 연구원으로 재직중, 삼성이 반도체사업을 시작하며 영입한 전형적인 공학도이다.
그리고 삼성전자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로 재직 중 참여정부에 의해 각료로 입각한 사람이다.

진장관은 실무경험과 know-how, 그리고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IT산업과 정보통신 정책을 잘 이끌고 있다는 것이 언론과 주변의 대체적인 평인거 같다.
물론, 일부에서 그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구상과  CEO 출신다운 국가산업 마케팅 능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은거 같다.

그런 진대제장관을 여권에서 경기도지사 후보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말은 진작부터 있었다.
그리고, 여권의 제의에 대한 진장관의 반응은 늘 소극적이었다.
여권의 바람몰이가 시작된 최근에도, 자신은 정보통신부에서 할 일이 아직 많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도지사 출마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진장관이 최근까지 강력하게 출마를 고사를 하는 이유가,
정말 할 일이 많아서인지, 정치판이 싫어서인지, 혹은 행정가로서 자신이 없어서 인지는 본인만이 알 일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왜 싫다는 사람을 강제로 끄집어내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는 강금실 전장관과는 경우가 다르다.
강금실氏는 이미 자유인이지만, 진장관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에, 그만한 식견과 안목과 전문지식을,
게다가 3년이라는 실무경험까지 갖춘 행정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가 삼성전자에서, 그리고 정보통신부에서 탁월한 행정능력을 보였다고 해서,
도지사로서도 같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동안 그가 이뤘던 성과는 그의 탁월한 전문가적 식견에 근거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전문지식만으로는 안되는 종합행정직인 도지사의 자리가 그에게 꼭 맞는 것인지 검증도  안됐다.

더구나, 그가 출마를 하더라도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에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공연히 아까운 전문각료만 잃고 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경쟁력있는 전문인력을, 자신이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은 자리에서 억지로 끄집어내는 이유가,
진대제장관이 경기도의 발전과 경기도민의 행복추구를 위해 정말 필요한 적임자이기 때문인지,
혹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는 여권 지도부의 구실을 위한 면피용인지 묻고 싶다.

선거에서의 승리도 필요하고, 지역의 발전도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같은 정보화시대에서 정보통신분야의 국가경쟁력은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정당의 정치논리에 의해 국가의 한 분야에 필요한 인재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제 자리를 못 찾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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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살아가는 것이 선택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크고 작은 의사결정과 선택을 하고 있다.
그중에는 스스로 하는 선택도 있고, 강요에 의한 선택도 있고, 강요는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유형의 선택이든 선택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나의 선택과 무관한 것은,  내가 태어난 것 밖에 없다.
수명마저도 - 삶의 연장은 선택의 대상이 될 수는 없으나 - 단축은 선택이 가능하다.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중고교시절, 사지선다형 시험문제의 정답이 이거 같기도 하고 저거 같기도 한 아리송한 상태에서
㉠ ㉡ ㉢ ㉣ 보기 둘 중에 하나가 확실할 때 어느 것을 고를 것이냐...
이런 선택의 갈등은 누구나가 한번쯤은 다 겪어 보았을 것이다.


오늘 점심은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  무슨 영화를 볼까? - 이런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장래 진로문제라든지, 결혼과 같이 조금은 신중해야 할 선택.
또는, 국제적인 협상에서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 하는 중요한 선택들도 많다.

모든 행동은 선택에서 나온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것도 이 시간에 해야 할 많은 일 중에 글쓰기를 택한 것이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많은 글들 중에 이 글을 선택하신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선택을 위해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항상 이런 자기만의 노하우를 통해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을 한다.
스스로 최선의 방법을 두고 차선의 방법을 택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또 선택을 잘 하면 합리적인 사람이 되지만,  잘 못하면 우유부단한 사람이 된다.

2001년 어느 날,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과연 나는 지금의 내 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가...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은 '썩...' 은 아니었다.

그러자,  다시 의문점이 생긴다.
산다는 것이 나 자신에 의한 선택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면, 사회생활 20여년 동안,
나 역시 매 순간 나름대로는 늘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20여년 동안 결정해온 최선이라 생각했던 선택의 결과에 대해 스스로 '썩' 만족스럽지 못 하다면,
전체적인 삶의 골격을 바꿔야 하는게 아닌가?

축구감독이 전반전을 마친 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후반전에는 선수나 전술을 바꾸듯,
나 역시 내 인생의 전반전에 스스로 만족을 못 한다면,
내가 살아온 틀과 방법을 바꿔 후반전을 대비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20여년을 열정적으로 몸 담았던,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둔 이유다.
물론 이 선택 역시 잘된 선택이었는지는 나중에 판단이 될 것이다.


