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2018 프랑스 독일 벨기에 짬짬이'에 해당되는 글 77건

  1. 2018.09.16 나의 여행지 숙소 선정
  2. 2018.09.14 유럽의 another 꼬맹이들
  3. 2018.09.14 때론 여행객을 바보로 만드는 지명
  4. 2018.09.12 다른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5. 2018.09.10 유럽 중세 작은 도시가 살아 남는 방법
  6. 2018.09.08 유럽 화장실과 맥주의 효율적 상관관계
  7. 2018.09.07 Gent의 이모저모
  8. 2018.09.06 정감을 주는 벽돌 건축물
  9. 2018.09.05 겐트의 Graffiti Street
  10. 2018.09.03 겐트의 야경
  11. 2018.09.02 뾰족함에 담긴 벨기에의 염원은 무엇이었을까
  12. 2018.08.30 겐트의 힘을 보여주는 성당과 교회
  13. 2018.08.29 유럽의 다른 城과는 느낌이 다른 [그라벤스틴 城]
  14. 2018.08.28 꼭 다시 찾고 싶은 [Rooms With A View]
  15. 2018.08.27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은 겐트
  16. 2018.08.25 아무리 둘러봐도 물리지 않는 브뤼헤
  17. 2018.08.24 유럽인에게도 흥미로운 브뤼헤
  18. 2018.08.23 브뤼헤의 야경
  19. 2018.08.22 브뤼헤의 매력 [작음 속의 다양성과 조화]
  20. 2018.08.20 세월의 흔적이 전시된 [천정없는 미술관] 브뤼헤
  21. 2018.08.19 브뤼헤의 젖줄 운하를 즐기는 보트투어 2
  22. 2018.08.18 변함없는 모습에 더 정겨운 브뤼헤
  23. 2018.08.17 알베르 1세 동상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24. 2018.08.16 감당이 안 되는 유럽의 종교시설
  25. 2018.08.15 無知한 사람의 혼돈, 그리고, 성 미셀 성당
  26. 2018.08.14 생튀베르 루아얄 갤러리와 벨기에 대표 4종 세트
  27. 2018.08.13 브뤼쉘의 심장 그랑플라스
  28. 2018.08.12 허무관광의 상징 오줌싸개 남매상
  29. 2018.08.11 짧지만 많은 걸 안겨준 독일과의 이별 2
  30. 2018.08.10 여행중 가장 실망스러운 [메칭엔 아울렛시티]

여행에 있어 숙소는.. 하룻밤 묵는 곳? 편히 쉬는 곳?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숙소 선정이 달라지겠지만,
나는 실용성을 중시한다. 고급스러움보다 가성비를 우선시한다.

특히, 중장기 여행일 경우 여행 예산 중 숙박비 비중이 크기에, 우리는 굳이 숙박료가 비싼 도심을 고집하지 않는다.
아울러, 일정을 세심히 결정하여 취소 및 환불불가 숙소도 자주 이용한다. 시설의 질과 무관하게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도심 외곽의 숙박시설은 이점이 많다.
요금이 저렴한 건 당연하고, 주차장을 보유한 곳을 찾기 어려워 유료주차를 감수해야 하는 유럽에서,
외곽은 대부분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아울러, 소규모 숙박업소일수록 아기자기하고 정갈한 분위기로 마치 가정집에 머무는 느낌이 들고,
그런 곳의 주인들이 대부분 소박하고 친절하다.
게다가, 어차피 걸어다니며 이곳저곳을 보는 게 여행의 맛이기에,
숙소에서 도심까지 걸어서 20~30분 거리가 그리 멀다는 생각이 안 든다.

요즘 숙소예약을 위한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이 넘쳐 사전 예약은 물론 당일 예약도 그리 어렵지 않다.
숙소예약 앱 중 가격비교를 위해 가끔 트리바고와 아고다를 보기도 하지만, 여행시 나는 부킹닷컴을 주로 이용한다.
요즘 좋은 앱이 많아 본인이 맘에 드는 앱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어떤 숙소를 선택하느냐는 결국 본인의 판단이다.

숙소 예약 앱을 통해 숙소의 유형을 비롯하여 가격은 물론,
일정별 예약가능여부, 위치, 도심까지의 거리, 조식, 와이파이, 주차 가능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고,
다양한 사진과 리뷰를 통해 어느 정도 숙소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다.

중요한 판단 요인이 되는 이용자 리뷰는 숙소 선정의 우선순위와 주안점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기 때문에,
리뷰를 볼때 내가 중요시 하는 부분에 대한 평가를 보며, 내가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개의치 않는다.
예를 들면, 도심까지의 거리가 멀다거나, 조식이 부실하다는 등의 부정적 평가는 내 고려사항이 아니다.

또한, 나는 숙소 선정시 여행 일정에 따라 취사와 세탁 등을 고려하여 호텔형, 아파트형 등 기능별 유형을 달리 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에서 독일 로텐부르크의 [Goldenes Fass]와 퓌센 인근 홉펜지의 [Landhaus Berger]는

내가 이상적인 여행지 숙소로 생각하는, 다시 들러보고픈 기억에 남는 곳이다.


그중 가성비는 물론, 종합적으로 최고로 꼽는 곳은 앞서 언급했던 독일 로텐부르크의 [Goldenes Fass]다.



유럽에서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 것 중 하나가 시건장치다.
명색이 선진국이고, 그것도 G7에 든다는 독일이나 프랑스의 아파트에서 전자도어록을 보기 힘들다.

딸아이가 사는 파리의 아파트를 보더라도, 현관은 버튼식 시건장치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방은 열쇠를 사용한다.
아파트의 경우는 그래도 현대식(?) 열쇠를 사용하지만, 숙박업소는 이런 고전적인 열쇠를 사용하는 곳도 많다.


근데, 이게 시건장치로는 엉성해보이는데 처음에는 열쇠를 제대로 맞춰 꽂기도 어려운 걸 보면,

옛 것이라고 다 무시할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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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유럽의 another 꼬맹이들.
얘네들을 만날 때마다 기약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꼬맹이가 떠오르며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우리 꼬맹이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있을런지 하는...

