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인 KUFTA가 체결됐다.
아직 양국 국회의 비준 동의절차가 남아있지만, 일단 국가간 협상은 끝난 것이다.

협상이 막바지를 향해 갈수록, 비례해서 반대 목소리도 극에 달했는데,
재미있는건 그간 노대통령에 대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온 3대 일간지가
이번엔 모두 FTA를 지지하고, 심지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
아마 정상적인 임기를 역임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그렇게 철저히 대통령 대우를 받지못한 경우도 없는거 같다.
노대통령 특유의 언행에 따른 잘못도 있을테고, 선동적인 반대논리의 영향도 있겠지만,
국민들, 특히 중산층과 서민들이 먹고살기가 힘들었다는게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오죽하면, 아무 연관이 없는 사사로운 일까지도 대통령 때문에... 라는 말이 나왔겠나.
물론, 백성들이 먹고 사는 것을 챙기는 것이 나랏님의 중차대란 직분이니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건 사실이다.  

나 자신 노사모도 아니고, 나 또한 최근에 비춰지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얼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번 FTA 진행과정을 바라보면서, 지도자의 새로운 덕목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반대논리가 심한 가운데, 특히나 자신의 지지기반 마저도 모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이렇게 밀어부칠 수가 있었을까???


FTA 반대론자들의 반대논리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시기상조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하더라도 좀더 역량을 키운 뒤에 하자는 얘기다.
둘째는, 모든 면에서 버거운 상대인 미국과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논리다.
세번째 반대 이유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세가지 모두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 진정한 이유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위의 이유들은, 늘 소극적인 사람들의 논리다.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도 늘 지금은 아니다.
크게 불편한게 없는데, 굳이 불확실한 미래를 맞기 싫은 까닭이다.

버거운 상대와의 싸움을 피한다면, 더 큰 발전은 생각할 수 없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하다못해 조폭들도 세력 확보를 위해 늘 강한 집단에게 도전을 하는게 아닌가.  
강한 세력과의 경쟁을 회피하는 집단은, 오히려 자기 밑에서 올라오는 새로운 세력의 도전에 붕괴되기 마련이다.  

국민적 합의라는 것은 이상형이다.
다양한 이익집단이 존재하는 현실구조에서 모든 집단의 이익을 살린다는건 불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이번 협상에서 가장 민감하게 말도 많은 소고기 개방만 하더라도 그렇다.
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임에도 판매자의 입장과 소비자의 입장은 다르다.
판매자야 경쟁력이 떨어지니 당연히 문제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기값이 떨어지면 반가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전체적인 규모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그런다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소외계층에 대한 반대급부를 모색하면 된다.


구한말 쇄국정책과 일본 메이지유신은 이후 두 나라의 역사를 종속의 역사로 바꿔놓았다.
두 나라의 역사뿐 아니라,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동남아 전체를 넘보는 열강으로 변해간 것이다.

변화와 개혁은 반대를 밟고 생성된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었다는 정조에게는 암살음모까지 있질 않았는가.

박정희 대통령의 고속도로 건설, YS의 금융실명제,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투자,
그리고, 조선산업과 제철산업의 투자 때 마다 반대의 목소리는 컸다.     
그때도 역시 반대론자들은 시기상조라는 이유와 역량이 안된다는 현실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런 우려에도 우리는 지금 그것을 우리의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역사는 다수의 반대를 극복한 지도자의 소신과 집념에 의해 진화되고 진보되는 법이다.
물론, 지도자의 소신과 집념이 늘 옳았고,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무리수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걸은 역사도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없이 창조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 - 실패 - 끊임없는 도전의 반복에 의해 지금 이 시대의 문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KUFTA를 이끌어낸 노대통령에게 높은 평가를 하고 싶은 이유도,
그가 자신의 지지세력을 잃으면서까지 전체적인 국익을 생각하면서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체결내용의 손익계산을 떠나,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지않고 소신을 지켜나갈 정치지도자가 얼마나 될까.
그런 면에서 그간의 입장을 바꿔 반대농성을 벌이는 일부 정치인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합리적인 것도 좋다.  오랜 시간을 두고 끈질기게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끝없이 시간만 보내며 아무런 결정을 못 내리는 것 보다,
지도자에겐 때론 욕을 먹더라도 소신있게 밀고 나가는 독선적인 행동이 더 필요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평가는 역사가 내릴 것이다.    


이제 국내 반대집단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아쉬운 부분을 최대한 보완하는 통합의 리더쉽을 보이는 것이
모두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남은 과제일 것이다

모쪼록 제3의 개국이라고 불리는 이번 한미 FTA의 정식 명칭인 [KORUS FTA]가 
양국간은 물론 우리 국민 각 계층에도 멋진 chorus로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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