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유럽배낭여행시 매일 반복적으로 한 행동이 있었다.
다양한 유럽의 맥주를 맛보는 일.
때문에 가는 곳마다 매일 각기 다른 종류의 맥주를 즐겼는데,

그때 접했던 40여 종의 맥주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포루투갈의 [SUPER BOCK]과 프랑스의 [33].

 

귀국 후에도 두 맥주의 맛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수입 맥주를 볼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았지만, 늘 아쉬움만 남았다.

 

그런데, 그중 하나인 [SUPER BOCK]을 롯데마트에서 만나다니..
놀라움 속에 어찌나 반갑던지 성큼 두 녀석을 집어왔다.

 

이 녀석이 그 때의 느낌으로 내 혀끝에 다가올지는 미지수지만,

13년 전 초겨울 리스본의 한 선술집을 떠올려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제 역할은 충분히 한 듯하다.

 

:

 

대한민국을 찾으신 교황께서 청와대에서 하신 공식 연설 첫 마디.
"고요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 이라는 표현을 듣기가 참 민망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결코 고요한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이어진 교황님 연설의 첫 key word는 [젊은이]였다.
젊은이는 미래를 이어주는 주체고, 때문에 건강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 
 
그런데, 이 시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현실은 어떤가? 
 
꽃다운 나이에 이유도 모른 채 바다에 던져졌음에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가 지도자와 정치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귀찮은 듯 서둘러 국면을 벗어나려 하고, 
 
수 많은 젊음이 국가 수호의 의무를 수행하려다 가혹행위로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음에도

저마다 책임을 회피하며 죽음의 진실을 호도하기에 급급하다. 
 
미처 미래로 연결짓지 못 한 젊은 미완의 생명들에 대한 진실을 덮는 게

교황께서 말씀 첫 머리에 언급하신 [고요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아래 문구는 교황께서 이탈리아 정치인들에게 일갈하셨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겉은 하얗고 반짝이지만 안은 시체밖에 들어있지 않다"는 교황님의 지적에

나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나설 수 있는 우리 정치인이 있을지, 그가 누구일지 궁금하다.

 

:

 

 

 

요즘 정치인들의 이순신 리더쉽 설레발로 더 유명세를 탄 [명량].
각종 흥행기록을 새로 갈아치우며 과연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 한국 영화의 신기원을 세울지 관심을 끄는 영화. 
 
하지만...
내겐 이 영화가 영화적 관점에서는 흥행 열풍만큼 훌륭한 영화라 느껴지지 않는다.
스토리의 구성, 영화적 완성도, 대사 전달력 等等에서 '우와~~' 하며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감흥이 솔직히 없다.

회오리치는 울돌목의 조류와 런닝타임의 반 정도가 할애된 선상 백병전 모습 정도만이 잔상으로 기억에 남을 정도다.


[최종병기 활]에서 만주 장군으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류승룡.

그랬기에 최민식의 이순신과 대척점에 서는 왜군 장수 구루지마의 모습에 기대를 걸었던 류승룡은 너무 허무했다.

말로 폼만 잔뜩 잡다 정작 행동에서는 이순신과 제대로 일합도 겨루지 못 한 채 그리 어이없는 모습을 보이다니.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관람을 했단다.
여당 대표도 당직자들과 단체 관람을 했다 하고, 유력 정치인들이 뒤질세라 이순신 리더쉽을 읊어대지만,

솔직히 [명량]에서 군인으로서의 강직함과 忠에 대한 논리 외 이순신 장군이 특별히 보여주는 리더쉽의 실체는 없다.
엄정한 군기, 임전무퇴, 솔선수범, 지형을 이용한 전술 等은 왠만한 영화의 주인공 지휘관들이 다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새삼 이순신 리더쉽을 새로운 이론의 창조물처럼 숭배의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자신들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얼마나 생각없는 행동을 했었는지를 스스로 고해하는 것과 같다.

 

제발 말로만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쉽.." 운운 드립치지 말고,

"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말의 의미나마 깊히 새기길 바란다.
 


내 무지한 견해로 [명량]의 흥행 돌풍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CGV를 이용한 CJ의 막강한 스크린 지배력.
둘째, 최근의 골치아픈 정국에서 벗어나고픈 정치인의 관심전환 설레발.
마지막 하나는... [명량] 앞뒤로 개봉한 [군도]와 [해적]이 K리그라면 [명량]은 한일전 아닌가.

아무리 명승부를 펼쳐도 K리그가 한일전의 관심을 넘어서진 못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명량]의 작품성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 하더라도, 외화인 [아바타]의 흥행기록을 넘어 한국영화 중흥의

새로운 계기가 된다면 그 흐름에 동참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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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온 국민을 비통하게 만든 지 한 달 여가 지나고 있다.

사망 인원만으로도 너무나 가슴아픈 사고였지만, 이제 피기 시작하는 세대가 주를 이룬다는 게 모든 이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만든다.

그들의 희생은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지만, 이번 사고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가 도출되어 남은 국민들의 안전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계기가 된다면 그들의 희생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남긴 값진 유산이 될 것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위로해 본다.

 

선장을 비롯한 핵심 승무원들의 무책임, 선박회사는 물론 그와 관련된 주변 기관의 부조리, 사고 처리를 위한 정부의 대응 체계 등

사고후 제기된 여러 문제점들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지만. 그중에 바다를 책임지는 해양경찰의 실태는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급기야는 대통령의 입에서 [해양경찰 해체]라는 초강수가 나왔고, 그런 조치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감성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언론에 보도됐던 해경의 현실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또 해체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해경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 내가 언론을 통해 알게 된 해경의 현실 몇 가지중 충격적인 사실 세 가지.

- 해양경찰은 대략 11,000명이며, 해경 연간 예산은 대략 1조원 정도다.

- 해양경찰의 32%가 수영을 할 줄 모르며, 500미터 이상 수영능력을 가진 인원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 해양경찰의 최고 수뇌부(아마 경무관 이상인 듯) 14명중,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7명은 함정 근무경력이 전혀 없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위 사실만으로도 왜 해경의 수준이 이 모양인지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예산중 인건비가 부분이 절반을 넘을거라 추정하면 교육훈련과 장비 등에 투여되는 예산은 끽해야 4500억 정도가 되지 않을까.

경비정 가격이 소나타 가격과 비교가 안될진대, 그 예산을 가지고 장비 개선이 얼마나 이루어지겠는가.

그러니 부산에만 있다는 특수구조대가 이용할 헬리콥터가 없어 사고현장까지 가는데 1시간 반이상이 걸렸다지 않는가.

 

그리고 바다를 책임지는 조직의 1/3 이 수영을 못 한다는 건 정말 어이가 없다.