(얘들 이름은 그냥 내 느낌대로 명명)


하이델베르크 성(城)에서 만난 하이델 지킴이 [무심이].

관광객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관광객 수를 헤아린다.



홉펜지의 [시라소니].

외모는 삵의 카리스마를 풍기지만, 겁이 많은 순둥이.
엄청 경계심이 많아 멀리서 바라보는 걸로 서로 만족.



홉펜지의 매력묘 [삼색이].

손짓을 하니 멀리서 성큼성큼 달려와 엉덩이를 내주고는
몇번 쓰다듬고 나니 시크하게 돌아가는 쿨가이다.



베기에서 우리를 반긴 블랙과 화이트가 반씩 섞인 [반반이].

똘망똘망한 눈부터 간지나는 외모의 도도묘(猫)지만,
자기가 먼저 달려와 등을 내줄만큼 사교성이 넘친다.


급기야는 백허그까지 허용하는 로맨틱 캣.

헤어진 후 우리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눈길이 찡했다.




그헝빌르 골목 화랑을 지키는 [아티].

고뇌하는 예술가의 표정으로 자신의 가이드가 필요한 고객을 기다리는 듯하다.




풍성한 꼬리 털이 매력적인 오슬로의 [디오].

목에 치장된 장식을 보면 애초 길냥이는 아닌 듯한데, 남루한 모습으로 마치 디오게네스처럼 느긋하게 햇볕을 즐기고 있다.



꼬리를 바짝 세우고 가만 있는 걸 보면 사람의 손길이 싫지 않은가 보다.




함부르크의 [루크].

창 밖을 내다보는(look) 모습과 도시 이름의 끝 두 글자를 결합한 네이밍.

집안에만 있어 밖을 동경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집 밖보단 집 안이 낫단다~~




그 시간 우리의 꼬맹이는 빈집털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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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언어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 더.

노르웨이 여행지로 추천받은 [에이랑에르]와 [가이랑거] 중 한 곳만 들른다면 어디가 좋을까.
[안트베르펜]를 다녀온 사람 중에 [안트워프]를 못 가본 사람이 의외로 많다.
[베네치아]의 운하와 곤돌라에 대해 이야기하면 "[베니스]와 비슷한가 보네"라고 말하기도 한다.
뮌헨은 알겠는데 문셴과 뮤니크는 어딘지 모르겠다.

지도상으로 분명 근처 어디인데, 현지인에게 길을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럴 때 참 난감해진다. 뭐가 문제지..?
발음이 잘못됐나? 엑센트의 문젠가? 억양 때문인가?
그래도 어지간하면 알아 들을텐데..

여행을 할 때 당혹스러운 경우 중 하나가 지명이다.
특히 영어의 모태가 되는 유럽의 경우, 언어별 자음과 모음의 발음 방법에 따라 같은 지명이 전혀 다르게 불려진다.
SAN JOSE가 산호세로 불리는 건 귀여울 정도다.

2년 전 노르웨이 여행 준비를 하며 여행책자와 인터넷 검색시
지도상에 Geiranger로 표기된 곳의 지명이 [에이랑에르]와 [게이랑게르]로 혼재되어 있었다.
어느 게 현지 지명인지 궁금해 그곳 상점에 있는 사람에게 "이곳 지명을 뭐라 하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은 "가이랑거~"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찬찬히 생각해보니 답변한 사람이 독일계인 듯하다.
독일어로는 모음 [ei]가 [아이]로 발음되지 않는가.

이번에 다녀온 벨기에의 Gent도 많은 여행관련 사이트에는 [헨트]로 표기되어 있다.
때문에 브뤼헤(이곳도 영문으로는 Brugge로 되어 있어 브루게로 읽는 경우도 많다)역에서
Gent로 가는 티켓을 끊을 때 "헨트~"하니 군소리없이 티켓을 준다.

그런데, 막상 Gent에 도착해보니 뭔가 이상하다.
숙소 주인에게 이 도시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겐트]란다.
"헨트가 아니고?" 라고 재차 물으니 돌아온 대답.
"G.E.N.T. 겐트!"
왜 바보된 느낌은 온전히 내 몫이어야 하는지..

그래도 이 정도는 JOSE를 호세라고 발음하듯 알파벳 자음을 읽는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다.

노르웨이 여행시 우연찮게 가정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집주인과 노르웨이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트론헤임을 가려 한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 이 양반이 독일계인가..' 싶어 "트론하임"이라 해도 모르는 눈치다.


구글지도를 열어 도시를 짚어주니, "오~ 트론다임~"하며 반색을 한다.

구글지도는 Trondheim의 알파벳 표기 자음에서 [d]를 묵음 처리하며 모음 [ei]를 [에이]로 표기했는데,
내가 현지에서 만난 노르웨이 분은 자음에서 [h]를 묵음하면서 모음 [ei]는 [아이]로 발음한다.
그러니, 트론헤임이 트론다임이 되어버렸다.

나는 늘 현지를 중시한다.
그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예처럼 현지에서도 혼돈스러울 때가 많다.
그때는, 그게 여행중에 겪는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

언어라는 게 참 어렵기도 하면서 재밌다.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더더욱 그렇다.

이번 여행중 겪었던 최고의 에피소드 하나.


파리의 생선가게에 들러 새우를 보는데, 다크 그레이 계열과 붉은 색 계열이 있다.

생(生)새우를 익히면 붉은 색으로 변하는 건 상식 수준인데,
붉은 새우를 얼음 위에 진열해놓아 확인을 하고 싶었다.

직원에게 "live shrimp?" "boiled shrimp?" 물어보는데, 영어가 전혀 안 먹힌다.
한참을 버벅이다 직원의 입에서 cook이란 단어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붉은 새우를 가리키며 "cooked?" 라고 물으니 답이 없다.
그러더니 붉은 새우를 가리키며 "cook", 검은 새우를 가리키며 "no cook"이라며 다른 곳으로 간다.
동사 시제는 모른다. 오로지 원형만 안다.

