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영화겉핥기'에 해당되는 글 77건

  1. 2006.10.06 라디오 스타 17
  2. 2006.07.16 한반도 13
  3. 2006.05.27 짝패 1
  4. 2006.03.03 파이어월 8
  5. 2006.01.17 왕의 남자 18
  6. 2005.09.28 가문의 위기 8
  7. 2005.08.28 웰컴투 동막골 4
  8. 2005.08.01 오랜만의 동시상영
  9. 2005.06.27 Mr. and Mrs. Smith
  10. 2005.05.23 南極日記 4
  11. 2005.05.23 혈의누
  12. 2005.05.23 뮤지컬 [맘마미야] (2004년 1월 31일)
  13. 2005.05.23 바람의 파이터 (2004. 8. 23)
  14. 2005.05.23 태극기 휘날리며 (2004. 2. 7)
  15. 2005.05.23 라스트 사무라이(2004. 1 .12)
  16. 2005.05.23 실미도 (2003. 12. 27)
  17. 2005.05.23 조선남녀상열지사 [스캔들] (2003. 10. 21) 2




사극 [왕의 남자]에서 관객으로부터 웃음과 눈물을 함께 뽑아냈던 이준익 감독이,
이번엔 현대극에서 또 다시 관객으로부터 웃음과 눈물을 훔쳐간다.

[라디오 스타]는 2006년 대종상 영화제에서 [왕의 남자]로 각본상을 수상한 최석환 작가가 역시 각본을 썼을 뿐 아니라,
[왕의 남자]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촬영, 연출, 의상, 분장 등 주요 스텝들이 이준익 감독과 다시 뭉쳐 만든 작품이다.
특히 최석환 작가는 [황산벌]의 각본도 집필했으니, 이쯤되면 이 영화들이 누구의 작품이라고 해야할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여하튼, 두 사람은 찰떡궁합 임이 틀림 없는거 같다.

찰떡궁합은 또 있다.

안성기와 박중훈.
이 시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 사람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1988년 [칠수와 만수]를 비롯해,  [투캅스], 그리고,  [인정사정 볼거 없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보이는 두 배우의 행동은 연기 라기 보다는 실생활을 보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다.

안성기  -  우리는 그를 국민배우라 칭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강한 카리스마부터 코믹연기까지 그는 모든 배역 속에 가장 밀도있게 용해되는 배우다.
나이를 먹으면서 [인정사정 볼거 없다]  이후,
영화를 대표하는 간판 주연에서는 한발짝 뒤로 자리매김한 듯 하여 안타까움이 크지만,
[무사],  [형사],  [한반도] 등에서 여전히 그만의 무시할 수 없는 탄탄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아니길 바라지만,  어쩌면 [라디오 스타] 이후 영화 포스터에서 주연으로서 그의 이름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흥행성을 중시하는 영화계 속성상 젊은 배우들의 중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한국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박중훈  -  이상하게도 그는 팬들에게 코믹배우로 깊게 각인되어 있다.
터프한 역을 맡더라도 그 배역의 근간은 단순무식이다.
아주 잘 생긴 얼굴임에도 그의 캐릭터는 늘 웃음이다.     
그런 박중훈이 이번엔 가을에 맞는 우수가 짙게 깔린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 영화에서 여지껏 본 적 없는 박중훈의 가장 맑고 깨끗한 얼굴을 보았다.
이제 그도 불혹을 넘기고 있음에도 오히려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 영화 속에 비춰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의 모습이  보여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의 변신이 기대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88년도 선풍적 인기를 끌던 가수왕이,  그 후, 폭력과 대마초 등으로 카페촌의 가수로 전전하다
지역방송국 DJ를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내키지 않는 일에 대한 무기력증으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대충대충 꾸려가던 진행방식이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를 이뤄 전국적인 인기를 모으게 된다는 것. 

줄거리도 단순할 뿐 아니라, 영화 전반에 걸쳐 극적인 요소나 반전도 없다.  
등장인물도 단순하고, 배경도 뻔하다.  그리고 특별한 감동도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함과 평범함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이준익 감독의 힘이다.

일반적으로 [힘]이라는 것은 강한 것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부드러운 힘을 표방한다.
그에게는 强한 힘이 아닌, 柔한 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능력이 있다.
관객에게 느낌을 강요하지 않고, 느껴지게끔 만든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무리가 없다.

[라디오 스타]에서 안성기와 박중훈 두 걸출한 스타는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보여지던 독특한 캐릭터가 많이 절제된 느낌을 준다.
그저 담담하고 담백하다.  이렇게 개성강한 두 스타를 특징없이(?) 융합하는 것이 이준익 감독의 또 다른 힘이 아닐까.

물론 이 영화에도 딴지를 걸라면 걸 수 있는 요소는 있다.
영화에서 영월지역방송  DJ 최곤(박중훈)의 파격적인 진행으로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지자,
그 프로를 전국방송으로 확대하게 되는데,  그 같은 인기는 지역의 사랑방 방송형태니까 가능한 것이지,
전국방송으로는 말이 많을 수 있다.
실제 현실에서 진행스타일이 그와 비슷한 박철氏나 김구라氏의 방식에 대해 지지와 안티가 엇갈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면에서의 태클이지, 영화자체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무가치한 얘기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의 엔딩 씬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것 같다.

[황산벌]에서 마지막 장면에 전체 내용이나 주인공과는 전혀 거리가 먼 -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 전원주를 까메오로 출연시켜, 전장에서 고향으로 돌아 온 이문식과 전원주의 해후 장면으로 풋풋한 엔딩을 하고,

[왕의 남자]에서는 감우성과 이준기의 외줄에서의 도약장면으로 강한 잔상을 남기더니,

[라디오 스타]에서도 수채화 같은 엔딩 씬으로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카메라 앵글의 힘인지, 비를 맞으며 서있는 박중훈의 모습이 여지껏 보아온 박중훈의 모습 중 최고로 멋있게 보였는데,
안성기가 다가가, 두 사람 사이에서 우산이 펴지는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를 보는거 같았다.
 

[라디오 스타] 에는 또 하나의 보너스가 있다.

바로 영화를 보면서 듣게 되는 7080세대의 음악들.
영화에서 안성기의 애창곡인 신중현의 [미인], 그리고 방송에서 삽입되어 나오는 [아름다운 강산],
조용필의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김추자의 [빗 속의 여인],  들국화의 [돌고 돌고 돌고] 등은,
708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요즘 신세대 노래인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도 듣기 좋았다. 

특히,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가 흘러나오는,
최곤(박중훈)이 방송 중,  매니저인 박민수(안성기)를 찾는  장면은 모든 이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라디오 스타]로,  [왕의 남자]와 함께 이준익 감독은
적어도 2006년 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거 같다.
또 하나, 이 영화에 칭송을 보내는 이유는, 적은 제작비로도 얼마든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가위 전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예쁘게 만들어진 영화를 보아 너무 행복했다. 
DVD로 제작되면 꼭 소장하고 싶은 영화,
2005년 [웰컴 투 동막골]과 함께 누구에게나 가족관람을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마지막으로,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했던 박중훈이 영화 속에서 불렀던 -최곤을 88년 가수왕으로 만들었던 - 노래
[비와 당신]의 가사를 싣는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꼭 배워보고 싶다)


<비와 당신>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 가네요, 조용하게.
알 수 없는 건 그런 내 맘이 비가 오면 눈물이 나요.
아주 오래 전 당신 떠나던 그날처럼.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난 눈물이 날까.
아련해지는 빛 바랜 추억
그 얼마나 사무친 건지
미운 당신을 아직도 나는 그리워하네.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난 눈물이 날까.
다신 안 올 텐데, 잊지 못한 내가 싫은데
언제까지 내 맘 아플까.

