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는 비록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없었지만, 그 무엇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만으로도 세상은 즐거운 마당놀이였다.

20대는 청춘을 만끽한 시절이었다.
대학의 낭만과, 그 속에서 겪은 많은 천방지축은 지금도 나에게 가장 깊은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
그리고, 약관의 나이에 처음으로 가장 통제된 조직 속에서 리더가 되어보기도 했다.

30대에 경험한 사회는 아직도 내가 삶을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사회 속에서 나의 뿌리를 내리고, 나만의 가치관과 책임감으로 줄기와 가지를 펼치던 시절이다.

40대는 또 다른 변화가 주어진 시대이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울타리에서 뛰쳐나와 자립을 위한 홀로서기로 전환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동호회를 만들어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도 40대 말 이다.

50대로 접어들면서 나는 블로그 라는 새로운 바다 속에서 수많은 대륙과 섬들을 찾아 항해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나이 먹음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며 삶이 어쩐지 퇴색되어 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 반대급부를 요구하게 되고 뭔가를 보상받으려 한다.
그 일환으로 나이 먹은 티를 내려 한다.
무게를 잡으려 하고, 목소리를 내리 깔고 행동을 느긋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것을 중년의 중후함이라고 스스로 미화한다.


난 나이 먹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나이들었다고 느끼는 유일한 경우는 노안으로 안경을 쓸 때 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조차도 내겐 와 닿지가 않는다.

나이는 그저 내가 살아 온 기간에 불과할 뿐이다.
살아온 기간이 길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걸어 온 거리가 멀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동력이 강했다는 이야기다.
  
나이를 먹으면 왠지 쓸쓸할 줄 알았다.  그리고, 발랄함과 경쾌한 즐거움이 줄어들 줄 알았다.
젊어서 바라 본 50대라는 나이는 색이 바래기 시작하는 사회의 상층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50 이 넘어서니 참 좋은 나이가 50 이다.
50대는 참으로 매력있는 나이인거 같다.

50 이란 나이는 대우를 해줘야 하기 보다, 적당히 대우받는 경우가 많은 나이다.
내가 예우를 갖춰야 하는 대상보다 나에게 예우를 갖추는 상대방이 더 많다.
물론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하고싶은 것을 못 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또, 사고나 감각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이 먹으며 가장 즐거운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아이들도 그만큼 커간다는 것이다.
50대에 접어드니, 이제 아이들도 모두 20대에 진입했다.
이것은 가족에게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며 굉장히 중요한 변화이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못하는 것이 없고, 함께 못 가는 곳이 없다.
영화는 물론, 이제는 아이들과 술집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다.

즉,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외연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이 50대가 내 인생과 내 가족의 절정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60대가 되면, 물론 나는 또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늘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아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짝을 찾아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려 노력할 것이다.

이 50대가 더욱 소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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