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가에서 모든 계량단위를 통일한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그간 우리사회에 전래되어 통용되는 단위에 대해 국제 표준화를 기한다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이해가 되며, 일면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무게를 잴 때 쓰이는 단위인 [근](斤)이나 [관](貫)만 하더라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한 근이라도 고기나 한약재를 달 때는 600g인데 반해, 과일이나 채소를 달 때는 375g이 된다.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한 관의 공식 무게는 3.75kg이다. 
그럼, 고기 한 관의 무게는 얼마인가?
공식 표준무게인 3.75kg인가?  아닌 고기 한 근의 열배인 6kg이 맞는가?
우리같은 성인도 혼돈이 오는데, 지금 자라는 아이들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무게를 재는 단위는 우리 것만 주로 다룰 뿐, [온스]나 [파운드]와 같은 외국의 단위는 크게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길이의 단위는 매우 복잡하다.
똑같은 옷을 다루고 있음에도 한복집에서는 [치]와 [자]를 나타내는 [척](尺)을 사용하는데 반해,
양복은 [inch]로 사이즈를 표시한다. TV나 모니터와 같은 가전제품에서도 [인치]로 표시하고 있다. 
거리를 따질 때도, 시골에서 길을 지칭할 때는 [리](里)로 표시하지만, 야구장에서는 [feet]로 표현한다.

넓이의 단위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역시 [평](坪)이다.
좀 넓은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로는 [마지기]가 있는데, 이 역시 밭과 논의 면적이 일정치가 않다.
밭 한 마지기는 약 100평인데 비해, 논 한 마지기는 지역에 따라 150~300평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부피의 단위로는 [되]와 [되]의 열 배인 [말]을 표기하는 [두](斗)가 있다. 
하지만 이건 고체의 부피를 나타내는 것이고, 액체의 부치는 주로 [홉]으로 표기하는데,
이 [홉]이 한 평(坪)의 십분의 일인 면적도 의미한다는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기에 영국 등에서 쓰이는 여러 단위가 더해지니 무척 혼란스러운게 사실이다.
그러니 그런 혼동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이런 단위를 공식으로 사용하면 경고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속성이 말로만 해서는 오랜 습성을 고치려하지 않으니, 일정부분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음은 알겠는데,
갑자기 이런 강제적 수단을 사용한다는 것이 좀 어색하게 받아 들여진다.
좀더 계몽기간을 주는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사실 미국에서도 아직 [mile]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뭐.. 어찌됐던 변화에 따라가야 하니, 나와 관련된 단위라도  알아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아파트의 면적은 100평방미터이고, 나의 허리칫수는 80cm, 우리 집 TV는 107cm다.


근데, 생각해보니 정말 뜨악한게 있다.

애국가.
애국가의 가사 중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있는데,
앞으로 공식석상에서 애국가 제창을 하면 모두에게 과태료를 물려야 하나...
그렇다고 애국가 가사를 [무궁화 천이백km 화려강산...]이라고 하자니 뭔가 이상하고...  

정부에서 이건 어떻게 해결하려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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