'요리한 거'와 '안 한 거'라는 의미겠지..
내 생각과 같아 구매를 하려고 직원을 불렀더니 다른 친구가 다가온다.
검은 새우(날 거)를 가리키며 형식적으로 "no cook, ok?" 라고 하니,
아니.. 이 친구 "no no no~ cook" 하고는 오히려 붉은 새우를 가리키며 "no cook"이란다.

이건 또 뭔 말이래... 좀 전의 친구와는 정반대다.
뭘까.. 하고 생각하니 단어에 담고자 했던 의미가 달랐다.
앞선 직원이 전하고자 했던 cook의 의미는 [요리가 된]이다.
그러니, 그에게 no cook은 [요리가 안 된]의 의미다.
반면에, 나중에 온 직원의 cook은 [요리를 해야 하는]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당연히 그의 no cook은 [요리를 안 해도 되는]의 의미가 된다.
같은 단어에 한 사람은 과거 행위의 의미를, 또 한 사람은 미래 행위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한마디로 cook을 과거형 동사와 미래형 동사로 본 차이다.

사람마다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은 다르다.
또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역시 다를 수 있다.
각자가 알고있고 판단하는 범위내에서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것이기에 전달 방식만으로 상대의 오류를 탓할 수는 없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하지만, 상대의 진정성만 확인된다면 받아들이는 건 자신의 몫이다.

의사소통이란 결국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의중을 이해하는 것임을 배운다.



:


2년 전 북유럽에서도 그랬고, 이번 독일 벨기에를 다니며 새삼 확인된 유럽 작은 도시 상가의 공통점은
전면 폭이 생각보다 좁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 '가게가 이리 좁은데 안에 뭐가 있을까' 의아할 정도로 폭이 좁은데,
말 그대로 폭만 그렇고 들어가 보면 의외로 안은 넓다.
어떤 곳은 넓은 정도가 아니라 광활(?)하다.


이 레스토랑만 하더라도 실내의 좌우 폭은 왼쪽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좁지만,

이 좁은 레스토랑의 끝에는 우측 사진과 같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내부에 신세계가 펼쳐지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로텐부르크의 크리스마스 용품점 역시 겉에서 보면 그리 크다는 느낌이 없는데,
내부 종심이 깊고 지하에서 2층까지 복층 구조의 넓은 공간이 이어진다.

'왜 이럴까..?' 생각해보니 이게 중세 작은 도시의 생존전략이다.

오래 전 중세의 지방 작은 도시는 당시의 인프라와 인구 등에 비례하여 태생적으로 규모가 작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다운타운의 종심 역시 짧을 수 밖에 없는데,
종심이 짧더라도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업종은 존재해야 하기에 공간을 쪼개야 상생이 가능하다.
그렇게 전면 공간은 쪼개더라도 영업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내부 종심을 늘려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단순한 추론이다.


그런데, 이런 궁여지책의 생존전략은 도시 마케팅 측면에서 엄청난 부수적 효과를 유발한다.

폭이 좁은 건물 구조는 길(골목)을 다양하고 다채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간단히 예를 들면 이렇다.
종심 50m 골목에 10m 너비의 점포가 들어선다면 단지 다섯 개의 점포만 존재하지만,
점포 폭을 5m로 하면 두 배인 열 개 점포가 들어설 수 있다.


즉, 같은 골목에 두 배의 점포가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들어서면서

시각적으로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외부인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유동인구를 유인하는 장점이 생기게 된다.



자칫 밋밋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길에 생명력을 주는 도시 미학.

중세 작은 도시가 주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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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며 대한민국의 편의성을 가장 크게 절감하는 게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물론, 웬만한 건물에서 다 이용 가능하고,
하철 역사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불편하고 곤혹스러운 게 화장실이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무료 화장실이 거의 없다.

지하철 역에 화장실이 없는 건 기본(?)이고,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다.
기차역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공공시설은 물론,
심지어 고객 유치가 지상 과제인 대형 쇼핑몰마저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곳이 많다.
본인이 먹은 건 뒷처리도 본인이 해야 하는 사용자 부담이 원칙이라는 건지..

돈을 내더라도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가장 황당하고 난감한 건 백화점의 경우.

한국의 백화점은 화장실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쓴다.
층별로 화장실이 있는 건 당연하고, 화장실이 무척 쾌적할 뿐 아니라 공간도 넉넉하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유럽의 백화점은 6층인 경우에도 화장실은 두 개층 정도에만 있고,
그마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두 칸 정도. 그러니 화장실 앞은 늘 장사진이다.
하나 있는 화장실이 수리중이라며 아예 폐쇄된 백화점도 있었다.
우리 개념으로는 상상이 안 되는 상황.

그러니, 조금이라도 생리적 현상이 느껴지면 미리 화장실을 찾아 곤혹스런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화장실이 있으면 아직 때(?)가 아님에도 억지로라도 들렀다 가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이런 환경에서 제일 고마운 곳이 화장실 이용에 비교적 관대한 스타벅스다.
때문에 어디를 가던 스타벅스가 보이면 안심이 되고, 위치를 머리 속에 담아두게 된다.

이런 가운데 발견한 거리 한복판의 무료 화장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화장실인데, 기왕이면 펜스를 조그만 더 높여줬으면 좋았을 걸.

사용 여부 식별을 위한 높이라 이해하더라도 사용자는 시선 처리가 애매하잖아~


이 화장실을 다른 측면에서 고찰(?)해 본다.


각국의 대중적 물가비교 지수가 있다.

나는 재미삼아 코카콜라 가격으로 나라별 물가를 가늠하곤 한다.

품목 하나로 물가를 비교한다는 게 억지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게 코카콜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물가비교 관점에서 내가 경험한 유럽 3개국 기차역 화장실 요금을 비교하면,

프랑스 파리동역 75센트, 독일 슈투트가르트역 70센트, 벨기에 겐트역 60센트.