 

영화 스케치



영화에서 East River 라는록밴드로 출연한 [노브레인].
아름다운 강산 등 여러 음악을 들려준다.






영화에서 공개방송을 하는 장면.




최정윤, 박중훈, 안성기, 이준익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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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관심과 함께 기다렸던 영화.  나에게는 기다린 만큼의 만족감을 준 영화다.
하지만, 영화 [한반도]는 관람객이 증가하면서 그만큼 논란도 많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시사회 직후 벌써 작품에 대한 말 들이 많은거 같다.  쟁점은 두가지.

하나는, 영화의 만족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과 좋다는 평으로 반분되는데,
글쎄...  나는 엔터테인먼트에서의 기대는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면 만족스러울게 많지 않을거란 생각이다.
무엇이든 설정치가 높으면 완성도에 대해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념에 관한 것.  이건 나중에 얘기하자.


영화의 내용은, 남북한의 경의선 철도 연결을 일본이 제동을 걸면서 시작된다.
100년 전에 대한제국이 일본과 체결한 조약에 의하여, 경의선에 대한 모든 권리는 이미 일본에게 있기 때문에
남한이나 북한이 일본의 허락없이 임의대로 경의선에 대한 조치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 사학자가 조약에 날인된 국새는 가짜이기 때문에 조약은 효력이 없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하여 진짜 국새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
또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둘러싼 정부내의 이견에 따른 갈등 등을 다룬다.

영화는, 도입부에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간의 각종 국제분쟁에 대한 사실적인 언론의 보도내용을 모자이크 처리하면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긴박한 국제문제를 부각시키려 한다.

그리고 첫 장면인 경의선 도라산역 개통식에 북한 국방위원장을 나타내 보임으로써,
영화의 줄거리에 남북한간의 커넥션을 기대하게 하지만 (제목도 [한반도]이고), 국방위원장의 역할은 거기서 끝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 사실 영화의 내용으로 봐도 - 이 영화는 제목이 굳이 [한반도]일 필요는 없는데,
아마도 [왕의 남자]와 같이 마케팅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한반도]의 가치를 높여 주는 것은 탄탄한 출연진.
조연보다도 비중이 낮은 배역에 톱스타들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이다.
고종과 명성황후 역의 김상중과, 강수연은 물론, 두번의 씬에 나오는 독고영재, 그리고, 딱 한번 나오는 김성원까지...
그들은 영화전개상 스쳐가는 역임에도 특유의 탄탄한 연기로 열연을 함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특히, 명성황후의 강수연은 짧은 출연시간에도 그녀의 카리스마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나는 강수연이 연기한 명성황후가 시해당하는 장면을 보며, 내가 보고있는 영화가 [한반도]가 아닌,
[명성황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명성황후가 살해당하는 장면에서 객석을 짓누른 얕은 신음소리에서, 비단 나만의 느낌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민족의 울분... 정작 영화 전체에서 보다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조재현과 차인표는 여러번 같이 공연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홍콩을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 에서도 같이 나왔고, [목포는 항구다]에서도...
그런데, 두 사람 중에서는 항상 조재현의 비중이 높다.  그 이유가 이 영화에서도 나타난다. 

조재현의 연기는 리얼하다.  키는 작지만, 그가 좋은 배역을 맡는 것은 그의 표정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차인표와 가장 비교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차인표는 참 성실한 연기자로 인정받고 있다. 내가 봐도 그는 늘 자신의 역에 최선을 다 하고, 열심인거 같다.
그럼에도 그가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 뭔가가 조금 부족한 느낌을 주는 - 이유가,
나는 그의 표정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의 표정은 뭔가 단순하다. 특히 톤이 높은 대사 처리시 그의 입 모양은 나에게는 늘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이건 나만의 느낌일까... 

[한반도]는 런닝타임이 147분이다.
누구는 조금 짧았으면 좋았을거 같다고 말 하기도 하는데, 나는 지루함을 느끼지 못 했다.
전체적으로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국정원 상황실, 전투기의 기지 발진 장면, 동해상의 함대의 대치 등,
이젓저것 욕심을 많이 낸 느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스케일도 컸다.
그 정도면 자동차나 폭발물 등으로 괜히 요란하게 부산만 떠는 외국의 첩보물에 비해 스릴러로서도 좋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비슷한 상황을 이원영상 처리하여 교차 편집한 것.
고종의 질타에 현재의 각료들이 고개를 숙이고, 현재의 대통령과 과거의 대감들이 대화하는 듯한 연출이
재미와 흥미를 더 했다.

모두에 말한 바와 같이 이 영화는 해석하기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강조한 것도 같고, 또 어찌보면 보수를 수구로 몰며 진보를 주장하는거 같기도 하다.
특히, 하필이면 요즘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일간의 불협화음과 대비하여
현 정부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강우석감독은 절묘한 방법으로 이런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는 최소한의 탈출구를 만들어 놓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  민족의 자긍심에 가치를 두는 대통령과, 국제무대 속에서 한반도의 현실적 생존방안을 주창하는
총리와의 마지막 이념공방을 각각의 입장에서 강조하고, 결론의 도출없이 관객의 판단에 맡김으로써,
비난의 중심에서 비켜서려 했다.


사족 하나.

영화 속 대통령 집무실에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는게 눈에 띈다.
즉, 영화 속 대통령인 안성기는 노무현대통령의 후임 대통령인 셈.

그렇다면...  혹시 대권주자의 한 사람인 박근혜 캠프에서 항의가 있지 않을까???
왜 노대통령의 후임 대통령이 남자여야 하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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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가족들과 들르는 영화관에서 적립된 포인트를 사용하라는 메일이 왔었다.
영화관람권과 교환을 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유효기간이 5월27일로 되어 있다. 그것도 평일에 한 한다네...
어..?? 그럼 볼 날이 벌로 없잖아...   그래서 어제 낮에 혼자 그 영화관을 찾았다.
순전히 무료관람권 썩히기 싫어서.
한심하다면 한참 한심한거고, 알뜰하다면 또 무지 알뜰하게 산다.


영화관에 도착한 시간에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를 찾은게 이 영화 [짝패]다.






뭐 특별한 건 없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매번 잘 알려진 배우들의 잘 짜여진 연기를 보다가
다소 생소한 연기자들의 조금은 투박하고 거친 연기를 보니, 오히려 리얼리티가 더 사는 느낌이다.

주연인 정두홍은 충무로에선 잘 알려진 액션영화의 무술지도사범.
그가 직접 출연한 영화를 몇 편 보긴 본거 같은데, 주로 비중이 낮은 역이기에 기억에 없고,
이번에 확실히 머리 속에 들어왔다.

류승완감독 역시 잘 알려진 액션 전문 감독.
마찬가지로 그의 연기도 처음 보는데,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다.
내가 보기엔 오히려, 늘 어딘가 오버하는 느낌을 주는 동생 류승범보다 한수 위인거 같다.
여린듯 하면서도 반항아적인 카리스마도 있고...
글쎄... 제임스 딘의 이미지가 느껴진다면 좀 오버하는건가...  하여간 내 느낌은 그렇다.

