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달 앞두고 시댁에 인사를 가던 예비신부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남긴 건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유소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있는 머리핀뿐.

왜 제목이 화차(火車)일까?


오랜만에 미스테리 추리스릴러를 접했다.
영화를 본 느낌은.. 뭐랄까, '일본소설답다' 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일본소설이다.

문호(이선균)는 불명예 퇴직한 강력반 형사 출신인 고종사촌형 종근(조성하)에게 실종된
예비신부 선영(김민희)의 추적을 의뢰하지만, 문호가가 찾는 예비신부 선영은 선영이 아니었다.
영화는 문호와 종근이 선영이 아닌 선영을 찾아 나서는 미스테리한 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영화에서 주연이라는 의미가 무얼까?  등장하는 씬의 수? 아님, 대중적 인기도?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주연은 요소요소에서 영화의 맥을 짚어주는 배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화차]의 주연은 이선균도, 김민희도 아닌, 조성하와 김별이다.



개인적으로 대중적 인기와는 별개로 개성있는 연기를 하는 조성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화차]라는 영화의 맥을 풀어나가는 배역도 결국 조성하가 연기하는 종근이기 때문이다.

문호가 원장인 동물병원의 간호사 한나(김별)도 그렇다.
밝고 총명한, 그러면서도 되바라지지 않은 상큼발랄한 아가씨.
한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실종으로 방황하는 병원장 문호의 심정을 이해하며,
고비마다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시하고, 방황하는 그를 대신해 병원을 지켜나간다.     
총명하고 발랄한 그녀를 보며, 현실에서 저런 스탭을 둘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균.
얼마 전 TV로 본 [체포왕]에서 형사로 분한 그를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 [화차]에서 또 그를 만났다.
그리고 든 그에 대한 생각은, 참 호감이 가는 연기자임에도 그의 배역은 한정될 거 같다는 안타까움이다.
귀에 달라붙는 좋은 보이스톤, 그리고 선한 인상. 그런 그의 캐릭터는 스스로가 타파해야할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게 안 될 경우, 모든 이에게 호감을 주는 그의 이미지가 연기자로서 그에게는 한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차]는 미스테리물에 갈증을 느끼던 영화팬들에게는 분명 흥미로운 영화다.

매번 영화를 볼 때마다, 불과 두 시간 남짓으로 제한된 현실적인 시간의 공간에 어쩌면 저렇게 복잡한 
가상의 공간을 담을 수 있는지, 연출과 편집의 마력에 놀라곤 하는데 [화차]에서 새삼 그런 느낌을 받았다.
'상영시간이 제법 흐른거 같은데..  어~ 이젠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마무리를 해야 할거 같은데..' 하는,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닌 조바심이 이는데도, 영화는 문호와 종근의 추적 속에 강선영과 차경선의 과거를
오가며 서두름없이 차분하게 마무리를 지어간다. 

[화차]가 흥미로웠던 건 감독이 관객과 호흡을 함께 하려 노력한 점이다.
감독은 관객의 이해가 필요한 순간에 문호와 종근을 관객의 아바타로 추리 현장에 세움으로써 관객의
이해를 도우려 했고, 역으로 관객이 예측 가능한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여 군더더기없는 흐름을 이어가려
했다. 때문에 살인과 납치를 다룬 작품임에도 관객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흥행은 미지수지만, 미스테리 마니아에게는 조용히 각인될 수 있는 영화다.


서두에 언급한, 왜 제목이 화차(火車)일까?
火車는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亡者를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란다.

火車의 탑승자를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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