기차역 관리가 국영인지 민영인지 모르지만, 묘하게도 화장실 요금 차이가 내가 느끼는 나라별 체감물가 차이와 비슷하다.


화장실 요금에 대한 사족 하나 더.

파리동역에서 75센트를 내고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기와 좌변기를 본 순간 든 생각.

'어~ 큰 거와 작은 거 요금이 같은 건 불공정한 거 아닌가..'

그리고 뒤이어 떠오른 생각.

'아~ 어차피 여자 화장실은 구분이 안되는구나..'



화장실 이야기를 하다 다소 뜬금없지만, 맥주 이야기로 넘어가자.


유럽의 병맥주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사이즈가 작다.

특히, 벨기에 병맥주는 작지만 강하다.



내가 본 벨기에 병맥주는 거의가 330cc의 작은 용량이지만, 알콜농도는 11%까지 봤다.

거의 와인 수준.

국산 맥주와 비교하면 용량은 절반이지만 알콜도수는 두 배다.

곰곰 생각해보니 이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산술적으로는 절반만 마시고도 취하는 효과는 비슷한 셈이다.


술값 덜 나오고, 들어가는 양이 적으니 배도 덜 나올테고, 취기는 빨리 오니 음주시간 줄어들어 귀가시간 빨라지는 등,

꽤나 효율 높은 맥주체계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유럽의 화장실 문화와 결부시키면 굉장한 메리트가 생긴다.

적은 용량 흡수로 인해 귀가길 화장실 사용 빈도도 반감될테니 그만큼 유료 화장실 비용도 줄어드는 경제적 이득도 생긴다.


맥주 도수가 높고 맥주 용량이 적은 이유가 덜 마시고 빨리 취해 화장실을 덜 가자는 의도였겠냐만은,

사회현상은 의도됐든 의도치 않았든 묘하게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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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세 도시를 다닌 거지만, 벨기에가 레이스(lace) 등 수예품이 매우 발달한 나라라는 인상을 받는다.

가는 곳마다 수예품 전문점이 많은데, 아내의 판단에 따르면 디자인과 짜임새 등 제품의 질이 우수하면서도 국내와 비교하면 가격이 많이 싸다고.



관심 가는 것이 많은 만큼 구매에 대한 자제력도 비례.



이걸 보니 꼬맹이에게 선물하고픈 싶은 생각이 든다.



남자는 여자보다 지켜줘야 할 게 많다.




동상 오른쪽 비닐하우스는 우리의 포장마차 같은 거.
포장마차 주인이 자기 가게의 출입구 안내표지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통이 앞에 있는데 누가 제대로 보겠나.
그걸 떠나서 동상 전면에 쓰레기통을 놓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이분이 누구신지 내가 알 턱이 없지만, 이래저래 참 수모가 많으신 분이다.
이 사진만으로는 안 보이는데, 윗 부분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손 위에 올려진 맥주 캔 하나.
여기까지 기어오르는 거 쉽지 않아 보이던데..
동상 아래가 새까만 이유가 있다. 얼마나 기를 쓰고 올랐으면..


이 동상에서 또 하나 궁금한 건 동상 중간을 장식한 각종 문양들.



큰 방패는 이 분과 관련된 가문의 문양이라 치더라도, 마치 그림문자 같은 작은 표식들은 무얼까.

범선과 가위와 사람 그리고 물고기의 표식 등이 있는 걸 보면, 이 분의 탐험기록 같은 게 아닐런지.




운하변을 따라 앉아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는 젊은이들을 계속 보게 된다.
날씨가 좋을 때 이런 모습은 젊음의 낭만으로 보일텐데,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차던 이날 이들의 모습에선 아직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쓸쓸함이 느껴진다.
본질을 모르는 채 날씨에 따라 같은 현상을 다르게 느끼는 나는, 감성이 풍부한 건지.. 판단력이 부족한 건지..



브뤼헤에서 많이 본 실버 투어단. 겐트는 더 하다.

번호판을 든 깃발 부대가 곳곳에서 무리지어 다니는 게, 그만큼 이들에게도 겐트는 생소한 곳인가 보다.



보트투어도..



학생 단체견학 모습도 브뤼헤와 비슷하다.

쌀쌀한 날씨에 운하변에 있는 커플의 패션과 포즈가 예사롭지 않다 싶었는데,

내 옆의 누군가가 망원렌즈를 이용하여 그들의 모습을 열심히 담고 있다.

아마 상업적 목적의 촬영을 하는 모델인 듯하다.





NH농협이 겐트에서 호텔 사업을? ^^




늦은 시간임에도 건물 안에서 각종 악기음이 들리는 걸로 보아 음악학교인 듯.




벨기에 4종 세트 모형을 담은 기념품.

브뤼셀 오줌싸개 소년이 겐트까지 원정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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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중세 유럽 건축물들이 그러하듯 켄트의 건축물도 디테일이 강하고 아름답다.



한땀 한땀 수를 놓은 건물 구석구석에 배치한 조각과 문양들을 들여다 보노라면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하다.   



전면 상단의 그림과 그림 위 창문 좌우의 부조(浮彫)야 다른 건축물에서도 많이 봤지만, 창문 아래 네 개의 구멍 용도는 무얼까.

특정 행사에 쓰이는 깃발 꽂이?

지붕 밑을 평면으로 하지 않고 음각으로 공간을 만든 것도 그렇고,

벽면에 청동 조각을 심은 세세함까지.  



다른 곳에서는 내가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미처 관심을 갖지 못 했을 수도 있는데,

겐트의 건축에서 자주 눈에 뜨이는 부분이 있다.

 


벽돌을 가지런히 쌓아 올린 벽돌집이 많다는 거.

그것도 단층 주택이 아닌 중층 건물이 많다.



또한 그런 벽돌집 상층부의 나무로 된 창들도 눈길을 끈다. 