삶의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고,   삶이란 연속된 선택의 조합이다.

그리고, 선택은 의사결정의 산물이다.
의사결정 과정이나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있다.
스스로 지식과 지혜를 갖추거나, 그런 사람을 곁에 많이 두는 것이다.

본인이 어떤 노력을 하느냐...  어떤 사람을 곁에 두느냐...
결국 이것도 선택이다.


선택은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고뇌와 갈등의 반복이다.

[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
그래서 400여 년이나 지난 오늘날에도 햄릿의 대사는 지구상의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
샤브미가 있는 건물 지하에 호프집이 하나 있다.
서로 아는 지인 다섯명이 공동투자를 하여 운영을 해왔는데, 지난 1월 31일로 문을 닫았다. 

내가 지나다니며 보면 문을 닫을 정도로 어려운 영업여건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최근에 손님이 많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모든 현상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 호프집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동업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것도 동업자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문제였다.
다섯 동업자들은 그중 한 명을 대표 사장으로 하여 경영을 일임하였는데,
처음에는 내가 봐도 매우 의욕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열정이 식는거 같더니
몇달 전부터는 일주일에 한번 얼굴보기도 힘들었다. 

주인이 너무 많다보니 주인이 없는게 되어버린 것이다.

주인이 없으면 구멍이 생기는 법.
대기업처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조직의 경우에는 주인이 무심하더라도 어느정도까지는 돌아간다.  
그러나 그것도 관성의 법칙에 의해 일정기간 돌아가는 것이지 마냥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작은 식당이야... 

챙기는 주인이 자리를 비우려면 책임있는 사람이라도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 호프집의 경우,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점장은 영업이 한창일 밤 10시반 쯤이면 퇴근을 한다.
그 다음부터는 완전히 아르바이트들의 놀이동산이 되어버린다. 

종업원들의 서비스는 엉망이다.
새로 손님이 들어와도 불러야만 오고, 자기들끼리 잡담을 하거나 뭔가를 먹기가 일쑤고,
손님이 뜸하다 싶으면 손님이 오는대도 영업이 끝났다며 자기들끼리 임의로 문을 닫는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모두 의욕이 넘쳤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장사가 그렇듯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데,
영업이 어렵다보니 경영을 책임진 투자자도 재미가 없었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 같이 투자를 해놓고 왜 내가 혼자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테고,
다른 동업자들은 자기 일에 바빠 신경도 못 쓴게 미안하니, 부진한 경영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있어도 눈치만 봤을테고...
그러다 결국 끝내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동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다수의 동업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한다.
좋은 관계에서 시작해서 불편하게 끝나기 쉬운게 동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책임을 미루게 되고, 잘 되면 잘 되는대로 서로의 공과를 따지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결실을 맺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동업자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다같이 뛰어드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투자를 해야 한다.

동업과 투자는 다르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는 여러가지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나는, 동업은 마음과 몸으로 하는 것이고, 투자는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파트너와 함께 몸과 마음을 다해 올인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냉철한 머리로 투자를 하는게 낫다.
:

너는 남의 과실과 연약함을 끈기있게 참는 법을 배워라.
너도 남에게 괴로움을 끼치는 일이 적지 아니하리라.
너도 네 자신을 마음대로 못하여  네가 원하는대로 하지 못하는데
어찌 다른 사람이 네 뜻대로 되어지기를 바랄 수 있으랴.

우리는 남들이 완전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우리 자신의 허물을 고치지는 못하며
더우기 스스로를 완전하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눈을 돌려 네 자신을 살피되, 남의 행위를 판단할까 조심하라.

사람이 남을 판단하는데서는 헛된 수고를 하고,
자주 그르치고, 쉽게 죄를 범하지만,

자기를 판단하고, 자신을 살피는데서는
오히려 항상 유익을 본다.


네가 남에게 충고하는 그대로
네 마음과 행동을 다스려 처신하라.

2006년에는 반드시 내 말을 명심하여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되도록 애써 노력하라.


:
그 어머니와 그 아들은 못난인가 잘난인가


금년 연초 그러니까 지난 1월16일 KBS 1TV에서 방송된 ‘퀴즈 대한민국’을 본 시청자라면
한 청년의 모습이 머리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출제되는 문제마다 거침없이 풀어내다 마침 내 ‘퀴즈 영웅’이 되자, 껑충껑충 무대를 뛰어다니며
큰절을 올리던 그 청년 (이창환군18) 말입니다.

