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2004. 2. 7)
보고 듣고 느끼고/영화겉핥기 2005. 5. 23. 09:23 |
이 영화를 보고 떠올린 첫 생각은,
이제 우리나라 스크린쿼터제 폐지해도 되겠다... 였습니다.
여지껏 본 한국영화중 최고의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질적인 면에서 최고라는건 아닙니다.
먼저 개봉된 [실미도]와는 영화의 맛이 다릅니다.
고기와 생선회의 맛이 다르듯 말입니다.
때문에 두 영화를 놓고 어떤 영화가 더 재미있냐... 혹은 더 잘된 영화냐...고 묻는건
의미가 없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스케일이 매우 큽니다.
장면장면이 화면을 꽉 채우고도 부족하다는 느낌.
첫 씬(scene)인 유해발굴 현장부터 화면을 압도하더니,
중공군의 인해전술 반격장면이 웅장하더군요.
그중 기차를 이용한 피난장면은 문득 [쉰들러 리스트]의 유태인 수송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전투장면도 상당히 리얼하게 처리가 되었습니다.
개인화기와 중화기의 폭발과 폭음에 대한 영상과 음향효과가 아주 실감이 납니다.
좀 아쉬운건 전투장면이 다소 많게 느껴진다는 점.
그러다보니 중간중간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질 수가 있더군요.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인데 전투장면을 10~15분정도만 줄였다면
오히려 아쉬운 여운을 느낄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전투장면의 리얼리티에 너무 욕심을 내다보니 클로즈업 씬이 잦았고,
또한 신체 사지의 일부분이 절단되는 장면의 중복이 다소 튀는 느낌을 주더군요.
[태극기 ...]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특징은 스토리전개의 도구가 전쟁이면서도
적과 아군에 대한 선악 개념이 없다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이데올로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쟁은 즐거리를 풀어나가는 매체일뿐,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리고 주인공들에게 있어 전쟁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칠 수 밖에 없는
과정일 뿐입니다.
적을 무찌르고 이기는 것 역시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한 수단일뿐
그들에게 그 이상의 공명심이나 영웅심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쟁의 목적이나 승리는 국가와 지휘관의 가치이고 목표일뿐,
국가로 부터 뭔가 하나라도 혜택받은 기억이 없는 병사들에게는
그저 얼떨결에 헤어진 가족만이 살아야하는 이유인거죠.
'일제시대에는 싸우는 이유라도 있었지... 도대체 이 전쟁을 왜 해야하는거야...???' 라는
대사 속에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의 한 축을 볼 수 있습니다.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진태(장동건)가 그토록 자기가 죽이려고 애쓰던 북한군 최정예부대의
소대장으로 변신하고, 다시 자신이 거느리던 북한군 부하들에게 총을 겨누는 것은
오로지 동생에 대한 끝없는 애정때문일뿐, 자신의 영달이나 이념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동생에 대한 진한 애정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생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무감각한 전쟁병기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동건의 연기,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만을 생각하는 형과, 그럼으로써 점점 비인간적인 전사로 변해가는
형에 대한 애증의 심리를 표현하는 원빈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특히 장동건은 이제 선이 굵은 연기자가 되었다는 느낌을 주더군요.
우리나라 영화음악의 발전에도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Ending OST가 마음을 촉촉히 적시네요.
[태극기 ...]는 [실미도]와 같은 특정인에 대한 실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 시대를 겪었던 많은 사람들의 실화이기도 합니다.
궁금한게 있습니다.
왜 제목이 [태극기 휘날리며] 일까???
전장에서의 비극적인 형제애, 가족애를 주 테마로 한 이 영화에서
태극기는 영화의 전개나 내용과 전혀 무관합니다.
그럼에도 감독은 왜 제목에 [태극기]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아마도 강제규감독은 분단의 현실속에서 이산의 아픔을 안고있는 우리 민족에게
태극기를 가족의 의미로 던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 영화를 학생들이 보아야 하는 이유는,
TV 뉴스를 통해 보이는 이산가족들이 왜 그리도 슬피 우는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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