돋보이는건 이범수다.
[오브라더스]에서 이정재의 정박아 이복동생으로 분한 순박한 이범수와,
[음란서생]에서 음란삽화를 그리는, 강한 듯 하면서도 어리숙한 외강내유의 포도군관 이범수.
그리고, [짝패]에서 비열한 양아치 두목 이범수는 각기 다른 개성이 있다.
그렇게 순수하게 느껴지던 큰 눈망울을, 흰자위가 드러날 정도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깐죽거리는 대사를 함께 붙이니, 그렇게 야비할 수가 없다.

[짝패]는 광고컨셉 그대로 액션활극이다.
코미디영화나 액션영화를 논리적으로 접근하는건 무리다.
이런 류의 영화는 만화를 보듯 즐겨야 한다.  만화를 보는데 무슨 논리가 필요한가. 

이 영화는 특별한 줄거리가 없다. 그냥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는거다. 
머리를 쓰면서 봐야 할 번거로움도 없다.  또, 그 흔한 키스씬 하나 없다.
그저 싸우는 영화다. 그것도 만화처럼 무수한 적과 단 둘이 황당하게 싸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머리 쓰면서 보는 사람에겐 정말 유치하고 재미없는 영화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보면 재밌게 시간은 잘 간다.

비위가 약한 여자들은 안 보는게 낫다. 칼로 하는 싸움은 좀 섬뜩한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1:1 결투방식을 한가지 보여준다.

어릴 적 죽마고우였던 왕재와 필호의 결투장면.
두 사람의 손을 악수하듯 잡은 그 상태에서 강력하게 테이핑을 하고 대결을 벌이는 방식.
서로 손을 맞잡고 있으니 도망가지도 못하고 서로의 사정거리 안에서 결판을 내는 거다.

이거... 또 앞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거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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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어월(Fire wall)은 방화벽이다.
전산망에서 외부의 해킹을 방지하기 위하여 설치한 접근방지 차단막을 뜻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해리슨 포드는 은행 전산망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전문가이다.  
그의 임무는, 은행 고객 계좌에서 전산을 이용한 불법 인출을 노리는 해커들이 고객계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고도의 전산 보안시스템으로 전산망을 강화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은행을 털려는 집단들과 지키려는 자의, 흔한 대결구도다.

단지 종전의 은행강도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직접 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 은행원들을 협박하여 돈을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보안책임자의 가족을 인질로 삼아, 보안책임자가 직접 전산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여
갱들의 계좌로 빼내게끔 한다는 것이다.

가족을 인질로 잡힌 해리슨포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개발한 전산 방어벽을 하나하나 뚫고 나가
갱들의 계좌로 예금을 인출하지만,  다시 어찌어찌 하여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갱들을 물리치고 돈을 원위치 시킨다는...
뻔한 미국식 영웅주의의  얘기다.

잔잔하게 남는 것도 없고, 여운을 되새겨 볼 것도 없는 영화.
하지만, 할리우드는 할리우드다.
뻔한 얘기를 가지고 시간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드는게 그들의 강점이다.
파이어월도 그렇게 만들었다.

또 하나,  이런 영화에 어울리는 배우 - 해리슨 포드.
그의 표정연기는 늘 똑같은데도 독특하다.

특히, 그의 눈빛.  
언제부턴가 그의 눈빛은 강렬함에서, 
언뜻보면 애절하고, 어찌보면 어딘지 억울한듯 하면서도,
뭔가를 생각하면서 지키고 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진 눈빛으로 변해 갔다.
그것은 강자의 자신만만한 눈빛이 아니라, 힘이 부치더라도 해보겠다는 약자의 염원과 의지가 담긴 눈빛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심을 느끼게 하면서도, 왠지 믿어야 할거 같은...

[도망자]에서도 그랬고, [인디아나존스], [식스데이 세븐나잇], 그리고 [에어포스 원]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영화 포스터의 메인카피는 이렇다.
[ 난공불락의 방어벽 1억불을 건 죽음의 대결 ], [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숨막히는 액션이 온다! ]

그런데, 난공불락이 아니다.  자기가 만든거니까.
심장이 터질 정도의 숨막히는 긴장은 아니고...

재미는 있다.  
하지만, 극장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고,  특별한 일이 없는 연휴에 비디오로 보면  재밌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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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여러가지 구도를 참 절묘하게 엮어 놓았다.
영화의 두 축은 [광대와 왕]이다.
이 두 축을 중심으로, 모친의 죽음에 대한 왕의 빗나간 복수가 있고,
이러한 정신나간 왕에 대한 역모가 있고,
그리고 여기에 제목에서 느껴지는대로 사극에서는 보기 드물게 동성애가 결합되어있다.

한국 영화사에 연산을 테마로 한 영화는 많았다.
연산의 파트너였던 장녹수 또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여인이었기 때문에
둘은 서로 주연과 조연을 주고받으며 많은 감독과 연출자들에게
인기있는 역사 속 인물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연산에게 동성애라는 새로운 설정을 시도했다는 점.
장녹수 밖에 몰랐다는 역사 속에서 연산이 커밍아웃을 한 것이다.


배우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 감우성

솔직히 나는 그 동안 감우성이라는 배우에 대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배용준 같이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만한 깨끗한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동건 같은 선이 굵은 외모도 아니다.
본인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잘 생긴 외모이긴 한데, 쉽게 물리기 쉬운
깊이가 엷은 미남이라고 할까... 그의 영화를 몇번 본 기억은 나지만,
감우성과 카리스마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에서 그의 카리스마를 보았다.
감우성도 이런 선이 굵은 연기를 할 수 있구나... 하고.
그의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감우성 본인은 물론, 한국영화계나 팬의 입장에서도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입가에 흉터를 가미한 분장도 일조를 했을 것이다.

마지막 씬 이나 다름없는,
두눈을 잃고 마지막 줄을 타며 읊조리는 그의 대사와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그가 맡은 극중인물 장생은 극에서는 비록 짧게 생을 마쳤지만,
감우성은 장생의 연기를 통하여 배우로서 長生의 문을 연 것 같다.


* 정진영

언뜻보면 이 영화에서 정진영의 연기는 평범하다 못해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힘든 연기를 잘 표출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 중에 내면연기가 가장 힘들다고 하지 않는가.

정진영은 가슴이 비어있는 연산의 모습을, 텅 빈듯한 공허한 눈빛과 허탈한 웃음,
그리고 위엄없이 흩어져 나오는 양아치적 말투로 잘 표현하고 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일부 대사의 톤이 [황산벌]의 김유신을 연상케 한다는 것.


* 이준기

정말 아름다운 남자. 이조실록에 의하면 그가 맡은 [공길]은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실존인물 공길도 이렇게 아름다운 미남이었을까... 궁금해지는 것 만으로도
그의 연기는 성공한게 아닌가 싶다.

신분이 극과 극인 두 남자 사이에서 번민을 하며 신분이 극에서 극으로 수직상승하는
공길의 애절한 눈빛을 보며, 안방극장에서 보던 이준기와는 전혀 다른 이준기를 느꼈다.


