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영화겉핥기'에 해당되는 글 77건

  1. 2019.02.28 [증인]
  2. 2019.01.15 그린북 2
  3. 2018.12.28 PMC 더 벙커
  4. 2017.06.01 노무현입니다
  5. 2016.10.02 아수라 2
  6. 2016.09.18 밀정
  7. 2016.09.16 매그니피센트7
  8. 2016.03.07 스포트라이트
  9. 2015.11.22 내부자들
  10. 2015.09.30 사도
  11. 2014.12.26 국제시장
  12. 2014.08.14 명량
  13. 2014.01.26 수상한 그녀
  14. 2014.01.03 변호인 4
  15. 2013.08.08 더 테러 라이브 2
  16. 2012.10.04 광해 4
  17. 2012.07.30 도둑들
  18. 2012.03.21 가비 2
  19. 2012.03.11 세이프 하우스
  20. 2012.03.10 화차(火車)
  21. 2012.02.08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22. 2012.02.03 페이스메이커
  23. 2012.01.24 부러진 화살
  24. 2012.01.22 미션 임파서블
  25. 2011.12.28 마이웨이
  26. 2011.12.09 특수본
  27. 2011.11.24 머니볼
  28. 2011.11.17 완득이
  29. 2011.08.16 최종병기 활
  30. 2011.08.05 고지전



얼굴에 비닐봉지를 쓴 채 80대 노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창가에 선 채 죽어가는 현장을 본 유일한 목격자는 맞은 편 집에 사는 자폐증이 있는 여학생.

지우(김향기)가 목격한 인물은 비닐봉지를 쓴 노인과 그 뒤에 서있는 가정부.

검사는 가정부에 의한 타살이라고 가정부를 기소했지만,

용의자인 가정부는 노인의 자살을 말리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살인의 증거로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의 진술을 내세우는 검사 김희중(이규형).

자폐아인 지우 진술의 신빙성을 파고드는 변호사 양순호(정우성).

각각의 목적에 의해 살인사건의 증인이 된 자폐아 지우가 본 것은 무엇일까.


동생이 자폐아이기에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특성을 잘 안다는 김희중과,

민변에서 활동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대형 로펌에 들어와 새로운 인생을 도모하는 양순호.

두 사람이 지우에게서 이끌어 내려는 결정적 증언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본 [증인]은 미스테리 법정물이 아니다. 

사회의 편견 속에 소외될 수 있는 특수한 환경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사회물이다. 

법정 영화의 매개체로 자폐아가 등장하는 게 아닌, 자폐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위해 법정을 소재로 사용한 영화. 

영화는 우리에게 단순하지만 결코 쉽게 답하기 어려운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과연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편견을 받는 사람들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가?'


영화에서 지우의 진술은 일관됐다.

단지 지우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뿐.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전학한 지우에게 물었다. "특수학교에 가니 어때?"

지우의 대답이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상한 애들이 많아요. 그런데 편해요. 정상인 것처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누가 정의했는지도 모를 기준을 정상이라 여기며 맞추기 위해 버둥거리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 정상일까. 


영화와 무관한 사족을 달면,

정우성과 송윤아는 실제 커플이라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고,

대배우 박근형의 배역이 내겐 좀 짠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부분 자폐아 연기를 한 김향기의 눈망울이 가슴을 꽉 채우는, 엔딩이 동화같은 [증인].

1월의 [그린북]에 이어 우리의 정서를 위한 힐링무비로 권하고픈 영화다.


마지막으로 [증인]의 대사 한 줄을 소개한다.

"그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법은 그들을 밖으로 꺼내려 하지 말고 그 세계 속에 들어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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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그린북].

[그린북]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에서 흑인들이 머물 수있는 숙박업소와 식당에 대한 흑인 운전사 가이드북이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는 이태리계 미국인 토니 발레롱가.

일하던 나이트클럽이 문을 닫자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저명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남부 순회공연 운전기사로 일하게 된다.


피부색 외에는 지적 경제적 능력에서 미국 상류사회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셜리 박사와는 반대로

피부색 외에는 지적 경제적으로 미국 상류사회와 전혀 거리가 먼 토니가 함께 하는 8주간의 동행.


동질적 요소라곤 전혀 없는 두 사람의 동행이 가능한 건,

성장환경 속에 인종차별이 몸에 밴 셜리의 인내심과,

불같은 성격임에도 돈 앞에서는 인내심이 생기는 토니의 묘한 공통점 때문.

아울러 셜리의 포용력과 토니의 책임감이 어우러지며,

이질적인 두 사람의 순회공연 여정은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공감여행이 된다.


흑인 연주자가 들려주는 수준높은 음악과,

수준높은 음악을 들려주는 흑인 연주자를

극명하게 차별하는 이중적 지성에 맞서는 품격.

같은 의미인 듯 다른 지성과 품격의 차이를 알게 해주는 영화 [그린북].


죽을 때까지 깊은 우정을 쌓아간 두 사람의 실화를 근거로 한, 모처럼 자신있게 강추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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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도입부를 놓치는 정신없는 영화.

하정우가 미션임파서블 톰 크루즈보다 열일 하는 영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나오는 영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많이 들리는 영화.

고로 자막 처리가 가장 많은 영화.

총쌈으로 시작해서 총쌈으로 끝나는 지루함을 마지막에 고공강하로 살짝 달래는 영화.

정신을 빼는 총소리로 잠을 못 자게 하는 영화.

스케일이 엄청 큰 듯하지만 제작비는 얼마 안 들었을 거 같은 영화.

조연급인 이선균의 극 중 이름을 끝까지 모르는 영화.

한국이 무대지만 스토리 전개 배경은 미국인 영화.

한국 배우를 캐스팅한 미국영화같은 영화. 

그 와중에 은근 휴머니즘을 주입하는 영화.

그리고, 제한된 극한의 환경에서 리더의 역할과 고뇌를 보여주려는 영화.


결론 : 내가 본 한국 액션영화 중 가장 정신없는 만화같은 영화.

(사족 : 내 기억속 한국영화 중 가장 익사이팅했던 액션영화는 [최종병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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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들이,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낯선 얼굴들이

조연으로 까메오로 출연된 영화.

 

주연도 없지만, 그렇다고 엑스트라도 없는 영화.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그를 추모하는 많은 이들의 여러 사연 속에서 우리가 바라는 정치인의 모습을 각자가 음미하게 한다.


개인에 대한 선호가 달라 누구에게나 추천하긴 부담스럽지만,

오바마같은 대통령을 부러워 하는 이들에겐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우리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

우리에게도 보통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며 올곧은 신념으로 보통사람을 위한 정치를 추구한 참정치인이 있었다고.


시대의 여망에 따라 변화돼야 할 역사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축적될 수 없다.

시대를 끌고 나갈 리더는 필요하지만, 리더를 신뢰하며 그가 무언가 할 수있도록 힘을 모아 주는 구성원이 없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까메오일지언정 그 누구도 엑스트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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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뭔가 계속 꼬이는 듯하면 왠지 인생이 난장판이 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에서 나를 옭죄기 시작해 탈출구가 점차 흐릿해지기 시작하면 그게 아수라의 시작이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
제작사 사나이픽쳐스의 이름만큼이나 개성 강한 사나이들이 모였다.
그리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임을 입증한 영화.

 


말기 암 아내로 인해 심신이 피폐되며 비리의 늪에 빠져드는 도경.

그런 도경의 허점을 파고드는 비리 정치인과, 약점을 흔들며 목을 죄는 검사.

이용하려는 두 남자와 빠져 나오려는 한 남자의 사악함과 야비함과 비굴함이 뒤섞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나가는 [아수라].

 

 

이제 起承轉의 마지막 結을 위해 도경이 울분을 담은 반전을 도모한다.

그리고 이것은 감독이 도모하려 한 반전이고 감독이 보여주고픈 연출 역량이기도 하다.
그 반전을 도모하는 순간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종결 부분이 떠올랐다.

종국에 자신들을 쫒던 각기 다른 두 집단의 戰線을 유도한 윌스미스와 진핵크만과 같은 반전을 기대하며..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촘촘함이 기대됐던 구성은 망사가 되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꿰어지지 못 한 채 흩어진 구슬과 같이 아수라장이 된다.

 

 

정우성 - 주지훈 버디 케미가 돋보였고, 요즘 대세 감초로 부각되는 김원해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반면,

곽도원의 마지막 모습은 허무개그를 보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기승전아수라.
외국에서는 굉장히 호평을 받았다는데, 개봉 초반 보여주는 국내 흥행가도의 탄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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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경찰이었던 실존인물 황옥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밀정].

 

일본경찰의 경부 이정출는 의열단장 장채산을 잡기 위해 경성의 의열단 리더 김우진에게 접근하여 상해로 간다.

김우진은 이정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다량의 폭발물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를 역이용하려 한다.

 

 

 

모든 카드가 오픈된 상태에서 오직 진심만으로 이정출을 상대해야 하는 김우진.

 

 

 

마지막 히든카드로 칼자루를 쥐고 있으면서도 뭔가 말리는 느낌의 이정출.

 

 


영화 중반 이후는 각각 진심과 블러핑을 무기로 서로를 상대하는 두 사나이의 심리게임으로 전개된다.

 

송강호와 공유의 케미도 좋지만, 까메오 격인 이병헌의 존재감과 박휘순의 임팩트 역시 강렬하다. 명불허전.
여기에 스크린을 지배하는 짙은 콘트라스트가 명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높힌다.

 

일제 강압기 시절 영화를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저 시대의 나라면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특히 (실제로는 더 잔혹했을) 고문장면을 볼 때마다 그 상황을 겪었을 분들에 대한 경외감이 든다.

 

 

역사에는 밀정 혐의로 실제 재판을 받은 실존 일본경찰 황옥이 영화 속 이정출과 같이

자신은 일본경찰로서 소임을 다 했다는 진술이 기록되어 있는데, 황옥의 이런 진술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있다.

 

일본경찰로 전향한 자신의 충성심을 일본이 몰라주는데 대한 억울함의 항변이라는 설과,

실제 독립군의 비밀요원으로 독립군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위장을 한 것이라는 설.

진실은 당시를 살았던 극소수만이 알겠지만, 만약 후자가 진실이라면,

조국을 위한 행동의 결과가 독립유공자는 커녕 오히려 조국의 변절자로 후손들까지 친일파의 멍에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참 묘하다.

 

같은 일본경찰이지만,
[암살]의 이정재가 개인의 영달을 위한 본능적 욕망을 보여준다면,
[밀정]의 송강호는 깊히 내재되어 있는 고뇌하는 양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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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각기 다른 시공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시선을 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동여지도].
일제시대가 배경인 [밀정].
로마제국이 테마인 [벤허]의 리메이크작.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한 서부영화 [매그시피센트7].

나와 비슷한 시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부영화는 아련한 중고교 시절 일기장의 한 페이지와 같다.
그런 아련함에 대한 동경으로 찾은 [매그니피센트7].

서부영화라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배우들이 있다.
존 웨인, 게리 쿠퍼, 크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해 제임스 코번과 리반 클립 등등...

[매그니피센트7]은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한 영화.
오리지널의 율브린너가 떠오른다.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으로 짧게 단평을 하자면,

 

서부영화의 OST는 아날로그가 제격인 듯하다.
서라운드 돌비 시스템의 웅장함보다는 은은한 느낌의 아날로그 음악이

서부영화의 고전적 분위기와 더 맛갈스럽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연출 기술력의 진보로 보더라도 더 멋스러워야 할 지금의 세트가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고교시절과의 눈높이 차이 때문일까.

그렇더라도 서부영화의 핵심 요소인,
눌러 쓴 카우보이 모자 속 강렬한 눈빚과 입에 문 시가, 결투 장면의 강렬한 태양과 그 태양을 등진 역광,

손가락으로 권총을 회전시켜 권총 케이스에 꽂는 장면 등 서부영화를 구성하는 디테일은 변함이 없다.

7인을 규합하기 까지의 런닝타임 1시간도 내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니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었나 보다.

영화 자체에 대한 특별한 감흥은 없지만, 기대 이상이었던 감흥이 있긴 하다.

이병헌.
그간 이병헌이 출연했던 외화를 본 적이 없어 호기심 차원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도

이병헌의 비중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영화의 흥미요소로 끼어 넣은 동양인으로 둘러리 정도가 아닐지,

제목에 7이 들어가니 1/7 비중만 되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완전 기대 이상이다.
놀라울 정도로 7인에 전혀 꿀림이 없이 오히려 메인 주연인 덴젤 워싱턴 다음으로 인상적인 역할과 비중을 보여준다.
정말 멋스럽게 나온다.

서부영화에 대한 향수를 그리는 팬들에겐 기대에 부족할 수 있지만,

국제 무대에 선 이병헌의 모습을 보고 싶은 팬들이라면 만족스러운 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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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파헤친 영화 [스포트라이트].

보스톤 글로브紙 탐사팀의 실화에 근거한 이 영화는 영화적 흥미를 위한 최소한의 픽션마저 배제한 채,

철저하게 사실적 전달에만 집중한 느낌이다.

 

영화는 과거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사실관계를 파헤치는 기자들의 노력만 보여줄 뿐,

치부를 은폐하려는 교회의 저항과 음모, 언론사 내부의 지능적 방해와 같은 대결 구도가 전혀 없다.
단지, 수치심에 진술을 꺼려하는 일부 피해자와, 피해자의 합의를 유도해 교회의 추문을 덮어준

변호사와의 작은 갈등만이 있을 뿐이다.

 

때문에 영화 전체에 긴장감은 없다.
대개의 영화에서 처럼 의혹을 파헤치는 기자들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까 하는 기대감을 내려놓으니,

가슴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안단테로 연주되는 클래식을 듣는 느낌이지만,
이 영화가 2016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엔딩은 생각하기에 따라 굉장히 맥빠질 수 있다.
하지만 엔딩씬에 이어 스크롤 업되는 자막의 내용과 연관시켜 음미하면 마지막 메시지의 무게감은 엄청나다.

