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SBS 역사드라마 [연개소문]이 종영됐다.
MBC의 [주몽]이 종전의 히트를 치면서 [연개소문]에 이어 등장한 것이 KBS의 [대조영]이다.
[연개소문]과 [대조영]은 고구려 말기라는 비슷한 시대적 배경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 [연개소문]이 100회로 막을 내린 것이다.
혹자는 [연개소문]에 더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혹자는 [대조영]이 더 재밌다고도 했다.
그거야 사람마다 취향이나 기호가 다르니 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두 드라마를 매회 꼬박꼬박 챙겨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그때 극중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채널을 돌려 가면서 보았다.
연개소문의 집권과정과 말년도 궁금했고,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해 나가는 과정도 내 머리 속에서는 무척 희미했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멸망에 이은, 고구려 유민에 의한 발해의 건국은 고등학교시절 내가 암기한 것만으로는
내 머리 속에서 복원이 안 되는 단절된 국사였다.
 
이렇게 참 궁금한게 많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본 드라마였지만,
[연개소문]의 마지막 회를 본 후, 나는 궁금증이 풀리긴 커녕 혼란만 커졌다.
두 드라마 속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차이점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몇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고구려의 항복과 연개소문의 죽음은 어느 것이 먼저 인가?

드라마 [대조영]에서는 연개소문 死後 아들들이 연개소문의 직위인 대막리지에 대한 권력다툼을 벌이고
그후 고구려가 당나라에 항복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막을 내린 [연개소문]의 마지막 회에서는 연개소문이 죽기 전 당나라에 항복하는 것으로 설정이 됐다.


연개소문과 양만춘은 어떤 관계인가?

[연개소문]에서 양만춘은 연개소문이 집권할 당시에는 대항세력의 맞은 편 위치에 있었으나,
연개소문 집권 후에는 그와 뜻을 함께 하는 동지의 관계로 끝까지 선린관계를 유지한다.
그렇지만, [대조영]에서의 양만춘은 연개소문에게 대립각을 세우는 정적의 위치다. 
 

고구려 말기 군부의 계보는 어떠했는가?

[연개소문]에서 대조영의 아버지 대중상 장군은 연개소문이 집권을 위한 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연개소문 진영의 핵심인물로 자리잡으며, 안시성의 양만춘 장군과는 대등한 반열로 자리매김 한다.
하지만, [대조영]의 대중상은 양만춘 장군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핵심 수하로서,
오히려 연개소문에 의해 멸문지화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당나라 장군 설인귀의 주 활동연대는 언제인가?

[대조영]에서 설인귀는 고구려가 멸망하고 발해가 건국 되어가는 과도기를 보여주는 지금도 극중에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연개소문]에서의 설인귀는 이미 노장군이다. 


당나라의 두 장군 설인귀와 이적의 관계는?

[대조영]에서 두 사람은 상극의 관계지만,  [연개소문]에서의 두 사람은 전혀 갈등의 여지가 없는 충직한 장수들이다.



연개소문과 양만춘의 출생과 사망년도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없다.
그러기에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 진실에 대해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역사적 근거가 정확하지 않은 드라마는 어차피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작가와 연출자는 드라마로서의 재미와 시청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강조하고자 하는 콘텐츠에 따라 시대상황과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다소 다르게 표현될 수도 있다..
어찌보면 史記에 나와있는 단 몇 줄의 기록만으로 한 시대의 생활을 실감나는 역사로 만들어 나가는
그들의 능력에 경의를 표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 주말 거의 비슷한 시간에,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각기 다른 설정을 접하며
역사에 대한 백지상태의 시청자들이 겪는 혼란은 어쩧게 해소해야 하는가.

특히, 이제 국사에 대해 눈을 뜨는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이해를 시켜야 할런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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