벽돌 건축물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돌로 축조된 건축물은 벽돌이 주는 느낌과는 또 다른 무게감과 정감이 느껴진다.




이 건물의 외관은 벽돌같은 돌인지, 혹은, 돌같은 벽돌인지 다소 애매하다.




이건 벽돌로 축조후 진흙을 덧바른 느낌.







이게 뭔가 했다.

건물간 연결고리인가 했는데, 건물의 기울어짐 방지를 위해 철 구조물로 서로 떠받쳐 놓은 모습.

이 정도면 철거 대상이 아닐까 싶지만 실내는 불이 켜져 있다.




부조, 조각, 나무, 돌, 벽돌 등,

위에 언급된 모든 소재들이 모두 혼재된 건물. 

게다가 현대의 메탈 구조물까지. 측면 구조물의 용도는 뭘까..



:

유럽에서는 거리 예술로 자리잡아 나간다는 Graffiti.
이태리어로 낙서라는 뜻의 그래피티는, 벽에 스프레이나 라카 혹은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행위다.

겐트의 한 골목에도 Graffiti Street이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주체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쓸 수 있는 모양이다.

때문에 이곳 벽의 내용은 수시로 바뀐다고 한다.



Graffiti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런 행위를 예술로 볼 것이냐, 남의 재산에 무단으로 낙서를 하는 범죄로 볼 것이냐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라는 거.


재밌는 건, 그래피티를 하는 당사들은 무단으로 한 것만을 진정한 그래피티로 인정하며,

허락을 받고 하는 그래피티는 [뮤랄]이라 하여 전통적인 의미의 그래피티로 인정받지 못 한단다.

합법적인 것을 거부하는, 태생 자체가 다소 반항 혹은 저항의 DNA를 품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살짝 궁금해지는 게,

겐트의 Graffiti Street은 합법일까, 묵시적 불법일까..

그리고, 그림이 그려진 이 벽의 소유권자는 누구일까..

행정자치단체 등 공공의 소유? 사유재산?



호기심에 찾아보니, 한국은 graffiti를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도..

그래피티는 누군가에게는 해방구다.



:

빛은 평범한 것에 환타지를 준다.
겐트의 야경도 그렇다.


9시가 가까운 시각, 이 자전거의 주인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이들은 이 밤에 무엇을 나누고 있는지...



야경에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모처럼 나도 한 페이지를 쉽게 넘겨본다.








건물 사이의 좁은 노천카페.

이곳의 모습이 너무 낭만적으로 보여 다음 날 낮 일부러 찾아갔다.

결과는... 휑하고 썰렁~ 아주 실망스러웠다.

조명빨이라기 보다 밤이 주는 낭만이었겠지.









지나던 젊은 여자가 내게 시간을 물어본다.

대답을 하려다 귀찮아 시계를 찬 왼쪽 손목을 내밀었더니, 시계를 들여다보고는 "I don't understand."

뭔 소리야..

아~ 디지털 시계에 익숙해 시계 바늘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 보는 법을 모르는 듯하다.

이런... 정말 이런 경우가 있네..



:



건축물에 대해 조금 더 사족을 달자.
언뜻 느낀 거지만, 벨기에의 건축물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유난히 하늘을 찌르고, 삼각 계단형 지붕이 많다.



건물의 지붕이나 탑을 보면,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곡선이 많이 가미된 거 같고,
독일과 스위스가 뾰족한 형태가 많은 듯한데,
벨기에는 그 뾰족의 예리함이 훨씬 더 하다.



건물 전면의 계단식 삼각형 지붕도 그렇다.


사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분명한 원인이 있다.

그게 환경적 영향일 수도, 신앙적 영향일 수도, 심리적 영향일 수도 있지만,

무엇에 기인하든 인간이 느끼는 불안을 해소하거나 염원에 대한 갈망이 표출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중세 벨기에 사람들은 무엇이 두려웠고, 그로 인해 무엇을 바랬기에 삶의 터전이 끝없이 하늘을 향했을까.



:



그라벤스틴 城 꼭대기에서 겐트 시내를 바라볼 때 유독 솟아오른 세 건축물은 뭘까?

성곽 깃발에서 가까운 곳부터 하나하나 찾아가 보자.



[Saint Nicholas' Church]

건축 전문가는 아니지만 건축학적으로 연구대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건물이다.
대개의 교회나 성당이 겉문을 열면 바로 내부로 연결되는데 반해, 이곳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콘서트 홀과 같이 로비가 있다.
로비 안의 중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가려면 티켓이 필요해 우린 로비 구경으로 끝냈지만 내부가 궁금하긴 하다.


Saint Nicholas' Church는 앞뒤가 상반된 컨셉이다.

전면이 전체적으로 각진 모습에 곡선의 기둥이 부가된데 반해, 후면은 디테일은 직선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둥근 곡선 느낌.
때문에 Saint Nicholas' Church는 stylish한 남성적 이미지의 앞 모습과 개성 강한 여성미의 뒷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Saint Nicholas' Church를 지나면, 그라벤스틴 성곽에서 볼 때 가운데 우뚝 선 [겐트의 종루]가 이어진다.


[겐트의 종루] 앞 뒤 모습.


종탑에 오르는 엘리베이터가 있을 정도로, 보기에도 걸어 오르기에는 힘들게 보인다.

저기도 입장료는 8유로. 돈독이 올랐구나 싶기도 하지만, 안 그러면 통제가 안 돼 보존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니 이해도 된다.



종루 뒷모습의 디테일도 아름답지만,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종탑 부분.



종탑의 네 꼭지점에 길게 나와있는 이 봉의 용도는 무엇일까?

단순히 깃발이나 휘장을 드리우기 위한 용도는 아닐 거 같은데, 사방으로 어떤 기세를 발산한다는 상징적 의미인지..

철로 추정되는 저 봉이 내부에 어떤 형태로 고정됐는지도 궁금하다.



