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묘한 대한민국의 소비자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06. 9. 27. 00:39 |얼마 전 가짜 명품시계가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국내에서 만든 시계를 가짜 명품으로 둔갑시켜, 유명 연예인과 상류층 부인을 대상으로 명품마케팅을 하여
5만원짜리를 500만원에, 8만원짜리를 8000만원에 판매하는 웃지못할 일이...
우리나라는 짝퉁에 관한 한 세계 최정상급이다.
짝퉁이 롱런(?)할 수 있는 것은 기술력과 구매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구매력에는 허영심과 사치심이 한 몫을 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COPY 기술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최정상급이다.
중국과 홍콩에도 짝퉁이 많다 하지만, 기술력에 있어 비교가 안된다.
세기와 정교함을 따라올 수가 없다.
짝퉁의 제조기술과 더불어 짝퉁에 대한 선호도 역시 엄청나다.
특히 외국 브랜드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도가 짝퉁의 기술력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감성이다.
좋고 나쁨에 대한 취향이 다채롭고, 제품에 대한 가치판단이 날카롭다.
너무 세련된 감성이 외제 선호를 불러 일으켰고, 그것이 하이테크 짝퉁을 발전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세계각국에서 명품을 출시하기 전, 한국을 테스트마켓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하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으면 어디서든 잘 팔 수 있다고 자신한다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좀 헷갈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모든 소비자들이 단순히 일방적으로 외제만을 선호하는 것 같진 않다.
종전에 구매결정권을 갖고 있던 중장년층이 단순하게 외국의 브랜드에 집착한다면,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단순히 외제가 아닌, 아이템별 제품력에 좀더 가치를 두는 듯 하다.
여기서 제품력이란, 기술과 디자인을 말한다.
세계 휴대폰시장을 석권하던 노키아나 모토롤라가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MP3 등 도 국산브랜드가 점차 강세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T 기술력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에 디자인까지 가미가 되기 때문이다.
10월에 삼성에서 DSLR 카메라가 출시된다고 한다.
그동안 세계 카메라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캐논과 니콘을 필두로 세계인이 들고 다니는 카메라의 브랜드는 거의 모두가 일본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제법 익숙한 브랜드 중 일본제가 아닌걸 꼽으라면 코닥 정도가 있을까...
그나마 코닥도 일본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발음도 그럴듯 하고)
그런데, 삼성이 DSLR 카메라 GX-10을 새로 출시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브랜드의 DSLR 카메라가 처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이미 일본의 펜탁스와 제휴하여 두 종의 DSLR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두 종은 기존의 펜탁스 모델에 삼성로고를 붙인 사실상의 펜탁스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이번에 출시한 GX-10도 완전한 삼성의 독자제품은 아니다.
이번 것은 바디는 펜탁스의 바디를 이용했지만, 탑재된 전자적인 기능은 삼성의 기술력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종전의 기종처럼 사실상 펜탁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수 삼성만의 제품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 제품보다는 조금은 부끄럽지 않게 삼성로고를 달 자격은 된다는 거다.
흥미로운 것은, 유럽시장에는 삼성 단일 브랜드로 진출하기로 펜탁스와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유럽에서의 삼성브랜드 인지도를 펜탁스도 인정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이 제품에 대해 카메라 전문사이트에 올라온 유저들의 반응이 재밌다.
한편에서는, 그래봐야 제품의 수준이 캐논이나 니콘을 따라갈 수 있겠냐는 다소는 냉소적인 반응인 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기대감과 함께 삼성카메라로 옮겨 가겠다는 호의적인 반응이다.
다소 놀라운건,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의 비율이 대충 8:2 정도가 되는데,
재미난 것은 긍정적 유저들의 이유다.
그들은, 아직 삼성 제품이 캐논이나 니콘 혹은 소니 등에 비해 화질 등에서 떨어지더라도
이제 우리도 국산브랜드를 키울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일제 카메라에서 벗어나지 못할거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때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유저들이 삼성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히 외국브랜드만 쫒던 대한민국의 소비자가 제품의 질을 판단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국산 브랜드의 육성과 경쟁력 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것을 글로벌시대의 어설픈 애국심이니 국수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나는 그런 반응들을 읽으며 기분이 참 좋았다.
그래서 니콘 D80을 놓고 저울질을 하던 나도 삼성 GX-10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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