* 장항선

장항선의 선이 굵은 연기야 이미 정평이 나 있으니, 연기에 대해서는 말이 필요가 없고,
이 영화에서 내가 장항선에 대해 새로운 매력을 느낀 것은 그의 발성이다.
강한 쇳소리와 같은 짙은 허스키 음성만으로 그는 궁중에서 잔뼈가 굵은
노(老)내관의 경륜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이 영화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시도가 있다.

먼저, 이 영화는 광기어린 폭정으로 옥좌에서 물러나는 연산을 그린 사극이며,
세 남자의 동성애적 삼각관계를 그린 멜로물이며,
광대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서민극이다.
그리고, 동 시대 신분의 극과 극인 천민과 왕의 대결구도를 담은 시대극이기도 하다.

영화의 대사도 흥미롭다.

서민들의 대화체와 궁중내의 대화체는 여느 사극과 별반 다를게 없지만,
왕과 장녹수의 대화를 들어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조시대 왕과 후궁의 대화가 아닌,
마치 현재를 사는 신세대 부부의 대화 같다.
녹수의 왕에 대한 호칭도 '당신'이며,
장녹수가 왕에게 하는 말투도 '우리 애기 젖먹고 싶어??' 하는 식이다.

미천한 광대가  '개나 소나 갖고 노는 왕' 이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반면 장생은 '아무나 갖고 노는 왕이라면,  갖고 놀 생각도 안했다.' 는 대담한 말을 한다.
민심은 이미 왕에게서 등을 돌렸지만, 그래도 아직 왕의 권력은 살아있음을 일깨워주는 대사다.

장생은 자신이 올라있는 줄을 가리켜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반허공]이라 한다.
분명 허공에 있음에 뭔가 발목을 잡는 것이 있는 것일까.
장생이 일컫는 하늘은 왕에 의한 권력의 상징이며, 땅은 미천한 천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권력과 천민의 중간에서 그들은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있는 것이다.

실제로 장생은 두눈을 잃은 다음 줄위에 올라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잃을게 없다.  두 눈이 안보이니, 이제 반허공이 아닌 허공일세...'
잃을게 없으니 비로소 지유로워진다는...    

엔딩씬인 장생과 공길이 줄에서 힘차게 도약하여 두 다리를 하늘로 쭉 뻗어올리는 장면은
다른 세상을 향한 신분의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이 아닌가 싶다. 
  

줄거리를 갖춘 영화 속에서, 영화의 줄거리와는 별도로 광대를 소재로 한 영화답게,
남사당패의 신명나는 여섯마당인 풍물, 버나(접시돌리기), 살판(재주넘기), 어름(줄타기),
덧뵈기(탈춤), 덜미(인형극)를 모두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감우성의 대역으로 공중점프 줄타기의 멋진 연기를 보여준 사람은 줄타기 경력 30년이라고 한다.

감독은 남사당패의 여섯가지 놀이를 영화의 구성에 맞춰 알맞게 배치하여
관객의 보는 즐거움을 더 했는데,
여기에 보너스로 [패왕별희]와 같은 중국 경극의 맛 까지 보여 준다.
특히, 인형극과 그림자극을 통하여 연산의 흔들리는 심리를 보여준 것은 참 인상적이었다.


제작비 44억으로 3개월만에 촬영을 마친 영화 [왕의 남자].
같은 씬을 3번이상 찍지 않았다는 영화. 

먼저 개봉된 제작비만 150억 이상이 들었다는 [태풍]과 비교해보면,
주연급의 무게감이나 제작규모에 많은 차이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쫒겨난 것이 1506년이니, [왕의 남자]는 정확히 500년 전의 이야기이다.
이조실록에 단 한줄 나와 있다는 광대에 대한 이야기에서 50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이렇게 탄탄한 줄거리를 뽑아낸 작가와 감독의 상상력과 창조성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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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성공요인은 일단 재밌어야 한다.  
재밌어야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고 소문이 난다.
유치한 영화도 재미가 있으면 일단 끝까지 지켜본다. 
아무리 감동적인 영화라도 재미가 없으면 보다가 눈이 감긴다.
영화를 평하는 기준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공통적인 평가는 재미로 할 수 밖에 없다.
 
[가문의 위기]는 일단 재밌다.
그런 의미에서 반은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조폭영화 트렌드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화려한 액션 못지않게 대사를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몇년 전부터 영화는 독특하거나 화려한 말의 유희로 관객을 잡고 있다.
요즘 히트작인 동막골에서는 순박한 강원도 사투리가 영화의 감칠 맛을 더했고,
황산벌에서는 사극영화 최초로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관객을 사로 잡았다.
조폭영화에서도 단순한 욕이 아닌, 코믹하고 걸쭉한 육자배기가 영화의 보는 재미에 듣는 재미를 가미시키고 있다.  

두번째는, 조폭영화의 구도 변화다.
종전의 주먹영화가 단순한 건달들의 대결구도를 그렸다면, 최근의 조폭영화에는 꼭 조폭과 상반되는
신성화된(?) 영역이나 그 구성원이 조폭집단과 대칭을 이룬다는 점이다.
[달마야 놀자]에서는 절의 스님들과 대칭을 이뤘고,  [두사부일체]에서는 학교가,
[목포는 항구다]에서는 경찰이,  그리고 [가문의 영광]에서는 사법연수원생을 대칭점의 맞은 편에 세웠다.

세번째 특징은, 그 대칭점의 존재에 영향을 받은 개과천선형 조폭을 통해 구제불능성 악질 조폭을 제압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구도다.

네번째는, 조폭을 많이 희화화(戱畵化) 한다는 점이다.
종전의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조폭의 세계에 단순무지한 충복을 등장시킴으로써,
조폭 내부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기본심성이 순박한 계층의 전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실제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실 조폭집단이라고 그 안에 순수한 웃음이 전혀 없겠는가.

[가문의 위기]에서도 예외없이 위의 특징들이 다 살아있다.
영화 초입부에 등장하는 비뇨기과 여의사의 걸러지지 않은 직설적인 표현부터 시작해서
김수미와 탁재훈, 정준하의 대사는 이 영화 재미의 핵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엔 순진한 조폭의 대칭점에 현직 여검사를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다,
결국 또다른 악질 조폭과 야합한 더 악질 검사를 한번에 제압하는 구도다.

이 영화에서 탁재훈과 정준하의 연기는 뛰어나다.  폭이  단순하고 오버하는 느낌을 주는 김원희를 능가한다.
그중에서도 (정준하야 원래 개그맨 출신이니 개그 자체를 연기로 볼 때) 탁재훈의 연기 입문은 성공이라고 본다.
물론 촬영과정에서야 무수한 NG가 있었을테고 고생을 많이 했겠지만,
완성물만을 놓고 볼 때 그의 표정연기와 대사처리는 대단했다.

그런 것을 보면 임창정을 대표로 하는 요즘의 일부 엔터테이너들은 정말 만능인거 같다.
일부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져 전반적인 연기의 질 저하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재능있는 만능 연예인의 등장은
많을수록 오히려 기존의 각 부문에도 자극을 줄 수 있어 경쟁을 통한 발전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기획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캐스팅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아닐런지...   