바다에서 제 몸 하나 간수하기 바쁜 사람이 어찌 남을 구조하는데 앞장 설 수 있겠는가. 물론 육상 행정직 근무자에게

수영이 필수 요건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그건 순환근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전문성 운운하며 둘러댄다면 그런 부분 때문에 현장과의 소통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되물을 때 무어라 답변할 것인가.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지휘부에 있다. 청장을 비롯해 절반이 함정 근무 경험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배를 타보지 못 하고 바다를 모르는 지휘관이 어찌 장비를 비롯해 현장 인력의 어려움을 알겠으며, 구조 등 해상 전술에 대한

이해가 있을리 만무다. 그러니 장비 개선에도 어려운 예산으로 145억을 들여 골프장을 만든다는 발상이 나올 법하다.

엘리트 인력의 충원 차원에서 외부 우수인력의 특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우수 인력의 우수한 두뇌를 십분 활용키

위해서라도 현장 근무는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다.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계층이 나눠지며 소통이 안 되고, 조직의 갈등이 야기된다.

 

대통령은 해양경찰을 해체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조직을 해체한다고 조직원이 모두 옷을 벗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편제에 의해 어디론가 다른 조직으로 흡수될 것이다. 소속 기관이 바뀔 뿐 수영을 못 하는 건 똑 같을테고,

함정 근무 경험이 없는 것도 똑 같다. 조직의 문제에 앞서 조직을 움직이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으로 최고 수뇌부를 구성한 임명권자 역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묵묵히 시키는대로 현장을 지키는 하부 계층의 사기를 꺾는, 극단적이면서도 결정권자로서는 가장 간편한

[해체]라는 조치보다는, 조직의 내부 문화를 바꾸기 위한 제반 제도에 대한 치밀하고도 치열한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내 관람 희망 리스트에 없던 영화 [수상한 그녀].
제목과 예고편에서 어딘지 어정쩡한 코믹이 느껴져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매년 초 영화를 보는 부부동반 모임에서 선택한 영화라 큰 기대없이 본 이 영화가 내게 큰 감흥을 주었다.

[도가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와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의 따스함을 [수상한 그녀]에서 만들었다.

[도가니]에서 버림받은 사회 소외계층을 억압하며 명예와 부와 욕구를 축적하는 추악한 사회 지도층을 고발했다면,

[수상한 그녀]에서는 질곡없이 성장한 계층이 이해할 수 없는 노인들의 힘들었던 삶의 여정과 소외에 대해 짚어본다.

 

아울러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이라는 상큼한 젊은 스타의 탄생을 예고한다.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심은경은 사실 이미 여러 영화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아역배우 출신의 젊은 연기자다.

[써니]에서 수줍은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나이는 어리지만 속이 깊은 사연많은 궁중 나인

사월이 역을 애잔하게 소화하기도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빼어난 가창력까지 보여줌으로써 다재다능한 모습을 발휘한다.

 

 

황동혁 감독의 심은경 캐스팅이 돋보이는 것은,

나문희의 20대 시절을 연기하는 심은경의 모습에서 실제 나문희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 두 사람의 얼굴 이미지가

오버랩된다는 점이다. 또한 심은경은 극중에서 겉 모습은 20대로 돌아갔지만, 내면이나 행동은 습관적으로 남아있는

70대 나문희의 모습을 과장되지 않으면서 어색하지도 않게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다는 의미.     


최근 영화는 옛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를 새로운 감각으로 편곡하여 삽입하는 노래의 복고현상을 많이 보인다.

이런 영화음악의 복고 경향은 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며,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쟝르의 음악을 접하게 함으로써

관객 층을 넓혀 나가는 마케팅 요소도 가미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도 스무 살 주인공은 70년대 노래 몇 곡을 직접 부르는데, 조만간 심은경이 부른 70년대 노래의 음원이 불티나게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창력도 좋지만, 편곡도 참 잘 좋았다. 게중 특히 요절한 70년대 가수 김정호가 불렀던

[하얀나비]의 재해석은 이 노래의 음원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을 하고플 정도로 나에겐 엄청난 감흥을 주었다.

 

영화 [수상한 그녀]에는 가슴 뭉클한 두 번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 오두리(심은경)의 [하얀나비]가 흐르는 동안 세피아톤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녀가 살아온 삶의 궤적.

   그 중 아이를 돌볼 틈이 없어 일을 하는 동안 발목이 묶인 채 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은 관객에게 먹먹함을 안겨 준다.

- 또한, 오두리와 그녀의 아들 반현철의 병원 대화 장면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된 가장 핵심적인 장면이다.

   반현철이 오두리에게 전하는 대사 "어머니 평생을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셨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위해 사시라"

   황동혁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 장면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이 시대의 부모와 할머니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 말이 우리 시대 자식들의 마음일 거라고도 했다.

   정말 70 인생을 살아본 듯 자식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애증을 애닯게 담아 낸 심은경.

   자신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어머니의 삶이 뒤늦게나마 보상받기를 눈물로 바라는 성동일.

   관객의 눈물샘을 쏙 뽑아내며 뒤바뀐 세대를 명 연기로 보여준 두 배우의 이 장면은 황동혁 감독의 바램을 잘 녹아냈다.


두번에 걸쳐 진한 최루가스를 뿌리는 영화는 마지막에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대박 반전으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초반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며 전체적으로 연출 측면에서 세련되거나 깔끔한 맛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모든 관객의 코 끝을 찡하게 만들며 눈가를 잔잔하게 적시는 영화.
[수상한 그녀]는 누구와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강력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 잊을 뻔 했는데, 참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자식들이 자신을 노인요양원에 보낼 생각 임을 안 오말순 할머니가

사진관 앞을 지나다 젊은 오드리 햅번의 사진을 보며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장면.

거울을 통해 나타난 오말순 할머니의 표정에 아무나 표출할 수 없는 나문희의 연기 내공이 드러난다. 역시~~   



P.S : [수상한 그녀]에 나오는 곡 중 하나인 [나성에 가면]을 부른 장미여관과 심은경의 동영상.
http://me2.do/xjK6ar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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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2014년 첫 관람 영화로 선정한 영화 [변호인].


영화 제작 당시부터 영화 주인공의 실제 모델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이 영화가 누구를 모티브로 삼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미칠 영향을 나름의 셈법으로 따져가며 실제 주인공에 대해 자꾸 언급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따지는 순간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당초 영화가 전달하고팠던 의미가 희석되고 만다.


영화 [변호인]은 그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이 현실에 젖어 잊고 있었던 사실,

그리고 그 시대를 겪지 않았던 세대들이 모르고 있던,

현재에서 가장 가까운 30여년 전 암울했던 시대의 아픔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울러, 그 시대 가해자의 위치에 있었으며 이후 대한민국의 중추 역할을 해온 당사자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시대의 이름으로 전하고 있다.


