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온 국민을 비통하게 만든 지 한 달 여가 지나고 있다.

사망 인원만으로도 너무나 가슴아픈 사고였지만, 이제 피기 시작하는 세대가 주를 이룬다는 게 모든 이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만든다.

그들의 희생은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지만, 이번 사고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가 도출되어 남은 국민들의 안전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계기가 된다면 그들의 희생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남긴 값진 유산이 될 것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위로해 본다.

 

선장을 비롯한 핵심 승무원들의 무책임, 선박회사는 물론 그와 관련된 주변 기관의 부조리, 사고 처리를 위한 정부의 대응 체계 등

사고후 제기된 여러 문제점들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지만. 그중에 바다를 책임지는 해양경찰의 실태는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급기야는 대통령의 입에서 [해양경찰 해체]라는 초강수가 나왔고, 그런 조치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감성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언론에 보도됐던 해경의 현실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또 해체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해경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 내가 언론을 통해 알게 된 해경의 현실 몇 가지중 충격적인 사실 세 가지.

- 해양경찰은 대략 11,000명이며, 해경 연간 예산은 대략 1조원 정도다.

- 해양경찰의 32%가 수영을 할 줄 모르며, 500미터 이상 수영능력을 가진 인원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 해양경찰의 최고 수뇌부(아마 경무관 이상인 듯) 14명중,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7명은 함정 근무경력이 전혀 없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위 사실만으로도 왜 해경의 수준이 이 모양인지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예산중 인건비가 부분이 절반을 넘을거라 추정하면 교육훈련과 장비 등에 투여되는 예산은 끽해야 4500억 정도가 되지 않을까.

경비정 가격이 소나타 가격과 비교가 안될진대, 그 예산을 가지고 장비 개선이 얼마나 이루어지겠는가.

그러니 부산에만 있다는 특수구조대가 이용할 헬리콥터가 없어 사고현장까지 가는데 1시간 반이상이 걸렸다지 않는가.

 

그리고 바다를 책임지는 조직의 1/3 이 수영을 못 한다는 건 정말 어이가 없다.

바다에서 제 몸 하나 간수하기 바쁜 사람이 어찌 남을 구조하는데 앞장 설 수 있겠는가. 물론 육상 행정직 근무자에게

수영이 필수 요건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그건 순환근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전문성 운운하며 둘러댄다면 그런 부분 때문에 현장과의 소통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되물을 때 무어라 답변할 것인가.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지휘부에 있다. 청장을 비롯해 절반이 함정 근무 경험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배를 타보지 못 하고 바다를 모르는 지휘관이 어찌 장비를 비롯해 현장 인력의 어려움을 알겠으며, 구조 등 해상 전술에 대한

이해가 있을리 만무다. 그러니 장비 개선에도 어려운 예산으로 145억을 들여 골프장을 만든다는 발상이 나올 법하다.

엘리트 인력의 충원 차원에서 외부 우수인력의 특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우수 인력의 우수한 두뇌를 십분 활용키

위해서라도 현장 근무는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다.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계층이 나눠지며 소통이 안 되고, 조직의 갈등이 야기된다.

 

대통령은 해양경찰을 해체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조직을 해체한다고 조직원이 모두 옷을 벗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편제에 의해 어디론가 다른 조직으로 흡수될 것이다. 소속 기관이 바뀔 뿐 수영을 못 하는 건 똑 같을테고,

함정 근무 경험이 없는 것도 똑 같다. 조직의 문제에 앞서 조직을 움직이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으로 최고 수뇌부를 구성한 임명권자 역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묵묵히 시키는대로 현장을 지키는 하부 계층의 사기를 꺾는, 극단적이면서도 결정권자로서는 가장 간편한

[해체]라는 조치보다는, 조직의 내부 문화를 바꾸기 위한 제반 제도에 대한 치밀하고도 치열한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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