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우연히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토너 이봉주선수의 글을 읽다보니
문득 작년 아테네올림픽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작년 8월,  올림픽의 대미 마라톤의 생중계를 보았던 사람들은 분명 황당하셨을게다.
혹시 직접 중계를 보지 못하고 다음 날 뉴스등을 통해 접했던 사람들은 ' 저게 무슨 소리야...???'  하고 궁금했을거다.

그렇다... 그건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이 리마선수를 인도쪽으로 밀어부치자, 수염을 기른 관중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출처 : 네이버)


구경하던 관중이 튀어나와 달리는 마라토너를 연도로 밀어제끼는 희대의 사건.
그것도 당당하게 선두를 질주하던 선수에게 가해진 행동이라 전 세계인의 충격은 더욱 컸다.

전 세계가 충격과 경악에 빠져있는 사이,
38km 지점까지 2위와의 격차를 300m이상 벌리며 흔들림없이 선두를 질두하던
브라질의 리마선수는 급격히 페이스가 흔들리며  2등과 3등에게 추월을 당했다.

마지막 직선코스로 들어오면서 그가 보인,
비행기의 수평날개처럼 양팔을 어깨높이로 들어
마치 어린이들이 비행기놀이를 하듯, 좌우로 기우뚱거리며
밝게 웃으며 결승선을 향해 들어오는 그의 순수한 표정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다음 날  아침 신문에 난 그의 인터뷰기사를 보고는 또 한번 감동을 받았었다.

세계의 관심이 향후 사태 전개에 집중되어 있었고,
브라질 올림픽위원회가 강력한 항의를 하고 있는 와중에,
그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말을 했다.


-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 시간적인 손실을 본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승했을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 ... ...
나는 조국 브라질에 동메달을 바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 누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그 누구도 비난받아서는 안된다.
올림픽은 훌륭하게 치러졌다. 이런 일은 어디서나 생길 수 있다.
다만 앞으로 나같은 선수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왠만하면 금메달을 놓친데 대한 한마디의 구실이라도 찾음직한데,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조그마한 일에도 나의 잘못보다는, 상대방에게서 잘못된 이유를 찾고
주변에게 원인을 돌리려고 하는  이 시대 우리들에게
올림픽에 참가한 32세의 한 마라토너는 빛나는 교훈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리마선수.

1년이 지난 지금.  당신에게 새삼 가슴 속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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