"역시~" 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송강호.

[설국열차]와 [관상]의 흥행을 연이어 견인한 송강호는 앞의 두 편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별 특징없이 평범해 보이는 그가 왜 이 시대를 이끄는 배우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에 맞서는 곽도원 역시 보는 이에게 전율을 느끼게 하며, 송강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고문 현장에서 처음 마주쳐 송강호를 위협하는 모습, 임시완을 고문하던 냉혈한의 모습도 그랬지만,

법정에서 증인으로 마주한 송강호와 곽도원의 대결은 관객을 압도한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곽도원을 증인 신문하며 눈에 핏발을 세운 송강호의 디테일한 표정 연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면,

그런 송강호에게 나름의 국가관과 애국심으로 때론 느긋하게 때론 다혈질의 감정을 폭발시키며 맞서는

곽도원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전반에 걸친 구성과 흐름은 기대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두 배우의 명연기가 그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했고, 더우기 감독 데뷔작으로 이런 작품을

구상한 양우석 감독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다소 아쉬운 연출로 인해 [변호인]을 영화로 접하는 사람들에겐 꼭 보라고 추천하기가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 영화의 관객 수가 주는 의미가 시대 역행에 대한 경종의 척도가 될 수 있다면, 아는 사람 모두에게 관람을 적극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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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고, 대한민국 50대이상 남성이라면 거의 경험했을 고스톱.

가끔 도박행위로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경찰의 단속 대상이기도 했지만,

일반인들에게 고스톱은 한때 친목도모의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했다.

 

집들이 등 가까운 사람들이 집에서 모이면 식사 후 필수코스처럼 뒤따르는 것이 고스톱이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도 라운딩 후 식사를 마친 후에는 고스톱으로 2라운드를 즐긴다.

또한 직장인들은 퇴근 후 삼삼오오 사우나를 찾아 고스톱을 즐기기도 했다. 

한낮 동네 복덕방에 모여 한가로이 고스톱을 즐기는 모습도 익숙한 광경이었고,  

喪家에는 문상객을 위해 으례 모포와 화투가 필수도구로 준비되어 있었다. 

 

이렇듯 한때 우리 사회의 친목 아이콘이었던 고스톱이 이젠 주변에서 차츰 사라지는 듯하다. (내가 안해서 그리 생각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장례식장에서도 화투를 보기가 어렵다. 나역시 고스톱해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고스톱의 변천사를 보면 사회의 시대상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기본 규칙에 그 시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룰이 새롭게 생성되고, 점점 자극적이 되어가는 게 고스톱이다.

단순한 규정에 흥미를 잃게 되면서 대박을 추구하는 규정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상대적으로 쪽박을 차는 상대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모습이 참여하는 사람이나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더 열광케 한다.

 

 

우연찮게 요즘 판매되는 화투를 보니 예전엔 전혀 보지 못했던 패가 많아졌다.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예전엔 원래있던 화투 패중에서 (두 장으로 인정하는) 쌍피를 정하곤 했는데, 이젠 아예 보너스 패를 만들었다.

변수가 많아진다는 건,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두뇌활동이 왕성해진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보편적인 것에 만족하지 못 하고 점점 자극적이 되어간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정서가 안정적이지 않고 피폐화된다고 할까..

 

궁금한 건, (내가 고스톱을 해본지 오래 돼서 잘 모르겠지만) 저런 새로운 패들이 수요자들의 욕구에 의해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고스톱을 즐기는 사람들의 대박 심리를 자극하여 판매 제고를 위한 화투 제조사들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

만약 후자라면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위해 저런 마케팅은 자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

 

 

서점에 들렀다 제목이 재밌어 눈에 띈 책.

 

主제목을 보고 주부를 위한 책이구나 생각했는데,

함정은 副제목에 있었다.

 

이 책은 결국 주부를 위한 책이었다.

능동형이 아닌 수동형으로...

 

 

:

 

살아가는 데 가장 좋은 시기는 40 초중반인 듯 싶다.

 

정상적으로 사회활동을 한다면,

큰 사치는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내 하고 싶은 몫은 할 수 있으면서,

충분하진 않더라도 어디가서 업신여기진 않을 적당한 경험과 안목,

그리고, 열정과 창의가 가장 조화로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인관계에서도 꾸미기에 따라

젊은 층에게 크게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의 Old한 계층으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연배가 많으신 어른들에게는 크게 어려 보이지 않는..

어느 쪽으로부터도 어색하지 않게 대우받을 수 있는 나이층이기 때문이다.

 

 

 

 2001년 11월, 40 중반에 무작정 나선 6주간의 유럽 배낭여행은 내 삶에 새로운 사고와 함께 자신감을 심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

  

 

 

신예 감독의 데뷔작으로는 파격적인 컨셉과 플롯이 인상적인 영화.
런닝타임 100분을 거의 한 공간에서만 담아냈음에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던 영화.

그만큼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 모두 섬세한 디테일이 빛난 영화. (이 영화 제작비가 궁금하다)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를 위한, 하정우의 영화.

출세욕과 공명심, 언론인으로서의 현실인식, 간간히 꿈틀대는 정의에 대한 작은 미련,

한 여자의 남자로서 느끼는 연민, 삶에 대한 동물적인 발버둥,
이렇게 타인에게 보여지는 엘리트의 모습과 내재된 본능의 미묘하면서 복합적인 갈등을,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과 말투 그리고 억양만으로 스크린에 긴박감있게 견인하는 하정우는,

그가 왜 이 시대의 스타인지 확인케 한다.

 

약자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약자일 수 밖에 없으며,

때문에 작은 명분의 보상을 바라는 약자의 기본적인 요구는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무시되는 반면,

힘있는 자의 논리는 부조리한 논리마저 정의로 둔갑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모순을 씁쓰름하게 인식하게 되는 영화다.

약자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정의는 강자에 의해 재단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

마지막 하정우가 누르는 보턴은 관객에게 그 메시지를 송신하는 Enter Ke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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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한창이던 어느 늦은 밤

골목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 "너 거기서 뭐하니?" 하고 말을 걸자 힐끗 돌아보더니..

 

 

 

상관말라는 듯 이내 다시 가게 안으로 시선을 돌린다.

 

얘는 무엇을 저리도 뚫어져라 응시하는걸까?

잘린 듯한 짧은 꼬리와 거칠게 느껴지는 털 등 초췌해 보이는 모습으로

앞 발로 창틀을 딛고 마치 나좀 들여보내 달라는 듯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바라보는 나를 찡하게 만든다.