 

바른 언론이 용기있는 소수의 목소리를 통해 거대 집단의 폐해를 적시하더라도,
개개인을 구원한다는 힘있는 종교집단이 얼마나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지..

 

화면으로 보여주지 못 한 그들의 위선적 양면성을 영화는 마지막 자막으로 상기시켜 준다.

눈으로 보는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층에겐 NO,
생각하는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층에겐 GOOD~

 

 

 

팀장 役의 마이클 키튼, 기자 役의 마크 러팔로.
은근 매력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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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정치인, 언론인, 검사, 조폭.
대한민국의 이슈를 생산하는 공식 비공식 5대 천왕이다.
이 5대 천왕간의 커넥션을 버무린 영화 [내부자들].

그리고 이경영, 백윤식, 조승우, 이병헌.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각각의 아이콘으로 두 시간 넘게 스크린을 가득 채워 나간다.

 

언론에 보도되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으면서도 누군가에 의한 보이지 않는 장막 속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잊혀져간 각종 커넥션과 스캔들.
[내부자들]은 늘상 잊혀지는 그 장막 속의 모습에 대한 힌트를 준다.

 

대권을 꿈꾸는 검사 출신 국회의원.
여론을 주도하는 킹 메이커 언론사 논설주간.
이들을 장악한 재벌그룹 회장.
이들에게 기생하며 세력을 키우는 조폭 두목.
이 모든 커넥션을 파고들며 야망을 키우는 빽 없는 검사.

 

돈 있는 사람, 힘 있는 사람, 머리 좋은 사람, 절실한 사람.
이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은밀하게 적과 아군이 바뀌는 합종연횡.
각자가 수시로 주인공을 바꾸려 하며 만들려는 영화의 승자는 누구일까.

 

끝까지 이어지는 반전의 끝에 그 답이 있다.

 

[미생]으로 유명해진 윤태호 작가의 미완성 웹튠을 테마로 한 [내부자들]은

가장 화끈한 사회고발 작품이라 여겨지는데, 실망을 안 주는 통쾌한 결말이 고맙다.

 

 

사족 :
- 이병헌과 조승우의 콜라보, 멋지다.
- 은밀한 성접대, 눈요기 외에 상상을 초월한 그들만의 게임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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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思悼).

 

역사적으로 너무 뻔한 이야기라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영화인데 아들이 추석 전날 예매를 해줬다.

'너무 뻔하다는 건 감독도 알텐데, 뭔가 나름대로의 전하고픈 메시지와 표현방법이 있겠지.. 더구나 이준익인데..'

그런 생각에 이준익 감독은 전혀 예상치 못 한 엉뚱한 관점에서 부응해줬다.

 

예상과 달리 영화 초반에 일찌감치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

영화는 사도세자를 일찌감치 뒤주에 가둬놓고 그가 왜 아버지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아야 하는지를 풀어나가는데,

대개의 사극에서 보는 아버지와 아들의 왕권에 대한 정치적 투쟁이 아닌, 아주 단순한 모티브로 접근한다.

 

그릇된 조기교육의 폐해.

내가 전해받은 이준익 감독의 메시지는 엉뚱하게도 이거였다.

 

태생의 한계로 신하로 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 하는 콤플렉스를 안고 즉위한 영조는,

자신의 후계인 세자만큼은 신하들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는 완벽한 군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가 추구하는 완벽한 군주란 신하들보다 우월한 지식과 식견을 겸비한 군주.

때문에 어려서부터 초호화 강사진으로 조기 교육을 밀어붙였지만,

세자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취향인 미술에 관심을 보이며 예술가의 덕목(?)인 자유분방함을 추구한다.

 

태생적 콤플렉스가 있는 아버지가 대를 이을 자식에게 요구하는 지향점.

끼있는 아들이 자신의 세계를 표출하고픈 지향점.

아버지와 아들이 추구하는 두 지향점이 서로 어긋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없이 부자간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결국 아들에게 실망한 아버지에 의해 아들은 죽게 된다.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싶었던 아버지와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아들.

아직도 자식을 판검사나 의사로 키우고 싶은 부모와 좋아하는 것을 하고픈 자녀.

"이 영화는 강남 학부모들이 봐야 하는 영화네.." 영화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내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영화에서 나온 대사中 기억나는 대사가 세 개 있다.

 

"잘 하자~ 자식이 잘 해야 애비가 산다."

(수렴청정을 하면서 영조가 세자에게 한 말)

부모의 역할은 자식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것이지 자식에게 묻어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왜 이제서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지 모르겠다."

(세자의 주검앞에서 영조가 세자에게 가졌던 기대와 애정을 독백하며)

어려서부터 대화가 없이 성장한 후의 대화라는 건 자식에겐 간섭에 지나지 않는다.

 

"왕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윤허하고 책임을 묻는 자리다."

(세자가 신료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하려 하자 영조가 세자에게 하는 말)

이 시대 정치인들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묻고 싶다.

 

 

송강호야 언급이 필요없는 한국 영화의 대표적인 배우지만, 유아인은 완전히 물이 오른 느낌.

[베테랑]에서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망나니 재벌 2세를 맛갈스럽게 소화하더니,

[사도]에서도 미세한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살려가며 대선배 송강호에 밀림없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반면에 문근영은 다소 어색한 느낌. 문근영의 연기력을 탓하기 보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가장 뜸끔없는 건, 영화 마지막에 나온 소지섭.

[14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성장한 정조로 소지섭이 나왔을 때 뭔가 임팩트있는 엔딩이 그려질 줄 알았다.

그런데... 소지섭이 보여준 건, 사도세자 묘에 성묘간 것과 사도세자의 부인인 어머니를 위로하는 춤 추는 장면 뿐.

이건 소지섭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랄까.

특히, 정조의 춤 추는 장면을 아무 의미없이 지나칠 정도의 롱테이크로 끌고가 엔딩이 너무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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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를 시작으로 독일 파견 광부와 간호사 생활, 이어지는 월남전.

그리고, 6•25전쟁의 업보인 이산가족 상봉까지. 
 
영화 [국제시장]은 해방후 대한민국의 역사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평생을 살아온

1940년 전후 태어난 세대의 일대기다. 
 
[신세계]에서 보여준 암흑가 보스의 면모와는 달리,

흥남에서 부산으로 피난내려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꿈을 접은 채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며

동생들을 위한 절절한 가장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장남의 모습을 황정민만큼 표현할 배우가 누가 있을까. 
 
황정민의 70대 중반 분장이 놀라울 정도로 리얼한 이 영화에는,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산업 패션 씨름 분야 거성(巨星)들의 흔적이 카메오같이 등장하는 깨알 재미가 있다. 
 
戰後 대한민국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과정과,

그 질곡의 과정을 헤쳐 지금의 안정된 시대를 넘겨준 우리 앞 세대 선배들의 삶.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앞선 세대들의 어떤 노력으로 인해 가능했는지를

젊은 세대들이 인지하고 감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싶은 마음으로 관람을 권하고 싶다.

그러기에 생각보다 많은 젊은 층 관객이 고맙다. 
 
피난시 아버지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
때문에 그 가게를 인수하여 재개발 유혹에도 평생 작은 가게 [꽃분이네]를 지킨 노인.
70대 노인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열 살 때 헤어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이 먹먹하다. 
 
 
사족 : 황정민의 성장한 자녀들이 함께 한 가족들 속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 [미생]의 밉상 성 대리.

        [미생]이 아니었다면 누군지 얼굴도 모르고 지나갔을텐데 [미생]이 대단한 드라마였던 게 맞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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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인들의 이순신 리더쉽 설레발로 더 유명세를 탄 [명량].
각종 흥행기록을 새로 갈아치우며 과연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 한국 영화의 신기원을 세울지 관심을 끄는 영화. 
 
하지만...
내겐 이 영화가 영화적 관점에서는 흥행 열풍만큼 훌륭한 영화라 느껴지지 않는다.
스토리의 구성, 영화적 완성도, 대사 전달력 等等에서 '우와~~' 하며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감흥이 솔직히 없다.

회오리치는 울돌목의 조류와 런닝타임의 반 정도가 할애된 선상 백병전 모습 정도만이 잔상으로 기억에 남을 정도다.


[최종병기 활]에서 만주 장군으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류승룡.

그랬기에 최민식의 이순신과 대척점에 서는 왜군 장수 구루지마의 모습에 기대를 걸었던 류승룡은 너무 허무했다.

말로 폼만 잔뜩 잡다 정작 행동에서는 이순신과 제대로 일합도 겨루지 못 한 채 그리 어이없는 모습을 보이다니.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관람을 했단다.
여당 대표도 당직자들과 단체 관람을 했다 하고, 유력 정치인들이 뒤질세라 이순신 리더쉽을 읊어대지만,

솔직히 [명량]에서 군인으로서의 강직함과 忠에 대한 논리 외 이순신 장군이 특별히 보여주는 리더쉽의 실체는 없다.
엄정한 군기, 임전무퇴, 솔선수범, 지형을 이용한 전술 等은 왠만한 영화의 주인공 지휘관들이 다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새삼 이순신 리더쉽을 새로운 이론의 창조물처럼 숭배의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자신들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얼마나 생각없는 행동을 했었는지를 스스로 고해하는 것과 같다.

 

제발 말로만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쉽.." 운운 드립치지 말고,

"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말의 의미나마 깊히 새기길 바란다.
 


내 무지한 견해로 [명량]의 흥행 돌풍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CGV를 이용한 CJ의 막강한 스크린 지배력.
둘째, 최근의 골치아픈 정국에서 벗어나고픈 정치인의 관심전환 설레발.
마지막 하나는... [명량] 앞뒤로 개봉한 [군도]와 [해적]이 K리그라면 [명량]은 한일전 아닌가.

아무리 명승부를 펼쳐도 K리그가 한일전의 관심을 넘어서진 못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명량]의 작품성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 하더라도, 외화인 [아바타]의 흥행기록을 넘어 한국영화 중흥의

새로운 계기가 된다면 그 흐름에 동참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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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람 희망 리스트에 없던 영화 [수상한 그녀].
제목과 예고편에서 어딘지 어정쩡한 코믹이 느껴져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매년 초 영화를 보는 부부동반 모임에서 선택한 영화라 큰 기대없이 본 이 영화가 내게 큰 감흥을 주었다.

[도가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와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의 따스함을 [수상한 그녀]에서 만들었다.

[도가니]에서 버림받은 사회 소외계층을 억압하며 명예와 부와 욕구를 축적하는 추악한 사회 지도층을 고발했다면,

[수상한 그녀]에서는 질곡없이 성장한 계층이 이해할 수 없는 노인들의 힘들었던 삶의 여정과 소외에 대해 짚어본다.

 

아울러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이라는 상큼한 젊은 스타의 탄생을 예고한다.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심은경은 사실 이미 여러 영화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아역배우 출신의 젊은 연기자다.

[써니]에서 수줍은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나이는 어리지만 속이 깊은 사연많은 궁중 나인

사월이 역을 애잔하게 소화하기도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빼어난 가창력까지 보여줌으로써 다재다능한 모습을 발휘한다.

 

 

황동혁 감독의 심은경 캐스팅이 돋보이는 것은,

나문희의 20대 시절을 연기하는 심은경의 모습에서 실제 나문희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 두 사람의 얼굴 이미지가

오버랩된다는 점이다. 또한 심은경은 극중에서 겉 모습은 20대로 돌아갔지만, 내면이나 행동은 습관적으로 남아있는

70대 나문희의 모습을 과장되지 않으면서 어색하지도 않게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다는 의미.     


최근 영화는 옛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를 새로운 감각으로 편곡하여 삽입하는 노래의 복고현상을 많이 보인다.

이런 영화음악의 복고 경향은 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며,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쟝르의 음악을 접하게 함으로써

관객 층을 넓혀 나가는 마케팅 요소도 가미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도 스무 살 주인공은 70년대 노래 몇 곡을 직접 부르는데, 조만간 심은경이 부른 70년대 노래의 음원이 불티나게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창력도 좋지만, 편곡도 참 잘 좋았다. 게중 특히 요절한 70년대 가수 김정호가 불렀던

[하얀나비]의 재해석은 이 노래의 음원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을 하고플 정도로 나에겐 엄청난 감흥을 주었다.

 

영화 [수상한 그녀]에는 가슴 뭉클한 두 번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 오두리(심은경)의 [하얀나비]가 흐르는 동안 세피아톤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녀가 살아온 삶의 궤적.

   그 중 아이를 돌볼 틈이 없어 일을 하는 동안 발목이 묶인 채 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은 관객에게 먹먹함을 안겨 준다.

- 또한, 오두리와 그녀의 아들 반현철의 병원 대화 장면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된 가장 핵심적인 장면이다.

   반현철이 오두리에게 전하는 대사 "어머니 평생을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셨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위해 사시라"

   황동혁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 장면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이 시대의 부모와 할머니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 말이 우리 시대 자식들의 마음일 거라고도 했다.

   정말 70 인생을 살아본 듯 자식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애증을 애닯게 담아 낸 심은경.

   자신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어머니의 삶이 뒤늦게나마 보상받기를 눈물로 바라는 성동일.

   관객의 눈물샘을 쏙 뽑아내며 뒤바뀐 세대를 명 연기로 보여준 두 배우의 이 장면은 황동혁 감독의 바램을 잘 녹아냈다.


