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보고 듣고 느끼고/영화겉핥기 2014. 1. 3. 12:49 |새해 첫 날 2014년 첫 관람 영화로 선정한 영화 [변호인].
영화 제작 당시부터 영화 주인공의 실제 모델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이 영화가 누구를 모티브로 삼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미칠 영향을 나름의 셈법으로 따져가며 실제 주인공에 대해 자꾸 언급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따지는 순간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당초 영화가 전달하고팠던 의미가 희석되고 만다.
영화 [변호인]은 그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이 현실에 젖어 잊고 있었던 사실,
그리고 그 시대를 겪지 않았던 세대들이 모르고 있던,
현재에서 가장 가까운 30여년 전 암울했던 시대의 아픔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울러, 그 시대 가해자의 위치에 있었으며 이후 대한민국의 중추 역할을 해온 당사자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시대의 이름으로 전하고 있다.
"역시~" 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송강호.
[설국열차]와 [관상]의 흥행을 연이어 견인한 송강호는 앞의 두 편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별 특징없이 평범해 보이는 그가 왜 이 시대를 이끄는 배우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에 맞서는 곽도원 역시 보는 이에게 전율을 느끼게 하며, 송강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고문 현장에서 처음 마주쳐 송강호를 위협하는 모습, 임시완을 고문하던 냉혈한의 모습도 그랬지만,
법정에서 증인으로 마주한 송강호와 곽도원의 대결은 관객을 압도한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곽도원을 증인 신문하며 눈에 핏발을 세운 송강호의 디테일한 표정 연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면,
그런 송강호에게 나름의 국가관과 애국심으로 때론 느긋하게 때론 다혈질의 감정을 폭발시키며 맞서는
곽도원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전반에 걸친 구성과 흐름은 기대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두 배우의 명연기가 그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했고, 더우기 감독 데뷔작으로 이런 작품을
구상한 양우석 감독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다소 아쉬운 연출로 인해 [변호인]을 영화로 접하는 사람들에겐 꼭 보라고 추천하기가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 영화의 관객 수가 주는 의미가 시대 역행에 대한 경종의 척도가 될 수 있다면, 아는 사람 모두에게 관람을 적극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