역대 최고 상금인 5,810만원을 받으며 최연소 ‘퀴즈 영웅’으로 등극한 이군이,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자란 데다, 가정형편 때문에 과외 한 번 받지 못하고도
200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 대구지역 수석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이 ‘소년 천재’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고생한 끝에 이 자리에까지 올라왔을까’ 그는 밝고 구김살 없는 표정으로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군의 집은 대구광역시 반야월. “친구들도 환경이 다 나와 비슷해 어려운지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대구의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21평 ‘내 집’에서 살 만큼 형편이 괜찮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부터 가세가 눈에 띄게 기울었다고....
어머니 혼자서 꾸려가는 살림은 자꾸만 이들을 전세로, 월세로 그리고 독지가가 운영하는 무 월세 거주 시설로 내몰렸습니다.
생활보호대상자여서 학교등록금마저 전액 면제받았을 만큼 어려운 살림이었습니다.

이군은 “어머니가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픈 적은 많았지만, 정작 나는 힘든 줄 모르고 살았다고 했읍니다.
이제부터 마음껏 효도하라고 이런 운이 주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말 했습니다.
이군에게 퀴즈 영웅의 ‘행운’을 안겨준 것은 드라마보다 시사 프로그램이나 교양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어머니 덕에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군은 “나보다는 오히려 지난해 고졸 검정고시와 10급 위생직 공무원 시험에 모두 합격한 어머니가 더 대단하다”고
슬쩍 말을 돌렸습니다.  이군의 어머니 채씨(45)는 이군이 가장 존경하고 또 자랑스러워하는 대상입 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뒤, 이군과 지금은 대구과학고에 다니는 동생이 다닌 초등학교에서 급식담당 직원으로 일했지만
한 번도 자식들의 기를 죽인적이 없었다고.
“어머니가 학교 식당에서 일하시는 게 왜 부끄러워요. 오히려 학교 가면 늘 엄마가 계시니 더 좋았죠.

그런데 연세가 드실수록 무거운 식판, 국통을 들어 올리고,
설거지통에 손을 담근 채 수 백명 분량의 식기를 닦는 일이 힘에 부치 시더라고요.
월급이 적어서 다른 일도 더 해야 했고요.  '그래서 작년 7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셨어요.”
이군은 “남들은 고3이라고 뒷바라지도 받는다는데, 사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수험생 학부모’ 같았다”고 말하며
환히 웃었습니다.  
밤늦도록 책상 앞에서 일어나지 않는 어머니에게 커피를 타 드리고,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공무원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시죠. 대학 나온 사람들도 못 푸는 문제가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가 46.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 하셨잖아요.
신학기가 되면 7년 동안 근무하신 제 모교를 떠나 다른 학교로 ‘발령’도 받는데요. 정말 공무원이라니까요”

매일 밤 시큰거리는 손목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어머니를 보며 눈물을 훔치던 이군에게
이것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대학에 가면 진짜 멋들어진 연애를 하고 싶고,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많은 경험도 해보고,
또 세계 최고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되어 경륜을 쌓은 뒤 중년이 되면 나라에 봉사하고 싶다는 포부도 풀어놓았습니다.
(여건 좋은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아이일까? 새삼 생각해보게 되네--)





내가 관여하는 골프동호회 사이트에 어떤 분이 올리신 글이다.
 
너무 감동적이고,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는 글이라  같이 나누고 싶어 옮겨 왔다.
이런 글을 읽으면 괜히 마음이 뿌듯해진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에 살아가는 맛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

요 며칠 송년회 참석으로 어제는 하루종일 무척 피곤했다.
집에 들어가 일찍 자야지...  생각하고 집에 들어가, 집사람이 켜논 인터넷을 들여다 보다
난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우석교수와 줄기세포에 대한 기사가 온 뉴스 화면을 도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란게 정말 뭐가 뭔지 헷갈린다.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결국 새벽 1시가 넘어 잠이 들었고,
오늘도 하루종일 인터넷을 검색하고, 황우석교수의 기자회견을 보고,
이어진 미즈메디병원 노성일이사장의 반박 기자회견을 보면서
정말 머리가 혼미해진다.




전 세계에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고, 이순신장군 이래 대한민국 최고의 자랑스런 인물로
온 국민의 존경과 추앙을 받아온 황우석교수.

삼성에 대한 국정원 도청테잎을 공개해, 용기있는 언론으로 신선감을 주었던 MBC의 간판 시사프로 [PD수첩]이,
황교수의 연구 업적에 의혹을 제기하여  졸지에 전 국민의 공공의 적이 되어 프로 폐지가 거론될 정도로,
국민들의 황우석교수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그렇기에 어제부터 오늘에 이어지는 국민들의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가히 전 국민이 정신적 공황상태다.
국민뿐만이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증권가, 아울러 전 세계에까지
황우석 신드롬은 그 무한한 기대만큼이나 강한 힘으로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강타하고 있다.