두번에 걸쳐 진한 최루가스를 뿌리는 영화는 마지막에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대박 반전으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초반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며 전체적으로 연출 측면에서 세련되거나 깔끔한 맛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모든 관객의 코 끝을 찡하게 만들며 눈가를 잔잔하게 적시는 영화.
[수상한 그녀]는 누구와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강력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 잊을 뻔 했는데, 참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자식들이 자신을 노인요양원에 보낼 생각 임을 안 오말순 할머니가

사진관 앞을 지나다 젊은 오드리 햅번의 사진을 보며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장면.

거울을 통해 나타난 오말순 할머니의 표정에 아무나 표출할 수 없는 나문희의 연기 내공이 드러난다. 역시~~   



P.S : [수상한 그녀]에 나오는 곡 중 하나인 [나성에 가면]을 부른 장미여관과 심은경의 동영상.
http://me2.do/xjK6ar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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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2014년 첫 관람 영화로 선정한 영화 [변호인].


영화 제작 당시부터 영화 주인공의 실제 모델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이 영화가 누구를 모티브로 삼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미칠 영향을 나름의 셈법으로 따져가며 실제 주인공에 대해 자꾸 언급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따지는 순간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당초 영화가 전달하고팠던 의미가 희석되고 만다.


영화 [변호인]은 그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이 현실에 젖어 잊고 있었던 사실,

그리고 그 시대를 겪지 않았던 세대들이 모르고 있던,

현재에서 가장 가까운 30여년 전 암울했던 시대의 아픔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울러, 그 시대 가해자의 위치에 있었으며 이후 대한민국의 중추 역할을 해온 당사자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시대의 이름으로 전하고 있다.


"역시~" 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송강호.

[설국열차]와 [관상]의 흥행을 연이어 견인한 송강호는 앞의 두 편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별 특징없이 평범해 보이는 그가 왜 이 시대를 이끄는 배우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에 맞서는 곽도원 역시 보는 이에게 전율을 느끼게 하며, 송강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고문 현장에서 처음 마주쳐 송강호를 위협하는 모습, 임시완을 고문하던 냉혈한의 모습도 그랬지만,

법정에서 증인으로 마주한 송강호와 곽도원의 대결은 관객을 압도한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곽도원을 증인 신문하며 눈에 핏발을 세운 송강호의 디테일한 표정 연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면,

그런 송강호에게 나름의 국가관과 애국심으로 때론 느긋하게 때론 다혈질의 감정을 폭발시키며 맞서는

곽도원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전반에 걸친 구성과 흐름은 기대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두 배우의 명연기가 그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했고, 더우기 감독 데뷔작으로 이런 작품을

구상한 양우석 감독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다소 아쉬운 연출로 인해 [변호인]을 영화로 접하는 사람들에겐 꼭 보라고 추천하기가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 영화의 관객 수가 주는 의미가 시대 역행에 대한 경종의 척도가 될 수 있다면, 아는 사람 모두에게 관람을 적극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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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감독의 데뷔작으로는 파격적인 컨셉과 플롯이 인상적인 영화.
런닝타임 100분을 거의 한 공간에서만 담아냈음에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던 영화.

그만큼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 모두 섬세한 디테일이 빛난 영화. (이 영화 제작비가 궁금하다)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를 위한, 하정우의 영화.

출세욕과 공명심, 언론인으로서의 현실인식, 간간히 꿈틀대는 정의에 대한 작은 미련,

한 여자의 남자로서 느끼는 연민, 삶에 대한 동물적인 발버둥,
이렇게 타인에게 보여지는 엘리트의 모습과 내재된 본능의 미묘하면서 복합적인 갈등을,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과 말투 그리고 억양만으로 스크린에 긴박감있게 견인하는 하정우는,

그가 왜 이 시대의 스타인지 확인케 한다.

 

약자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약자일 수 밖에 없으며,

때문에 작은 명분의 보상을 바라는 약자의 기본적인 요구는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무시되는 반면,

힘있는 자의 논리는 부조리한 논리마저 정의로 둔갑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모순을 씁쓰름하게 인식하게 되는 영화다.

약자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정의는 강자에 의해 재단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

마지막 하정우가 누르는 보턴은 관객에게 그 메시지를 송신하는 Enter Ke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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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연기를 잘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광해]에서 이병헌은 군주인 광해와 천민인 하선을 1인2역으로 표현하는데,
오로지 표정만으로, 그 표정 중에 특히 눈빛과 웃음으로 절대지존과 티끌같은 백성의 차이를 표현한다.
1인2역이라고는 하지만, 광해와 하선의 비중은 2:8 정도이기 때문에 몰입도와 비중은 하선이 크다.
그렇더라도 짧은 시간 표출되는 광해의 카리스마는 크게 느껴진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선의 인간미 넘치는 휴머니즘도 진하게 와닿는게 영화 [광해]다.

영화는 전반에 코믹한 웃음을, 그리고, 후반에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간간히 현대적인 용어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그런 시도가 시대극이라는 설정과 전혀 어색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그만큼 관중의 몰입도를 이끌어낸 연출의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광해]의 주연급은 이병헌과 한효주, 그리고, 유승룡이지만, 한효주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내가 관심을 둔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

도승지 허균(유승룡)은 광해(이병헌)가 독살 위험에 처하자, 광해가 치료를 받는 기간동안 광해와 닮은
하선(이병헌)을 가짜 왕으로 내세워 국정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메우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짜 왕 하선과
조정의 실제 고위관료인 도승지와의 겉과 속이 다른 주종관계가 관객에게 유쾌한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또한, 내관의 수장으로 왕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상선이, 하선이 가짜 왕 임을 알면서도 담담하게 하선을 
받아들이며 왕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보좌하는 모습도, 기존의 사극에서 등장하는 정치적
혼란기의 정치색 짙은 내관과 차별화됐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두번 째 관전 포인트는, 최근 대선과 맞물려 생각케 되는 진정한 위정자의 모습이다.


가짜 광해를 내세운 도승지 허균은 하선에게 자기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경의 뜻대로 하라." 가 허균이 하선에게 코칭한 유일한 왕의 의사표현이다.
하지만, 처음 허균이 시킨대로만 행동하던 하선은 백성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영달만을 위한
대신들의 처사에 실망을 금치 못하며, 스스로 겪고 있는 천한 백성의 입장에서 답답한 마음에 어느 순간
자기 목소리를 내며 자신을 가짜 왕으로 내세운 도승지는 물론, 광해와 정적관계인 대신들을 긴장케 한다.

그렇게 가짜 광해 하선이 내세우는 백성을 위한 정치는 단순하다. 
백성들이 고초를 겪는 제도를 타파하고, 국가에 필요한 재정도 있는 자가 없는 자의 몫을 대신하는 것이다.  

아울러,
감독은 하선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위정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선은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눈물짓는, 가식이나 위선을 배제하여 백성과 마음을 함께 나누며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제시했다. 왕이 수라상을 다 비우면 시중을 드는 궁녀들이 굶게 된다는 것을
알고는, 팥죽 하나만으로 수라상을 물리는 군주. 

아랫 것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이런 군주의 모습에,
왕의 호위무사인 도부장은 목숨을 받쳐가며 가짜 왕의 탈출을 도왔고,
상선 역시 가짜 왕 하선의 아랫사람까지 배려하는 마음에 감명을 받으며 그의 안위를 걱정한다.
도승지 또한 점차 하선에게서 백성을 생각하는 진정한 군주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선을 죽이라는 왕명을 받은 추격대에게 "너희에겐 가짜 왕일지 몰라도 나에겐 진짜 왕이다." 며
하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도부장과, 배를 타고 떠나는 하선에게 먼 발치 선착장에서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예의를 보인 도승지의 모습은, 시대를 떠나 진정한 위정자를 그리는 경의와 소망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영상도 좋았던 영화 [광해].

왕의 행적을 기록하는 [광해군 일기]의 광해군 8년 2월 28일에 기록된,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는 문구.
그리고 실제 행적이 기록되지 않은 일주일을 단초로 15일간의 가짜 왕 시나리오를 만든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사족을 달자면, 대선주자 세 분은 전시행정으로 보여지는 민생현장을 돌기에 앞서,
이 영화를 보며 국민이 기대하는 진정한 리더, 그리고, 참 위정자의 의미를 깨달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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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너무 재밌다.

분야별 절도 전문가들이 모여 대형 다이아몬드를 훔친다는 소재부터
어딘지 한국판 [오션스일레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영화.
때문에 자칫 어설픈 아류작이 아닌가 했던 어설픈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버린 영화.


영화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 소개를 겸한 다이아몬드 탈취 예행연습(?) 과정.
그리고, 다이아몬드 탈취 및 도주 과정과, 탈주자들간의 생존게임으로 이어진다.

나름대로 각 분야별 전문가라 일컫는 도둑 열 명이 모였으니 전개과정의 커다란 줄기는
범죄스릴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한 탕을 노리고 모여 겉으로는 의기 투합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차피 서로를 믿지 못 한다.
언제 배신할지, 또 언제 배신 당할지 서로의 머리 속은 바쁘지만, 어차피 배신마저도 공동의
목적 달성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안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영화의 결말은 대개 둘 중 하나다.
함께 공모한 사람들 서로간의 배신과 음모가 진행되면서 핵심인물 한두명이 전리품을 독식하거나, 혹은,
좇고 좇기는 과정에서 전리품을 모두 날림으로써 도리에 어긋나는 헛된 욕망의 결말은 허무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도둑들] 역시 그렇다.

혹자는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 가볍지 않느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아마도 [오션스일레븐]의 쟁쟁한 배우들이 보여준 너무나 세련된 캐릭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난 그런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동서양 문화가 달라 노는 물도 다르다면,
도둑 역시 한국인의 정서에 익숙한 한국형 캐릭터가 관객에게 더 편할 수 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일일히 언급하자면 글이 길어지겠지만, 국내 배우 몇만 간단히 짚어보자.

영화 전체의 큰 틀을 잡아나가는 마카오박 역의 김윤석은 역시 최고의 배우다.
[황해]에서의 터프하고 육중한 개장수 면정학과 달리 샤프한 모습으로 나타난 김윤석.
많은 체중 감량이 있었음에도 그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김혜수는 늘 매력적이고 멋지지만, [도둑들]에서 김혜수보다 시선을 끄는 건 전지현이다.
전지현은 다소 천박한 듯하면서도 빠른 두뇌 회전으로 자기 이익을 위한 처세에 뛰어난 모습을 
상큼하게 보여준다. 또한, 다소 떠있는 듯하지만, 잔머리를 굴리며 배신을 일삼는 양아치 이정재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처음 이 영화에서 관심이 갔던 캐스팅은 김수현이었다.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일약 스타 덤에 오른 김수현이지만, 같이 출연한 다른 배우들에 비해 
범죄스릴러의 캐릭터로는 아직 나약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대로 [도둑들]에서
김수현은 젊은 여성층의 유입을 위한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큰 비중이 주어지진 않았다.

아~ 홍콩배우 임달화도 참 멋지게 나오지만, 깜짝 놀랄 특별출연 신하균은 정규 배역 못지 않은
비중으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큰 웃음을 준다. 특별출연이 영화의 처음과 끝을 동시에 장식하는
것도 아마 처음이 아닐까?  


범죄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를 알 것이다.
그 영화들과 [도둑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먼저 무얼 생각할까?
터는 거? 그리고, 마지막 극적인 반전?

그렇다.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한국은행의 돈을 털고, [타짜]에서는 또 다른 타짜의 패를 턴다.
[도둑들]에서는 특급호텔의 다이아몬드를 턴다. 그리고, 그 과정에 수시로 작은 반전을 주다가
결말 부분에서 예측치 못한 큰 반전으로 관객의 허를 찌르는게 공통점인데,
가장 큰 공통점은 이 영화들의 감독이 같다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은 배신과 음모를 복선으로 깔고 욕망을 쫓는 사람들의 심리를 맛깔스럽게 재단하는
능력이 있다. 때문에 그의 영화는 전개될 스토리와 결말을 함께 추리해 나가는 재미로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그 중에도 영화 [도둑들]은 템포와 스케일에서 최동훈 감독 범죄스릴러의
결정판이라 생각한다.

워낙 많은 전문가들 각각의 역할을 보여주느라 영화 중반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꼬투리를 잡기 위한 트집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출연진이 주고받는 대화를 놓치면 흐름 이해가 벅찰 정도의 함축성있고 빠른 대사 때문에 
머리로 대사 따라잡기도 바쁜데, 부산을 배경을 한 액션은 관객의 눈까지 바쁘게 만든다.  
홍콩과 마카오, 부산을 연결하며 보여주는 와이어 액션은 [미션임파서블]이나 [본 아이덴티티],
그리고 [다이하드]에 전혀 뒤질 게 없다. 특히, 부산의 건물 벽을 타며 좇고 좇기는 액션은 압권이다.


최근에 본 국내 액션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가 [최종병기 활]이었는데, [최종병기 활]과
[도둑들]은 장르가 조금 다르다. [최종병기 활]은 음모와 반전이 없는 정통 활극이기 때문이다.

잘 만든 영화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도둑들]은 내가 본 국내영화 중 가장 경쾌하면서도 통쾌한 영화다.

감칠 맛 나는 언어와 빠르게 전개되는 액션으로 두세번을 연속으로 보아도 쉬 물리지 않을 영화.
영화 팬의 엔돌핀마저 훔쳐 꺼내는 [도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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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서 비로소 [가비]가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영화를 보기 전, 국어사전을 아무리 찾아봐도 [가비]에 해당될만한 의미를 찾지 못했다.
단지 포스터의 부제가 [아름다운 독(毒)]으로 되어 있어 [假砒]가 아닌가 유추했는데,
영화 첫 화면에서 [加比]라는 문구를 보고 커피를 이르는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조선 말기, 역사에서 아관파천이라 기록된, 일본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고종.
일본은 고종을 독살하고 조선 군대를 무장해제 시키기 위해, 커피를 즐기는 고종의 커피에 독을 타 고종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기도한다. 이름하여 [가비작전].

