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쯤 이다.

점심을 무얼 먹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건물 신축공사 기간중에 인부들이 식사를 하던 함바집이 생각나길래 들렸다.
그런데, 그곳에 가보니 신축현장에서 현장실무와 감독을 맡았던 현장기사가 있다.

> 마대리 여기 왠일이냐?
-  어~~  사장님은 왠일이세요?
> 이친구야.... 식당에 밥 먹으러 왔지, 왠일은...   그나저나 니가 왠일이냐구...???

그랬더니 이 친구 씨익 웃으며 ' 저 여기서 아르바이트 합니다 '  그런다.
그러더니 정말 주변에 식사배달도 하고 식당 안에서 반찬도 깔아주고 테이블 청소도 한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문득 그 식당의 딸이 눈에 띄인 것이다.

이 아가씨가 인물도 괜찮고, 인상이나 성격도 좋아보이고,
또 몇 번 다니며 알게 된 이야기로는 어머니 식당 일 돕느라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둘 정도면 심성도 착한거 같고,
생활력도 있어 보였다.

` 이 친구가 돈 몇푼 벌자고 이럴리는 없고,  그래... 이놈아가 저 처자에게 맘이 있구나...` 하고, 필이 딱 온다.

준공은 끝났지만,  그때까지 손 볼 곳이 좀 남아서 기사가 건물에 늘 상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 차는 늘 현장에 있는데도 사람은 안 보이곤 했는데,
뭐좀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를 하면 그때마다 ' 가까운데 있으니 곧 가겠습니다.' 하길래,
근처 어디 사우나나 게임방에 있는줄 알았더니, 그 함바집에서 죽치고 있었던거다.

이 친구가 나이가 서른넷인데 총각이었고,  1년 이상을 겪어보니 성실함이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간의 내막을 알아보니,
함바집 주인 아주머니가 이 친구의 성실함을 보고 사위감으로 점 찍어 두셨고,
대충 눈치를 보니 본인들도 서로 맘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사실 이 친구는 그때 해남에 아가씨가 있다고 한달에 한두번은 해남까지 내려가곤 했는데,
남녀간의 사랑이란게 참 묘한거 같다.
자기 말로도 그런다.  공 들인건 안되고 우연찮게 된다고.

그때 그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만약에 그 함바집 딸를 선봐서 만났다면,  너도 양복입고 그 여자도 가꾸고 만났을거 아니냐.
그러다 나중에 너 흙먼지 뒤집어쓴 모습을 보거나, 
너도 그 아가씨가 앞치마 두르고 식당에 있는 모습을 봤다면 서로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서로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면서 좋아진 것이 오히려 두사람을 서로 편하게 엮어줄 수 있을거다.


사람들은 가끔 숙명적인 만남...  운명적인 사랑 이라는 표현들을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이 자기에게 다가올 것을 기대하며, 동화 속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을 거창하고 낭만적으로 표현한거에 지나지 않다.

그때 내가 웃으며 그랬다.
' 마대리... 좋은 결과가 있으면,  넌 이 건물 평생 A/S 책임져야 한다..'


두 사람은 올 여름 결혼하여 신혼의 생활을 보내고 있다.

결코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그리고, 요란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서로에게 보여줬던 소박한 모습과,  서로에게서 느꼈던 삶에 대한 진솔한 태도는
두 사람이 앞으로 그들의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필요한 신뢰의 밑거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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