과학을 알지도 못하면서 한껀 위주의 개인적 공명심에 눈이 멀었다고, 전 국민에게 왕따를 당하던 방송프로가,
마녀사냥식 여론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용기있는 진정한 사회적 공기(公器)가 되고,

전 세계 난치병 환자에게 메시아 같은 존재로 떠오른 국민적 영웅이
어쩌면, 거꾸로 공명심에 눈이 먼 희대의 사기 과학자가 될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하루사이의 일이다.
이보다 더한 반전드라마가 있을 수 있을까.

결론이 나온게 없기에  나도 아직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을 우리는 이렇게 혼미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착찹하다.

그리고, 영웅과 역적이 순간순간 뒤바뀌는 이 혼란의 상황을
실체를 모른 채 바라봐야 하는 이 허탈한 상실감은 어찌해야 할까..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

11/21  삼경회

11/26  시종회

11/29  경동총동문회

11/30  경동30기

12/07  연세대ROTC동문회

12/09  연그린9기

12/14  경동3-5반창회

12/15  크레이지보이스

12/19  삼성생명ROTC16기

12/21  시그너스동호회

12/28  골든베어

12/31  샤브미



11월부터 잡혀있는 각종 연말모임 일정.

여기에 개별적인 친분관계로 모이는 모임이 또 몇개 끼어있다.
몇개는 신년모임으로 미루고 있지만, 그래도 제법 바쁘다.

해마다 11월말쯤 되면 수첩과 카렌다를 뒤적이며 날짜 잡기에 정신이 없다.
특히 감초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그 많은 일정이 중복되지 않도록 컴퓨터같은 세밀함을 보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많은 일정들을 교통정리 해가며 그 안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만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재미난 것은 이력이 비슷한 사람들은 그만큼 이쪽저쪽에서 자주 만난다는 것이다.
나와 중고등학교, 대학교, ROTC도 같이 했고, 게다가 군복무도 같은 지역, 사회에서 직장도 같이 다닌 친구가 있다.
그러니 연말만 되면 이 친구를 가족보다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거의 하루걸러 한번씩 장소만 바꿔가며 만나다보니 서로가 웃는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행태를 계속 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 친구의 시간대별 행동양상이 훤히 보인다.
며칠간격으로 계속 봐오던 것이기에...


연말에 갖는 모임의 명칭도 세월이 가며 그 시대의 특성에 맞게 알게모르게 변해가는 것 같다.
예전엔 망년회(忘年會)라 하더니, 언젠가부터는 송년회(送年會)으로 부르다가
요즘은 그냥 연말모임이라고들 많이 하는 것 같다.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는 그저 지난 일들은 무조건 잊고 싶었나보다.
'돌이켜보면... 아.. 생각하기도 끔찍해... 그냥  잊자~~ 잊어~~  그리고 새해에는 새출발 하는거야...'
뭐.. 이런 심정들이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지난 1년간의 모든걸 잊자는 망년회라 그랬겠지.

그러다 조금 먹고살만 하니까 이제 지난 시간을 보내기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열심히 살고 나름대로 이룬 것도 있는 1년을 그냥 흘려 보내기가 어딘지 아쉬운 것이다.
그런 아쉬운 마음을 담아 송년회라 칭한건 아닐까.

이제는 특별히 끔찍할 것도, 그리고 딱히 아쉬운 것도 없다.
담담하게 한해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언론에서도, 방송에서도, 전처럼 요란한 특집프로라든지 이벤트성 행사로 분위기를 띄우지 않는다.
거리의 풍경도 차분하다.

그래도, 각자가 일상에 충실하다보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보지 못했던 얼굴들이 왠지 그립고,
1년에 한번은 묵은 이야기들을 나눠야 그간의 정이 덜 훼손될거 같아 해가 넘어가기 전에 한번쯤은 봐야겠기에
그냥 연말모임이 되는게 아닌지...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여러 사람들과 연을 맺고 살지만,
해마다 계속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에는 연말에 안 만났던 사람들을 새로이 만나게도 되고,
반면에, 해마다 계속 만났던 사람들 중 안 만나게되는 사람도 있다.
서로에게 잊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경우가 많이 맘이 아프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그간 알고지냈던 사람들과 가급적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같은 바람일 것이다.

요즘의 이 시간들이 모든 이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년말이 가까워지니 슬슬 송년모임 일정이 잡혀나간다.
벌써 몇 번의 모임이 있었는데, 모임의 대화 진행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간 있었던 각자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 그 모임에 얽힌 에피소드, 불참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또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술이 더해 감에 따라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대개는 총무나 간사의 회비 징수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지난 주에 나갔던 두번의 모임에서 나온 정치판 이야기는 극에서 극이다.