역관의 딸 따냐(김소연), 그리고, 따냐를 좋아해 따냐 부녀를 따르던 일리치(주진모).
둘은 어린 시절 따냐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오랫동안 러시아를 기반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탓에 
서로에 대한 애정과 생존만이 중요할 뿐, 조국이라는 국가의식이 정립되지 않은 조선인이다.

열차 강탈범으로 러시아 군대에 의해 체포돼 처형당할 이들을 구출한 일본은,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한
고종(박희순)을 독살하기 위해 따냐를 고종의 커피 바리스타로 침투시키고, 일리치는 조선 군대를 와해시키기
위한 일본 무관으로 임명된다. 

가비작전을 주도하는 사다꼬(유선)는 일리치와 따냐의 관계를 이용하며 두 사람을 조종하고,
일리치는 오로지 따냐를 구하기 위해 사다꼬의 의도대로 조선 군대의 무력화에 치중한다.
하지만, 고종 독살 임무를 부여받은 따냐는, 겉으론 무기력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조선의 자존을 지키려는 
고종의 흉금을 파악하고는 일리치와는 반대로 오히려 고종의 뜻을 따르게 된다.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랑하는 연인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두 사람...
          

[가비]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구성요소를 보인다.

조선의 마지막 왕은 순종이지만, 순종이 (헤이그 밀사 파견을 이유로 고종이 강제 퇴위된 후)
일본에 의해 옹립되었음을 감안하면, 고종이 조선 왕실에서 승계된 마지막 왕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 [가비]는 조선의 마지막 왕과 조선 최초의 커피 바리스타를 매치시켰고,
-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조선의 풍습보다 서양의 풍습이 돋보인다.
   즉, 조선의 실내 건축양식과 복식(服飾)보다 서양식 실내 건축양식과 복식이 주를 이루며,
   영화의 소재라 당연하긴 하지만, 조선시대 임금의 식탁에 수라상보다 커피가 주를 이룬다.
- 그리고, 일리치와 따냐, 또 그 두 사람을 조종하는 사다꼬. 조선의 무력화시키는데 동원된
   그들은 모두 같은 조선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아쉬운 건, 영화 초반에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다채로운 전개다. 
단순한 강도에 의한 피살이 아닌 듯한 따냐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갑자기 전환되는 러시아 장교들과의
열차 액션과 커피 탈취, 러시아 군인에게 체포되어 사형집행  장면에서 느닷없이 일본에 의해 억류된 경위, 
그리고, 따냐의 러시아 호텔 바리스타 등장 등, 뭔가 둥둥 떠다니는 듯한 전개는, 편안하게 혹은 긴장감을 갖고
영화에 임하려는 관객의 몰입을 오히려 저해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관객으로 하여금 보여지는 장면을 연결시켜 흐름을 이해하기 바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비]는 대단히 밀도있는 구성을 보여주려 노력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많이 보이는데, 그런 욕구로 인해
스토리의 인과관계가 많이 축약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축약된 부분을 메우는 게 관객의 몫이며,
그런 과정에서 [가비]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영화다.
군더더기없고 템포빠른 화려한 연출이라 평가 받을 수도 있고, 그럴 듯하지만 뭔가 외화내빈의 속 빈 강정같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는 게 [가비]다. 이건 편집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가비]의 영상은 아름답다.
상황에 따라 때론 와이드하게, 때론 디테일을 살린 카메라 앵글도 좋고, 전체적인 색감도 좋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의상과 상황에 맞춰 섬세하게 준비된 소품들도 한 몫을 한 거 같다.
조선과 일본, 러시아의 주거환경과 의복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는데, 특히, 고종의 백색 곤룡포가 흥미롭다.
여지껏 사극을 통해 보아온 조선시대 왕의 곤룡포는 금색 혹은 붉은 색이었는데, [가비]에서 고종은
늘 흰색의 곤룡포만 입는다. 아마도 명성황후의 국상을 치루지 않은 상태에서 피신을 왔다는 역사적 사실과,
본인이 다스리는 영토 안에서 다른 나라 공사관으로 피신한 나라 잃은 왕의 쓸쓸한 마음을 표출하고자 한 
연출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어찌됐든 흰색 곤룡포는 박희순의 회한이 섞인 표정과 좋은 매치를 보여준 거 같다.


배우.. 간단하게 짚자.

주진모는 참 안타깝다. 늘 보여주는 열정에 비해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느낌인데, 너무 잘 생긴
조각같은 외모에 시선이 먼저 가기 때문이 아닐까.. [가비]에서 일본군 제복을 입은 주진모의 모습은
냉정한 감정의 일리치와 너무 잘 어울린다.   

김소연. 영화 내내 특별한 변화가 없는 거의 일정한 표정으로 일관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여린 듯하지만 흔들림없는 신념을 갖춘 캐릭터를 잘 보여준 거 같다.

박희순을 처음 제대로 인식한 영화가 [작전]이다. 한 마디로 어떤 역이든 역할에 맞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개성있는 연기자.

유선. 글쎄... 김소연과 같이 변화없는 표정이라도 김소연과 느낌이 다르다. 
다른 연기에서도 늘 보아오던 그런 밋밋함?

김응수. 정말 요즘 TV건, 영화건, 이쪽 저쪽에서 자주 보인다. 꼭 주연이 아니면 어떤가..
쓰임새가 많다는 건 연기자로서는 가장 큰 보람이다.    


영화를 소개하는 TV 프로에서 [가비]에 대해 "물 맛 나는 커피" 라고 평 하는 걸 들었다.
그 평은 너무 가혹하다 생각하지만, 진한 맛의 에스프레소나 짙은 향의 커피를 기대했던 사람에게
조금은 아쉬운 여운이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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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 간 미국 첩보 스릴러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CIA 일부가 악역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CIA 본부 안에 부패한 수뇌부가 있거나, 국수주의에 젖은
과격 극우조직이 존재하여 자의적인 공작을 도모한 후 조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조작된 희생양을
만들어 진실 은폐를 기도한다. 희생양은 주로 전직 혹은 현직 CIA요원이 등장하지만, 경우에 따라
우연한 계기로 CIA의 공작 기밀을 인지하거나 습득하게된 제삼자가 대상이 되어, 첨단설비와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조직과 쫒고 쫒기는 대결을 벌인다. [본 아이덴티티]로 대표되는 본 시리즈가 그렇고,
반전의 백미를 보여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그랬다.

[세이프 하우스] 역시 그런 영화다.

CIA, M16, BND 등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 정보기관의 비리가 담긴 파일을 입수한 전직 CIA요원과
이를 제거하기 위한 CIA, 그리고, 얼결에 중간에 끼게 된 풋나기 CIA 요원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런 類의 첩보 스릴러를 좋아하는 영화팬들에게 [세이프 하우스]는 스토리 구성이나 전개방식이
익숙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참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모든게 익숙한 상황임에도 
몸에 와닿는 긴장감은 무언지.. 국내 스릴러에서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긴박감이 있다.
BGM 때문일까? 아님, 스피디하게 이어지는 액션? 어쩌면 국내 추리물에서는 쉽게 연출되기 어려운
강력한 무기를 동반한 스케일 큰 총격전과 숨가쁘게 전개되는 카체이싱에 동원되는 자동차의 물량,
아울러 첨단시설을 돋보이게 하는 C/G 처리능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다른 긴장감이 있다.


BMW가 카체이싱 소모품으로 쓰일 정도의 물량공세가 우리와의 차이라고 할까.


위에 언급한대로 기존의 첩보 스릴러와 구성이 별반 다를 게 없는 [세이프 하우스]지만, 그래도
종전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요기거리가 하나 있다. 제목 그대로 세이프 하우스가 그것이다.



우리에게는 안전가옥이라는 명칭으로 익숙한 세이프 하우스는 망명자 등 특수 신분자 보호가 주된 
기능인 줄 알았는데, 실제 CIA의 세이프 하우스는 냉전시대 소련의 스파이를 심문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용도야 어찌됐든, 또 실제의 구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이프 하우스의 구조는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세이프 하우스는
아니러니하게도 계속 적에게 노출되어 공격을 받는 가장 불안전한 장소가 된다.   



덴젤 워싱톤은 나이가 들어 댄디함에 중후함까지 더해져 더 멋져진 느낌이다.
상대역 라이언 레이놀즈는 잘 알지 못하는 배우지만,
레이놀즈라는 성을 보니 생각나는 배우가 있다. 바로 버트 레이놀즈. 


[세이프 하우스]는 스크린을 많이 확보한 영화는 아니다.
스크린을 확보했더라도 1일 1~2회 정도 상영할 정도로 흥행에 크게 기대를 거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영화가 잘 못 만들어진 건 아니다. 액션의 스케일은 오히려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보다 낫다.
킬링타임용 오락용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사족 : 그런데, 정말 CIA 내부에 영화의 소재가 되는 그런 비리와 자기들만의 조직이 있을 수 있는건가?
         하도 그런 소재의 영화가 많이 나오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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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 달 앞두고 시댁에 인사를 가던 예비신부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남긴 건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유소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있는 머리핀뿐.

왜 제목이 화차(火車)일까?


오랜만에 미스테리 추리스릴러를 접했다.
영화를 본 느낌은.. 뭐랄까, '일본소설답다' 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일본소설이다.

문호(이선균)는 불명예 퇴직한 강력반 형사 출신인 고종사촌형 종근(조성하)에게 실종된
예비신부 선영(김민희)의 추적을 의뢰하지만, 문호가가 찾는 예비신부 선영은 선영이 아니었다.
영화는 문호와 종근이 선영이 아닌 선영을 찾아 나서는 미스테리한 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영화에서 주연이라는 의미가 무얼까?  등장하는 씬의 수? 아님, 대중적 인기도?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주연은 요소요소에서 영화의 맥을 짚어주는 배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화차]의 주연은 이선균도, 김민희도 아닌, 조성하와 김별이다.



개인적으로 대중적 인기와는 별개로 개성있는 연기를 하는 조성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화차]라는 영화의 맥을 풀어나가는 배역도 결국 조성하가 연기하는 종근이기 때문이다.

문호가 원장인 동물병원의 간호사 한나(김별)도 그렇다.
밝고 총명한, 그러면서도 되바라지지 않은 상큼발랄한 아가씨.
한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실종으로 방황하는 병원장 문호의 심정을 이해하며,
고비마다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시하고, 방황하는 그를 대신해 병원을 지켜나간다.     
총명하고 발랄한 그녀를 보며, 현실에서 저런 스탭을 둘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균.
얼마 전 TV로 본 [체포왕]에서 형사로 분한 그를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 [화차]에서 또 그를 만났다.
그리고 든 그에 대한 생각은, 참 호감이 가는 연기자임에도 그의 배역은 한정될 거 같다는 안타까움이다.
귀에 달라붙는 좋은 보이스톤, 그리고 선한 인상. 그런 그의 캐릭터는 스스로가 타파해야할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게 안 될 경우, 모든 이에게 호감을 주는 그의 이미지가 연기자로서 그에게는 한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차]는 미스테리물에 갈증을 느끼던 영화팬들에게는 분명 흥미로운 영화다.

매번 영화를 볼 때마다, 불과 두 시간 남짓으로 제한된 현실적인 시간의 공간에 어쩌면 저렇게 복잡한 
가상의 공간을 담을 수 있는지, 연출과 편집의 마력에 놀라곤 하는데 [화차]에서 새삼 그런 느낌을 받았다.
'상영시간이 제법 흐른거 같은데..  어~ 이젠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마무리를 해야 할거 같은데..' 하는,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닌 조바심이 이는데도, 영화는 문호와 종근의 추적 속에 강선영과 차경선의 과거를
오가며 서두름없이 차분하게 마무리를 지어간다. 

[화차]가 흥미로웠던 건 감독이 관객과 호흡을 함께 하려 노력한 점이다.
감독은 관객의 이해가 필요한 순간에 문호와 종근을 관객의 아바타로 추리 현장에 세움으로써 관객의
이해를 도우려 했고, 역으로 관객이 예측 가능한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여 군더더기없는 흐름을 이어가려
했다. 때문에 살인과 납치를 다룬 작품임에도 관객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흥행은 미지수지만, 미스테리 마니아에게는 조용히 각인될 수 있는 영화다.


서두에 언급한, 왜 제목이 화차(火車)일까?
火車는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亡者를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란다.

火車의 탑승자를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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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쓰는 나쁜 놈]과 [주먹쓰는 나쁜 놈]이 붙었다.
'붙다'는 의미에는 '함께 뭉치다'는 의미와 '맞부딪치다'는 의미가 있다.
둘이 한 팀으로 뭉치면 두려울게 없다. 상대적으로 경쟁하는 맞은 편 입장에서는 무섭다.
어떻게든 둘 사이를 갈라놔야 한다. 어부지리를 택하고자 하는 측도 마찬가지다.

그럼, 둘이 부딪치면 누가 이길까?  
장기전으로 가면 머리가 주먹을 이긴다. 단순한 주먹에 비해 머리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주먹은 자기의 힘만으로 상대를 제압하지만, 머리는 주변의 힘을 이용하여 상대를 제압한다.
영화에서는 주먹을 쓰는 정통(?) 건달도 아니면서 건달 행세를 하는 그런 [머리쓰는 나쁜 놈]을
반달이라 칭한다. 주먹이 반달로 지칭된 머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머리가 영원히 자기에게 충성하도록 품어 안는 것인데, 머리쓰는 [나쁜 놈]은 결코 자기
분수로 만족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그래서 선택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배신의 낌새를 보일 때
확실하고 냉정하게 제거하는 것이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주저하다가는 뒤통수를 맞게 된다.