 

유난히도 추운 겨울이었는데, 그래도 기나긴 그 겨울을 잘도 버티었구나...

:

 

집 앞 막국수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아내가 소매를 잡아 끈다.
보여줄 데가 있단다. 남한산성까지 운동을 하고 내려오다 봤다는데,
이 동네답지(?) 않은 커피숍이 생겼다고..

어떤 집이길래 동네답지 않다는 건지..

 

 


헐~ 소지섭이라니...
소지섭이 커피 프랜차이즈에 뛰어드나보네..

강호동 삼겹살..  이경규 치킨..  정종철 닭가슴살..
연예인들의 이름을 내건 프랜차이즈 사업이 많지만,
흠.. 역시 간지의 대명사 소지섭답게 깔끔한 아이템이네.
근데, 어떻게 이 동네까지 침투를 했나..?

들어가보니 마무리 인테리어중인데, 실내가 그리 넓진 않다.

- 여기 사장님이 소지섭氏에요?
> 네.
- 그럼 자주 들르시나요?
> 사장님인데 매일 나오죠..

자연스러운 문답임에도 어째 행간이 약간씩 어긋나는 이 느낌은 뭐지..?


배우 소지섭이 이의 제기하기도 힘들겠다.
자기 이름으로 가게를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겠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나?
오히려 여기 사장이 배우 소지섭을 대상으로 남의 이름 도용으로 고소를 하려나..*^^*

 

 

:

 

 

점심을 먹기위해 들렀던 음식점 입구에 걸려있는 사진이 너무 재밌어 식사를 하고 나오며 카메라에 담았다.

네 장의 사진에는 우리 시대 어린 시절의 모습이 정겹게 담겨있다.
호기심과 함께 신나게 놀이를 즐기는 모습들이 익살스런 표정과 함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호기심으로 뭔가를 들여다보는 아이.
그 옆에서 설레임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
엉아들 속에 끼지 못한 채 옆에서 서성이는 꼬마의 내복스타일 차림도 재밌다.

새끼줄을 이어만든 기차놀이.
묵묵히 끌고, 신나게 끌고..  각기 다른 아이들의 모습들.
그리고 뒤에 마치 무임승차하 듯 올라탄 가장 덩치 큰 아이의 표정..

뻥튀기 소리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늘상 두려움과 호기심의 대상이다.
뻥~ 하는 소리가 은근히 겁나면서도 아이들이 기계 옆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이상의 호기심 때문이다.
뻥~ 소리와 함께 기계 밖으로 솟구치는 강냉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지만, 아이들은 정작 그 절정의 순간엔
눈을 감고 귀를 막게 된다. 귀를 꽉 막은 채 눈을 질끈 감은 아이들의 표정이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남자아이들이 가장 즐겨했던
 말타기.
놀이기구는 커녕, 장난감이라는 용어부터가 생소했던 시절,
말타기는 아무 도구없이 오로지 몸만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공해 자연산 놀이였다.
큰 덩치사이에 낀 두번 째 아이와 삐딱하게 모자를 돌려쓴 아이의 익살스런 표정이 너무 재밌다.
등에 사람을 태우지 않은 마부는 상대적으로 표정이 환한데, 담벼락에 기댄 꼬마는 
체구가 작아 끼워주지 않는 형들이 야속하면서도 말등에 올라탄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저 사진 속의 아이들.
저 아이들도 지금은 나 이상의 나이들이 되었을거다.

저렇게 순수하고 천진하기만 했던 아이들이지만,
자기들도 미처 느끼지 못하는 어느 사이 나이를 먹으며 결혼을 하고,
민주화라든지 IMF라든지 하는 숱한 격동의 시대를 일부는 주역으로 헤쳐나가고,
다수는 영문도 모른 채 묻어가면서, 자기 자식들을 키우고 지금은 또 각자의 방식으로
노년을 맞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새삼 삶에 대해 다시 생각케 된다.
   

 

  

:

 

안철수씨가 야권 단일후보를 위해 후보직을 사퇴했다.
지지자들은 많이 아쉽겠지만, 본인이 정치를 계속 할 거라 했던만큼
이제 나이 오십 세인 정치인으로서는 최고이자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5년 후를 생각한다면 비록 당장
대망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선의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승리한다면, 당연히 안철수는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서
문재인 정권 5년간 그에 상응하는 역할과 보상을 받으며 5년 후의 입지를 다질 것이며,

박근혜가 승리한다면, 안철수에 대한 아쉬움은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며
5년 후 대선에서 10년간 이어진 보수정권 교체의 절실한 희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안철수의 입장에서는 후자의 경우가 5년 후 대망을 이루기에는 더 좋은
여건일 수 있는데, 이런 정황을 생각 못할리 없는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보듬을지 흥미롭다.

문재인의 입장에서야 무조건 안철수를 끌어들여야 하겠지만,
안철수의 입장에서는 어느 만큼의 지원이 향후 입지에 유리한지
유불리에 대한 셈법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세 사람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자.

▶ 박근혜로서 최선의 상황 : 안철수의 문재인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낙선.
▶ 박근혜로서 최악의 상황 : 안철수의 문재인 적극적인 지원으로 문재인 당선.

▶ 문재인으로서 최선의 상황 : 안철수의 지원없이 당선. (국정운영에 안철수에 대한 빚이 없다)
▶ 문재인으로서 최악의 상황 : 안철수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낙선.

▶ 안철수로서 최선의 상황 : 문재인 적극적인 지원 후에는 어떤 결과든 나쁘지 않다.
                                       문재인 당선시 영향력 행사라는 명분이 있고,
                                       문재인 낙선시에는 5년 후 정권교체의 유력한 주자가 될 수 있다.
▶ 안철수로서 최악의 상황 : 문재인 소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당선.
                                       생색도 못 내고 대우도 못 받고...


정치는 참 어렵다.
정치인으로서의 처신은 더 어렵고, 정치인으로서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판단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어려운 일을 기를 쓰고 하려 한다.

왜???

 

 

:

 

이사한 지 열흘이 지났다.
아내의 성격이 원래 살림 느는 걸 싫어하는데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그나마 또 미리 정리를 한 덕분에
이사 후 정리는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나버렸지만, 신규 입주 아파트다보니 하자 보수가 며칠 이어졌다.

이사의 풍속도도 점점 달라진다.
혼자 자취나 하숙하는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이사는 요즘 포장이사가 대세다.
중요 품목만 미리 정리해두면 이사짐센터가 물품의 포장부터 시작해 이사간 집의 수납까지 모든 걸
마무리 해준다. 물론, 주인의 습성에 따라 부분적으로 집주인이 직접 다시 챙겨야 할 부분이 있지만,
예전처럼 이사할 사람이 직접 짐을 싸거나 풀 필요가 없다.

