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보고 듣고 느끼고/영화겉핥기 2011. 8. 16. 00:34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요란할 정도로 빠르게 전개된 영상.
마치 시위를 떠난 활과 같이 빠른 속도감을 보여주는 [최종병기 활]은
도입부터 영화 전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영화다.
무술영화는 대개 검(劍)이 주연이다.
무술영화에 등장하는 활의 역할은 검을 다루는 주인공을 제압할 능력이 안될 때 사용하는
비겁한 수단이거나, 대규모 전투에서 기선 제압용으로 병졸들이 사용하는 엑스트라성 무기,
혹은, 서신 전달을 위한 통신수단 등 무술영화에서는 변방의 도구였다.
그런 활이 그야말로 화려한 주연으로 화끈한 모습으로 탄생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병자호란이 일어나 결혼식 도중 청나라 포로로 잡혀간 여동생을 구하는 오빠의 활약상이다.
때문에, 다른 영화에서 처럼 스토리의 짜임새 등을 논할 필요가 없다. 또 그런걸 논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을 뿐 더러, 영화가 끝난 후에도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종병기 활]은 그저 장면으로 보는 영화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활은 검과 같이 근접전에서 사용되는 무기가 아니다.
최소한의 간격을 두고 서로 떨어진 거리에서 활시위에 화살을 장전하여 발사하고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일정 시간의 간극이 필요한 무기다. 따라서 무기와 몸을 부딪히며
싸우는 검이나 창 등을 이용한 무술영화에 비해 박진감이나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검이나 창을 이용한 무수한 무술영화의 궤가 빤함에도 말이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에서 이런 선입관은 얼토당토않은 기우다.
[최종병기 활]은 여지껏 내가 본 그 어떤 무술영화보다 박진감 넘치고 긴장감있는 영상을 보여준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그 해답은 음향과 패닝에 있다.
조준을 위해 활시위를 힘껏 당겼을 때 미세하게 나오는 활대와 시위의 팽팽한 마찰음과,
화살이 날아가며 공기를 가르는 쇳소리를 긴장감있는 음향으로 묘사했고, 목표물 관통시의
파괴력있는 타격음과, 날아가는 화살을 쫓아 빠르게 돌아가는 카메라 패닝은 박진감을 극대화시킨다.
영화에는 여러 종류의 활이 등장해 우리에게 활에 대한 새로운 지식도 알려준다.
육량시, 애깃살 등 각기 쓰임새가 다른 화살의 종류도 다채롭게 선보이는데,
특히, 활대에 거치도 안될 정도로 크기가 아주 작은 애깃살로 어떻게 원거리 목표물을
제압하는지, 남이(박해일)의 지혜를 놓치지않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다.
(요거 아무 생각없이 보다보면 뭔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으므로 눈여겨 보길 바란다)
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
남이(박해일)를 쫒던 청나라 장군 쥬신타(류승용)는 말을 타고 자인(문채원)을 향해 달려가는
남이를 향해 멀리서 활시위를 당긴다. 오빠를 향해 활을 당기는 쥬신타의 모습을 본 자인은
급하게 쥬신타에게 활을 겨누다가 방향을 바꿔 오빠 남이를 향해 화살을 날리는데...
목표를 쥬신타에서 오빠로 변경한 자인의 선택.
활은 다른 무기와 달리 활대와 화살 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될 때 비로소 무기의 역할을 한다.
화살만 있어서는 표창보다도 못하고, 활대만으로는 그나마 아무 것도 아니다.
활싸움의 최종 승부는 화살의 확보 임을 자인은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두 가지 효과를 얻는다.
박해일에게는 미안하지만, 박해일이 주연인 이 영화에서 주연은 박해일이 아니더라도
가능했겠지만, 쥬신타는 류승룡이 아니면 안되는 영화였다.
마지막 류승룡의 클로즈업된 눈빛은 말 그대로 호랑이의 눈을 보는듯 했는데,
특히, 영화 내내 사용된 만주어도 류승룡의 거친 캐릭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내 머리 속에 최고로 멋진 무술영화로 각인된 영화.
이 정도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최종병기 활]은 국산 무술영화의 최종병기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족 하나.
개인적으로 김무열을 좋아하는데, 김무열이 악인이 아닌 선한 역으로 나오는걸 처음 봤다.
저게 또 언제 배신을 때리나 했는데, 끝까지 착하게 살아남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