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족들과 들르는 영화관에서 적립된 포인트를 사용하라는 메일이 왔었다.
영화관람권과 교환을 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유효기간이 5월27일로 되어 있다. 그것도 평일에 한 한다네...
어..?? 그럼 볼 날이 벌로 없잖아...   그래서 어제 낮에 혼자 그 영화관을 찾았다.
순전히 무료관람권 썩히기 싫어서.
한심하다면 한참 한심한거고, 알뜰하다면 또 무지 알뜰하게 산다.


영화관에 도착한 시간에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를 찾은게 이 영화 [짝패]다.






뭐 특별한 건 없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매번 잘 알려진 배우들의 잘 짜여진 연기를 보다가
다소 생소한 연기자들의 조금은 투박하고 거친 연기를 보니, 오히려 리얼리티가 더 사는 느낌이다.

주연인 정두홍은 충무로에선 잘 알려진 액션영화의 무술지도사범.
그가 직접 출연한 영화를 몇 편 보긴 본거 같은데, 주로 비중이 낮은 역이기에 기억에 없고,
이번에 확실히 머리 속에 들어왔다.

류승완감독 역시 잘 알려진 액션 전문 감독.
마찬가지로 그의 연기도 처음 보는데,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다.
내가 보기엔 오히려, 늘 어딘가 오버하는 느낌을 주는 동생 류승범보다 한수 위인거 같다.
여린듯 하면서도 반항아적인 카리스마도 있고...
글쎄... 제임스 딘의 이미지가 느껴진다면 좀 오버하는건가...  하여간 내 느낌은 그렇다.

돋보이는건 이범수다.
[오브라더스]에서 이정재의 정박아 이복동생으로 분한 순박한 이범수와,
[음란서생]에서 음란삽화를 그리는, 강한 듯 하면서도 어리숙한 외강내유의 포도군관 이범수.
그리고, [짝패]에서 비열한 양아치 두목 이범수는 각기 다른 개성이 있다.
그렇게 순수하게 느껴지던 큰 눈망울을, 흰자위가 드러날 정도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깐죽거리는 대사를 함께 붙이니, 그렇게 야비할 수가 없다.

[짝패]는 광고컨셉 그대로 액션활극이다.
코미디영화나 액션영화를 논리적으로 접근하는건 무리다.
이런 류의 영화는 만화를 보듯 즐겨야 한다.  만화를 보는데 무슨 논리가 필요한가. 

이 영화는 특별한 줄거리가 없다. 그냥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는거다. 
머리를 쓰면서 봐야 할 번거로움도 없다.  또, 그 흔한 키스씬 하나 없다.
그저 싸우는 영화다. 그것도 만화처럼 무수한 적과 단 둘이 황당하게 싸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머리 쓰면서 보는 사람에겐 정말 유치하고 재미없는 영화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보면 재밌게 시간은 잘 간다.

비위가 약한 여자들은 안 보는게 낫다. 칼로 하는 싸움은 좀 섬뜩한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1:1 결투방식을 한가지 보여준다.

어릴 적 죽마고우였던 왕재와 필호의 결투장면.
두 사람의 손을 악수하듯 잡은 그 상태에서 강력하게 테이핑을 하고 대결을 벌이는 방식.
서로 손을 맞잡고 있으니 도망가지도 못하고 서로의 사정거리 안에서 결판을 내는 거다.

이거... 또 앞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거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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