이사를 위해 사전에 종이상자와 신문지를 잔뜩 준비해 일일히 그릇 등을 쌌던 모습은 이제 민속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돼버린지 오래다. 물론, 여건에 따라서 아직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겠지만, 도심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를 하며 그런 모습마저 또 변화하고 있음을 체험했다.
여지껏의 이사는 짐 풀고 정리하면 사는 데 지장이 없었는데, 이번엔 그걸로 끝이 아니다.

새로 건설한 아파트이기에 더 그렇겠지만, 뭔 놈의 사용설명서가 이리도 많은지..

 


보안과 생활의 기본이 되는 전자도어 및 난방과 온수, 조명 제어장치를 비롯해, 홈네트워크, 보일러,
무선 AP, 정수기와 오븐, 심지어 음식물 탈수기와 행주와 도마, 칼의 살균장치까지, 15종이 넘는 갖가지
사용설명서를 읽고 이해하기도 벅차다. 그렇다고 이런 노력을 안 할 수도 없다.
내용을 이해 못 해 작동을 못하면, 편하라고 있는 물건으로 인해 오히려 짜증이 나고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설명서를 읽으며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단지 부모님 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 내게 와닿을 우려일 수 있다.
앞으로 문명은 더 발전할테고, 그와 비례해 새로 지은 집들은 더욱 첨단설비로 무장할텐데,
나중에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벅차질 시기가 되면 그땐 어쩌나~  

큰 일이다.   

:

 

 

 

 

이병헌이 연기를 잘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광해]에서 이병헌은 군주인 광해와 천민인 하선을 1인2역으로 표현하는데,
오로지 표정만으로, 그 표정 중에 특히 눈빛과 웃음으로 절대지존과 티끌같은 백성의 차이를 표현한다.
1인2역이라고는 하지만, 광해와 하선의 비중은 2:8 정도이기 때문에 몰입도와 비중은 하선이 크다.
그렇더라도 짧은 시간 표출되는 광해의 카리스마는 크게 느껴진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선의 인간미 넘치는 휴머니즘도 진하게 와닿는게 영화 [광해]다.

영화는 전반에 코믹한 웃음을, 그리고, 후반에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간간히 현대적인 용어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그런 시도가 시대극이라는 설정과 전혀 어색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그만큼 관중의 몰입도를 이끌어낸 연출의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광해]의 주연급은 이병헌과 한효주, 그리고, 유승룡이지만, 한효주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내가 관심을 둔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

도승지 허균(유승룡)은 광해(이병헌)가 독살 위험에 처하자, 광해가 치료를 받는 기간동안 광해와 닮은
하선(이병헌)을 가짜 왕으로 내세워 국정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메우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짜 왕 하선과
조정의 실제 고위관료인 도승지와의 겉과 속이 다른 주종관계가 관객에게 유쾌한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또한, 내관의 수장으로 왕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상선이, 하선이 가짜 왕 임을 알면서도 담담하게 하선을 
받아들이며 왕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보좌하는 모습도, 기존의 사극에서 등장하는 정치적
혼란기의 정치색 짙은 내관과 차별화됐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두번 째 관전 포인트는, 최근 대선과 맞물려 생각케 되는 진정한 위정자의 모습이다.


가짜 광해를 내세운 도승지 허균은 하선에게 자기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경의 뜻대로 하라." 가 허균이 하선에게 코칭한 유일한 왕의 의사표현이다.
하지만, 처음 허균이 시킨대로만 행동하던 하선은 백성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영달만을 위한
대신들의 처사에 실망을 금치 못하며, 스스로 겪고 있는 천한 백성의 입장에서 답답한 마음에 어느 순간
자기 목소리를 내며 자신을 가짜 왕으로 내세운 도승지는 물론, 광해와 정적관계인 대신들을 긴장케 한다.

그렇게 가짜 광해 하선이 내세우는 백성을 위한 정치는 단순하다. 
백성들이 고초를 겪는 제도를 타파하고, 국가에 필요한 재정도 있는 자가 없는 자의 몫을 대신하는 것이다.  

아울러,
감독은 하선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위정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선은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눈물짓는, 가식이나 위선을 배제하여 백성과 마음을 함께 나누며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제시했다. 왕이 수라상을 다 비우면 시중을 드는 궁녀들이 굶게 된다는 것을
알고는, 팥죽 하나만으로 수라상을 물리는 군주. 

아랫 것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이런 군주의 모습에,
왕의 호위무사인 도부장은 목숨을 받쳐가며 가짜 왕의 탈출을 도왔고,
상선 역시 가짜 왕 하선의 아랫사람까지 배려하는 마음에 감명을 받으며 그의 안위를 걱정한다.
도승지 또한 점차 하선에게서 백성을 생각하는 진정한 군주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선을 죽이라는 왕명을 받은 추격대에게 "너희에겐 가짜 왕일지 몰라도 나에겐 진짜 왕이다." 며
하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도부장과, 배를 타고 떠나는 하선에게 먼 발치 선착장에서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예의를 보인 도승지의 모습은, 시대를 떠나 진정한 위정자를 그리는 경의와 소망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영상도 좋았던 영화 [광해].

왕의 행적을 기록하는 [광해군 일기]의 광해군 8년 2월 28일에 기록된,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는 문구.
그리고 실제 행적이 기록되지 않은 일주일을 단초로 15일간의 가짜 왕 시나리오를 만든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사족을 달자면, 대선주자 세 분은 전시행정으로 보여지는 민생현장을 돌기에 앞서,
이 영화를 보며 국민이 기대하는 진정한 리더, 그리고, 참 위정자의 의미를 깨달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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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조금만 더...

 

보일 듯하고 잡힐 듯한 것에 대한 성취욕구는

도약을 위한 작은 도전 의지일 수도 있고,

몰락을 유발하는 큰 욕심일 수도 있다.

 

성취와 몰락의 경계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으며,

욕구는 그 둘 사이의 외줄타기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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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집 수납장에 얌전히 놓여있는 반창고.
속을 보니 색 바랜 반창고가 1/5쯤 남아 있다.

상처난 부위에 밴드를 사용하는 요즘,
젊은 층이 반창고라는 단어를 알려나 싶을 정도로 용어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제조 일자가 1972년. 정확히 40년 전.
내가 고교 2학년, 오십이 된 막내동생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금년 여름에도 여전히 아버지 집의 거실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한
1963년생 선풍기와 함께 아버지의 성품이 느껴지는 문화재(?)라 생각되는데,
이 반창고를 보며 나의 소비성향을 되새겨 본다.


이런 검소함을 바탕으로 아버지는 88세가 되신 여지껏
자식들과의 점심 한 끼도 꼭 당신이 식대를 지불하신다.


