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 무서운 민심의 이중성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06. 6. 1. 11:23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무척 놀랐다.
이기고 짐 의 결과에 대한 예측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고, 어긋남이 없었지만,
그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모든 후보별 격차가 이렇게 심할 줄은 정말 몰랐다.
전율을 느끼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민심은 무서웠다.
이제 우리 국민도 정권의 실정에 대한 판단력과 비판력이 예전같지 않다.
예전엔, 비판을 하다가도 막상 결정적인 시기엔, 임기응변식의 참회와 반성,
그리고 동정여론에 망설이는 경향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나타난 결과를 보면 우리 유권자들이 많이 냉정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순간의 유혹과 감언이설(?)에 흔들리는 우유부단한 면을 벗었다는 점에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치인과 행정관료를 포함한 위정자들이 국민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는 경종을 확실히 울렸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무서움이 느껴진다.
하나가 싫어지니 보이는게 없어졌다.
어떤 사람이 한사람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전과자라고 하니, 그 자식들은 물론 엉뚱하게
그 옆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조리 기피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마치 블랙홀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사람은 맹형규氏와 염홍철氏다.
맹형규氏는 국회의원마저 사퇴하면서 배수의 진을 치고 일찌감치 시장의 꿈을 키운 사람이 아닌가.
가장 준비된 후보였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그가 강금실氏의 등장으로 졸지에 유탄을 맞았다.
소위 강풍으로 일컬어지는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한나라당에서 대항마로 내세운 사람이 오세훈氏.
맹형규氏 입장에선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수 없다.
어찌보면, 강금실氏는 아침 출근길에 선거판으로 끌려왔고, 오세훈氏는 잠 자다 끌려온 셈이다.
오세훈 - 강금실 - 맹형규.
좀 심하게 표현하면 가장 준비가 안된 사람의 순서다.
그런데, 인기도와 준비도가 반비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6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받은 사람은 오세훈氏다.
염홍철氏는 다 알다시피 한나라당 출신 대전시장이다.
한나라당이었던 그는, 대전시장으로서 균형적인 지역 발전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지방분권화와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맞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렇게 스스로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하고,
객관적으로 행정복합도시를 통한 균형적인 지역발전이 대전의 입장에서는 손해볼게 없음에도,
그는 버림을 받았다.
그것도 줄곳 우위를 지키다가 박근혜대표의 바람에 의해 역전이 됐으니 더욱 아쉬울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고 한다.
집이 많은 사람이 불만이라면, 없는 사람은 환영해야 한다.
부유층의 재산세를 올리겠다고 한다.
부자가 불만이라면, 가난한 사람은 적어도 불만은 없어야 정상이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겠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겠지만, 해당되는 지방에서는 좋아할 일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현상엔 이해 당사자에 따라 호(好) 불호(不好)가 있기 마련인데,
이번의 선거결과를 보면, 분명 혜택이 있는 계층마저 다 싫단다.
미운 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혔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대통령탄핵 발의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한나라당을 응징했다.
그리고 거의 맹목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
이번에는 경제실정, 개혁미흡, 정권의 오만함 등을 들어 열린우리당을 거의 짓이겼다.
내년 대선에서는 또 어떤 심판이 내려질지 궁금하다.
실정에 대한 평가에 단호하고 냉정한 조치를 취할 줄 아는게 민도(民度)다.
하지만, 그것이 포퓰리즘이나 마녀사냥, 그리고 홍위병과 같은 용어가 떠올라서는 안된다.
나름대로 차분하게 준비를 하던 맹형규, 홍준표, 이계안 예비후보들은 당선가능성 만을 잣대로 내세운
강금실 바람에 자신들이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밝혀보지도 못하고 모두 중도 낙마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게 강력해 보이던 강금실바람도 오세훈의 맞바람에 거의 초토화되고 말았다.
한쪽에선 자업자득이요, 다른 한편에선 바람은 바람으로 잡는다는, 이이제이식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토네이도와 같은 회오리 속에, 인물과 정책은 힘도 못쓴 채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우리에게 냄비현상은 없는 것일까?
광풍(狂風)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이런 무서운 쏠림현상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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