먼저 한군데 모임에서,  한 사람이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꺼내자, 다른 사람이 대놓고 입을 열었다. 
'나, 노사모야...'  그러면서, 현 정권이 무엇을 잘못했는냐... 부터 시작하여, 오랜시간 장황하게 현 정권에 대한
옹호인지 홍보인지 모를 열변을 토하고  몇몇 사람이 같이 동조를 하니,
처음 말을 꺼낸 사람은 몇마디 반론을 제기하다 그만 입을 다문다. 

나는 빙긋 웃으며 듣고만 있었다.

현 정권에 대해 나름대로 불만인 점도 많지만, 그들의 이야기 중에 일부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고,
가끔 그들의 지나친 아전인수격 방어논리에 짜증도 났지만, 조목조목 반박할 구체적 근거도 없고,
또 친목모임에서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다른 모임에서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역시 한 사람이 먼저 현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자,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으로 싸잡아 매도하기 시작했다.

난 역시 빙긋이 웃으며 듣고 있었다.
많은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의 비판 논리를 설파하고 있었으나,
그들 역시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모든 부분을 부정만 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왜곡된 부분에 대해 몇마디 하고 싶었으나, 역시 그들을 이해시킬만한 구체적인 근거도 없었고,
또 이런 류의 이야기는 대개가 언성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모든 현상에 절대악이나, 절대선의 개념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정적인 현상중에도 잘 살펴보면 게중에는 열개중에 하나정도라도 인정할만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가 기준과 일치되지 않으면 모든걸 반대입장에서 악으로 본다.

박정희대통령은 권좌에 있을 때 민족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며 그는 하루아침에 독재권력의 수괴, 절대독재자로 폄하됐다.
경제가 뒤걸음질치고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그는 다시 대한민국의 국부를 창출한 지도자로 재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사람에 대한 평가도 시대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정권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 역시 역사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난이 일 때 마다, 대통령이 하는 말이 있다.
인기에 영합하는 일시적인 경기부양책보다, 당장의 체감효과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경제의 체질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거시적인 측면에서 국가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는 지금 차츰 좋아지고 있단다.

나 역시 요즘 경기가 안좋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불만도 많다.
하지만, 역시 땜빵식의 일시적인 부양책에는 찬성하고 싶지 않다.
내가 어렵더라도 내 자식 세대에서 효과적인 결실을 볼 수 있다면, 인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연 그 말을 믿어도 되느냐 인데, 경제학이 전공이 아닌 나로서는 판단을 못하겠다.
세월이 흘러, 나중에도 대한민국의 경제가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노대통령은 정말 경제를 몰랐던,
한 나라를 경영하기엔 능력이 부족했던 지도자로 평가될 것이고,
나중에라도 정말 국가 경제가 탄탄해진다면, 그는 인기에 영합하지않고 미래를 생각했던 소신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물론 경제와 같은 경우,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지금도 어느정도의 미래예측은 가능하겠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을 [절대]의 개념으로 보지말자는 거다.

비판은 하되, 비난은 하지 말자.
내 기준과 안 맞는다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내 방식과 다르더라도 추진과정을 지켜보는 아량을 갖자.

또 한가지.  여러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자기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거나  침묵하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자기 편일 수 만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모두 자기말에 동조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동의를 구하려 한다. 

[절대]라는건 없다.  그리고, 말을 안한다고 모르는게 아니다.


예전에 강의를 나갈 때, 세일즈맨이 화제로 삼아서는 안될 3대 금기 소재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 지역에 대한 이야기, 종교에 대한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그 모임의 분위기를 위해 좋다.

 

:
작년 이맘 때 쯤 이다.

점심을 무얼 먹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건물 신축공사 기간중에 인부들이 식사를 하던 함바집이 생각나길래 들렸다.
그런데, 그곳에 가보니 신축현장에서 현장실무와 감독을 맡았던 현장기사가 있다.

> 마대리 여기 왠일이냐?
-  어~~  사장님은 왠일이세요?
> 이친구야.... 식당에 밥 먹으러 왔지, 왠일은...   그나저나 니가 왠일이냐구...???

그랬더니 이 친구 씨익 웃으며 ' 저 여기서 아르바이트 합니다 '  그런다.
그러더니 정말 주변에 식사배달도 하고 식당 안에서 반찬도 깔아주고 테이블 청소도 한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문득 그 식당의 딸이 눈에 띄인 것이다.

이 아가씨가 인물도 괜찮고, 인상이나 성격도 좋아보이고,
또 몇 번 다니며 알게 된 이야기로는 어머니 식당 일 돕느라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둘 정도면 심성도 착한거 같고,
생활력도 있어 보였다.