요즘 영화를 보면 깜짝 까메오의 등장이 많다.
[황산벌]에서 신현준과 김승우가 깜짝 출연으로 관객을 즐겁게 했고,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남극일기]의 두 주역인 송강호와 유지태가 깜짝 악역으로 나오더니,
이 영화에서는 정준호가 잠시 얼띤 모습을 보여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스쳐지나가는 역에 톱스타를 얼핏 보여주는 것은 팬서비스 차원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꼽는 이 영화의 압권은 김수미 세아들의 목욕탕 씬.
삼형제가 반신욕을 하듯 나란히 앉아있는 뒷모습이 보이는 순간 관객은 모두 웃음으로 자지러졌다. 
보통 조폭들의 등에 있는 문신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1인1색으로 자리를 잡는데,
이 가문의 삼형제는 셋이 나란히 앉았을 때 호랑이 한마리가 완성된다.
맏이인 신현준의 등엔 호랑이 머리가, 둘째 탁재훈의 등엔 몸통이, 그리고 막내 임형준의 등엔
엉덩이와 꼬리 부분이 그려져 있다.
살아도 죽어도 삼형제가 같이 한다는 형제의 결연한 의지가 잘 드러난,  정말 감독의 기가막힌 재치다.


[가문의 위기]는 유치한 영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걸 따지지 말자.   모든건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각자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냥 영화일 뿐이다.

모든 예술에는 각자가 추구하는게 있다. 
내가 유치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 영화를 재밌게 본 모든 사람들이 다 유치한 것도 아니고,
그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수준이 낮은건 더더욱 아니다.

모든 것이 다 각자가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임을 존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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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맛있는 영화를 봤다.

[웰컴투 동막골]과 [박수칠때 떠나라]를 놓고 어느 것을 볼까... 생각하다
처음부터 보고싶었던 [웰컴투...]로 표를 끊었는데,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아주 잘 한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웰컴투 동막골]은 감동이 느껴지는 영화다.
그러면서 이 영화에는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알맞은 코믹과, 적당한 액션이 있다.
대다수의 많은 감동을 주는 영화가 잔잔한 물결같이 시종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거나,
애닯은 서정적인 요소로 눈가의 눈물을 유도하며 감동을 주려 한다면,
이 영화에는 도랑물과 같은 웃음과 하천과 같은 잔잔함과 폭포수와 같은 힘이 혼재되어
감동이 느껴지게 한다.

등장인물도 참 재밌게 구성되어 있다.



다소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끈질기게 마음을 열지 않는 신하균.
감독은 간간히 그가 마음을 닫고 지내는 이유와 그의 본성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미를 보여줄 뿐,
시종일관 그에게 닫힌 침묵을 요구하다 영화 끝에 가서야 그의 마음을 풀어준다.



[카리스마]라는 단어는 무게를 잡아야 제 멋이 난다.
정재영은 어깨의 힘을 뺀 정감있는 카리스마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군 장교인 그는 국군인 신하균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양극단의 두 적대적집단을
중립지역인 동막골로 용해시켰다.



예쁘게 미친 강혜정. 
우리가 생각하는 [미친]의 개념은 공포스러운 광기가 있거나, 정신을 잃은 실성이다.
동막골에서의 강혜정은 마을의 마스코트이며 천사다.
마을사람 아무도 그녀를 기피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강혜정은 해맑은 표정과 순박한 강원도 사투리로 영화의 갈등국면을 잘 풀어주고 있다.



그외, 임하룡의 능청스러우리 만큼 진지한 연기도 그가 단순한 과거의 개그맨이 아님을 보여 주었고,
뺀질이 국군병사와 당찬 북한병사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 영화 최고의 주연은 동막골 주민이라고 생각한다.
어쩜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면을 표정에 잘 담아내는지...
어른들의 표정과 눈이 그렇게 살겹고 맑을 수가 없다.

또 한가지 내가 새롭게 안 사실은 강원도 사투리가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그 뿌리가 탄탄하고 상당히 정감있다는 것이다. 
동막골의 배경이 전라도나 경상도, 혹은 충청도 였다면 아마 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받았던
그런 동막골의 평화로운 감흥을 못 느꼈을지도 모른다.

굳이 옥의 티를 잡자면, 멧돼지가 등장하는 C/G장면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점.
또 몇번 고비마다 등장하는 역시 그래픽으로 작업한 나비떼는 환상의 마을같은 동막골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불만은 없다.      
      
수려하면서도 깨끗하게 펼쳐지는 주변 자연경관, 
평화스러운 이미지로 잘 만들어진 동막골 세트,
밤길을 밝히는 초에 씌우는 해학적인 모습의 갓,
마을사람들의 평온한 표정과, 투박한 듯 하면서 정감있는 사투리...
이런 요소들을 잘 담아낸 아름다우면서도 깔끔한 영상.
 
동막골은 한국영화가 만들어 낸 네버랜드(Neverland)다.

오히려 네버랜드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나라인데 비해,
동막골은 우리나라 깊은 산속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마을이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의 폐광촌을 100일간 10억을 들여 만들었다는 촬영장소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주인공 이름을 끝까지 모르면서 보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
모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그리고 몇 번을 봐도 물리지 않을 영화.
이런 영화가 우리가 만들어 낸 우리 영화이기에 더 기쁘다.

스테디셀러에는 다 이유가 있다.
모든 칭찬이 아깝지 않은 정말 맛깔스러운 영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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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와 대학시절 동시상영 영화관을 본 적이 있었다.
변두리의 극장중에는 조금이나마 관객을 끌기 위해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동시상영 영화관이 있었는데, 모두가 개봉관을 거쳐 한참이나 철지난 영화들이었다.

어제 밤, 그 옛날에도 보질 않았던 동시상영 영화를 봤다.
그때와 다른 점은 개봉관에서 개봉작을 동시상영 한다는 점이다.

가족들과 심야영화를 보기로 하고 인터넷 예매를 하려다 보니,
메가박스에서 두편의 영화를 동시에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개봉작인 [친절한 금자씨]와 [스텔스]를 연속 상영하는데, 가격은 두편에 만원.  

밤 11시40분에 시작하여, 한편 방영 후 20분의 휴식시간을 갖은 뒤 또 하나가 끝나니 새벽 3시50분.

그 건물에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업소가 있으니 어차피 에어컨은 가동시켜야 하고,
영화는 불 끄고 틀어주는 것이니 전기료가 별도로 들어가지도 않을테고,
흥행이 별로일거 같은 영화 한편 끼워 놓고 3천원을 더 받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녀 연인들 입장에서 봐도  2만원을 주고 한밤에 4시간 이상을 지루하지 않게
나란히 앉아 있을 곳도 흔치 않다. 
특히 성격이 내성적이라 대화에 약한 연인들에겐 더없이 적격이고, 
코스트도 싸게 먹히는 데이크 코스다. 

그래서 그런지 좌석이 꽉꽉 찼는데, 저 젊은이들은 집에다가는 뭐라 그러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내가 너무 고루한건가...???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 ... 박찬욱감독의 영화는 나와는 안 맞는거 같다.
나 자신의 취향이 컬트무비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찬욱감독의 작품세계가 매우 독특하고 대단히 창조적임은 안다.
그에게서 영국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상된다고 하면 그릇된 판단일까 ???

