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처음 [미션 임파서블]을 본 이후 후속 2, 3을 보면서 늘 아쉬움을 많이 가졌다.
시리즈작의 경우 대개 1부를 능가할 만한 후속작 찾기가 쉽지않다고 하는데,
내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어쩌면 그 오래전 1부에 대한 감흥이 워낙 뇌리에 깊히 박혀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가장 느낌이 없는 2부는 차치하더라도, [미션 임파서블] 1부는 후속작과 영화를 꾸민 기법이 워낙 달랐다.
1부는 극 전개가 탄탄하고 치밀했다. 후속작들에 비해 거친 액션이나 화려한 영상은 부족하지만,  
반전이 기가 막혔고, 그만큼 관객을 속이는 트릭의 기교가 압권이었다.

1부 이후 별 특징없는 2부를 거친 [미션 임파서블]은 3부에서 화려한 액션으로 재무장한다.
너무 과장되고 현실감 없는 현란한 눈요기거리에만 치중하다보니 알맹이는 없이 만화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됐든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3부 이후 5년만에 나타난 [미션 임파서블 4].
내가 본 [미션 임파서블 4]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명장면 축약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미션 임파서블] 최고의 장면으로 영화팬들의 기억에 각인된, 와이어에 몸을 지탱한 채 천정에서
내려와 아슬아슬하게 멈춰 선 1부의 명장면이 이번엔 톰 크루즈가 아닌 제레미 레너에 의해 재현되고,
로프에 의지해 상하이 고층건물 사이를 오가던 3부의 짜릿한 장면은 두바이 고층빌딩에서 약간 변형된
모습으로 보여준다. 액션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그렇다.
이단 헌트라는 뛰어난 주인공을 중심으로 팀 플레이를 보여주던 첫 [미션 임파서블]에 비해, 2, 3부에서는
팀원들이 이단 헌트의 부속물처럼 여겨질 정도로 모든게 너무 이단 헌트 중심으로 치우친 느낌인데,
4부는 팀원 개개인에게 적절한 역할이 주어지면서 전작에 비해 훨씬 균형잡힌 배역을 보인다.     

그런 부분에서 [미션 임파서블 4]는 1부만은 못하지만, 3부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만화같은 비현실적 액션을 줄이면서도 스릴은 그대로 유지하고, 짜임새도 좀 나아보인다.


여기서 잠깐..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 [마이웨이]와 비교해 보자.
[미션 임파서블]은 흥행이 되는데, [마이웨이]는 안되는 이유가 뭘까? 
두 영화 모두 액션에 기반한 화려한 영상을 표방하지만, 두 영화에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하나는, 긴장감의 유무다.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의 공통점은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는
절대 죽지않는다는거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치열한 전장에서도 총알은 늘 주인공을 비껴가고,
어떤 함정에 빠지더라도 어떡하든 주인공은 그 상황에서 빠져나온다는 걸 모르는 관객은 없다.
그런 관객들을 숨 죽인 채 화면에 몰입토록 만드는게 연출자의 역량이고, 액션 스릴러에서 긴장감의 핵심은 
긴장감이다. 긴장감은 관객을 알면서도 속게 만든다. [미션 임파서블]에는 있고, [마이웨이]에는 없는게
그 긴장감이다. [미션 임파서블]은 [마이웨이]에 비해 액션의 공간은 작지만, 빠른 스피드로 관객의
인지능력을 순간 순간 빠르게 지배하는 반면, 마이웨이는 넓은 공간에서 스케일 큰 액션을 펼치면서도,
관객이 몰입토록 잡아끄는 긴장감이 없다. 그렇다고 감성을 지배할만큼의 울컥한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감각을 지배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차이는, 주인공의 차이다.
이것은 톰 크루즈와 장동건의 차이일 수도 있고, 주어진 캐릭터의 차이일 수도 있다. 
톰 크루즈는 이미 15년 전부터 [미션 임파서블]의 비밀조직인 IMF 요원으로 캐릭터를 굳혀왔기 때문에
비밀첩보요원으로서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15년이라는 세월에도 철저한 몸관리로 고난도의
각종 액션을 대역없이 무난히 수행하여 첩보요원으로서의 이미지를 놓치지않은 그의 능력이기도 하다.
반면에 [마이웨이]에서 고등학생부터 시작된 장동건은 파란만장의 굴곡진 인생을 살며 동서양을 가로
지르는 격동의 시대를 끌고 가기엔 힘이 부쳐보였다. 캐릭터에 의한 영화보다 비주얼에 의한 영화를
선택한 강재규 감독을 탓해야 할까.      
       

다시 미션 임파서블로 돌아와 마무리를 하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계속 나올까? 
[미션 임파서블 4]를 보고 든 가장 궁금한 의문사항이다. 1996년 첫 선을 보인 미션 임파서블은 그 후
2000년, 2006년, 2011년에 2, 3, 4부가 나왔다. 평균 주기를 본다면 2015년 이후에나 5부가 나올 수 있는데,
톰 크루즈의 나이 53세 이후가 된다. 그 때도 톰 크루즈가 이런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주기를 앞당겨
좀더 일찍 5부를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톰 크루즈가 과연 그런 욕심을 낼까 하는 것도 관심거리다.

또 하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연속성을 가늠해보는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다.
[미션 임파서블 4]의 가제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보듯 주인공 이단 헌트가 몸 담고 있던 비밀조직 
IMF는 이제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없는 조직이 되어버렸다. 이단 헌트가 활약할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가정을 해본다.
5년 후 [미션 임파서블 5]가 나온다.
IMF를 대신하는 새로운 비밀조직이 결성되고 (아님, 비밀리에 IMF가 재건될 수도 있다),
그 조직의 작전 책임자로 현역에서 은퇴한 이단 헌트가 부임하여 새로운 임무수행을 지휘한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공이 불가능한 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4부에서 좋은 이미지를 보인 제레미 레너가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외모도 좋고, 첩보요원의 냉정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도 남긴데다, 4부에 이어 조직원의 연속성도 있고,
무엇보다 톰 크루즈와의 아홉 살 나이차도 그렇다.
 

'보고 듣고 느끼고 > 영화겉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스메이커  (0) 2012.02.03
부러진 화살  (0) 2012.01.24
마이웨이  (0) 2011.12.28
특수본  (0) 2011.12.09
머니볼  (0) 2011.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