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갖고있는 사고의 굴레 안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자신의 기준과 다른 가치관에 대해 내색을 하고 안하고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나는 외국 제품에 대해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갖거나 집착하는 편이 아니다.
물론 외국 제품을 사용한 경우도 많지만, 국내 제품에 앞서 외국 제품을 우선시하는 빈도는
감히 국내 소비자 평균 이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외국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을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외국 제품에 과하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소비 성향은 개인의 취향일 뿐, 애국심과 결부하여 생각하는 건 지나친 국수주의라고 생각한다. 


수입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부분 신분 과시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디자인이나 기능적인 면에서 국산자동차의 수준이  수입자동차에 비해 많이 뒤처졌던 게
사실이지만, 요즘은 국산자동차의 디자인이 수입자동차에 비해 전혀 부족함이 없고, 전자기능 등
편의장치는 오히려 앞서가기도 하는데, 굳이 자동차 값과 부품 값 등 유지관리 코스트가 높고
A/S가 열악한 수입자동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입차를 살 바에야 차라리 같은 가격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국산차가 낫다고 생각해왔다.


자동차를 바꿀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 중인 자동차에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겨 년초 150만원을 들여 정비를 했는데,
타이어를 교체해야 할 시점이 되니 생각이 복잡해진다.
지금부터는 수리비 등 정비 비용이 점점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차량을 교체한다면 어떤 차량을 구입해야 하나...

나름 두 가지 기준이 설정된다.

하나는, 승하차시의 편의성.
개인적으로 차체가 높아 시야가 넓고, 적재공간이 넉넉한 SUV를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내 욕구를 접고 승용차를 선택해야 할거 같다. 부모님이 연세가 많아지시니,
자주는 아니지만, 차체가 높은 SUV 차량을 타고 내리실 때 많이 불편해 하시기 때문에
이번에는 차체가 낮은 승용차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고유가 시대에서 연료 값과 연비를 생각치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단가가 비싼 가솔린엔진보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찾게 된다.
디젤이 가솔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가도 싸지만, 리터당 연비 또한 높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으로 구입대상 차량을 검색하니 생각치 못 했던 결과가 나온다.
부모님을 모신다는 목적에 부합되려면 좌석 공간이 비교적 넉넉한 중형차 이상은 돼야 하는데,
국내산 자동차의 경우 중형차 이상에서는 디젤 차량이 없다. 

그런데, 수입자동차에는 중형차 이상에도 디젤엔진을 탑재한 다양한 차종이 많았다.
당연히 연비 역시 국산자동차에 비해 50% 이상 높은데, 이 지점에서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에 많은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수입자동차는 비싸다는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이다.


                           
비교 기준이 완벽하게 동일하진 않지만, 비슷한 수준의 국산자동차와 수입자동차 두 종씩의 비교 제원이다.
(전문가가 보면 많은 차이점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평범한 일반인의 시각에서 비슷한 옵션으로 본 것이다)

일단 국산차량은 모두 가솔린엔진이며, 수입 디젤자동차에 비해 연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물론, 배기량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실 국내 도로에서 배기량이 3000cc 이상일 필요도 없다.
국산자동차의 배기량이 큰 이유는, 무거워진 중량을 원활히 움직이게 하기 위함이다.
가솔린과 디젤의 리터당 단가 차이가 큰데다 리터당 연비마저 차이가 크니, 연료비의 차이는 클 수 밖에 없다.
차량 구입가격은 보는 바와 같다.

또한, 위에 비교 대상인 국산자동차는 대형으로, 수입자동차는 중형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그건 표현 그대로
배기량의 기준으로 구분된 것일 뿐, 자동차의 실내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축거의 수치에는 큰 차이가 없다.


며칠을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며 얻은 결론은, 그간 가지고 있던 내 생각이 많이 틀렸다는 것.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수입차의 효용가치가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수입차를 이용하는 청장년 층에 대한 인식 또한, 겉 멋이 들었다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야무진 선택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수입차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자신에 대한 합리화 아니냐고 비난을 받더라도, 따로 변명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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