그런데, 머리쓰는 나쁜 놈이나 주먹쓰는 나쁜 놈보다 더 나쁜 놈이 있다. 받아먹으며 공생하는
봐주는 나쁜 놈이다. 이 나쁜 놈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으로 머리쓰는 놈과 주먹쓰는 놈을
입맛에 따라 조종한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그런 나쁜 놈들의 유형과 함께, 그들의 욕망과,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그들이 각자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 또 서로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그 야합과 분열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악마를 보았다]와 [추격자]에서 각각 악역의 극치를 보여준 최민식과 하정우.
관록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두 사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이야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고,
조진웅도 이미 많이 익숙한 연기자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직 일반 팬들에겐 낯설은 조 검사 역의 곽도원,
박 상무 역의 김성균 등 많은 개성있는 연기자들의 인상적인 연기가 나쁜 놈을 더 나쁘게 만들어준다.

또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는
폭력집단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보기드믄
이색적인 캐릭터
가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대부'라는 호칭이다. 영화에서 최형배(하정우)는
최익현(최민식)을 '대부'라고 호칭한다. 갱영화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는 말론 브란도의 [대부]인데,
말론 브란도는 거대한 마피아 조직을 통솔하는 말 그대로의 God Father 였지만, 최익현은 조직의 보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조직의 보스인 최형배가 족보상 증조부 위치인 최익현에게 '조부'라는 호칭대신 '대부'
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그가 갖지못한 권력층에 대한 해결능력을 기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하나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색 캐릭터는 조범석 검사다.
대개의 영화에서 일반인에게 익숙한 형사부 검사는 수사관을 통솔하며 수사를 지휘하는 역할이다.
검사가 피의자를 강하게 몰아부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가혹수사는 대개 수사관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조범석 검사는 말과 행동에서 수사관 이상의 언행을 보인다. 
'이에는 이' 라는 함무라비법전式 논리가 그가 폭력조직을 다루는 의식의 근거다.
          


1990년을 시작으로 120분 이상 1982년부터 1990년까지를 지루하지 않게 넘나드는 느와르를 통해
조직의 질서를 파괴하는 배신과 야합, 혈연 등을 이용한 지하조직과 사법기관의 비정상적인 유착,
로비를 통한 권력기관의 이권 개입 등, 존재해왔고 계속 존재할 수 있는 사회악을 고발하면서
감독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학생이고, 건달은 싸워야 할 때 싸워야 건달" 이라면서도,
"건달끼리 상대의 구역은 인정하고, 건달끼리의 싸움에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는 영화 속 조폭
두목의 말을 빌어 감독이 우리 사회에 던지고자 했던 화두는 [지배계층의 역할론]이 아니었을까.

사정기관은 단죄를 해야 할 때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고 단죄를 해야 하며,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영역을
인정하고, 정치인은 그 처신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마지막에 보이지않게 깔아놓은 반전을 나름대로 음미해보는 것도 재밌을거 같다.
 
검사로 임용된 최익현의 아들은 자기 아들의 돌 잔치에서 아버지 최익현과 단둘이 있는 창가에서 
"아버지..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는 말을 전한다. 성장과정에서 아버지가 조폭에게 불려가고
수사관에 의해 연행되는 모습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을 검사 아들이 아버지에게 바친(?) 이 말이 
키워주셔서 고맙다는 단순한 고마움일까?
최익현 아들의 검사 임용식에서 "연수원 차석졸업이면 로펌이나 법원으로 갈 수 있었을텐데.. 요즘
검사 재미없는데..  재밌는 친구네." 라는 조범석 검사의 시니컬한 반응은 최익현 아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될 듯 하다.
 
그리고, 엔딩 씬의 마지막 대사. 손자를 안아든 최익현의 귀에 울리는 "대부님~" 이라는 환청.
영화 속 시간의 흐름은 최형배의 형 집행만기 출소를 가늠케 하는데, 이 대목에서 배신자 최익현에
대한 최형배의 복수와 그런 최형배에게 수모를 겪은 아버지의 지난 날을 기억하는 검사 아들의 대결을
상상해보는 것도 영화에 몰입했던 관객의 권리가 아닐런지..



사족 하나.

요즘 연기자들은 자기가 맡은 배역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연기를 잘 한다.
어떤 캐릭터든 리얼하게 표출하는 연기력을 보며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중 개인적으로 호러 스릴러의 트로이카로 최민식, 김윤석, 하정우를 꼽는데,
김윤석 하정우의 조합도 보았고, 최민식 하정우의 조합도 보았지만, 최민식 김윤석의 조합은
본 기억이 없다. 두 배우가 함께 한다면, 정말 놓치기 아까운 명장면들이 나올거 같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 장면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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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내내 내 시선과 관심이 집중된 건 김명민의 돌출된 구강구조와 발음이 새는 억양이었다.

김명민.
요즘 충무로의 잘 나가는 연기파 소장(?) 남자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하정우와 김명민이 아닐까.
굳이 두 명품배우의 차이를 들자면, 하정우가 動的인 캐릭터의 강렬한 인상이 많았던데 반해,
김명민은 하정우에 비해 靜的인 캐릭터에서 존재감이 더 돋보였다.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 환자의 완벽한 재현을 위해 엄청난 체중 감량을 실현했듯,
극중 캐릭터와 자신을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과 집념이 뛰어난 맞춤형 연기자 김명민.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한 그가 [페이스메이커]에서 운동과 가족 밖에 모르는 순수무구한
캐릭터의 구현을 위해 분장한 구강구조는 압권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궁금할 정도다.

안성기.
액션, 멜로, 코믹, 무협 등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쟝르가 요구하는 캐릭터에 알맞게 녹아드는
능력자이지만, 왠만한 영화팬들이 기억할 최근 10년내 내게 인상깊었던 안성기의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다. 냉혈과 순정으로 대표되는 [실미도]의 특수부대장과 [라디오스타]의 매니저.
나는 안성기를 대할 때 마다 왠지 알 파치노가 생각난다.


연기자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건, 영화의 내용보다 연기자의 연기가 더 강하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에두르지 않는다면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할 대목이 없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국가대표] [맨발의 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들] [글러브] 등 최근 국내에서도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참 많이 제작됐다. 스포츠 영화에서 감동을 끄집어내지 못하면 앙꼬없는 찐빵마저 아니다.
스포츠 영화는 대부분 비인기종목이거나 성공하기 힘든 여건이 소재가 된다. 역경이 감동을 추출하는
소스가 되고, 어려운 환경을 풀어가는 과정이 감동의 제조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스포츠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거나, 스포츠의 사실적 근거에 바탕을 둔 픽션으로 양분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영화적 요소가 가미될 수 밖에 없어 일부 픽션이 가미되긴 하지만,
실화와 실화가 아닌 것은 감동을 도출하는 방법이 다르다.

실화는 과정에서 감동을 추출해야 한다.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실화라는 특성상 막판 반전을 모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픽션은 결과에서 감동을 끌어낼 수 있다. 연출자 임의대로 결과를 만들 수 있으므로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하다. 때문에 실화에 비해 픽션은 감동적인 해피엔딩이 인위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작의(作意)가 지나칠 경우 감동이 가벼워질 수 있는데, 내 시각에서 [페이스메이커]가 그랬다.


잘 나가다 [달려라 하니]가 돼버린 [페이스메이커].

내가 보는 관점에서 [페이스메이커]는 영화 중후반까지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다.

동료 선수를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페이스메이커.
주만호(김명민)는 페이스메이커로 길들여진 마라토너다. 마라토너로서의 전성기마저 페이스메이커로 보내고
은퇴한 주만호에게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으로 복귀한 박성일(안성기) 감독이 찾아온다. 페이스메이커로서
주만호의 능력을 잘 알고있는 그는, 런던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확실하게 30km까지
페이스를 끌어줄 주만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페이스메이커로의 컴백을 권유한다.

좋아하는 마라톤을 할 수 있다는 설레임과 채무상환이라는 어쩌지 못하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 박성일의 권유를
수용하고 대표팀에 합류하지만, 마라토너로서 풀코스 완주라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갈등을 빚는게 영화 중후반
까지의 내용이다. 팀의 에이스를 위해 모든 걸 양보해야 하는 선수들의 비애, 톱클래스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
의 차별화된 처우 등을 보여준 중후반까지의 내용에 관객들은 자연스레 그들의 애닯은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영화가 후반에 접어들면서, 관객들은 조건부로 대표팀에 합류한 주만호를 감독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줄지
궁금해 하며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정밀검사 결과 의학적 관점에서 이제 풀코스는 고사하고 30km만 달려도
다시는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판정을 받은 주만호를 대상으로 감독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감동을 줄 것인가.

그런데...  [페이스메이커]는 영화 말미 갑자기 [달려라 하니]가 되어버렸다.
연극연출가로 [페이스메이커]가 영화 데뷔작인 김달중 감독은 후반 너무 많은 감동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보니 픽션임을 감안하더라도 마무리에 인정할 수 있는 리얼리티가 없다.

경기 당일 주만호가 30km까지 주어진 역할을 마치고 달리기를 멈춘 지점까지 찾아온 동생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살려 형에게 빨간 우산을 펼쳐 보인 것, 일단 달리기를 멈췄던 상태에서 다시 마라톤을 재개해 완주
끝에 나온 결과, (솔직히 마지막에 그럴린 없겠지만 이러다가 혹시 우승을 하는건 아닌지 몹시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주만호가 보스턴대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장면들은 너무 현실과 거리가 먼 듯했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있지만, 이게 액션스릴러나 코믹영화가 아니기에 그렇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뭔가 울컥한게 분명 있었음에도, 그 울컥함이 영화내용에서 받은게 아닌,
그 순간 순간을 연기한 연기자의 표정에서 받은 것이라 감동이라는 느낌으로 오래 남겨지질 않았다. 
특히, 엔딩 씬은 감독이 의도한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는 매치가 안되는 느낌이다.
입 안을 상큼하게 해주는 개운한 디저트와 같이, 먹먹함에 젖어있던 관객에게 상큼한 웃음으로
기분전환을 시켜주려는 의도였다면 모를까.     

어줍잖은 무지한 생각이지만 차라리 이랬다면 어땠을까..

역할을 다 한 30km지점에서 속도를 늦춰가는 주만호의 눈에 들어온 작은 아이의 손에 들린 빨간 우산.
이 우산이 어린 시절 운동회의 데자뷰가 되어 계속 달리는 힘을 얻게 되고, 관객이 조바심을 느낄만한
애타는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올림픽 참가 후유증으로 이제 다시는 마라톤을 할 수 없는
주만호를 찾아온 동생가족. 동생은 자기 아이들에게 [감동의 역주]라는 제하의 신문스크랩을 보여주며
마라톤 국가대표였던 큰아버지가 올림픽에서 전 세계인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안겨줬는지를 알려준다.

    
[페이스메이커]가 던진 숙제. 
[잘 하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중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하는 것이 의미있는 것일까?  


누군가의 영광을 위해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하며 묵묵히 희생하는 많은 페이스메이커들.
그들은 소모품이 아니다. 그들이 없이는 주인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당당한 킹메이커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있는 특화된 기능을 남을 위해 사용한다는 면에서 그들은
재능기부자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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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면서 스크롤 업 되는 출연진과 스탶의 이름에서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하나 있다.
감독 정지영. 감독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를 본 게 언제였는지... 정지영 감독의 작품에는 메시지가 있다. 
한번쯤 음미하고 짚어봐야 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재조명함으로써
시대가 놓친 쟁점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감독
이 정지영 감독이다. 

국민배우 안성기. 그가 선택한 영화, 그리고
그가 맡은 배역은 늘 페이소스와 함께 곱씹어 볼
의미를 준다
. 그렇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감독과 배우가 만나 2007년에 발생한 당시
성균관대학 수학과 김명호 교수의 판사에 대한 석궁 테러사건을 근거로 제작한 영화 [부러진 화살]은
시사회 후 당시 변호사의 "실제 재판과정과 싱크로율 80%" 라는 인터넷 기사 만으로도 영화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요체는 이렇다.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김명호 교수가 성균관대학을 대상으로 한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패하자, 이에 불복하여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석궁을 쏜 김명호 교수에 대해 재판부가
사법질서 파괴라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한게 2007년 석궁 테러사건이다.

하지만 영화는, 당시 사법부의 재판 과정이 사법부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다분히 감정적인 처사와 함께
제 식구 감싸기에 의해 편파적으로 진행됐다는 시각으로 접근한다.

불과 5년 전의 사건에 대해 진실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근거가 나에게 없기 때문에 정지영 감독이 의도한
영화의 접근방식이 맞는지, 혹은, 당시의 판결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몇 가지 내 머리 속에 윤곽이 잡히는건 있다.

모든 진실게임에서는 이해 당사자가 배제되는게 그나마 제 3자를 납득시키는데 도움이 되겠다는거.
즉, 판사가 연루된 재판에서 판사에게 절대적인 재량권이 주어진다면 결과에 대해 시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사안에 따라 외국의 배심원 제도와 같은
국민참여재판의 정착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판검사가 모두 사법고시를 통한 사법연수원 출신이라는 법조시스템의 태생적 공통분모하에서,
그들을 거스르며 법을 다루는 집단에 대항한다는 건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의 운명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독방에서 법을 공부하며 재판부에 논리적으로 대항하던 김경호 교수가 어느 순간 공동실로
이감되어 고통을 겪으면서 투쟁 의지가 꺾이는 장면이 그렇다.

