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스G에서 영화를 몇번 보았더니 주중에 관람이 가능한 무료쿠폰을 두 개 받았는데,
그 중 하나의 만료일이 3월 20일이다. 어~ 주중만 가능하니 그럼 날이 없네..
그래서 오늘 시너스G를 찾았다. 무슨 영화인지도 모른 채 가장 기다림이 없는 시간에 맞춘 영화.
그런데, 아카데미상에 엄청나게 많이 노미네이트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요크 공작의 지위에 있는 영국 국왕 조지 5세의 차남 앨버트 왕자.
모든걸 다 갖춘 듯 한 그의 치명적인 약점은 말을 더듬는다는 것이다.
그의 말더듬증은 일상적인 대화 뿐 아니라, 문장을 보고 읽는 것도 안될 정도로 심해,
왕실가족으로서 어쩔 수 없이 자주 접하게 되는 연설의 자리는 그에게는 지옥과 같다.

수많은 언어치료사를 만났으나 별 효과가 없던 그가 부인을 통해 한 언어치료사를 만난다.
자신도 배우 오디션에서 계속 낙방을 하는, 다소 엉뚱해보이지만 자신의 방식에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라이오넬 로그.
자신을 왕족으로 대하지 않고 치료하는 사람과 치료받는 사람의 동등한 관계로 설정하려는 라이오넬의 자세가
탐탁치 않았던 앨버트 왕자는, 왕위 계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견으로 라이오넬과의 관계를 끊는다.

조지 5세가 사망하고 왕위를 계승한 장남 에드워드 8세.
하지만, 이혼녀인 윌리엄 심슨 부인을 버리지 못해 국왕의 자리를 포기한 에드워드 8세의 자진 퇴위는,
앨버트 왕자에게 공포 그 자체다. 조지 6세로 즉위하는 대관식에 앞서 다시 라이오넬을 찾는 앨버트.

그 즈음 세계 정복을 꿈꾸는 나치 독일에 맞서 영국은 국가의 운명을 건 전쟁을 선포하게 되고,
영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로서 전 국민과 군인들을 향해 전쟁의 당위성과 국민의 단합을 도모하는
비장하고 호소력있는 연설을 해야 하는 조지 6세.

그의 말더듬증을 알고있는 왕실과 내각, 그리고, 언론은 초긴장상태가 아닐 수 없다...


줄거리나 전체적인 내용은 단조롭고 평이하다. 언뜻 지루할 수도 있다.
쟝르상으로는 코미디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웃기는 영화도 아니다.
코미디에 가깝다보니 모티브나 반전 등 영화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강한 인상을 주는 요소도 별로 없다.

그런데, 가끔씩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폭소를 유발하진 않지만, 얕은 소리로 웃게 만든다.
큰 파도와 같은 감동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잔잔한 물결이 마음을 적시는 느낌이 든다.
특히, 마지막 조지 6세의 연설부분이 그런데, 이게 사실 내용만으로는 별게 아니라고 생각되면서도
뭉클한 느낌이 들게 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콜린 퍼스(조지 6세)와 제프리 러쉬(라이오넬 로그)의 연기, 그리고, 그 장면에 깔린 음악이다.
마지막 연설부분 라이오넬이 연기한, 국왕의 긴장을 이완시키기 위해 바로 앞에서 자신의 긴장감을 감추고
편안한 표정과 몸짓으로 차분하게 연설을 리드해 나가는 모습.
그런 라이오넬의 리드에 따라 모든 안면 혈관이 터질 것 같은 극도의 긴장을 안간 힘을 다해 이겨내려는
조지 6세의 처절한 표정 연기는 이 영화의 모두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덧칠된 음악이 앞서 표현했듯 잔잔하게 마음을 적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위에 언급한 두 남자 배우의 연기다.
품고있는 생각을 시원하게 토로하지 못하고 늘 답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을 견고하게 보여준 콜린 퍼스.
자신의 꿈은 이루지 못하면서도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꿈을 이루어주려는 진솔함을 연기하는 제프리 러쉬.
두 사람의 연기는 단순할 수도 있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진지하게 잡아나가면서 지루하지 않을 웃음을 주기도 한다.

못봤다고 아쉽지는 않겠지만, 괜히 봤다는 생각은 안들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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