` 이 친구가 돈 몇푼 벌자고 이럴리는 없고,  그래... 이놈아가 저 처자에게 맘이 있구나...` 하고, 필이 딱 온다.

준공은 끝났지만,  그때까지 손 볼 곳이 좀 남아서 기사가 건물에 늘 상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 차는 늘 현장에 있는데도 사람은 안 보이곤 했는데,
뭐좀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를 하면 그때마다 ' 가까운데 있으니 곧 가겠습니다.' 하길래,
근처 어디 사우나나 게임방에 있는줄 알았더니, 그 함바집에서 죽치고 있었던거다.

이 친구가 나이가 서른넷인데 총각이었고,  1년 이상을 겪어보니 성실함이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간의 내막을 알아보니,
함바집 주인 아주머니가 이 친구의 성실함을 보고 사위감으로 점 찍어 두셨고,
대충 눈치를 보니 본인들도 서로 맘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사실 이 친구는 그때 해남에 아가씨가 있다고 한달에 한두번은 해남까지 내려가곤 했는데,
남녀간의 사랑이란게 참 묘한거 같다.
자기 말로도 그런다.  공 들인건 안되고 우연찮게 된다고.

그때 그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만약에 그 함바집 딸를 선봐서 만났다면,  너도 양복입고 그 여자도 가꾸고 만났을거 아니냐.
그러다 나중에 너 흙먼지 뒤집어쓴 모습을 보거나, 
너도 그 아가씨가 앞치마 두르고 식당에 있는 모습을 봤다면 서로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서로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면서 좋아진 것이 오히려 두사람을 서로 편하게 엮어줄 수 있을거다.


사람들은 가끔 숙명적인 만남...  운명적인 사랑 이라는 표현들을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이 자기에게 다가올 것을 기대하며, 동화 속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을 거창하고 낭만적으로 표현한거에 지나지 않다.

그때 내가 웃으며 그랬다.
' 마대리... 좋은 결과가 있으면,  넌 이 건물 평생 A/S 책임져야 한다..'


두 사람은 올 여름 결혼하여 신혼의 생활을 보내고 있다.

결코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그리고, 요란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서로에게 보여줬던 소박한 모습과,  서로에게서 느꼈던 삶에 대한 진솔한 태도는
두 사람이 앞으로 그들의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필요한 신뢰의 밑거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
사년전인가...

대입수능시험 요강이 바뀔 때
참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었다.

수많은 과목중 국사를 선택으로 한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한동안 만나는 사람들에게 거기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교육행정은 참으로 한심하다고...

국어와 국사는 전 국민이 싫다고 해도 강제로라도 주입을 시켜야 한다.
말과 역사를 모르면서 어찌 그 나라의 국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권의 단골 화두가 [정체성] 이다.
최근에도 강정구교수와 관련한 국가보안법을 놓고 
여와 야는 국가의 정체성에 대해 하루를 멀다하고 치고 박는다.
그런데, 그들이 얘기하는 국가의 정체성이라는게 과연 무언지 궁금하다.
우리 정치인들이 얘기하는 국가의 정체라는게 正體인지 政體인지 모르겠다.

그들이 얘기하는 국가에는 자기들만이 국민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정말 우리 정치인들의 停滯性을 보는 듯 하다.


일본이 계속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고 있고,
세계의 유수 지리사전이나 지도에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제주도마저 일본 영토로 분류가 되고 있으니...

이 와중에 중국마저도 고구려를 한국으로 부터 분리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 땅은 어디까지인가??
우리에게 주장할 영토가 있긴 있는 것인가???

그간 유사한 영토분쟁이 있을시마다 정부가 내세우는 것은 감정적인 대응의 자제였다.
분명, 하나의 대응논리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세상에 그 무엇이든 효과가 없으면 방법을 바꿔야하는 것은 자명하다.

强과 溫은 적절히 조화가 될 때 그 힘이 더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溫에 치중하는 것 같다.
북한에, 미국에, 일본에, 중국에...

나는 현실론자다.
현실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잖고 수용적인 사람이 얕잡아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얘기가 조금 이탈을 했는데,
오늘 얘기하고 싶은 것은 국민의 역사인식이다.


미국은 앞으로 시민권부여를 위한 시험을 볼 때
미국역사에 대한 질문을 강화한단다.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만을 물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환경까지
이해하고 있는지를 질의를 통해 알아볼 예정이라고 한다.

가장 국가에 대한 인식을 강조해야할 학생들에게마저,
특히 진학을 위한 점수 획득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나라에서
역사를 선택하게 만드는 나라.

도대체가 이 나라가 요구하는 국민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주변국들이 우리 영토를 가지고 소유권을 주장한다거나, 당사국도 아닌 제3국이,
역사적 진실보다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자기 역사 알기에 게으르고 무관심한 민족이 감내해야 할 당연한 업보일 수 밖에 없다.