Saint Nicholas' Church와 겐트의 종루를 지나 150m 정도의 멀지 않은 거리에
이름에 의문이 있는 엄청난 규모의 성당이 있다.


성당 홈페이지에 [Sint-Baafskathedraal]로 표기된 이 성당은 영문의 백과사전에는 [St. Bavo's Cathedral]로 표기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성당의 이름은 언어에 따라 성 밥스나 바프스, 혹은 성 바보스 성당이 되야 할 거 같은데,

구글지도의 한국어 표기는 다소 쌩뚱맞게 [성 브라보 성당]이다.

영문 알파벳만으로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브라보로 해석하기 쉽지 않다.


더 의아한 건 여행관련 앱에도 성 브라보 성당으로 표기된다는 거.

뭔가 다른 의미나 사연이 있는 건지..

이런 경우 난 명칭을 뭐라 해야할지 늘 고민한다.



여하튼, 이 성당의 규모는 엄청나다.

위성사진을 통해 앞서 소개한 성 니콜라스 교회와 비교하면 짐작이 갈까..



같은 scale의 지도에서 건물 앞뒤 길이도 차이가 나지만, 폭의 차이도 크다.

특히, 건물 후미 폭이 큰 차이가 난다. 마치 새끼 방개와 어미 방개로 비유될 정도.

방개로 비유했지만, 둘의 뒷 모습이 유사한 것도 재밌다.

기록을 보면두 건축물 모두 한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수 세기에 걸쳐 증축됐다는데, 둘 중 하나는 표절?


성 브라보 성당(어쩔 수없이 편리한 명칭으로 간다)의 내부를 보면,



잔디 그라운드를 둘러싸고 육상트랙이 있듯, 미사를 보는 중앙 홀을 둘러싸고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



미사를 보는 중앙 홀을 둘러싼 공간.

저 끝의 왼쪽으로 돌면 미사 공간 제단의 뒤로 돌아간다.

마치 성당 안에 또 하나의 성당이 있는 듯하다.



중앙 홀 외벽 여러 유형의 공간들.

이러한 공간들이 중앙 홀을 빙둘러가며 에워싸고 있는데, 지하에도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성 브라보 성당의 규모도 규모지만, 예수님을 비롯해 교황의 형상, 가문이나 지배자의 상징인 문양까지 가득 전시된 걸로 보아,

겐트가 벨기에 역사의 어느 한 시기에 엄청난 권위를 가졌던 도시였음을 알리는 듯하다.

동시에 그 권위의 중심이 성 브라보 성당이었고, 이 성당을 이끌었던 사람이 결국 이 도시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Sint-Jacobskerk(성 야곱 성당?)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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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자전거가 담겨있는 사진을 좋아한다.

그 자전거에 아이의 모습까지 살짝 걸쳤다.

각자의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기다리는 순간의 모습이 너무 좋아 흑백으로 담은 한 컷.


그런데, 저 사람들이 기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그라벤스틴 城은 겐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축조물이다.

외관에서 중세 요새의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 그라벤스틴 城은 외부의 높은 벽과 그곳에서 내려 보이는 중세의 전경,

내부 곳곳의 나선형 계단이 특징인데, 여지껏 본 城들과는 느낌과 구성이 사뭇 다르다.



그라벤스틴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城內 관람비용은 10유로. 이제 중세로 타임슬립을 해보자.



그라벤스틴 城은 城과 城을 둘러싼 성곽으로 구분된다.

우측 계단을 통해 城 내부로 들어가 정해진 동선에 따라 돌면 왼쪽 출구로 나오게 된다.

단체견학 온 학생들이 내부 투어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입구 기념품 코너를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그라벤스틴을 잘 보려면 철저하게 정해진 동선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서 우왕좌왕 같은 곳을 계속 돌 수도 있다.

몽생미셀 만큼은 아니지만, 처음 이곳에 부임해온 사람 중 식당 못 찾아 몇 끼 굶은 사람도 많을 듯.




이게 중세의 무기들이라는데..



이건 좀 믿기지가 않는다.

실제 전투에서 무기로 활용 여부를 떠나 사람 키보다 긴 이 검을 누군가 휴대했었다고?

더구나 중세인들은 현대인보다 체구가 작았을텐데..



12세기 말 방어요새로 축조된 그라벤스틴 城은 시대의 변모와 함께 백작家의 별장, 죄수들의 수용소,

공업단지 등으로 역할을 달리 하다 1907년에 박물관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그런 변천과정 때문인지 그라벤스틴 城에서는 일반적인 유럽의 城에서 보이는 화려한 장식의 실내는 전혀 볼 수 없다.

벽과 천정 등 실내 모든 공간이 전혀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노출하고 있으며,

무기고, 고문실, 처형장소 등 어두운 면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단두대라 칭하는 [기요틴]과 고문 모습 및 고문 기구들.

기요틴의 구멍 뒤에는 손목이나 발목 등 신체를 받는 자루가 달려있다.

전시된 고문 기구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하다.


기요틴에 대한 사족을 달면,

기요틴이 프랑스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형수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무통(無痛) 처형이 가능한 혁신제품으로 평가받았단다.

하지만, 순간적인 실행으로 신체적 무통효과는 있을 지 모르지만, 당사자나 사형집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정신적 공포는 어땠을지..


또 하나 재밌는 건, 기요틴이 나오기 전에는 귀족과 평민의 처형방법이 달랐는데,

기요틴이 나오면서 귀족과 평민이 같은 방법으로 처형됐다고.

처형시 무통효과와 신분에 따른 차별까지 없앤 인도주의적 발명품이 되었다고 하니,

이걸 뭐라 평가해야 할지..



한때 이 성을 지배했던 백작 가문의 문양인 듯하다.




목재 바닥이 많은 것도 그라벤스틴의 특징.

그리고, 그라벤스틴 곳곳을 보려면 끝이 없는 듯한 좁은 나선형 계단을 쉼 없이 오르내려야 한다.

오르내리며 쉬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그라벤스틴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만큼의 보상이 따른다.