 

 

:

 

나도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갖고있는 사고의 굴레 안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자신의 기준과 다른 가치관에 대해 내색을 하고 안하고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나는 외국 제품에 대해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갖거나 집착하는 편이 아니다.
물론 외국 제품을 사용한 경우도 많지만, 국내 제품에 앞서 외국 제품을 우선시하는 빈도는
감히 국내 소비자 평균 이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외국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을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외국 제품에 과하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소비 성향은 개인의 취향일 뿐, 애국심과 결부하여 생각하는 건 지나친 국수주의라고 생각한다. 


수입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부분 신분 과시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디자인이나 기능적인 면에서 국산자동차의 수준이  수입자동차에 비해 많이 뒤처졌던 게
사실이지만, 요즘은 국산자동차의 디자인이 수입자동차에 비해 전혀 부족함이 없고, 전자기능 등
편의장치는 오히려 앞서가기도 하는데, 굳이 자동차 값과 부품 값 등 유지관리 코스트가 높고
A/S가 열악한 수입자동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입차를 살 바에야 차라리 같은 가격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국산차가 낫다고 생각해왔다.


자동차를 바꿀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 중인 자동차에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겨 년초 150만원을 들여 정비를 했는데,
타이어를 교체해야 할 시점이 되니 생각이 복잡해진다.
지금부터는 수리비 등 정비 비용이 점점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차량을 교체한다면 어떤 차량을 구입해야 하나...

나름 두 가지 기준이 설정된다.

하나는, 승하차시의 편의성.
개인적으로 차체가 높아 시야가 넓고, 적재공간이 넉넉한 SUV를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내 욕구를 접고 승용차를 선택해야 할거 같다. 부모님이 연세가 많아지시니,
자주는 아니지만, 차체가 높은 SUV 차량을 타고 내리실 때 많이 불편해 하시기 때문에
이번에는 차체가 낮은 승용차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고유가 시대에서 연료 값과 연비를 생각치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단가가 비싼 가솔린엔진보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찾게 된다.
디젤이 가솔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가도 싸지만, 리터당 연비 또한 높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으로 구입대상 차량을 검색하니 생각치 못 했던 결과가 나온다.
부모님을 모신다는 목적에 부합되려면 좌석 공간이 비교적 넉넉한 중형차 이상은 돼야 하는데,
국내산 자동차의 경우 중형차 이상에서는 디젤 차량이 없다. 

그런데, 수입자동차에는 중형차 이상에도 디젤엔진을 탑재한 다양한 차종이 많았다.
당연히 연비 역시 국산자동차에 비해 50% 이상 높은데, 이 지점에서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에 많은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수입자동차는 비싸다는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이다.


                           
비교 기준이 완벽하게 동일하진 않지만, 비슷한 수준의 국산자동차와 수입자동차 두 종씩의 비교 제원이다.
(전문가가 보면 많은 차이점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평범한 일반인의 시각에서 비슷한 옵션으로 본 것이다)

일단 국산차량은 모두 가솔린엔진이며, 수입 디젤자동차에 비해 연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물론, 배기량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실 국내 도로에서 배기량이 3000cc 이상일 필요도 없다.
국산자동차의 배기량이 큰 이유는, 무거워진 중량을 원활히 움직이게 하기 위함이다.
가솔린과 디젤의 리터당 단가 차이가 큰데다 리터당 연비마저 차이가 크니, 연료비의 차이는 클 수 밖에 없다.
차량 구입가격은 보는 바와 같다.

또한, 위에 비교 대상인 국산자동차는 대형으로, 수입자동차는 중형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그건 표현 그대로
배기량의 기준으로 구분된 것일 뿐, 자동차의 실내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축거의 수치에는 큰 차이가 없다.


며칠을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며 얻은 결론은, 그간 가지고 있던 내 생각이 많이 틀렸다는 것.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수입차의 효용가치가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수입차를 이용하는 청장년 층에 대한 인식 또한, 겉 멋이 들었다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야무진 선택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수입차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자신에 대한 합리화 아니냐고 비난을 받더라도, 따로 변명할 방법이 없다. 

 

:

 

 

 

 

미래는 남들과는 다른 시각과 안목을 가진 사람에 의해 설계되고 창조된다.

남들이 버리는 소재에서 일반인이 생각치 못 하는 창의를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결과물을 보며,
누구는 웃으며 기발한 재치에 탄복을 하고,
또 누구는 인상을 찌푸리며 인격을 문제 삼으며 탄식을 한다.

어느 한 편을 나무랄 순 없다.
전자는 미래 창조에 필요한 구성원이며,
후자는 과거 보존에 필요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은 다 각각의 역할이 있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집단을 이해하지는 못 하더라도 맹목적 비판만 하지 않는다면,
미래와 과거는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다.

 

:

 

 

 

 

사람에 대해서건 사물에 대해서건
편견은 언젠간 후회와 아쉬움을 동반한다.

외모나 외양이 어수룩해 보인다고
본질도 어수룩한 것이 아님을 알고 후회하게 되고,

무관심으로 인해
가까워질 수 있는 시기를 놓침을 아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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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한순철 선수의 은메달을 끝으로 런던올림픽은 끝났다.
그리고, 올림픽과 함께 폭염도 끝나는 모양이다. 선선한 바람이 분다. 아마 올림픽 기간중엔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선수들이 흘리는 땀의 의미를 이해하라고 그렇게도 더웠나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역대 그 어느 올림픽에 비해 대한민국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올림픽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금메달 13개를 초과한 금메달 신기록을 세우지 못한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대한민국은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와 종합순위 10위의 목표를 초과 달성하여,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에 올랐다.

 

 

 

우리보다 몇 십배 넓은 엄청난 영토와 수억의 인구를 보유한 나라, 그리고 우리보다 월등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유럽의 수많은 나라 중, 우리보다 위에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개최국 영국 뿐이다.
물론, 금메달 숫자가 각 나라의 국력을 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없으며, 국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생각하는 건 옳은 판단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에서 선발된 자원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고르게 세계 정상권에 올랐다는 건 우리가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자긍심은 대한민국이 획득한 메달 종목에서도 나타난다.
레슬링과 복싱은 과거 대한민국의 주된 메달 밭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메달을 획득하는 종목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올림픽 메달의 기대 종목이던 레슬링과 권투는 우리에게 더 이상 메달 소식을
들려주지 못 한 반면, 예전엔 생각지도 못 했던 종목에서 메달을 안겨주기 시작한 것이다.
양궁이 그랬고, 예전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던 수영과 사격, 그리고 펜싱에서 메달을 일궈내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환경은 알 수 없지만, 소위 헝그리 스포츠라는 격투기종목에서 (일반적인 시각에서) 투자가
필요해 보이는 종목으로 메달권이 바뀐다는 건, 생활수준이 얼마만큼이나마 향상됐다는 반증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이 대한민국에게 더욱 각별했던 이유는, 당초 기대 이상의 성적 때문이 아니다. 
런던올림픽은 몇몇 종목에서 있었던 이해하기 어려운, 유난히 대한민국에게 아쉬웠던 심판 판정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마음의 상처를 안겨 주었다.

