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다고 모르는게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05. 11. 27. 22:04 |년말이 가까워지니 슬슬 송년모임 일정이 잡혀나간다.
벌써 몇 번의 모임이 있었는데, 모임의 대화 진행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간 있었던 각자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 그 모임에 얽힌 에피소드, 불참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또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술이 더해 감에 따라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대개는 총무나 간사의 회비 징수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지난 주에 나갔던 두번의 모임에서 나온 정치판 이야기는 극에서 극이다.
먼저 한군데 모임에서, 한 사람이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꺼내자, 다른 사람이 대놓고 입을 열었다.
'나, 노사모야...' 그러면서, 현 정권이 무엇을 잘못했는냐... 부터 시작하여, 오랜시간 장황하게 현 정권에 대한
옹호인지 홍보인지 모를 열변을 토하고 몇몇 사람이 같이 동조를 하니,
처음 말을 꺼낸 사람은 몇마디 반론을 제기하다 그만 입을 다문다.
나는 빙긋 웃으며 듣고만 있었다.
현 정권에 대해 나름대로 불만인 점도 많지만, 그들의 이야기 중에 일부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고,
가끔 그들의 지나친 아전인수격 방어논리에 짜증도 났지만, 조목조목 반박할 구체적 근거도 없고,
또 친목모임에서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다른 모임에서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역시 한 사람이 먼저 현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자,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으로 싸잡아 매도하기 시작했다.
난 역시 빙긋이 웃으며 듣고 있었다.
많은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의 비판 논리를 설파하고 있었으나,
그들 역시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모든 부분을 부정만 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왜곡된 부분에 대해 몇마디 하고 싶었으나, 역시 그들을 이해시킬만한 구체적인 근거도 없었고,
또 이런 류의 이야기는 대개가 언성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모든 현상에 절대악이나, 절대선의 개념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정적인 현상중에도 잘 살펴보면 게중에는 열개중에 하나정도라도 인정할만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가 기준과 일치되지 않으면 모든걸 반대입장에서 악으로 본다.
박정희대통령은 권좌에 있을 때 민족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며 그는 하루아침에 독재권력의 수괴, 절대독재자로 폄하됐다.
경제가 뒤걸음질치고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그는 다시 대한민국의 국부를 창출한 지도자로 재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사람에 대한 평가도 시대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정권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 역시 역사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난이 일 때 마다, 대통령이 하는 말이 있다.
인기에 영합하는 일시적인 경기부양책보다, 당장의 체감효과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경제의 체질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거시적인 측면에서 국가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는 지금 차츰 좋아지고 있단다.
나 역시 요즘 경기가 안좋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불만도 많다.
하지만, 역시 땜빵식의 일시적인 부양책에는 찬성하고 싶지 않다.
내가 어렵더라도 내 자식 세대에서 효과적인 결실을 볼 수 있다면, 인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연 그 말을 믿어도 되느냐 인데, 경제학이 전공이 아닌 나로서는 판단을 못하겠다.
세월이 흘러, 나중에도 대한민국의 경제가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노대통령은 정말 경제를 몰랐던,
한 나라를 경영하기엔 능력이 부족했던 지도자로 평가될 것이고,
나중에라도 정말 국가 경제가 탄탄해진다면, 그는 인기에 영합하지않고 미래를 생각했던 소신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물론 경제와 같은 경우,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지금도 어느정도의 미래예측은 가능하겠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을 [절대]의 개념으로 보지말자는 거다.
비판은 하되, 비난은 하지 말자.
내 기준과 안 맞는다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내 방식과 다르더라도 추진과정을 지켜보는 아량을 갖자.
또 한가지. 여러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자기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거나 침묵하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자기 편일 수 만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모두 자기말에 동조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동의를 구하려 한다.
[절대]라는건 없다. 그리고, 말을 안한다고 모르는게 아니다.
예전에 강의를 나갈 때, 세일즈맨이 화제로 삼아서는 안될 3대 금기 소재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 지역에 대한 이야기, 종교에 대한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그 모임의 분위기를 위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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