수능점수에 올인하는 우리나라에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만 했더라도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온 국민이 이렇게 무관심하지는 않았을거다.

국민적 의사표시의 상징이 되어버린 촛불집회는 용도가 따로 있는가.
임금인상에는 집착하면서도 영토의 유실에는 관대한 국민.

그동안 이 나라가, 그리고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만들어 온 한국인의 의식이다.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컵 1승에 열광하는 국민. 

금메달을 기원하는 그 마음만큼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고,
외국에서 열리는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원정 응원하는 붉은악마의 열정만큼
우리 땅에 대한 애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의 대동아공영,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그저 일본관광과 중국유학만을 생각하는 우리 학생들의 머리 속에
언제쯤 [발해]와 [대조영]이라는 단어가 자리잡을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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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우연히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토너 이봉주선수의 글을 읽다보니
문득 작년 아테네올림픽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작년 8월,  올림픽의 대미 마라톤의 생중계를 보았던 사람들은 분명 황당하셨을게다.
혹시 직접 중계를 보지 못하고 다음 날 뉴스등을 통해 접했던 사람들은 ' 저게 무슨 소리야...???'  하고 궁금했을거다.

그렇다... 그건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이 리마선수를 인도쪽으로 밀어부치자, 수염을 기른 관중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출처 : 네이버)


구경하던 관중이 튀어나와 달리는 마라토너를 연도로 밀어제끼는 희대의 사건.
그것도 당당하게 선두를 질주하던 선수에게 가해진 행동이라 전 세계인의 충격은 더욱 컸다.

전 세계가 충격과 경악에 빠져있는 사이,
38km 지점까지 2위와의 격차를 300m이상 벌리며 흔들림없이 선두를 질두하던
브라질의 리마선수는 급격히 페이스가 흔들리며  2등과 3등에게 추월을 당했다.

마지막 직선코스로 들어오면서 그가 보인,
비행기의 수평날개처럼 양팔을 어깨높이로 들어
마치 어린이들이 비행기놀이를 하듯, 좌우로 기우뚱거리며
밝게 웃으며 결승선을 향해 들어오는 그의 순수한 표정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다음 날  아침 신문에 난 그의 인터뷰기사를 보고는 또 한번 감동을 받았었다.

세계의 관심이 향후 사태 전개에 집중되어 있었고,
브라질 올림픽위원회가 강력한 항의를 하고 있는 와중에,
그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말을 했다.


-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 시간적인 손실을 본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승했을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 ... ...
나는 조국 브라질에 동메달을 바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 누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그 누구도 비난받아서는 안된다.
올림픽은 훌륭하게 치러졌다. 이런 일은 어디서나 생길 수 있다.
다만 앞으로 나같은 선수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왠만하면 금메달을 놓친데 대한 한마디의 구실이라도 찾음직한데,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조그마한 일에도 나의 잘못보다는, 상대방에게서 잘못된 이유를 찾고
주변에게 원인을 돌리려고 하는  이 시대 우리들에게
올림픽에 참가한 32세의 한 마라토너는 빛나는 교훈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리마선수.

1년이 지난 지금.  당신에게 새삼 가슴 속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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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한국시리즈 1차전이 시작된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늘부터 약 1주일은 아주 익사이팅한 한 주가 될 것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두산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있으니 그 흥미와 관심은 배가될 수 밖에 없다.

어제는 양팀 감독인 두산베어스의 김경문감독과 삼성라이온스의 선동열감독의 공개인터뷰가 있었다.
인터뷰 내용 기사를 읽어보고 난 조심스럽게 두산의 우승을 점치게 되었다.
그 근거는 선동열감독의 시리즈에 임하는 마음이다.

기사에 의하면, 선감독은 삼성의 에이스인 배영수를 1차전이 아닌 2차전 선발로 예정하고,
대구에서 1승1패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어차피 2승을 못할 바에야 2차전을 이기는 것이
분위기상 서울 3연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팀의 전술적 운영의 모든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팀의 모든 사정에 대해 감독만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의 팀 전력과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동열감독으로서는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을 것이고,
인터뷰 내용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감독의 구상은 오히려 두산 김경문감독의 복안이라고 했을 때 더 어울렸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1위팀이다.  그리고 페넌트레이스 우승 프레미엄으로 1,2차전을 홈구장인 대구에서 갖는다.
우승팀 감독이 단기전 승부의 중요한 1차전에서 에이스 맞대결을 피해 간다는 것도 다소 이해가 안되지만,
더더욱 의아해지는 것은 홈구장에서 1승1패를 목표로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그 말은 두산 김경문감독이 했어야 할 말이다.
1위팀 감독이,  더구나 홈에서 갖는 경기를 앞두고 해서는 안될 말이다.
이는 감독간의 기싸움에서 선동열감독이 어딘가 밀리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결전을 앞둔 조직은 리더의 기운에서 기를 이어 받는다. 
삼성 선수들이 감독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다.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3차전,  1회초 한화의 공격에서 한화의 2번타자인 고동진이
다리 쪽으로 들어오는 투수의 공을 피하는 것을 보고 난 두산이 이긴다는 확신을 가졌다.
큰 경기에서 두산의 타자들은 몸으로 날아드는 공을 피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두 팀의 이 차이가 결국 승부를 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력은 결국 기싸움이다.

