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간 미국 첩보 스릴러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CIA 일부가 악역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CIA 본부 안에 부패한 수뇌부가 있거나, 국수주의에 젖은
과격 극우조직이 존재하여 자의적인 공작을 도모한 후 조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조작된 희생양을
만들어 진실 은폐를 기도한다. 희생양은 주로 전직 혹은 현직 CIA요원이 등장하지만, 경우에 따라
우연한 계기로 CIA의 공작 기밀을 인지하거나 습득하게된 제삼자가 대상이 되어, 첨단설비와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조직과 쫒고 쫒기는 대결을 벌인다. [본 아이덴티티]로 대표되는 본 시리즈가 그렇고,
반전의 백미를 보여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그랬다.

[세이프 하우스] 역시 그런 영화다.

CIA, M16, BND 등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 정보기관의 비리가 담긴 파일을 입수한 전직 CIA요원과
이를 제거하기 위한 CIA, 그리고, 얼결에 중간에 끼게 된 풋나기 CIA 요원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런 類의 첩보 스릴러를 좋아하는 영화팬들에게 [세이프 하우스]는 스토리 구성이나 전개방식이
익숙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참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모든게 익숙한 상황임에도 
몸에 와닿는 긴장감은 무언지.. 국내 스릴러에서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긴박감이 있다.
BGM 때문일까? 아님, 스피디하게 이어지는 액션? 어쩌면 국내 추리물에서는 쉽게 연출되기 어려운
강력한 무기를 동반한 스케일 큰 총격전과 숨가쁘게 전개되는 카체이싱에 동원되는 자동차의 물량,
아울러 첨단시설을 돋보이게 하는 C/G 처리능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다른 긴장감이 있다.


BMW가 카체이싱 소모품으로 쓰일 정도의 물량공세가 우리와의 차이라고 할까.


위에 언급한대로 기존의 첩보 스릴러와 구성이 별반 다를 게 없는 [세이프 하우스]지만, 그래도
종전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요기거리가 하나 있다. 제목 그대로 세이프 하우스가 그것이다.



우리에게는 안전가옥이라는 명칭으로 익숙한 세이프 하우스는 망명자 등 특수 신분자 보호가 주된 
기능인 줄 알았는데, 실제 CIA의 세이프 하우스는 냉전시대 소련의 스파이를 심문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용도야 어찌됐든, 또 실제의 구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이프 하우스의 구조는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세이프 하우스는
아니러니하게도 계속 적에게 노출되어 공격을 받는 가장 불안전한 장소가 된다.   



덴젤 워싱톤은 나이가 들어 댄디함에 중후함까지 더해져 더 멋져진 느낌이다.
상대역 라이언 레이놀즈는 잘 알지 못하는 배우지만,
레이놀즈라는 성을 보니 생각나는 배우가 있다. 바로 버트 레이놀즈. 


[세이프 하우스]는 스크린을 많이 확보한 영화는 아니다.
스크린을 확보했더라도 1일 1~2회 정도 상영할 정도로 흥행에 크게 기대를 거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영화가 잘 못 만들어진 건 아니다. 액션의 스케일은 오히려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보다 낫다.
킬링타임용 오락용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사족 : 그런데, 정말 CIA 내부에 영화의 소재가 되는 그런 비리와 자기들만의 조직이 있을 수 있는건가?
         하도 그런 소재의 영화가 많이 나오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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