속에 악마를 품고 있는 천사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이영애의 캐스팅은 이해가 되는데,
최민식의 캐스팅은 의외다. 
꼭 최민식이 아니었어도 될... 흥행을 위한, 
[올드보이]의  [박찬욱과 최민식]의 효과를 노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줄거리의 분위기와 맛을 살리기 위한 짙은 색조의 영상이 괜찮았다는 생각.
그리고, 영화를 보며 송강호 유지태等 톱 까메오를 찾아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  




[스텔스]는  왜 이 영화가 동시상영의 한 편이 되는지가 쉽게 이해가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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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력있고, 멋있고, 섹시미 넘치는 두 배우의 만남.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했던건 순전히 캐스팅 때문이었다.

[브래드 피트]는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해도 멋있다.
이번의 짧은 머리도 그의 매력을 순수하면서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안젤리나 졸리] 역시 몸 전체가 매력이지만, 특히 그녀의 입술엔 묘한 분위기가 있다.
어찌보면 윗입술과 아랫입술의 균형이 안 맞는거 같은데,
도톰한 아랫입술의 가운데 수직으로 갈라진 것이 도톰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것도 성형수술인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샤론 스톤]이 갖추지 못한 지적인 이미지에
더 육감적인 매력을 풍기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재밌게 느낀 것은 할리우드 영화의 상상력이다.
스케일이 큰 웅장한 상상력도 이따금씩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이 영화는 또 다른 의미에서 흥미를 느낀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어떻게 이렇게 잡을 생각을 했을까???

두 사람은 각기 전문 킬러다.
우연히 만나 사랑을 느끼고,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결혼을 하지만,
본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쉽게 부부의 권태기를 맞는다.
그런던 중, 두 사람의 결합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각기 속한 조직으로부터 서로에 대한 제거 명령을 받는데...

자기 집 안에서의 둘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벌이는 사투는 정말 압권(?)이다.
여기서 압권이라는 의미는 이 부분에서 현실성을 갖고 영화를 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서로를 죽이기 위한 사투 끝에 두 사람은 꺼져가던 서로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같이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로 한다.
두사람이 거대한 조직으로 부터 쫒기는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면서,
이제 영화는 본격적이고 정통적인 할리웃 액션으로 돌아선다.

그 시점부터는 뻔한 액션 영화를 흥미롭게 보기 위한,
영화를 즐기는 나의 관점도 바뀌기 시작한다.

감독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엄청난 조직의 추적자들이 비오듯 퍼부어대는 온갖 첨단 무기의 살벌한 공격에서
이 두 사람을 끝까지 살려냄으로써 영화를 역시나... 하는, killing time용 만화영화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두 사람을 죽임으로써, 오락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여운을 남길 것인가...

왜 그런게 있지 않는가...
좀 유치한 수법이기는 하지만, ending scene 으로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미소로 바라보며 죽어가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 했던
서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는...

재밌는건,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 하면서도,
영화의 마지막을 즐기는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그래도 두 사람이 살았으면... 하고,
만화영화를 바라고 있더라는 거다.

그런걸보면 나도 나도 많이 단순해 졌다.

사족 : 이 영화를 보실 분은 O.S.T 를 귀담아 들어 보시길 권유한다.
아주 독특한 리듬이 감칠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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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도 되기 전 유지태가 범인이라는 내용이 인터넷에 떠돌던 영화.
그래서 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시 유지태가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며,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고 해명까지 한 영화.

아마 실험영화를 제외하고 내가 본 영화중 출연인물이 가장 적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출연인물 총 7명. 환영 속에 나오는 아이까지 하면 8명.
그리고 배경이라곤 모두 눈. 뉴질랜드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는데,
이런 영화의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새삼 호기심이 든다.

南極日記는 남극탐험대가 원정도중 일어나는 미스테리극이다.
미스테리극은 미스테리를 제공하는 어떤 계기와, 미스테리한 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극중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영화의 묘미를 좌우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南極日記는 좀 기대에 못 미친다.
영화는 초반에 우연히 발견한 (80년전인지 100년전인지 좀 헷갈리는데)
영국탐험대의 원정일기를 미스테리의 계기로 제공한다.
인원 구성에서부터 영국탐험대와 영화 속 남극탐험대의 상황을
우연인 것 처럼 일치시켜 나간다.

영화는 유지태를 통해 영국탐험대의 남극일기에서 뭔가 의혹을 제시하고,
관객들에게 다가올 상황에 대한 예측과 호기심을 갖게 하려 하는데,
여기서 좀 궁금하면서 아쉬운게 있다.
유지태는 늘 남극일기의 그림에서만 의혹을 제기할 뿐 일기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극중에서 영어를 모른다거나, 일기장이 완전 파손된 것도 아닌데...
일기의 내용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미스테리의 본질이 뭔지를 모른다.
그리고 본질을 모르니 풀어나가는 과정도 없다.
그저 목표에 대한 집착과 죽은 아들의 환영에 사로잡힌 탐험대장의 광기가
미스테리의 본질이고, 대원들은 거기에 끌려 다닌다.

한정된 공간 속에 한정된 인원만이 등장하는 이런 類의 영화는
등장인물간의 팽팽한 갈등구조가 흥미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南極日記는 그게 약하다.
구성원들이 자칫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서로 유지해야 하는데,
대원들은 카리스마 강한 대장 송강호에게 제대로 대항을 못한다.

너무 쉽게(?) 조난을 당한 대원이야 버리는 카드라고 쳐도,
처음으로 송강호에게 대어들던 대원도 간단히 제거된다.
그리고, 비교적 합리적인 사고로 송강호를 설득하려던 부대장 역시
너무 무기력하게 제압당한다.
유일하게 송강호에게 대립각을 세울 권한이 주어진 유지태도 영화 종료 5분 전
너무 늦게 맞짱을 뜨다 보니, 전체적인 긴장감이 덜 하다.

그나마, 그래도 관객들의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시킨 채, 집중토록 한 것이 성과랄까...

[살인의 추억], [효자동 이발사] 等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묘사한
송강호의 연기는 그 폭이 상당히 넓어지는 느낌이다.
굳이 한가지 꼬투리를 잡자면 대사 처리中 낮은 톤의 억양이나 음색이
[쉬리]를 생각나게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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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과학수사를 표방한 영화.
그러나 실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 포스터가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한 영화.

출연자의 면면을 보면 남자 연기인의 밸류가 괜찮은 편이다. - 차승원, 박용우, 지성.

차승원은 그간 출연했던 배역에서 코믹배우의 캐릭터가 굳어져
이번에 연기와 이미지 변신을 꾀한 흔적이 많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
화면 빈도수가 굉장히 많은 주연으로서 극 전체를 끌고 나가는 전체적인 카리스마가 약하고,
지능적인 연쇄 살인사건을 쫒는 수사관으로서의 집요함과 섬세함을
표정에 담아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어딘지 유약하다.

특히, 그의 대사 처리 능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왜 그가 아직도
코믹 영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그가 좀더 큰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는
억양과 발성법을 더 익혀야 할듯.

오히려 박용우의 경우 전체 상영시간에서 보여지는 빈도수는 낮지만, 카리스마가 더 돋보인다.
차승원과 박용우의 대사 처리 능력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듯.
그것은 단순히 목소리가 좋고 나쁨만의 차이는 아니다.