그라벤스틴 城 꼭대기의 모습.



성탑에서 바라본 겐트.

먼 모습을 조금 더 당겨보자.



압도적 위용을 뽐내는 저 4인방이 나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우측 사진은 城 지하의 시설들.

정말 무지하다 할 정도로 단단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밖에...


그라벤스틴은 그간 봤던 유럽의 다른 城들과는 분위가 다르다.

표현하기가 힘든데, 뭐랄까.. 뭔지 권력의 음습함이랄까.

관람후 뒷 맛이 개운치 않지만,



그나마 성탑에서 이런 예쁜 겐트를 볼 수 있어 상쇄가 된다.



城 밖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그런 복잡한 감정을 복기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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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시작으로 슈투트가르트 - 하이델베르크 - 로텐부르크 - 퓌셴 - 메칭엔 - 브뤼셀 - 브뤼헤에 이르는 동안 각양각색의 숙소를 접했는데, 겐트에서 정점을 찍었다.


[Rooms With A View]라는 이름에 끌려 덜컥 예약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는 겐트의 핫 플레이스에 위치한 곳이다.



[Rooms With A View]는 오른쪽 건물의 2~4층에 Room 하나씩 모두 세 개의 객실만 있으며,

왼쪽 건물 1층의 레스토랑 주인이 운영하는 민박 형태.



우리 숙소는 4층 옥탑방 아래 3층.

측면이 운하와 접해 있어 정말 Room with View가 맞는데, 운하와 접해있는 지하 부분의 방수는 잘 돼 있다고 봐야겠지..


이 숙소의 함정은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거.


건물 전면 폭이 좁아 계단이 협소한데다, 2층부터 4층까지는 가파른 나선형으로 되어 있어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체크인 후 숙소를 올라가는데, 여주인이 내 라지 사이즈 캐리어를 들고 성큼성큼 잘도 올라간다.

내가 들고 오르려 하니, 위험하다나..



헐~ 이번 여행중 처음 마주친 디지털 도어록.


숙소는 모든 게 기대 이상이었다.



방의 두 면에 창이 있어 채광과 조망이 너무 좋다.

천정이 보와 서까래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이채롭고.



테이블 위에는 포트는 물론 와인과 와인 잔, 네스프레스 커피 캡슐까지 세팅되어 있고,



냉장고에는 음료수와 병맥주가 채워져 있는데, 이 모두가 free.



3층 숙소에서 보이는 정면과 운하 좌우의 전망.

창밖으로 보이는 전경이 왜 이 숙소의 명칭이 [Rooms With A View] 인지를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와인 한잔과 함께 음미하는 야경은,

이번 일정에 이 도시를 포함하고 이 숙소를 선택한 나의 판단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식이 제공되는 2박 요금은 tax포함 372유로.

이번 여행 숙소중 가장 고가다.


최적의 위치와 뛰어난 view에 무료 제공되는 품목까지 감안하면 하루 25만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하루 이틀 숙박이 아닌 한 달 정도의 장기여행에서 1박 25만 원은 사실 엄청난 비용이다.

마지막 숙소가 아니었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가격이지만, 나쁜 선택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여행의 하루 일정이, 숙소에서 나와 하루 종일 시내투어를 하며 점심을 먹고,

중간에 휴식 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저녁까지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패턴인데,

다운타운 한 복판에 위치한 숙소에서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되다 보니,

숙소에 들러 컵라면이나 햇반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커피 한잔 하고, 다시 나가 마트에서 저녁을 사들고 들어와도 된다.

게다가 화장실 요금도 절약된다.

이렇게 시내에서 소비될 비용의 절감 부분까지 감안하여 하루 총 지출비용을 산출하면,

[Rooms With A View]는 가성비 최고의 실용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꼭 한번 다시 들르고픈, 그리고,

딸의 결혼기념일에 예약하여 선물하고픈,

너무나도 인상깊었던 [Rooms With A Vie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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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Brugge)의 여운을 간직한 채 겐트(Gent)에 도착하자마자
무임승차, 정확히는 무료승차의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역에서 숙소로 가는 트램을 타려는데 정류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티켓 발매기가 없다.
옆에 서있는 여학생에게 물어보니 운전기사에게 지불하면 된다고.
일곱 량으로 구성된 트램의 붐비는 세 칸을 가로질러 기사에게 다가가는 것도 간단치가 않다.
내리는 역을 알려주고 손바닥의 코인을 내밀며 얼마냐고 물으니, 얼굴을 한번 힐끗 쳐다보곤 됐단다.
보아하니 여행객인데 동전까지 꺼내 들었으니 무임승차 의도는 없어 보이고, 운전하기도 바쁜 차에 요금 주고 받는 게 귀찮았나보다.

유럽의 트램 운행을 보면 신기하다는 느낌이 든다.


같은 차선을 트램과 일반 차량이 함께 사용하는 1차선 구간도 많고,

사거리나 삼거리에 신호등이 없는 곳도 많은데, 어쩜 그리 원활하게 잘 돌아가는지.
도심 차량이 과포화 상태가 아닌 것이 기본적 이유겠지만,
트램이 정류장 정차시에도 뒤에서 조급함없이 기다리는 게 몸에 밴 습성이 그런 원활함의 또 한 요인인 듯하다.



벨기에만의 여행가이드가 아닌, 유럽 여행가이드에 소개되는 벨기에의 도시는 대개 브뤼셀과 브뤼헤다.
하나 더 포함된다면 안트워프(안트베르펜) 정도이고, 겐트가 소개되는 여행가이드는 흔치 않다.
때문에 브뤼헤에서 기차로 30분도 채 안걸리는 겐트에 발을 디딜 때까지만 해도 겐트는 브뤼헤보다 작은 중세 도시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古 건물의 규모가 엄청나다. 오히려 수도인 브뤼셀을 압도할 수준.