마지막 하나는, 사법부에 대한 견제시스템이다.
영화에서 무죄 입증과 공정한 심리를 위한 변호사와 피고의 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청과 주장에
대해 재판장은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르쇠로 일관하며 묵살한다.
아무도 어쩔 수 없는 사법부의 이런 도를 지나친 모습에 관객은 실소로써 분노를 표현한다. 
영화에서 일부 의식있는 현장 취재기자들에 의해 사법부의 독선에 대해 언론차원의 문제 제기가
시도되지만 이마저 보이지않는 힘에 의해 좌초되고 만다.
이렇게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라 규정 후 엄단이라는 전제를 깔고 진행되는 재판에서 변호사는
최후 변론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말을 한다.
"... 오만하고 독선적인 사법부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그 대사를 들으며 혼자 생각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법부에 대해 국민이 할 수 있는 심판에 무엇이 있나..?
국회의원에 대한 심판은 4년 주기로 찾아오는 선거로 할 수 있다.
정부, 혹은 여당에 대한 심판도 선거로 가능하다. 자치단체장에 대해서는 국민소환제가 있다.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는 집회와 시위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해서는 선거와 시위로 심판 및 의사표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법부의 불신에 대해서는 국민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사법부는 선출직이 아니므로 선거를 통해 심판할 수 없으며, 집회나 시위의 방법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에는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슈가 약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제 당사자인 김명호 전 교수는 판사도 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러진 화살]에서 이런 문제점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면, 영화를 만든 의의는 있다고 본다.


아울러, 짧은 화면 할애만으로도 일반인이 느끼지 못하는, 하지만 인권을 유린당하는
피해자에게는 절박한 교도행정의 문제점을 절실하게 보여준 것도 정지영 감독의 역량이다.

아쉬운 것도 있다.
법정을 테마로 한 영화의 백미는 원고측과 피고측의 치열한 법리논쟁이다.
원고측과 피고측이 서로 자기 측에 유리한 근거를 제시하며 자기 논리의 당위성을 입증하면서,
한편으로 상대방이 주장하는  논리의 허점을 파고드는 과정을 얼마나 치밀하게 보여주느냐가
법정드라마의 성공요건이다. 하지만, [부러진 화살]은 그 한축이 무너진 영화다.
[부러진 화살]에 원고측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형사사건인 만큼 원고에 해당하는 검사는
기소를 위한 여러가지 정황에 따른 충분한 증거와 논리를 제시해야 함에도 이 영화에서 검사는
아무 역할이 없다. 대한민국 검사의 수준이 저 정도인가 한심할 정도로 아는 것도 하는 것도 없는 
완전 꿔다놓은 보리자루다. 마치 동네 아이들 싸움에서 엄마의 눈치만 보는 어린아이처럼 재판장의
처분만 바라는 눈치다. 판사 또한 그렇다. 변호인과 피고의 집요한 논리전개에 대한 판사의 대응은
오로지 [기각]뿐이다. 피고측이 추궁하고 재판부는 쩔쩔매는, 원고측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재판.
싱크로율 80%라는 담당 변호사의 언급한대로 실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법정영화의 구성면에서는
한 축이 무너진 비균형적인 영화다. 감독이  관객에게 긴장감 대신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려는 의도였다면
이 지적은 틀릴 수도 있지만.  

박준 변호사 역의 박원상은 초반 약간 오버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안성기의 까칠한 캐릭터를
중화시키는 넉넉한 이미지의 파트너로 좋은 매치를 보여준 거 같다.


4년 형기를 마친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 김명호 씨는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설 이후 당시
재판과정의 경험을 담은 500쪽 분량의 [판사 니들이 뭔데?] 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할 예정이며, 
이 책을 통해 사법부가 양아치 조폭 집단이라는 것을 법리적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증거 조작 등
위법을 일삼는 판사들과 법원 판결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비판하겠다” 고 했다.

과연 얼마나 사회적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아무리 최정상급의 스타라도 세월이 지나면 정상의 자리를 후배에게 내주게 마련이다.
주연이 아닌 배역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그들도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카메라의 중심을 비껴선다.
국민배우로 최고의 자리에 위치하던 안성기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안성기가 토크 프로에 나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순간엔가,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 당연히 주연이라 생각하고 대본을 받았는데, 내 배역이
주연이 아닌 조연이더라. 많이 당혹스러웠지만,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가 더 이상 설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배우는 연기할 수만 있다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근 몇 년 안성기가 출연한 영화를 보며 스크린 한 켠에 비껴선 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애잔한 세월의
무상함이 안타까웠는데, [부러진 화살]을 통해 다시 당당히 앵글의 중심에 있는 그의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대부]에서의 말론 브란도와 같이 나이 든 그의 건재한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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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처음 [미션 임파서블]을 본 이후 후속 2, 3을 보면서 늘 아쉬움을 많이 가졌다.
시리즈작의 경우 대개 1부를 능가할 만한 후속작 찾기가 쉽지않다고 하는데,
내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어쩌면 그 오래전 1부에 대한 감흥이 워낙 뇌리에 깊히 박혀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가장 느낌이 없는 2부는 차치하더라도, [미션 임파서블] 1부는 후속작과 영화를 꾸민 기법이 워낙 달랐다.
1부는 극 전개가 탄탄하고 치밀했다. 후속작들에 비해 거친 액션이나 화려한 영상은 부족하지만,  
반전이 기가 막혔고, 그만큼 관객을 속이는 트릭의 기교가 압권이었다.

1부 이후 별 특징없는 2부를 거친 [미션 임파서블]은 3부에서 화려한 액션으로 재무장한다.
너무 과장되고 현실감 없는 현란한 눈요기거리에만 치중하다보니 알맹이는 없이 만화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됐든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3부 이후 5년만에 나타난 [미션 임파서블 4].
내가 본 [미션 임파서블 4]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명장면 축약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미션 임파서블] 최고의 장면으로 영화팬들의 기억에 각인된, 와이어에 몸을 지탱한 채 천정에서
내려와 아슬아슬하게 멈춰 선 1부의 명장면이 이번엔 톰 크루즈가 아닌 제레미 레너에 의해 재현되고,
로프에 의지해 상하이 고층건물 사이를 오가던 3부의 짜릿한 장면은 두바이 고층빌딩에서 약간 변형된
모습으로 보여준다. 액션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그렇다.
이단 헌트라는 뛰어난 주인공을 중심으로 팀 플레이를 보여주던 첫 [미션 임파서블]에 비해, 2, 3부에서는
팀원들이 이단 헌트의 부속물처럼 여겨질 정도로 모든게 너무 이단 헌트 중심으로 치우친 느낌인데,
4부는 팀원 개개인에게 적절한 역할이 주어지면서 전작에 비해 훨씬 균형잡힌 배역을 보인다.     

그런 부분에서 [미션 임파서블 4]는 1부만은 못하지만, 3부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만화같은 비현실적 액션을 줄이면서도 스릴은 그대로 유지하고, 짜임새도 좀 나아보인다.


여기서 잠깐..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 [마이웨이]와 비교해 보자.
[미션 임파서블]은 흥행이 되는데, [마이웨이]는 안되는 이유가 뭘까? 
두 영화 모두 액션에 기반한 화려한 영상을 표방하지만, 두 영화에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하나는, 긴장감의 유무다.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의 공통점은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는
절대 죽지않는다는거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치열한 전장에서도 총알은 늘 주인공을 비껴가고,
어떤 함정에 빠지더라도 어떡하든 주인공은 그 상황에서 빠져나온다는 걸 모르는 관객은 없다.
그런 관객들을 숨 죽인 채 화면에 몰입토록 만드는게 연출자의 역량이고, 액션 스릴러에서 긴장감의 핵심은 
긴장감이다. 긴장감은 관객을 알면서도 속게 만든다. [미션 임파서블]에는 있고, [마이웨이]에는 없는게
그 긴장감이다. [미션 임파서블]은 [마이웨이]에 비해 액션의 공간은 작지만, 빠른 스피드로 관객의
인지능력을 순간 순간 빠르게 지배하는 반면, 마이웨이는 넓은 공간에서 스케일 큰 액션을 펼치면서도,
관객이 몰입토록 잡아끄는 긴장감이 없다. 그렇다고 감성을 지배할만큼의 울컥한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감각을 지배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차이는, 주인공의 차이다.
이것은 톰 크루즈와 장동건의 차이일 수도 있고, 주어진 캐릭터의 차이일 수도 있다. 
톰 크루즈는 이미 15년 전부터 [미션 임파서블]의 비밀조직인 IMF 요원으로 캐릭터를 굳혀왔기 때문에
비밀첩보요원으로서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15년이라는 세월에도 철저한 몸관리로 고난도의
각종 액션을 대역없이 무난히 수행하여 첩보요원으로서의 이미지를 놓치지않은 그의 능력이기도 하다.
반면에 [마이웨이]에서 고등학생부터 시작된 장동건은 파란만장의 굴곡진 인생을 살며 동서양을 가로
지르는 격동의 시대를 끌고 가기엔 힘이 부쳐보였다. 캐릭터에 의한 영화보다 비주얼에 의한 영화를
선택한 강재규 감독을 탓해야 할까.      
       

다시 미션 임파서블로 돌아와 마무리를 하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계속 나올까? 
[미션 임파서블 4]를 보고 든 가장 궁금한 의문사항이다. 1996년 첫 선을 보인 미션 임파서블은 그 후
2000년, 2006년, 2011년에 2, 3, 4부가 나왔다. 평균 주기를 본다면 2015년 이후에나 5부가 나올 수 있는데,
톰 크루즈의 나이 53세 이후가 된다. 그 때도 톰 크루즈가 이런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주기를 앞당겨
좀더 일찍 5부를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톰 크루즈가 과연 그런 욕심을 낼까 하는 것도 관심거리다.

또 하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연속성을 가늠해보는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다.
[미션 임파서블 4]의 가제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보듯 주인공 이단 헌트가 몸 담고 있던 비밀조직 
IMF는 이제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없는 조직이 되어버렸다. 이단 헌트가 활약할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가정을 해본다.
5년 후 [미션 임파서블 5]가 나온다.
IMF를 대신하는 새로운 비밀조직이 결성되고 (아님, 비밀리에 IMF가 재건될 수도 있다),
그 조직의 작전 책임자로 현역에서 은퇴한 이단 헌트가 부임하여 새로운 임무수행을 지휘한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공이 불가능한 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4부에서 좋은 이미지를 보인 제레미 레너가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외모도 좋고, 첩보요원의 냉정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도 남긴데다, 4부에 이어 조직원의 연속성도 있고,
무엇보다 톰 크루즈와의 아홉 살 나이차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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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의 작전으로 일컬어지는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상륙작전에서 연합군의 포로가 된,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제규 감독이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으로 군복을 세 번 바꿔 입은 한 조선인의 비극적인 전쟁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마이웨이]는 여러모로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게 만드는 영화다.
28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도 그렇지만, 여지껏 한국의 전쟁영화에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없었다.
6.25 한국전쟁이나 월남전, 그리고, 가끔 일제식민시대의 일본과 만주를 배경으로 한 중일전쟁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마이웨이]에서는 일본과 소련, 소련과 독일, 독일과 연합군의 전투가 몽골과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프랑스 노르망디까지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그리고, 그 속에 각각 지배자 일본과 피지배자 조선의 아들로 태어나
마라톤의 쌍벽을 이루다, 경성에서 부터 12,000km의 전장을 함께 하며 증오에서 애정으로 이어지는 조선과 일본의
두 젊은 마라토너 김준식과 하세가와 타츠오가 있다.  


마이웨이는 여러 부분에서 강제규 감독의 前作인 [태극기 휘날리며]과 비교케 한다.

우선 영화의 전개 패턴.
중간 그룹에 있던 한국인 마라토너가 종반에 선두그룹으로 스퍼트하는 런던마라톤대회로 시작되는 영화는
곧 17년 전 과거로 돌아가, 스퍼트를 시작한 마라토너가 이 대회에 참가하기 까지의 파란만장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영화는 다시 런던마라톤으로 돌아와 엔딩을 하는데, 이 패턴이 7년 전의 데쟈뷰를 보는 듯 하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작업으로 시작되는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바로 유골이 묻히게 된 과거가 영화의 본류이며,
엔딩은 다시 현실의 발굴작업으로 돌아온다.

전투씬도 그렇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두밀령 고지전투, 평양 시가지전투, 낙동강 방어선전투 등 치열한 전장의 모습을
다양하게 묘사했던 강제규 감독은 [마이웨이]에서도 노몬한전투와 독소 시가지전투,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
여러 형태의 전투장면을 스케일 큰 영상으로 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데, 바로 이 부분에서 스케일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전투장면이 조금 지루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마이웨이]에서도 역시 같은 느낌을 받았다. 포격과 총성, 
군인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장면이 자주 길게 반복되는 것은 진부함을 줄 수 있다. 최신 음향을 이용한
상영관을 덮치는 효과음이나 막대한 물량의 스펙터클이 영화의 스케일을 보여주는건 아닐 것이다.

주인공이 전장에서 적군으로 전향을 하는 것도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 주연 장동건. 하지만, 두 영화가 받아들이는 장동건은 달랐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은 자연스럽게 배역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마이웨이]에서의
장동건은 많이 어색하다.  우리나이로 사십이 넘은 장동건은 그가 아무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배우라
하더라도, 20대 청년을 연기하기에는 세월이 용납치 않았다.


[마이웨이]를 조금 집중해서 보면 몇 가지 곱씹게 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생각되는거 - 인간이 갖는 신념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마이웨이]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극한 상황에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준식(장동건)은 끝까지 변하지않는 [합리적인 인간애]를 견지한다.
적과 아군을 떠나 인간을 중시 여긴다. 일본군 군영에서 탈출시 쉬라이(판빙빙)를 데려가려는 모습,
탈출 도중 기습하는 소련군을 보고 기습 사실을 알리려 동료들만 보내고 다시 일본군영으로 돌아가는 모습,
그리고, 소련군 포로수용소에서 타츠오와의 목숨을 건 대결에서 타츠오를 살려주는 장면들이 그렇다.
그런데, 실제 이런 본성의 소유자를 보긴 쉽지않을 듯 하다.