지성은 이 영화의 포스터에 차라리 [우정출연]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이롭지 않았을까?
한 마디로 그는 이 영화에서 조연도 아닌 평범한 출연자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의 전반적인 구성도 탄탄한 맛이 없다.
중간중간 빠르고 긴박한 느낌을 주기 위한 노력은 보였지만, 그것은 단순한 기법일 뿐,
연출력이라고 평하기에는 어딘가 궁색해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차승원이 자기 아버지의 이중성이 드러날 수 있는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는 증거를 바다에 버려 가문의 명예를 지키려 하듯,
이 영화 역시 끝부분이 두리뭉실 마무리되는 아쉬움이 있다.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이 주인공의 캐릭터와 일치하는,
기대를 다소 맥빠지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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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3 이 되는 딸아이 스트레스도 풀어줄겸, 그리고 옛 향수에 젖어보고 싶기도 해서
집사람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맘마미야]를 보고 왔습니다.

1년에 상하반기 한편씩 적어도 두번은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보려고 노력하는데,
2004년 상반기 의무방어전을 일찍 마친 셈이죠.

결론은 아주 좋았습니다.
줄거리는 별게 없는데, 어차피 줄거리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었기에
아쉬움보다는 만족감과 흥겨움이 더 컸습니다.

이미 우리 젊은시절의 전설이 되어버린 그룹 [아바]의 주옥같은 곡들을
안무와 함께 감상할 수 있었던게 너무 좋았어요.

맘마미야는 1999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각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공연중인
빅히트 뮤지컬인데, 일본에서는 작년 11월에 막을 올려 이미 7개월분의 표가 매진될 정도랍니다.
우리나라가 9번째라고 하더군요.

제가 이 공연을 보기 전 궁금했던 것은, 국내공연을 앞두고 訪韓한 아바의 리더이자
아바의 모든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맘마미아의 노래 선곡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아바 멤버 비욘 울베이어스의 반응이었습니다.
일단 매스콤을 통해 전해진 반응은 [만족]이었다는데, 울베이어스가 만족한 수준이
어느정도였는지가 궁금했죠.

아마츄어인 제가 봐도 전반적인 가창력은 괜찮은거 같더군요.
모든 노래를 극중 의사전달을 위해 한국가사로 개사를 했는데,
사실 대사형태로 개사한 노래 부르기가 쉬운건 아니거든요.
박자나 리듬이 조금씩 어긋날 수가 있는데 몇군데를 제외하곤 무리없이 소화가 잘 된거 같아요.

그중에서도 주인공인 도나役을 맡은 박혜미氏는 정말 멋지더군요.
음색, 발성, 그리고 댄스까지... 그 매력에 푸욱~ 빠졌습니다.
주인공인 도나役은 더블 캐스팅인데, 박혜미氏는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늘씬한 롱다리 타냐와 귀여운 숏다리 로지를 도나의 친구로 결합한 것도
아주 절묘했고요.

흥미로왔던 부분은 무대장치였습니다.
아주 단순한 하나의 세트였는데, 그것을 절묘하게 변환시키면서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더군요.
맘마미야가 공연됐던 나라들 중에서 가장 첨단기술이 도입됐다고 합니다.

극이 끝나고 출연진 인사에 이어진 뒷풀이도 좋았습니다.
전 출연진이 나와 [댄싱 퀸], [맘마미야], [하니하니]를 부르며 群舞를 추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스탠딩 콘서트 분위기로 돌아버리더군요.
객석의 관중들도 같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함께 호흡하는 모습이 흥겨웠어요.
여고생들이 교복을 입고와서 손뼉을 치며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시대의 음악에 이 시대의 10 대들이 함께 호흡해 주는게 왜그리 반갑던지요.

굳이 아쉬웠던게 있다면,
우리가 알고있는 ABBA의 주요 곡들이 거의 망라되었는데, [엘 에스 두]가 빠진게 좀 아쉬웠고,
전체적인 짜임새는 조금 약한듯 합니다.

공연 첫날인 1월25일 두번의 curtain call 이 있었다는 보도를 보고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어제는 관객들이 욕심(?)을 많이 안부리더군요.
열심히 박수를 치면서 많이 아쉬워했던 대목이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면서 CD를 구입해 돌아오는 차안에서 들어봤는데,
한국 공연내용이 아니고, 영국에서 공연한 오리지널 이더군요.
방금전 보고 들었던 감흥이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꼭 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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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가족들과 [바람의 파이터]를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실망.
스포츠신문에 연재됐던 방학기氏의 원작 만화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더군요.

우선 캐스팅 자체도 양동근이 소화하기는 중량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차라리 설경구가 어땠을까 싶었는데, 역도산 촬영중이라니...
아님, 야인시대에서 신마적역을 맡았던 최철호가 맡았으면 어땠을지...

스토리도 핵심이 없어요.
어정쩡한 멜로가 가미되어 이야기의 초점이 흐려지고,
그나마 그 러브스토리도 결말이 없습니다.
최배달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는데,
소시적의 어정쩡한 모습만 보일 뿐, 강한 파이터로 성장하는 삶의 모습과,
그후 극진 실전가라데를 전 세계에 뿌리내리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곁가지에 치중하다보니 본류를 놓친거 같더군요.

영화의 구성도 제가 보기엔 엉성합니다.
촬영기법이나 전개방법에 참신한 맛이 없더군요.


박스오피스 1위라고 하길래,
그리고 만화보다는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게 영상이기에
기대를 좀 가졌었는데,
어줍잖은 항일영화 이상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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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떠올린 첫 생각은,
이제 우리나라 스크린쿼터제 폐지해도 되겠다... 였습니다.

여지껏 본 한국영화중 최고의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질적인 면에서 최고라는건 아닙니다.
먼저 개봉된 [실미도]와는 영화의 맛이 다릅니다.
고기와 생선회의 맛이 다르듯 말입니다.
때문에 두 영화를 놓고 어떤 영화가 더 재미있냐... 혹은 더 잘된 영화냐...고 묻는건
의미가 없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스케일이 매우 큽니다.
장면장면이 화면을 꽉 채우고도 부족하다는 느낌.
첫 씬(scene)인 유해발굴 현장부터 화면을 압도하더니,
중공군의 인해전술 반격장면이 웅장하더군요.
그중 기차를 이용한 피난장면은 문득 [쉰들러 리스트]의 유태인 수송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전투장면도 상당히 리얼하게 처리가 되었습니다.
개인화기와 중화기의 폭발과 폭음에 대한 영상과 음향효과가 아주 실감이 납니다.

좀 아쉬운건 전투장면이 다소 많게 느껴진다는 점.
그러다보니 중간중간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질 수가 있더군요.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인데 전투장면을 10~15분정도만 줄였다면
오히려 아쉬운 여운을 느낄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전투장면의 리얼리티에 너무 욕심을 내다보니 클로즈업 씬이 잦았고,
또한 신체 사지의 일부분이 절단되는 장면의 중복이 다소 튀는 느낌을 주더군요.

[태극기 ...]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특징은 스토리전개의 도구가 전쟁이면서도
적과 아군에 대한 선악 개념이 없다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이데올로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쟁은 즐거리를 풀어나가는 매체일뿐,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리고 주인공들에게 있어 전쟁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칠 수 밖에 없는
과정일 뿐입니다.
적을 무찌르고 이기는 것 역시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한 수단일뿐
그들에게 그 이상의 공명심이나 영웅심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쟁의 목적이나 승리는 국가와 지휘관의 가치이고 목표일뿐,
국가로 부터 뭔가 하나라도 혜택받은 기억이 없는 병사들에게는
그저 얼떨결에 헤어진 가족만이 살아야하는 이유인거죠.