두 팀의 승부가 어떻게 될지, 어느 팀이 우승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삼성 선동열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초보감독이 큰 승부에 앞서 기싸움에서 진 것인지,
혹은, 초보감독답지 않은 고도의 허허실실 전략이었는지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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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본 한 일간지 경제면의 헤드라인이다.

세계 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신제품을 내놓을 장소로 한국을 택하는 외국 기업이 많아지는데,
그 이유는, 한국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이 많고, 인터넷이 발달해
정보의 유통속도와 제품에 대한 반응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한국을 `테스트 마켓(Test market)`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란다.

특히, 한국은 내수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소비자 취향이 세련되고
시장 반응이 빨라 해외 진출의 잣대로 삼기에 좋은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등 IT 업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 호텔, 레스토랑, 패션업체 까지 확산되고 있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다소 혼란스럽다.

나는 early adopter 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왠지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프론티어적인 진취적 기질이 있는,
한마디로 세상을 앞서가는 느낌이 든다.
물론 부정적으로 보면 허세적이고 겉멋만 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외국기업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의미로써 early adopter 의 자질을 인정해준 것이라면 영광이겠지만,
우리를 부정적 의미의 early adopter 나,
소비 사대주의에 물든 몰모트로 보는건 아닌지...

우리 스스로가 냉철히 숙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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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할 때의 이야기다.

인사발령으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는데,
전임자가 업무인계를 하면서, ㅇㅇㅇ대리는 가급적 빨리 다른데로 보내는게 좋을거라고 권한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으니,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고 고집이 너무 세서
상사의 말도 안 듣고 동료들과 융화도 잘 못한단다.

같이 일을 해보니, 정말 고집이 쎄다.
자기 주장도 강하고.
그런데, 같이 앉아 얘기를 해보면 주장이 강한게 맹목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름대로 근거와 논리가 있다.  막연하게 자기 주장만을 빡빡 우겨대는 똥고집이 아니더란 얘기다.

동료와 융화를 못 한다는 것도,  술을 많이 못 한다는 것과,
유난히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 늦게까지 때로는 밤샘을 하며 일을 많이 한다는 거다.
사실 동료들이 왕따를 놓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 친구는 나와 같이 근 4년간을 정말 재미있게 일했고,
인사고과도 제일 잘 받아 특진까지 했다.
나의 직장생활中 가까이 하고픈 사람으로 기억되는 후배중의 한사람 이다. 

건물 신축공사를 하면서, 가끔 건축사와 생각이 달라 논쟁을 벌일 때가 있었다.
어떤 때는 일부러 꼬투리를 잡아 논쟁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건축사의 자기 설계물에 대한 철학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현들께서 남을 시험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성현이 아닌 속물인지라 가끔은 남을 시험하게 된다.
특히, 믿고 쓰고싶은 사람에 대해서는 그 욕구가 더 강해진다.

그럴때 나는 고의로 그 사람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며 반응을 보기도 한다.
부담없이 내 의견에 동조하는지,   아님 나와 맞서는지,
맞서더라도 어떤 식으로 맞서는지를 본다.

늘 적당히 동조하는 사람에겐 믿음이 안 간다.
깊이있는 생각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를 대신하여 상대방과 얘기를 할 때, 
내 생각을 전하기보다 상대의 생각에 동화될까 두렵다.

아무 근거없이 주장만 하는 사람은 늘 불안하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를 대신하여 만나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까 염려된다.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사람은 나름대로의 깊이가 있다.
설득력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믿음이 간다.
설사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나는 그 의견을 믿고 존중하고 따라 간다.

자기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은
자기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상대의 의견을 접목시킬 줄 안다.

소신은 다소 느릴 수는 있어도,  결코 잘 못되는 법은 없다는 것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나의 신념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결국은 미숙한 사람이다.

인간이 가장 인간답다거나, 혹은 인간의 한계가 바로,
자신의 허물은 못 보면서 남의 허물을 예로들어 絶對善과 王道를 논하는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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