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즐겨보는 TV 프로 중에 [도전! 골든벨]이 있다.
고등학생들이 50개의 각기 다른 유형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다보면 갖가지 생각이 다 든다.

어떤 때는, 어떻게 어린 고등학생이 저렇게 다방면으로 해박한 지식을 갖을 수 있는지 경탄할 때가 있다.
매일 학교 교과목 따라잡기도 힘겨울텐데, 언제,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보기에 저렇게 많은걸 알까...

반면에 어떤 경우에는, 너무도 한심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아니... 나도 아직 기억하고 있는 아주 기본적이라고 생각하는 문제에 전혀 엉뚱한 답을 제시할 때는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중간중간 고등학생 특유의 재치있는 응원과 톡톡튀는 말투에서 신선함과 푸근함을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론, 내 기억 속에 아직 잔존하는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을 점검하며, 가끔 흐뭇함을 맛보기도 한다.

가끔은, 별결 다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서 우리 학교 다닐 때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위력에 많이 놀란다.
그 많은걸 언제 다 배웠는지... 또 그걸 다 어떻게 아직도 많은 부분 기억하고 있는지...
  

지난 일요일 저녁 [도전 골든벨]은 특집이었다.
원래는 모든 교과목에 걸쳐 문제가 나오지만, 지난 회는 국립 중앙박물관 개관 1주년을 맞아 
[역사 골든벨]이라 하여 50문제가 모두 역사에 대한 문제로만 구성됐다.
학생들도 한 학교가 아닌, 여러 학교에서 몇 명씩 참가를 했다.
각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잘 한다는 대표선수들이 모였겠지...
그래서인지 여러 난해한 문제들을 잘도 맞추어 나가는데, 마흔아홉 문제를 통과한 마지막 골든벨의 관문엔 
한 학생만이 남았다.

그런데, 마지막 문제를 듣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며 욕이 튀어 나왔다.

마지막 문제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문화유산 7가지중 두가지를 알려주고 나머지 다섯개를 묻는 문제였다. 


' 문제가 말이 안되잖아...  나머지 다섯개를 다 쓰라니...'

안타깝게도, 그 학생은 네개를 맞추고, 마지막 하나를 몰라서 골든벨의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역사 골든벨을 특집으로 기획했을 때는 기획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국립박물관 개관 1주년이 계기가 됐겠지만,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인접국의 역사 왜곡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골든벨은 프로의 특성상, 문제가 막바지로 갈수록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집중되고, 긴장도 고조된다.
가끔 보여지는 탈락한 학생들의 눈빛 속엔 마지막 한명의 성공을 기원하는 소망이 깃들여져 있고,
선생님들의 꼭 쥔 주먹과 가슴에 모아진 두 손 속에는 끝까지 선전을 기원하는 제자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모아져 있다.   

그렇다면, 프로에 참가한 학생들의 열기를 돋우고, 그로 인한 우리 역사에의 관심 증폭을 위해서도
영웅을 하나 탄생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쉬운 문제로 어설프고 티가 나는 영웅을 만들어 주자는 것도 아니다.
마흔아홉 문제의 정답을 맞추며 마지막 문제에 오를 정도라면 충분한 실력과 자격은 갖췄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탁월한 사람도 모든 여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문화유산 일곱가지 중 두가지를 알려주고  나머지 다섯개의 답을 요구하기 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일곱개 중 다섯개 이상을 적으라고 할 수는 없었을까.

그 정도만 되더라도 골든벨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이 너무 물렁물렁 한걸까...???

어쨌든, 다섯개 중  네개의 정답을 적고, 마지막 하나를 맞추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던 그 학생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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