'일제시대에는 싸우는 이유라도 있었지... 도대체 이 전쟁을 왜 해야하는거야...???' 라는
대사 속에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의 한 축을 볼 수 있습니다.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진태(장동건)가 그토록 자기가 죽이려고 애쓰던 북한군 최정예부대의
소대장으로 변신하고, 다시 자신이 거느리던 북한군 부하들에게 총을 겨누는 것은
오로지 동생에 대한 끝없는 애정때문일뿐, 자신의 영달이나 이념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동생에 대한 진한 애정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생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무감각한 전쟁병기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동건의 연기,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만을 생각하는 형과, 그럼으로써 점점 비인간적인 전사로 변해가는
형에 대한 애증의 심리를 표현하는 원빈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특히 장동건은 이제 선이 굵은 연기자가 되었다는 느낌을 주더군요.

우리나라 영화음악의 발전에도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Ending OST가 마음을 촉촉히 적시네요.

[태극기 ...]는 [실미도]와 같은 특정인에 대한 실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 시대를 겪었던 많은 사람들의 실화이기도 합니다.

궁금한게 있습니다.
왜 제목이 [태극기 휘날리며] 일까???
전장에서의 비극적인 형제애, 가족애를 주 테마로 한 이 영화에서
태극기는 영화의 전개나 내용과 전혀 무관합니다.
그럼에도 감독은 왜 제목에 [태극기]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아마도 강제규감독은 분단의 현실속에서 이산의 아픔을 안고있는 우리 민족에게
태극기를 가족의 의미로 던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 영화를 학생들이 보아야 하는 이유는,
TV 뉴스를 통해 보이는 이산가족들이 왜 그리도 슬피 우는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



재밌습니다.
멜깁슨의 [패트리어트(늪속의 여우)]와 같은 전형적인 미국인 지들 영웅만들기...
[패트리어트]가 영국군과 맞서 싸우는 美 기병대장교 출신의 영웅담이라면
[라스트 사무라이]는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美 기병대장교 출신의 영웅담.

즐거리는 인터넷 사이트를 보시면 되는거고,
톰크루즈의 눈빛연기가 캡이고,
일본인 주인공(와다나베 켄 이라카던가???)의 카리스마가 짱 입니다.
노대통령에게 권하고 싶더군요.
비록 영화속의 인물이지만, 리더의 역할과 리더쉽이 무엇인지를 느껴보시라고.

일본의 정통 사무라이들은 참 멋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야꾸자로 변색되기 전에는...
그들의 [무사도]라는 것에 대해 한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년 전,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나찌의 유태인 학살을 소재로 한 [쉰들러 리스트]를 보고나오며
이 사람이 한국의 일제36년사를 영화로 만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도 비슷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일본의 사무라이와 같은 영화테마를 찾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선비정신이나 양반을 테마로 해서는 요즘같은 역동적인 화면의 스피드를 즐기는 관객에겐
어필이 안될거 같고.

산간마을에 위치한 사무라이 본거지의 풍광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벚꽃이 흐날리는 장면 역시 영상미의 극치.
그리고 이 영화가 미국사람이 만든 일본을 무대로 한 미국영화인지,
일본사람이 미국인을 캐스팅하여 만든 일본영화인지 바보같은 의문도 듭니다.

실미도를 보면서도 느낀거지만, 비록 영화속의 인위적인 설정임을 알면서도,
죽음에 대한 무모한 도전을 이성적인 무모함이라고 탓하면서
동시에 비장함이 느껴지는건...
그게 바로 감독의 역량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영화를 본 요즘의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액션만을 즐겼는지,
혹은 혹시라도 이런 메세지를 받진 않았는지 묻고 싶더군요.

[국가와 개인의 발전과 경쟁력을 위해 개방을 통한 세계화는 피할 수 없지만,
결코 동화되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민족의 혼과 정신은 지키고 계승되어져야 한다]
:



내용은 다들 아시죠?
한 30년전 실미도사건을 영화화한 것인데,
일본에서 시사회를 마치자 관객이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더군요.
너무 슬픈 영화라고...

영화가 끝난후 좌우를 둘러보니 눈물짓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한시대의 흉악범들을 미화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리고 역사는 항상 그당시의 당위성이라는게 있기때문에
그 당시 모든 결정권자들의 비인간적인 판단을 정당화하거나 증오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중요한건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사회악이었던 흉악범들을 너무 미화한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았던, 그리고 스스로도 몰랐었던
내면에 숨겨졌던 인간적인 면을 잘 끄집어낸거 같기도 하고.

암튼 잘 만들어진 영화인거 같아요.
특히 가까운 시대의 암울한 역사를 모르는... 아니 역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어 저도 제 딸아이에게 꼭 보라고 했습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영화자체만의 감상에 빠져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이나 기준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거죠.

영화 [실미도]에서는 위정자 혹은 권력자들의 변동에 따라
그들의 판단에 따른 무고하고 어이없는 희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줍니다.
결과만 놓고본다면 있을 수 없는 비인간적인 행위죠.

하지만, 역사는 항상 그 시대 그 시점의 상황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역사상의 의사결정에 따른 평가는 항상 그 시점의 상황을 기준으로 평가해야지,
현재를 기준으로 옳고그름을 평가하는 것이 꼭 정답이 될 수는 없겠죠.
그렇다고해서 당시의 시대상황을 이유로 모든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음도 물론입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중립적인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보세요.

한두명의 비중있는 주인공에 의해 영화가 이끌어지지 않는 것도 신선합니다.
:



지난 토요일 집사람과 최근에 인기가 있다는 영화 한편을 보았습니다.
일종의 에로사극인데, 참 많이 놀랐습니다.
한국영화... 정말 많이 발전한거 같아요.

나름대로 찐하고 야한 장면도 꽤 많은데
그런 장면들이 깔끔한 영상속에 모두 자연스레 녹아들더군요.
영상과 대사가 군더더기가 없이 모두 맛갈스럽게 처리가 된거 같았고.

적당한 에로와 적당한 코믹이 잘 조화가 되면서,
전반적으로 껄끄럽게 튀는 구석이 없는 것이 좋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아주 돋보이게 처리했더군요.
고관대작 부인들의 옷차림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여지껏 본 사극중 가장 아름다운 한복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화려하고 우아하면서도 기품있는 한복의 美,
옛 귀부인들의 화장도구,
운치있는 후원의 연못 등등...
한국의 전통미를 아주 아름답게 살려냈다는 점에서
이런 작품은 외국에 내놔도 한국의 전통미 홍보에
손색이 없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영상미가 좋았다는 느낌인데,
장소헌팅도 좋았고, 카메라앵글도 참 좋았던거 같아요.
강화포구로 나왔던 장소도 가보고 싶고,
기와담 옆 감나무를 위에서 부각앵글로 처리한 장면도 기억에 남는군요.

간혹 들리는 낭랑한 글읽는 소리가 담백한 양념 맛을 더했고,

영화를 보기 전엔 다소 어울릴거 같지않게 느껴졌던 캐스팅도 좋더군요.
이미숙의 캐스팅이야 아주 제격이고,
그저 준수한 청춘스타로만 여겨졌던 배용준의 순진한 한량역도 좋았습니다.
전도연의 요조숙녀 열녀역 내숭연기를 음미하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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