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한순철 선수의 은메달을 끝으로 런던올림픽은 끝났다.
그리고, 올림픽과 함께 폭염도 끝나는 모양이다. 선선한 바람이 분다. 아마 올림픽 기간중엔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선수들이 흘리는 땀의 의미를 이해하라고 그렇게도 더웠나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역대 그 어느 올림픽에 비해 대한민국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올림픽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금메달 13개를 초과한 금메달 신기록을 세우지 못한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대한민국은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와 종합순위 10위의 목표를 초과 달성하여,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에 올랐다.

 

 

 

우리보다 몇 십배 넓은 엄청난 영토와 수억의 인구를 보유한 나라, 그리고 우리보다 월등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유럽의 수많은 나라 중, 우리보다 위에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개최국 영국 뿐이다.
물론, 금메달 숫자가 각 나라의 국력을 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없으며, 국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생각하는 건 옳은 판단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에서 선발된 자원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고르게 세계 정상권에 올랐다는 건 우리가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자긍심은 대한민국이 획득한 메달 종목에서도 나타난다.
레슬링과 복싱은 과거 대한민국의 주된 메달 밭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메달을 획득하는 종목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올림픽 메달의 기대 종목이던 레슬링과 권투는 우리에게 더 이상 메달 소식을
들려주지 못 한 반면, 예전엔 생각지도 못 했던 종목에서 메달을 안겨주기 시작한 것이다.
양궁이 그랬고, 예전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던 수영과 사격, 그리고 펜싱에서 메달을 일궈내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환경은 알 수 없지만, 소위 헝그리 스포츠라는 격투기종목에서 (일반적인 시각에서) 투자가
필요해 보이는 종목으로 메달권이 바뀐다는 건, 생활수준이 얼마만큼이나마 향상됐다는 반증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이 대한민국에게 더욱 각별했던 이유는, 당초 기대 이상의 성적 때문이 아니다. 
런던올림픽은 몇몇 종목에서 있었던 이해하기 어려운, 유난히 대한민국에게 아쉬웠던 심판 판정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마음의 상처를 안겨 주었다.

수영 박태환의 예선 실격판정의 번복을 시작으로, 유도 조준호의 심판위원장에 의한 심판 전원일치 판정의 번복,
그리고, 전 세계의 Hot Issue가 된, 세계 언론이 역대 올림픽 5대 오심으로 인정할 정도로 역사에 남을만한 펜싱
신아람의 게임 종료시간 1초 해프닝. 그것 만이 아니었다.
축구 비주류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축구는 영국과의 8강전과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연거푸 심판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8강전의 심판은 영국에게 두 번의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4강전의 심판은 반대로 두 번에 걸친 
우리의 페널티킥 기회를 외면했다.

때문에 London Olympic은 Random Olympic 혹은, Wrong Done Olympic 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는데,
나 역시 올림픽 기간에 다음과 같은 멘트를 트위터에 올렸었다.
   

                   

올림픽은 우리에게 금과옥조와 같은, 의미있게 되새겨볼만한 많은 어록을 남겼다.

유도 김재범은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죽기살기로 임해 은메달을 땄는데, 이번엔 죽기로 싸워 금메달을 땄다." 는,
축구 대표팀 홍병보 감독이 한일 4강전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인용할 정도로 비장한 말을 했고,
레슬링 송대남의 "내 메달을 모두가 깜짝 금메달이라고들 하지만, 나에겐 정해진 금메달이었다." 는 말과
같은 레슬링 김현우의 "나보다 많은 땀을 흘린 선수가 있으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 는 말은, 이들이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느끼게 하는 말들이다.

또한, 배구 김연경은 "일본에 지니 눈물도 안 난다" 는 통한의 감정을 토로했으며,
펜싱 감독은 "유력인사들이 금메달을 하나 딴 김연아에게는 많은 관심과 후원을 하며서도, 금메달을 몇 개 딴
펜싱선수들과는 차 한잔 같이 한 적이 없다." 는 말로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표하기도 했다. 

어록은 선수들만 하는 게 아니다.
펜싱 1초 오심을 패러디해, TV 앵커는 "1초 후에 뵙겠습니다." 시니컬한 멘트를 날렸고,
코미디 프로에서도 "1초만 맞아볼래~" 라는 대사를 날렸다.

올림픽을 바라보던 네티즌들의 어록 역시 빠질 수 없다.
올림픽 소식을 알리는 수 많은 기사에는 재기발랄하고 촌철살인같은 댓글이 수도 없이 올라오는데, 그 중
내가 꼽은 압권은 축구 대표팀 마지막 경기인 한일전 종료 직전 투입되어 극적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김기희 선수에 대한 댓글이다. "김기희 44분 군 입대, 48분 제대." 


국민들의 밤 잠을 설치게 했던 올림픽은 끝났다.

많은 순간들이 우리의 마음에 짜릿한 전율과 가슴 먹먹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TOP 3 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무엇을 꼽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인 세 장면은,

 

 

첫째, 마지막 올림픽의 회한을 바벨에 손 키스로 표현하던 장미란의 모습.

 

 

 

둘째, 체조 양학선의 마치 지남철과 같았던 두번 째 시도 완벽한 착지.


그리고, 축구 박주영의 일본 수비수 세 명을 제친 결승골 장면이었다.


 

 

이 사진은 구자철의 쐐기 골 장면.
13번 구자철을 끝까지 마크한 일본 수비수도 13번이라는게 재밌다.


올림픽 마지막 소회.

많이 나아졌지만,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더욱 즐기는 올림픽이 됐으면 좋겠다.
즐긴다는 의미는,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서는 아쉽더라도 너무 애닯아하지 말고, 함께 기량을 겨룬 상대를
축하할 수 있는 도량과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는 의미다. 그런 모습이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쑨양에 대한 박태환의 태도는 상당히 보기 좋았다.


결승에서 패하고도 우리 선수들을 환한 미소로 축하하는 루마니아 선수들의 표정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보름간 숱한 감동을 안겨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선수들 너무 수고 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