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관심과 함께 기다렸던 영화.  나에게는 기다린 만큼의 만족감을 준 영화다.
하지만, 영화 [한반도]는 관람객이 증가하면서 그만큼 논란도 많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시사회 직후 벌써 작품에 대한 말 들이 많은거 같다.  쟁점은 두가지.

하나는, 영화의 만족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과 좋다는 평으로 반분되는데,
글쎄...  나는 엔터테인먼트에서의 기대는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면 만족스러울게 많지 않을거란 생각이다.
무엇이든 설정치가 높으면 완성도에 대해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념에 관한 것.  이건 나중에 얘기하자.


영화의 내용은, 남북한의 경의선 철도 연결을 일본이 제동을 걸면서 시작된다.
100년 전에 대한제국이 일본과 체결한 조약에 의하여, 경의선에 대한 모든 권리는 이미 일본에게 있기 때문에
남한이나 북한이 일본의 허락없이 임의대로 경의선에 대한 조치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 사학자가 조약에 날인된 국새는 가짜이기 때문에 조약은 효력이 없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하여 진짜 국새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
또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둘러싼 정부내의 이견에 따른 갈등 등을 다룬다.

영화는, 도입부에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간의 각종 국제분쟁에 대한 사실적인 언론의 보도내용을 모자이크 처리하면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긴박한 국제문제를 부각시키려 한다.

그리고 첫 장면인 경의선 도라산역 개통식에 북한 국방위원장을 나타내 보임으로써,
영화의 줄거리에 남북한간의 커넥션을 기대하게 하지만 (제목도 [한반도]이고), 국방위원장의 역할은 거기서 끝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 사실 영화의 내용으로 봐도 - 이 영화는 제목이 굳이 [한반도]일 필요는 없는데,
아마도 [왕의 남자]와 같이 마케팅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한반도]의 가치를 높여 주는 것은 탄탄한 출연진.
조연보다도 비중이 낮은 배역에 톱스타들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이다.
고종과 명성황후 역의 김상중과, 강수연은 물론, 두번의 씬에 나오는 독고영재, 그리고, 딱 한번 나오는 김성원까지...
그들은 영화전개상 스쳐가는 역임에도 특유의 탄탄한 연기로 열연을 함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특히, 명성황후의 강수연은 짧은 출연시간에도 그녀의 카리스마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나는 강수연이 연기한 명성황후가 시해당하는 장면을 보며, 내가 보고있는 영화가 [한반도]가 아닌,
[명성황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명성황후가 살해당하는 장면에서 객석을 짓누른 얕은 신음소리에서, 비단 나만의 느낌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민족의 울분... 정작 영화 전체에서 보다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조재현과 차인표는 여러번 같이 공연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홍콩을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 에서도 같이 나왔고, [목포는 항구다]에서도...
그런데, 두 사람 중에서는 항상 조재현의 비중이 높다.  그 이유가 이 영화에서도 나타난다. 

조재현의 연기는 리얼하다.  키는 작지만, 그가 좋은 배역을 맡는 것은 그의 표정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차인표와 가장 비교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차인표는 참 성실한 연기자로 인정받고 있다. 내가 봐도 그는 늘 자신의 역에 최선을 다 하고, 열심인거 같다.
그럼에도 그가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 뭔가가 조금 부족한 느낌을 주는 - 이유가,
나는 그의 표정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의 표정은 뭔가 단순하다. 특히 톤이 높은 대사 처리시 그의 입 모양은 나에게는 늘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이건 나만의 느낌일까... 

[한반도]는 런닝타임이 147분이다.
누구는 조금 짧았으면 좋았을거 같다고 말 하기도 하는데, 나는 지루함을 느끼지 못 했다.
전체적으로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국정원 상황실, 전투기의 기지 발진 장면, 동해상의 함대의 대치 등,
이젓저것 욕심을 많이 낸 느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스케일도 컸다.
그 정도면 자동차나 폭발물 등으로 괜히 요란하게 부산만 떠는 외국의 첩보물에 비해 스릴러로서도 좋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비슷한 상황을 이원영상 처리하여 교차 편집한 것.
고종의 질타에 현재의 각료들이 고개를 숙이고, 현재의 대통령과 과거의 대감들이 대화하는 듯한 연출이
재미와 흥미를 더 했다.

모두에 말한 바와 같이 이 영화는 해석하기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강조한 것도 같고, 또 어찌보면 보수를 수구로 몰며 진보를 주장하는거 같기도 하다.
특히, 하필이면 요즘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일간의 불협화음과 대비하여
현 정부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강우석감독은 절묘한 방법으로 이런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는 최소한의 탈출구를 만들어 놓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  민족의 자긍심에 가치를 두는 대통령과, 국제무대 속에서 한반도의 현실적 생존방안을 주창하는
총리와의 마지막 이념공방을 각각의 입장에서 강조하고, 결론의 도출없이 관객의 판단에 맡김으로써,
비난의 중심에서 비켜서려 했다.


사족 하나.

영화 속 대통령 집무실에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는게 눈에 띈다.
즉, 영화 속 대통령인 안성기는 노무현대통령의 후임 대통령인 셈.

그렇다면...  혹시 대권주자의 한 사람인 박근혜 캠프에서 항의가 있지 않을까???
왜 노대통령의 후임 대통령이 남자여야 하냐고... ^&^~~~    

'보고 듣고 느끼고 > 영화겉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짜  (32) 2006.10.08
라디오 스타  (17) 2006.10.06
짝패  (1) 2006.05.27
파이어월  (8) 2006.03.03
왕의 남자  (18) 200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