전형적인 일본의 무사도 정신을 갖춘 타츠오(오다기리 조).
패배를 치욕으로 생각하며 황군으로서 천황에 대한 충심을 목숨보다 우선하는 그도 결국 소련군과 독일군
포로가 되어 그가 그토록 자부하는 일본군 장교에서 소련과 독일의 병사로 전향을 거듭하며 목숨을 이어간다.
포로수용소에서도 천황에 대한 예를 강조하는 전형적인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할복을 해야 할 그가 택할 선택은 아니라는 의구심도 들지만, 그 모습 또한 생존을 위해 인간이 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명예라는 포장의 개죽음과, 치욕이라는 지탄을 받으며 미래를 위해 이어가는 목숨 중
어느 것이 더 의미가 있는지 그 순간에는 아무도 모른다. 긴 시간이 흐른 후 판단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새로운 인생의 기회로 생각하고 충실히 적응하는 종대(김인권).
준식의 여동생을 좋아하는 준식의 절친 종대는 소련군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을 통제하는 얀톤으로 변신하여
일본군 시절 징용된 조선인을 학대하던 일본군 포로들을 철저하게 응징하며 조선인 포로들을 옹호하지만,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해 친구를 사형대에 세우게 된다. 윤리적 시각에서 상당히 야비하고 치사한 행태로
비난받을 수 있지만,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가장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마이웨이]가 타츠오를 통해 보여주는 멋진 교훈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징용된 조선인에게 명예로운 황군으로서 천황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던 타츠오는 소련군의 포로가 된 후,
일본군 시절을 잊으라는 소련군 지휘관에게 "자신들의 사상마저 바꿀 권한은 없다" 고 항변하면서도,
같은 포로 신분인 조선인 군인들에겐 여전히 천황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다, 준식에 의해 "소련군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사상마저 바꿀 권한은 없다' 고 하면서 왜 조선인에게 사상을 강요하느냐" 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밀려오는 소련군 탱크에 무조건적인 돌격을 명령하며 후퇴하는 부하들을 죽이는 광기어린
지휘관이던 타츠오는, 소련군과 독일군의 시가전에서 죽음이 뻔한 돌격을 독려하는이성을 잃은   
소련군 지휘관의 모습에서 자신의 데쟈뷰를 보며 아연한다. (이 장면의 편집이 참 멋있었다.)      


배우들을 간단히 살펴 보자.

판빙빙은 그 역할이 너무 단순하고 짧았다.
장동건보다는 오다기리 조의 연기가 더 좋았다는 생각인데, 가장 돋보인건 김인권이다. 순박한 종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해지는, 그런 한편 자포자기의 허무를 보여주는 얀톤까지, 가히 충무로의 씬스틸러라는
명칭이 허명이 아니다. 인기있는 까메오를 찾아내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잔재미다. 


[
마이웨이]는 한국 전쟁영화의 도약에 대한 기대감과 강제규 감독에 대한 아쉬운 한계가 함께 한 영화다.

위에 언급한대로, 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영화의 외연을 넓히며 그에 걸맞게 촬영의 스케일을 키웠다는건
분명 찬사를 보낼만 하다. 노르웨이의 헬기 촬영팀 [블루 스카이]를 동원한 항공촬영은 전장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었고, 탱크와 오토바이 등 고증에 입각한 2차 대전 당시의 소련군과 독일군 장비의 재현도
리얼리티 면에서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 놀라운건, 거의 모든 전투장면을 담아낸 촬영장소가 새만금이었다는 것. 
새만금에서 일본 관동군 주둔지와 몽골의 노몬한 전투지, 소련군의 포로수용소. 그리고, 소련군과 독일군의
시가전까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제외한 모든 전투장면을 담아냈다는게 경이롭기까지 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동유럽인 라트비아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향후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게 한다.

아쉬운 한계는, 위에 언급한대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상케 하는 부분과, 웅장함의 추구에 따른 조금의 지루함.
또 하나, 옥에 티는 리얼리티다. 소품에 대한 리얼리티는 대단한데, 줄거리에 대한 리얼리티는 뭔가 아쉽다.
몇 가지 짚어본다면, 원수지간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화해 과정도 중간이 떠있는 느낌이고, 소련군의 기습을
알리기 위해 탈출을 포기하고 부대로 되돌아가는 준식의 모습은 너무 이상적이다.  또한, 준식이 일본군영이나
포로수용소에서 거의 매일 달리기 훈련을 한다는 것도 의아스럽지만, 노르망디에서 마저 육상훈련을 하다 두 사람이
조우하는 모습은 전쟁터에서 동화를 읽는 느낌이다.  물론, 준식의 달리기가 소망하는 미래를 향한 상징적인 의미라
할 수도 있지만, 어색한건 사실이다. 가장 궁금한 장면은 마지막 엔딩 부분. 타츠오가 어떻게 준식의 이름으로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지... 평소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런 영화에서는 그게
아닌거 같다. 감독이 의도하는 바는 알겠는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흥미를 끌게 하는건 OST.
[태극기..]에서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으로 영상 이상의 뭉클함을 안겨줬던 이동준 음악감독이 만든
[To Find My Way]를 안드레아 보첼리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부분적인 아쉬움이 느껴지는건, 강제규 감독에 대한 절정의 기대감 때문이리라.
1000만 관중 돌파로 대한민국 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던 강제규 감독.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 만에 그가 보여준 [마이웨이]는 분명 한국 전쟁영화의 방향을 틀어주는 새로운 시도이긴 한데,
이게 과연 1000만 관중을 넘어설까?  내 판단은...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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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리얼프로인 [1박2일]에서 망가진 캐릭터로 인해 오히려 국민 순둥이로 인기몰이 중인 엄태웅이
액션스타로 돌아왔다. 영화 [특수본]에서 다소 성격이 급한 다혈질의 형사로 등장하는 엄태웅은
약간은 오버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그런대로 무난하게 배역을 소화한다.

경찰이 살해된 사건이 영화의 시작.
범인을 쫒기 시작하지만, 매번 쫒는 대상은 한 발 먼저 움직이며, 오히려 경찰이 희생된다.
내부의 적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은 많이 본 듯한 미국 드라마의 구성을 연상케 하는데,
영화가 종료된 후 느낌은 뭔가 개운치가 못하다.

추리물과 같은 스릴러는 항상 반전이라는 복선을 미리 깔아두고 시작한다.
관객들 역시 반전에 익숙해 영화가 시작하면서 각자 줄거리를 재구성하며 반전의 맥을 예상해 보는데,
영화가 여러 복잡한 단계를 밟으며 자기 생각대로 흘러가면 왠지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전혀 자신의 생각을 넘어선 전개와 반전이 나올 경우 모두들 감탄을 하게 된다.
반면에 반전의 흐름이 너무 일찍 예상한대로 눈에 보이면 그 영화는 일찌감치 맥이 빠지게 된다.

요즘 관객들은 수준이 높아져서 왠만한 트릭이나 복선은 일찍 눈치를 채기 때문에 작가들은 참 피곤할거 같다.
[특수본]에서 내부의 적을 예상한 관객은 내부의 범위와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예측해보는게 관전 포인트다.
그런 의미에서 [특수본]은 반전의 내용은 일찍 노출이 됐지만, 그 범위와 한계는 나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그럼 영화가 종료되고 예상 밖의 결과에 감탄이 나와야 하건만, 이상하게 어리벙벙해지는게 [특수본]이다.
범위가 현실성이 떨어질만큼 광범위하고, 보이지 않는 한계의 존재를 암시하면서도 실체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 단위로 편제된 치안센터도 아닌, 市郡區 단위 자치단체별로 편제된 경찰서의 지휘라인과 모든 수사인력이
한꺼번에 비리 경찰서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배후의 끝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일컫는 마지막 부분, 경찰서장은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통화내용은 서장보다
더 윗선의 배후가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통화내용을 엄태웅이 뒤에서 다 듣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끝난다. 사건이 종료처리된 것으로. 

이건 뭐지??  2부를 예견하는거야?  아님, 처음부터 [특수본2]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거야?
속도감있는 템포로 나름 흥미로웠던 전개가 엉성한 마무리로 마지막 문턱에 걸려 넘어진 느낌.. 
이건 열연한 배우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사건의 시작과 종말의 연계성이 부족해보이는 것도 아쉽다.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고, [오작교 형제들]에서 시청자와 친숙해진 주원의 연기는 인상깊었고,
순간 순간은 긴박감이 넘치고 재밌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 [특수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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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을 거부한 구단 운영으로 메이저리그 최하위팀이였던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를 5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면서 1998년부터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단장으로 재직 중인 실존 인물
[빌리 빈]의 체험적 구단 운영 노하우를 담은, 2003년에 발간된 베스트셀러 [머니볼]이 영화로 나왔다.

지난 9월 개봉되어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까지 올랐으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야구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모두에게 감동을 주며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미국과 우리는 야구라는 개체를 접하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금년 프로야구 유료 관중이 600만명을 넘을 정도로 최근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부 마니아 팬을 제외한 평균적인 수준의 국내 팬들은 아직 야구경기 자체를 즐길 뿐, 선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은 열기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때문에 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인 선수 트레이드에 의한
구단 및 팀 체질개선에 대한 줄거리는 일반적인 영화에 대한 기대로 접근하면 다소 진부할 수도 있다.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는 구단 재정이 열악한 가난한 구단이다.
우리 프로야구에 비하면 직접 비교하기는 차이가 있지만 가난하다는 측면에서 [넥센 히어로즈] 같은 팀.
재정이 어렵다보니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건 고사하고 그나마 있는 자원 중 괜찮은 선수를 타 팀에 팔아
재정을 충당한다. 그러다보니 성적은 늘 하위권이 자명한 일.

팀의 단장인 빌리 본은 빈약한 재정 여건 하에서도 성적을 내기 위해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피터의 조언으로 그간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획기적인 발상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선수 중 
가능성있는 선수를 싼 값에 받아들여 팀을 리빌딩한다.

여기서 빌리와 피터가 택한 방식이 철저한 실용주의.
기존의 선수 스카웃 기준을 철저히 무시하고 새로운 선발 지표를 내세운다.
예를 들어, 타자의 경우 타격에 대한 여러 지표 대신 출루율을 최우선 조건으로 본다.
야구는 결국 타자가 출루하여 홈에 들어옴으로써 득점이 이루어지는데, 안타가 됐든, 볼넷이 됐든,
몸에 맞고 나가든, 심지어 상대 수비의 에러로 나가든 1루에 나가는 확률이 높은 선수면 된다는 논리다.

또한, 선수들의 나이나 사생활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꿩 잡는게 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그 방식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는건 의미가 없다. 결과가 좋으면 비난이 설 자리는 좁아지는 법이니까.
영화에서도 빌리는 선수 선발과 기용 방식에 대해 스카웃팀 및 감독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고 불화를 겪지만,
자신의 진퇴를 걸고 강하게 밀어부친다.  

그런데, 실제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금기로 삼는 불문율이 있다. 현장의 고유권한 인정이다.
프런트의 입김이 강해 구단 운영진이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기용과 작전에 까지 간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팀은 결국 프런트와 현장의 갈등으로 인해 잡음이 많아지고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공통점을 보인다.

영화를 보면 언뜻 빌리가 현장에 깊히 관여하는 것 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빌리는 단장으로서 팀 리빌딩을 위한 것 외에 감독의 권한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
때문에 감독이 선호하는 선수를 트레이드 함으로써 선택의 여지없이 자신이 추진하는 방향에 맞게 선수를
활용하게 만들 뿐, 그 이상의 개입을 않는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지능적이고 비열한 방식일 수도 있다)
또한 결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연승 기록을 수립하면서도 감독의 공으로 인식되도록 공과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오클랜드 애슬래틱스]가 메이저리그 최고 연승기록인 20연승을 이어가는 모습이 팩트가 아니었다면
관객들은 만화같은 이야기라고 황당해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팩트인 만큼 황당한 일은 아니지만,
반면에 그만큼 특별한 반전이나 감동은 덜 하다.


이 영화의 교훈은 마지막에 있다.

영화 끝 부분 피터는 빌리에게 2군 선수의 플레이 동영상을 하나 보여준다.
엄청난 거구의 2군 선수는 그만큼 발이 느린 반면 그렇다고 체구에 걸맞게 파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안타를 치고 2루까지 가는 것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 한다. 동영상의 모습은, 꽤 큰 타구를 날린
선수가 모처럼 1루를 돌아 2루로 향하다가 지레 겁을 먹고 황급히 슬라이딩하여 1루로 돌아오지만 
그가 친 공은 펜스를 넘는 홈런이었다.

자기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행하는 일의 결과에 대해 한계를 긋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가능성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감 부족으로 자기 행동을 늘 자기가 생각하는 범주 안에 가두게 된다. 
스스로 '내가 어떻게 홈런을..' 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늘 1루가 자기의 최종 목적지라 생각한다.

마지막 이 장면에서 이런 교훈을 끄집어냈다면, 난 이 영화를 본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 아들의 이야기 한 토막.
"머니볼은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면 밋밋한데, 오히려 영화를 보고 책을 보면 책 흐름에 따라 
 장면이 하나씩 떠오르며 재밌게 읽게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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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신기할 정도의 소재를 잡은 [완득이]는
이 시대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아젠다이면서도 그러려니 하며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및 처우와 함께 파생된 다문화 가정의 문제 등을
이웃과 이야기하듯 담담하면서도 담백하게 엮어나간다.


학창시절을 회상해보면 이런 친구가  꼭 있다.
정상적이지 않거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업에 소홀한 친구 중에,
주먹이 강하지만 그 주먹을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하며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는 등,
자신이 직접 피해받지 않을 때는 사용치않는 친구. 자신이 처한 환경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사회에 대해 반항을 표출하기 보다 묵묵히 혼자 연소시키는 친구.