수영 박태환의 예선 실격판정의 번복을 시작으로, 유도 조준호의 심판위원장에 의한 심판 전원일치 판정의 번복,
그리고, 전 세계의 Hot Issue가 된, 세계 언론이 역대 올림픽 5대 오심으로 인정할 정도로 역사에 남을만한 펜싱
신아람의 게임 종료시간 1초 해프닝. 그것 만이 아니었다.
축구 비주류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축구는 영국과의 8강전과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연거푸 심판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8강전의 심판은 영국에게 두 번의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4강전의 심판은 반대로 두 번에 걸친 
우리의 페널티킥 기회를 외면했다.

때문에 London Olympic은 Random Olympic 혹은, Wrong Done Olympic 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는데,
나 역시 올림픽 기간에 다음과 같은 멘트를 트위터에 올렸었다.
   

                   

올림픽은 우리에게 금과옥조와 같은, 의미있게 되새겨볼만한 많은 어록을 남겼다.

유도 김재범은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죽기살기로 임해 은메달을 땄는데, 이번엔 죽기로 싸워 금메달을 땄다." 는,
축구 대표팀 홍병보 감독이 한일 4강전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인용할 정도로 비장한 말을 했고,
레슬링 송대남의 "내 메달을 모두가 깜짝 금메달이라고들 하지만, 나에겐 정해진 금메달이었다." 는 말과
같은 레슬링 김현우의 "나보다 많은 땀을 흘린 선수가 있으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 는 말은, 이들이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느끼게 하는 말들이다.

또한, 배구 김연경은 "일본에 지니 눈물도 안 난다" 는 통한의 감정을 토로했으며,
펜싱 감독은 "유력인사들이 금메달을 하나 딴 김연아에게는 많은 관심과 후원을 하며서도, 금메달을 몇 개 딴
펜싱선수들과는 차 한잔 같이 한 적이 없다." 는 말로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표하기도 했다. 

어록은 선수들만 하는 게 아니다.
펜싱 1초 오심을 패러디해, TV 앵커는 "1초 후에 뵙겠습니다." 시니컬한 멘트를 날렸고,
코미디 프로에서도 "1초만 맞아볼래~" 라는 대사를 날렸다.

올림픽을 바라보던 네티즌들의 어록 역시 빠질 수 없다.
올림픽 소식을 알리는 수 많은 기사에는 재기발랄하고 촌철살인같은 댓글이 수도 없이 올라오는데, 그 중
내가 꼽은 압권은 축구 대표팀 마지막 경기인 한일전 종료 직전 투입되어 극적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김기희 선수에 대한 댓글이다. "김기희 44분 군 입대, 48분 제대." 


국민들의 밤 잠을 설치게 했던 올림픽은 끝났다.

많은 순간들이 우리의 마음에 짜릿한 전율과 가슴 먹먹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TOP 3 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무엇을 꼽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인 세 장면은,

 

 

첫째, 마지막 올림픽의 회한을 바벨에 손 키스로 표현하던 장미란의 모습.

 

 

 

둘째, 체조 양학선의 마치 지남철과 같았던 두번 째 시도 완벽한 착지.


그리고, 축구 박주영의 일본 수비수 세 명을 제친 결승골 장면이었다.


 

 

이 사진은 구자철의 쐐기 골 장면.
13번 구자철을 끝까지 마크한 일본 수비수도 13번이라는게 재밌다.


올림픽 마지막 소회.

많이 나아졌지만,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더욱 즐기는 올림픽이 됐으면 좋겠다.
즐긴다는 의미는,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서는 아쉽더라도 너무 애닯아하지 말고, 함께 기량을 겨룬 상대를
축하할 수 있는 도량과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는 의미다. 그런 모습이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쑨양에 대한 박태환의 태도는 상당히 보기 좋았다.


결승에서 패하고도 우리 선수들을 환한 미소로 축하하는 루마니아 선수들의 표정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보름간 숱한 감동을 안겨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선수들 너무 수고 하셨습니다.

 

:

 

 

 

한 마디로 너무 재밌다.

분야별 절도 전문가들이 모여 대형 다이아몬드를 훔친다는 소재부터
어딘지 한국판 [오션스일레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영화.
때문에 자칫 어설픈 아류작이 아닌가 했던 어설픈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버린 영화.


영화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 소개를 겸한 다이아몬드 탈취 예행연습(?) 과정.
그리고, 다이아몬드 탈취 및 도주 과정과, 탈주자들간의 생존게임으로 이어진다.

나름대로 각 분야별 전문가라 일컫는 도둑 열 명이 모였으니 전개과정의 커다란 줄기는
범죄스릴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한 탕을 노리고 모여 겉으로는 의기 투합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차피 서로를 믿지 못 한다.
언제 배신할지, 또 언제 배신 당할지 서로의 머리 속은 바쁘지만, 어차피 배신마저도 공동의
목적 달성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안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영화의 결말은 대개 둘 중 하나다.
함께 공모한 사람들 서로간의 배신과 음모가 진행되면서 핵심인물 한두명이 전리품을 독식하거나, 혹은,
좇고 좇기는 과정에서 전리품을 모두 날림으로써 도리에 어긋나는 헛된 욕망의 결말은 허무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도둑들] 역시 그렇다.

혹자는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 가볍지 않느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아마도 [오션스일레븐]의 쟁쟁한 배우들이 보여준 너무나 세련된 캐릭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난 그런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동서양 문화가 달라 노는 물도 다르다면,
도둑 역시 한국인의 정서에 익숙한 한국형 캐릭터가 관객에게 더 편할 수 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일일히 언급하자면 글이 길어지겠지만, 국내 배우 몇만 간단히 짚어보자.

