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상 매 끼니를 챙겨주던 사람이 마지막 점심을 챙겨준 후 이직한다면
사람들은 대개 어떤 행동을 취할까?

아마 마지막 점심을 같이 하진 못 하더라도,
식사 후 불러 그간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며
앞날에 대한 덕담을 건네는 게 일반적이지 않겠나.
여유가 되어 좀더 정을 표한다면 격려의 의미로 작은 선물이나 금일봉을 전할 수도 있겠다.

세월호 유가족이 대통령 면담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을 때,
언제든 찾아 오라 했던 자신의 말을 잊은 채 외면한, 이미 알려진 일은 바쁜 국정 탓이라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 하더라도,
최근 밝혀진,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출근을 안 한 채 집에서 머리 단장을 했다 하여 온 국민의 공분을 산 대통령.

그 대통령의 모든 식사를 관장했던 前 청와대 수석 조리장의 공개 인터뷰 내용이 또 한번 파장을 일으켰다.

일요일 밤 채널A를 통해 공개된 내용 중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내용은,
최순실의 대통령 관저내 행동 등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마지막 점심을 올리고 3년 4개월을 모신 대통령에게 이임 인사를 드리기 위해 기다리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청와대 근무경력을 활용해 잘 되길 바란다."는 비서관의 전언뿐이었다.

그럴 수 있다.
대통령의 일정은 일반인이 상상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하지만, 대통령이 머리 손질이 안 되어 있고 화장을 안 한 민낯이라 만나길 거부 당했다면..

아이들이 수장 당하는 순간에도 미용사를 불렀다는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감정이란 게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지금 탄핵의 대상이 된 대통령은 직무에 대한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인간의 자질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장관이나 참모들의 대면보고가 없었던 이유를
단순히 소통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본인의 직무지식 노출을 우려한 거라 생각했는데,
조리장의 말에서 이제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평생 출근이라는 개념이 없던 사람이니, 요일에 대한 개념도 없이 공식행사가 없으면 늘 집에 있었을테고,
집에 있을 때는 누구를 만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정말 '국가 위기상황 발생시 우리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의사결정 공백상태로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

침대에 누워서도 "인사를 드리려 기다리고 있었는데 메이크업이 안 됐다 하여 만나질 못했다."는 조리장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촛불집회를 보며 공개 인터뷰 결심을 했다는데, 그가 대통령의 따뜻한 격려를 받고 나왔다면 또 어땠을까..

헛헛했을 그의 마음이 짠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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