완득(유아인)이는 이런 친구다.
엄마가 누군지도 모른 채 나이트클럽에서 춤 추는 장애인 아버지를 따라 나이트클럽과 장터를 전전했고,
자기를 낳아준 생모가 필리핀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돌출적인 반항이나 방황하는 행동의 표출이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생존본능으로 싸움을 잘 하지만, 장애인인 아버지를 멸시하는 대상 외에는 주먹을 쓰는
경우가 없다. 자신의 불만 해소를 위해 방황하며 괜히 먼저 남들에게 시비를 거는 뒷 골목의 반항아가 아니다.

가끔 아버지에게 매를 맞지만 아버지에게 복종하고, 담임에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반항하지 않는다.
교회에 가서 담임이 벌을 받기를 기도할 뿐이다. 같은 반 급우들이 완득이에게서 뿜어나오는 포스(?)에
겁을 먹고 경계하지만, 그걸 이용하여 급우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굴복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자기와는 처지가 다른 아이들로 생각하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완득이의 담임 동주(김윤석)는 부유한 집안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학대하는 등
오로지 富만이 삶의 명제인 아버지에 반발하여 교사 외 시간에는 외국인 고용자 권익을 위해 일한다. 

동주를 보다 문득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었다. 1960년대 후반 [언제나 마음은 태양]으로 개봉됐던
[To Sir with Love]에서 시드니 포이티어가 연기한 문제아 학교 교사 마크.   
제도에 의한 억압과 경쟁보다 자율과 개성을 인정하며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인성을 중요시 하는
두 사람의 차이점은 [사랑의 매]다. 마크는 어떠한 경우에도 매를 들지 않지만 (이건 문화의 차이도 있다),
동주는 과감하게 매를 든다. 그것도 빡세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동영상을 찍는 학생에게 신고하라고
소리치며 개의치않는다. 요즘 분위기로는 인터넷 상에서 동영상이 돌고 난리가 날 법한 사건이지만,
영화에서의 아이들은 별 문제삼지 않는다. 자신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담임 동주의 마음을
같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에게 필요한건 서로에 대한 신뢰라는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 [완득이]는 강렬하거나 짜릿하게 와닿는 임팩트가 있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이 편하고 훈훈하게 마음에 스며든다.

멋진 장면도 없고 인상적인 연기도 없고, 배경 음악도 기억에 남는게 없지만,
필리핀 엄마에게 아버지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함께 영월 장터에 간 완득이가
시장에서 엄마에게 구두를 사주며 관계를 묻는 가게 주인에게 "어머니예요. 우리 어머니.." 하는 장면과
버스터미널 대기실에서 엄마가 완득이를 안는 모습, 그리고, 그 때의 피아노 선율은 관객들의 눈과 가슴을
촉촉하게 만든다.


김윤석과 유아인은 마치 우리 곁의 사람들을 보는 듯 편한 모습을 보인다.   
인상적인 연기가 없다고 했지만, 그들이 보여준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 삶의 모습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두 사람의 모습이 값지게 느껴졌다.

특히, 황해, 거북이 달린다, 추격자, 즐거운 인생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각각의 캐릭터에 맞게 소화한
김윤석은 이 영화에서 기름기가 쏙 빠진 담백한 모습을 보이는데, 강한 캐릭터보다 밋밋한 캐릭터가
더 연기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역시 김윤석..'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울러 하나 짚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영화에서 완득이의 필리핀인 어머니는 오랜 세월 끝에 만난 아들에게 시종 존칭을 사용한다.
우리 사회에서 어려서 헤어진 자식을 오랜만에 만나 존칭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거 같다.
어찌보면 그만큼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고용자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의식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일반적으로 그들이 우리에게 죄의식을 느낄 이유가 없음에도 말이다.
 

이 영화에는 폭력이나 섹스 등 말초신경을 자극할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다.
화려하거나 스케일이 웅장한 영화도 아니다.  극적인 반전도 없고, 줄거리에 기승전결도 애매하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가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꾸준히 관객이 든다는게 아직 우리 사회의 순수한
감성이 퇴색되지 않은거 같아 괜히 마음이 훈훈하다.  

[라디오 스타]와 같이 참 예쁘게 만든 영화.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영화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갑자기 생각난 사족 하나.

요즘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2]을 볼 때 마다 멘토의 역할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동주를 보며 멘토에 대한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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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요란할 정도로 빠르게 전개된 영상.
마치 시위를 떠난 활과 같이 빠른 속도감을 보여주는 [최종병기 활]은
도입부터 영화 전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영화다.

무술영화는 대개 검(劍)이 주연이다.
무술영화에 등장하는 활의 역할은 검을 다루는 주인공을 제압할 능력이 안될 때 사용하는
비겁한 수단이거나, 대규모 전투에서 기선 제압용으로 병졸들이 사용하는 엑스트라성 무기,
혹은, 서신 전달을 위한 통신수단 등 무술영화에서는 변방의 도구였다.
그런 활이 그야말로 화려한 주연으로 화끈한 모습으로 탄생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병자호란이 일어나 결혼식 도중 청나라 포로로 잡혀간 여동생을 구하는 오빠의 활약상이다.
때문에, 다른 영화에서 처럼 스토리의 짜임새 등을 논할 필요가 없다. 또 그런걸 논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을 뿐 더러, 영화가 끝난 후에도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종병기 활]은 그저 장면으로 보는 영화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활은 검과 같이 근접전에서 사용되는 무기가 아니다.
최소한의 간격을 두고 서로 떨어진 거리에서 활시위에 화살을 장전하여 발사하고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일정 시간의 간극이 필요한 무기다. 따라서 무기와 몸을 부딪히며
싸우는 검이나 창 등을 이용한 무술영화에 비해 박진감이나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검이나 창을 이용한 무수한 무술영화의 궤가 빤함에도 말이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에서 이런 선입관은 얼토당토않은 기우다.
[최종병기 활]은 여지껏 내가 본 그 어떤 무술영화보다 박진감 넘치고 긴장감있는 영상을 보여준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그 해답은 음향과 패닝에 있다.  
조준을 위해 활시위를 힘껏 당겼을 때 미세하게 나오는 활대와 시위의 팽팽한 마찰음과,
화살이 날아가며 공기를 가르는 쇳소리를 긴장감있는 음향으로 묘사했고, 목표물 관통시의
파괴력있는 타격음과, 날아가는 화살을 쫓아 빠르게 돌아가는 카메라 패닝은 박진감을 극대화시킨다.  

영화에는 여러 종류의 활이 등장해 우리에게 활에 대한 새로운 지식도 알려준다.
육량시, 애깃살 등 각기 쓰임새가 다른 화살의 종류도 다채롭게 선보이는데,
특히, 활대에 거치도 안될 정도로 크기가 아주 작은 애깃살로 어떻게 원거리 목표물을
제압하는지, 남이(박해일)의 지혜를 놓치지않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다.
(요거 아무 생각없이 보다보면 뭔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으므로 눈여겨 보길 바란다)


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

남이(박해일)를 쫒던 청나라 장군 쥬신타(류승용)는 말을 타고 자인(문채원)을 향해 달려가는
남이를 향해 멀리서 활시위를 당긴다. 오빠를 향해 활을 당기는 쥬신타의 모습을 본 자인은
급하게 쥬신타에게 활을 겨누다가 방향을 바꿔 오빠 남이를 향해 화살을 날리는데...

목표를 쥬신타에서 오빠로 변경한 자인의 선택.

활은 다른 무기와 달리 활대와 화살 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될 때 비로소 무기의 역할을 한다.
화살만 있어서는 표창보다도 못하고, 활대만으로는 그나마 아무 것도 아니다.
활싸움의 최종 승부는 화살의 확보 임을 자인은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두 가지 효과를 얻는다.  



박해일에게는 미안하지만, 박해일이 주연인 이 영화에서 주연은 박해일이 아니더라도
가능했겠지만, 쥬신타는 류승룡이 아니면 안되는 영화였다.
마지막 류승룡의 클로즈업된 눈빛은 말 그대로 호랑이의 눈을 보는듯 했는데,
특히, 영화 내내 사용된 만주어도 류승룡의 거친 캐릭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내 머리 속에 최고로 멋진 무술영화로 각인된 영화.
이 정도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최종병기 활]은 국산 무술영화의
 최종병기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족 하나.

개인적으로 김무열을 좋아하는데, 김무열이 악인이 아닌 선한 역으로 나오는걸 처음 봤다.
저게 또 언제 배신을 때리나 했는데, 끝까지 착하게 살아남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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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지가 꽤 오래 되었다.
일부러 기피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화보기 힘들만큼 여유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그동안 그닥 필이 꽂히는 영화가 없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본 영화 [고지전]. 안그래도 은근히 관심이 가던 영화였는데,
방학 중 잠시 다니러 온 재원이의 제안으로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함께 야탑 CGV를 찾았다.   


요즘 전쟁영화는 적과 아군, 그리고,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
대척지점에 있는 양쪽이 존재할 뿐. 설사 피아를 구분한다 하더라도,
아군이라 해서 모든게 선은 아니고, 적이라 해서 무조건 악이 아니다.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두 집단이 있을 뿐이다.
전쟁을 수행하는 집단의 이념을 다루는게 아니라, 이념이 다른 집단에 속해있는 
구성원들의 인간적 내면을 다루는게 냉전시대 종식 후 전쟁영화의 대세가 됐는데,
전 세계 유일한 이념의 냉전지역인 우리나라 전쟁영화도 그런 흐름으로 간다.    

[고지전]도 그런 영화다.
국군이라 해서 모든게 옳은게 아니고, 북한군이라해서 모두 잔인하고 비인간적인게 아니며,
각자의 환경에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최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서두에
북한군 장교가 전투중 생포한 남한 포로를 폼나는 일장 훈시와 함께 풀어주는 장면,
부대원의 생존을 염두에 두지않는 작전지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여 상관을 사살하는
장면 등을 이전의 잣대로 재단한다면, 고지전은 친북 빨갱이 영화고 상영불가 영화다.


방첩대 소속 강은표 중위(신하균). 
무심결에 내뱉은 실언으로 인해 징계 위기에 처하자, 그를 아끼는 상사의 배려로 최전선 부대에서
발생한 미심쩍은 현상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동부전선 최전방인 악어중대로 배속된다.

임박한 휴전협정을 앞두고 한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연일 사투를 벌이며
하루걸러 주인이 바뀌는 최고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격전지인 애록고지에 배치된 악어중대.

강은표 중위의 임무는 북한군과 교전중인 악어중대 군사우편망을 통해 북한군의 편지가 남한으로 보내지는
현상과, 전사로 보고된 악어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 지휘관용 권총 탄환이 발견된 정황을 조사하는 것.
       
악어중대에 부임한 강은표 중위는 나약하기만 했던 자신의 부하로, 북한의 포로가 됐던 대학동기
김수혁(고수)을 만나는데, 2년 만에 재회한 김수혁은 나약한 일등병에서 냉철한 장교로 변해 있었다.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운 모습으로 변신한 친구, 나이어린 임시 중대장의 기이한 행동, 그리고,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 듯한 아군 내부의 묘한 심리적 충돌, 은밀한 내통으로 보여지는
적과의 이상한 교류, 아군마저도 경계하는 극도의 폐쇄성 등등 이해하기 힘든 여러 현상들.

강은표 중위는 이런 여러 현상들을 접하며 전장에서의 휴머니즘과 집단의 생존을 위해 벌어지는
상상을 초월한 행위에 대해 충격과 함께 옳고 그름의 판단에 대한 혼돈을 겪게 되는데..


[고지전]은 전장에서의 휴머니즘과 생존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전장에서의 휴머니즘은 예기치 못하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 나이브한 감정이며,
생존을 위해서라면 비상식적인 냉혹한 결단도 묵시적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겪는
고통도 결국 개개인의 몫이라는걸 생각케 하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화두가 아닌가 싶다.             

포항 철수시 집단의 생존을 위한 신일영(이제훈)의 행동으로 인한 부대원의 심리적 공황과 정신장해. 
강은표와 김수혁의 이초(김옥빈)에 대한 감정으로 인해 초래된 결과와 이초에게 행해지는 강은표의 마지막 행동.
그리고, 적과 대치한 전투상황에서 장교로서 이해하기 힘든 김수혁의 행위에 대해 원칙과 교과서적인 강은표의
군인정신이 수시로 대치하지만, 그때마다 김수혁의 말과 행동에서 의미없는 원칙보다 의미가 담긴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강은표의 모습들. 이러한 장면들이 이 영화를 보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주연을 가리는게 의미가 없지만, 굳이 가린다면 메인 주연인 신하균보다 고수가 더 메인 주연처럼 느껴지는건
두 사람의 연기력보다 두 배역이 갖는 캐릭터의 차이 때문인거 같고, 그보다 가장 막내로 전투에 참전했지만,
뛰어난 전공으로 대위까지 승진해 선배들을 이끄는 나이 어린 중대장 역을 개성있게 표현한 이제훈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사족 하나.

지루하게 진행되던 휴전협정이 체결됐다.
그토록 바라던, 가족에게 살아서 돌아간다는 희망에 환호하지만,
12시간 후부터 발효된다는 소식과 함께 최후의 고지탈환 명령이 떨어진다.
여지껏 지탱해온 생존이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마지막 전투가 남았다.
그 상황에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심정을 가늠할 수 없다.

아울러, 국가에 있어 영토의 개념과, 목숨을 담보로 해가며 차지해야 하는 산봉우리가
개인에게 주는 의미의 차이도 생각케 한다.  
 
 

오랜만에 본 영화로 만족스러운 영화.
예고편으로 본 [최종병기 활]도 상당히 관람욕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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