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보고 듣고 느끼고/영화겉핥기 2014. 8. 14. 21:41 |
요즘 정치인들의 이순신 리더쉽 설레발로 더 유명세를 탄 [명량].
각종 흥행기록을 새로 갈아치우며 과연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 한국 영화의 신기원을 세울지 관심을 끄는 영화.
하지만...
내겐 이 영화가 영화적 관점에서는 흥행 열풍만큼 훌륭한 영화라 느껴지지 않는다.
스토리의 구성, 영화적 완성도, 대사 전달력 等等에서 '우와~~' 하며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감흥이 솔직히 없다.
회오리치는 울돌목의 조류와 런닝타임의 반 정도가 할애된 선상 백병전 모습 정도만이 잔상으로 기억에 남을 정도다.
[최종병기 활]에서 만주 장군으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류승룡.
그랬기에 최민식의 이순신과 대척점에 서는 왜군 장수 구루지마의 모습에 기대를 걸었던 류승룡은 너무 허무했다.
말로 폼만 잔뜩 잡다 정작 행동에서는 이순신과 제대로 일합도 겨루지 못 한 채 그리 어이없는 모습을 보이다니.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관람을 했단다.
여당 대표도 당직자들과 단체 관람을 했다 하고, 유력 정치인들이 뒤질세라 이순신 리더쉽을 읊어대지만,
솔직히 [명량]에서 군인으로서의 강직함과 忠에 대한 논리 외 이순신 장군이 특별히 보여주는 리더쉽의 실체는 없다.
엄정한 군기, 임전무퇴, 솔선수범, 지형을 이용한 전술 等은 왠만한 영화의 주인공 지휘관들이 다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새삼 이순신 리더쉽을 새로운 이론의 창조물처럼 숭배의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자신들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얼마나 생각없는 행동을 했었는지를 스스로 고해하는 것과 같다.
제발 말로만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쉽.." 운운 드립치지 말고,
"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는
말의 의미나마 깊히 새기길 바란다.
내 무지한 견해로 [명량]의 흥행 돌풍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CGV를 이용한 CJ의 막강한 스크린 지배력.
둘째, 최근의 골치아픈 정국에서 벗어나고픈 정치인의 관심전환 설레발.
마지막 하나는... [명량] 앞뒤로 개봉한 [군도]와 [해적]이 K리그라면 [명량]은 한일전 아닌가.
아무리 명승부를 펼쳐도 K리그가 한일전의 관심을 넘어서진 못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명량]의 작품성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 하더라도, 외화인 [아바타]의 흥행기록을 넘어 한국영화 중흥의
새로운 계기가 된다면 그 흐름에 동참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