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朝三暮四]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견딘다고 하였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좋아하였다는 일화다.

결국 조3모4나 조4모3이나 하루에 지급되는 도토리의 양은 같다는 의미에서,
어눌한 사람에게 눈속임하는 약은 사람의 행동을 꼬집는 한편,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는 원숭이의 아둔함에 빗대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전체를 못 보는 어리석음을 탓하는, 다 아는 고사성어다.


그러나,
과연 원숭이의 그런 행동이 아둔한 걸까?
원숭이 입장에서 뒤집어 보자.


원숭이들은 저공의 家勢가 기울어져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도토리의 품질도 떨어지는거 같았고, 무엇보다 크기도 잘아지기 시작했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저공의 얼굴 표정에 언제부터인가 그늘이 지고 있으며,
웃음이 사라지고 있음도 느꼈다.

무엇보다도 저공의 부인이 저공에게 하는 말투가 점점 그 공손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저공의 부인은 밥솥의 밑바닥을 긁어가며, 큰소리로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사람 먹을 것도 점점 부족해 지는데, 왠놈의 원숭이들은 저렇게 많이 길러가지고...'

처음엔 무심코 넘기던 원숭이들에게도 슬슬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러다 이 집안이 망하는게 아닐까...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나...
이러다 몽땅 굶어죽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들자, 자구책을 위한 원숭이들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언제 먹이가 끊길지 모른다.
당장 오늘 오후부터라도 도토리 배급이 중단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받을 수 있을 때 많이 받아야 한다.  아침에 하나라도 더 받아 놔야지.
그래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축을 해야 한다.

이쯤되면 원숭이들이 아둔한게 아니다.
원숭이들의 영민함에 저공이 당한건지도 모른다.



경제학용어에 [기회이익], [기회손실]이라는 말이 있다.
타이밍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다.

나중에 받을 것을 먼저 받아 잘만 굴리면 그게 곧 이익이 된다.  선투자다.
먼저 줘야 할 것을 나중에 주면, 그만큼 금융비용이 준다. 그래서 어음이 생겨난다.

어느 기업에 부도의 징후가 보이면,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려 한다.
납품업자들은 서로 먼저 돈을 받기 위해 매달린다.


朝三暮四는 경제학적으로 볼 때, 상당한 의미가 있는 행위이다.
그 옛날 춘추전국시대에 원숭이들은 기회손익에 대한 경제이론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朝三暮四는 결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전체를 못 보는 어리석음을 탓하는 고사성어가 아니다.
朝三暮四를 기회이익을 극대화 시킬 줄 아는 선견지명을 가진 현명함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한다면,
조금은 비약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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