영화 전체의 큰 틀을 잡아나가는 마카오박 역의 김윤석은 역시 최고의 배우다.
[황해]에서의 터프하고 육중한 개장수 면정학과 달리 샤프한 모습으로 나타난 김윤석.
많은 체중 감량이 있었음에도 그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김혜수는 늘 매력적이고 멋지지만, [도둑들]에서 김혜수보다 시선을 끄는 건 전지현이다.
전지현은 다소 천박한 듯하면서도 빠른 두뇌 회전으로 자기 이익을 위한 처세에 뛰어난 모습을 
상큼하게 보여준다. 또한, 다소 떠있는 듯하지만, 잔머리를 굴리며 배신을 일삼는 양아치 이정재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처음 이 영화에서 관심이 갔던 캐스팅은 김수현이었다.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일약 스타 덤에 오른 김수현이지만, 같이 출연한 다른 배우들에 비해 
범죄스릴러의 캐릭터로는 아직 나약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대로 [도둑들]에서
김수현은 젊은 여성층의 유입을 위한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큰 비중이 주어지진 않았다.

아~ 홍콩배우 임달화도 참 멋지게 나오지만, 깜짝 놀랄 특별출연 신하균은 정규 배역 못지 않은
비중으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큰 웃음을 준다. 특별출연이 영화의 처음과 끝을 동시에 장식하는
것도 아마 처음이 아닐까?  


범죄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를 알 것이다.
그 영화들과 [도둑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먼저 무얼 생각할까?
터는 거? 그리고, 마지막 극적인 반전?

그렇다.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한국은행의 돈을 털고, [타짜]에서는 또 다른 타짜의 패를 턴다.
[도둑들]에서는 특급호텔의 다이아몬드를 턴다. 그리고, 그 과정에 수시로 작은 반전을 주다가
결말 부분에서 예측치 못한 큰 반전으로 관객의 허를 찌르는게 공통점인데,
가장 큰 공통점은 이 영화들의 감독이 같다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은 배신과 음모를 복선으로 깔고 욕망을 쫓는 사람들의 심리를 맛깔스럽게 재단하는
능력이 있다. 때문에 그의 영화는 전개될 스토리와 결말을 함께 추리해 나가는 재미로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그 중에도 영화 [도둑들]은 템포와 스케일에서 최동훈 감독 범죄스릴러의
결정판이라 생각한다.

워낙 많은 전문가들 각각의 역할을 보여주느라 영화 중반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꼬투리를 잡기 위한 트집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출연진이 주고받는 대화를 놓치면 흐름 이해가 벅찰 정도의 함축성있고 빠른 대사 때문에 
머리로 대사 따라잡기도 바쁜데, 부산을 배경을 한 액션은 관객의 눈까지 바쁘게 만든다.  
홍콩과 마카오, 부산을 연결하며 보여주는 와이어 액션은 [미션임파서블]이나 [본 아이덴티티],
그리고 [다이하드]에 전혀 뒤질 게 없다. 특히, 부산의 건물 벽을 타며 좇고 좇기는 액션은 압권이다.


최근에 본 국내 액션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가 [최종병기 활]이었는데, [최종병기 활]과
[도둑들]은 장르가 조금 다르다. [최종병기 활]은 음모와 반전이 없는 정통 활극이기 때문이다.

잘 만든 영화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도둑들]은 내가 본 국내영화 중 가장 경쾌하면서도 통쾌한 영화다.

감칠 맛 나는 언어와 빠르게 전개되는 액션으로 두세번을 연속으로 보아도 쉬 물리지 않을 영화.
영화 팬의 엔돌핀마저 훔쳐 꺼내는 [도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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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육체를 강하게 단련하는 것이고,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은
생각에 깊히 몰입하는 것이다.


고통은 매어진 배와 같아 스스로 흘러가진 않지만,
심신은 그렇게 서로를 대신하여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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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해 갈 곳 없이 배회하는 동물들을 보면
늘 안쓰러운데, 특히 어둠이 내린 밤에 그런 모습을 보는 건 더 하다.

이 녀석은 이 밤에 무엇을 찾아 어디로 향하는 걸까..
느릿느릿 발을 떼다 목적지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진다.

가끔씩 보게 되는 이런 녀석들의 행선지가 늘 궁금하다.

 

 

:

 

경복궁 야간 개장을 보고나온 지난 토요일,
모처럼 강북 나들이를 한 김에 청계천의 모습을 보고 싶어
광교로 향하던 중 종로에서 연등행사 행렬을 만났다.

불교신자도 아니거니와
특별히 그런 행사를 일부러 보러 나선 적도 없던 나로서는,
실로 우연찮게 아주 의미있고 화려한 구경거리를 만난 셈이다.

 

 



난 불교 교리에 대해 전혀 모른다.

 

 



때문에 연등행사에 나선 여러 조형물들이 의미하는
불가의 심오한 진리 역시 모른다.

 

 

 

하지만, 의미가 뭔지는 몰라도 이것이 속세의 안녕을 기원하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뜻을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그리고, 그런 부처님의 가르침을 속인들에게 설파하여
길잡이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불가에 귀의한 스님들의 평생의 업이 아닌가.

 

 



그런데, 흡연 및 음주는 물론, 도박과 성매매까지,
최근 불거진 일부 승려들의 상상을 초월한 여러 파문들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더구나 그 행위의 당사자들이 우리나라 불교계를 대표하는
최고위 지도자급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경악케 했다.  

 

 



마침 오늘은 석가탄신일이다.
물의를 빚은 불교 지도자들은 오늘

부처님의 가르침을 무엇이라 설파할런지 궁금하다.

그리고,
원효대사나 서산대사, 사명당 같은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도 궁금하다.
이 시대에서 고승(高僧)이란 단어는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古語일까..

 

 

:

 

 

신세대부부 중에 No Kid 부부가 많다고 하지만,

그와 반대로 아이을 둔 요즘 부모들은 우리 때보다

더 가정적이고 아이들에게 친화적인거 같다.

그런 경향은 아빠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아이에게 진지한 모습으로 책을 읽어주는 아빠의 마음이

체격만큼이나 넉넉하게 느껴진다.

 

기다림에 지쳐 어쩔 수 없는 피곤함을 숨기지 못하는 아빠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런 아빠의 고충은 아랑곳 없다.
그래도, 쉬고싶은 마음을 누르고 함께 나와준 게 어딘가..^^   

 

: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게 있고,

마음을 먹어도 할 수 없는 게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 조차 해보지도 않은 채

남이 하는 걸 부러워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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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남과 비교하면 조급해진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서로 비교해서 답을 찾자.

평온한 척, 남이 모르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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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꿈.


어느 것이 더 이루기 쉽고,
어느 것이 더 이루기 어려운 걸까?

욕망은 이성이 동력이 되는 반면,
꿈은 감성으로 다가간다.

욕망은 쫒는 것이고,
꿈은 추구하는 것이다.

욕망은 계속 이루고 이뤄도 끝이 없지만,
꿈은 이루어진 하나로 모든게 행복하다.

때문에
욕망을 쫒는 사람은 이루고도 늘 조급한 반면,
꿈을 추구하는 사람에겐 이루지 못해도 늘 희망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