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리얼프로인 [1박2일]에서 망가진 캐릭터로 인해 오히려 국민 순둥이로 인기몰이 중인 엄태웅이
액션스타로 돌아왔다. 영화 [특수본]에서 다소 성격이 급한 다혈질의 형사로 등장하는 엄태웅은
약간은 오버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그런대로 무난하게 배역을 소화한다.

경찰이 살해된 사건이 영화의 시작.
범인을 쫒기 시작하지만, 매번 쫒는 대상은 한 발 먼저 움직이며, 오히려 경찰이 희생된다.
내부의 적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은 많이 본 듯한 미국 드라마의 구성을 연상케 하는데,
영화가 종료된 후 느낌은 뭔가 개운치가 못하다.

추리물과 같은 스릴러는 항상 반전이라는 복선을 미리 깔아두고 시작한다.
관객들 역시 반전에 익숙해 영화가 시작하면서 각자 줄거리를 재구성하며 반전의 맥을 예상해 보는데,
영화가 여러 복잡한 단계를 밟으며 자기 생각대로 흘러가면 왠지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전혀 자신의 생각을 넘어선 전개와 반전이 나올 경우 모두들 감탄을 하게 된다.
반면에 반전의 흐름이 너무 일찍 예상한대로 눈에 보이면 그 영화는 일찌감치 맥이 빠지게 된다.

요즘 관객들은 수준이 높아져서 왠만한 트릭이나 복선은 일찍 눈치를 채기 때문에 작가들은 참 피곤할거 같다.
[특수본]에서 내부의 적을 예상한 관객은 내부의 범위와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예측해보는게 관전 포인트다.
그런 의미에서 [특수본]은 반전의 내용은 일찍 노출이 됐지만, 그 범위와 한계는 나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그럼 영화가 종료되고 예상 밖의 결과에 감탄이 나와야 하건만, 이상하게 어리벙벙해지는게 [특수본]이다.
범위가 현실성이 떨어질만큼 광범위하고, 보이지 않는 한계의 존재를 암시하면서도 실체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 단위로 편제된 치안센터도 아닌, 市郡區 단위 자치단체별로 편제된 경찰서의 지휘라인과 모든 수사인력이
한꺼번에 비리 경찰서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배후의 끝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일컫는 마지막 부분, 경찰서장은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통화내용은 서장보다
더 윗선의 배후가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통화내용을 엄태웅이 뒤에서 다 듣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끝난다. 사건이 종료처리된 것으로. 

이건 뭐지??  2부를 예견하는거야?  아님, 처음부터 [특수본2]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거야?
속도감있는 템포로 나름 흥미로웠던 전개가 엉성한 마무리로 마지막 문턱에 걸려 넘어진 느낌.. 
이건 열연한 배우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사건의 시작과 종말의 연계성이 부족해보이는 것도 아쉽다.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고, [오작교 형제들]에서 시청자와 친숙해진 주원의 연기는 인상깊었고,
순간 순간은 긴박감이 넘치고 재밌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 [특수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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