수시로 보이는 성당이나 교회가 거의 웬만한 실내체육관 수준의 규모임을 보며,

이 도시가 중세에는 상당한 권력자들이 지배하던, 꽤나 떵떵거리던 도시임을 짐작케 한다.


이건 또 뭔가...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은 도시, 겐트.
눈에 담기조차 버거운 이 도시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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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난 브뤼헤홀릭인가 보다.

보고 또 보고 걷고 또 걸어도 물리기는 커녕 그때마다 새롭다.



그랑플라스에 비해 개방감이 느껴지는 마르크트 광장.




마르크트 광장 남동쪽에 있는 종루 전면과 후면 내부의 모습.




Church of Our Lady Bruges.

늘 느끼는 거지만, 그 옛날 이런 설계와 시공이 어찌 나오는지...




브뤼헤 downtown 남쪽 공원에 위치한 [베긴회 수녀원].

꽤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두 분의 수녀님이 기도문을 암송하고 계시다.

언어가 달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함께 숙연해진다.

언어가 다름에도 기도문 암송의 독특한 리듬감과 운율이 우리와 비슷한 게 신기하다.




브뤼헤에도 많은 성당과 교회가 있지만,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예수의 성혈을 모셔둔 [바실리크 성혈 예배당(Basilica of the Holy Blood)]을 들르지 못한 건 못내 아쉽다.

브뤼헤를 다시 찾아야 할 이유와 명분을 남겨뒀다고 위안해야 할까..



이런 정겨운 모습들이 나를 매료시킨다.




17년 만에 찾은 이 도시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를 알게 해준 건축 현장.

오로지 목재만으로 시공되는 이것은 어떤 모습인지 내년에 또 확인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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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에서는 다른 곳에서 안 보이던 모습들이 보인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백안의 노인들을 많이 보게 된다.

관광지에 카메라를 휴대하는 게 이상할 건 없지만,
유럽 노인들이 단체로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는 모습은 충분히 이채롭다.
그만큼 브뤼헤는 유럽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훙미로운 곳인가 보다.

또 하나 자주 보이는 단체는 아이들 그룹.


인솔교사를 따라 다니는 아이들이 모두 동일한 형광색 조끼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 아이들은 브뤼헤 소재 학교의 학생들인지..



어느 도시든 그렇긴 하지만, 브뤼헤도 이것저것 먹거리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앞서 언급한 홍합요리.



국물없는 홍합탕이라 하면 대충 설명이 될라나. 딱히 특별할 건 없다.


지나다 보니 출입문에 한글 [라면]과 일본어 [うどん]이 함께 쓰여진 아시안식당이 있다. 마침 점심 때라 들어갔다.

메뉴에는 라면이나 우동 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어지간한 아시아 요리들은 다 있다.

주류 중에 참이슬도 눈에 띈다.


내가 주문한 김치라면. 이게 대박이다.

재료가 다양할 뿐 아니라 양도 푸짐한데다 맛도 좋다.
마치 된장을 푼 듯한 구수한 맛에 김치 식감도 어색하지 않다.
국물 맛이 너무 좋아 공기밥이 없는 게 매우 아쉬워, 계산을 하며
"한국인들은 라면에 밥을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고 알려줬는데 반영이 될라나..^^



12종류의 생맥주 시음장? 이건 또 뭐냐..



요금은 34유료. 딱 한 잔씩인지, 리필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맛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긴 했지만, 점포 안이 너무 협소해 포기.


그리고, 본 순간 의아했던 이것.



떡은 아닐테고, 이게 뭐지..

치즈다.




하필이면, RIBS MORE 가 붙은 식당 앞에 있는 마두(馬頭) 분수.

에이~ 씁쓸하네..




저 많은 식당들을 시람들이 메워주고 있다.




노세~ 노세~♪ 젊어 노세~~~♪♬



:


여지껏 여행을 다니며 야경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가는 곳마다 밤에 돌아다녔다.

브뤼헤의 야경은 어떤 모습일까..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숙소를 나섰다.


브뤼셀의 그랑플라스와 함께 벨기에의 예쁜 광장 베스트에 꼽히는 마르크트 광장.

그랑플라스가 선이 뚜렷한 시청사와 시립박물관을 중심으로 화려한 황금색 건물로 둘러쌓여 아늑한 공간감을 준다면,

마르크트 광장은 예쁜 색깔의 아기자기한 건물을 배경으로 좀더 트인 느낌을 준다.

그로 인해, 그랑플라스는 광장의 중심이 놀이마당인데 비해, 마르크트 광장은 광장 공간에서 즐기기보다 광장 주변의 점포가 성황이다.


가운데 동상은 프랑스의 탄압에 맞서 벨기에 독립에 앞장 선 독립영웅들..




같은 건물이 밤과 낮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마르크트 광장 5시 방향에 있는 높이 83m의 종루.

나선형 계단을 366개 올라가면 브뤼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와 47개의 종이 매달려 있다는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우린 관람을 포기.

혹시 366 계단이 1년을 상징하는 거라면, 47개의 종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정면 왼쪽 건물의 2층 높은 천정의 사이키델릭 조명. 브뤼헤의 새로운 면을 보는 듯하다.

섬처녀 새끼 손톱에서 네일아트를 본 느낌이랄까.




벨기에도 참 뾰족한 거 좋아하고, 빨간 색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거 좋아한다.




왼쪽 현수막의 단어로 미루어 보면 이 건물이 병원? 느낌은 형무소인데...







분위기는 여기가 더 낭만적인 거 같은데,



맥주 맛은 왠지 여기가 나을 거 같고...




설마 말이 주야 2교대 근무는 아닐테고, 얘도 낮에 브뤼헤 골목을 정신없이 누비고 다녔을텐데 ,

그나마 밤에 손님이 뜸해 다소나마 쉴 수 있어 다행이다.

체구와 표정이 어린애 같아 보여 마른 모습이 안쓰럽다.




운하 곳곳을 헤집고 다니던 보트도 다음 날을 위해 야간엔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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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의 매력은 "작음 속의 다양성과 조화"다.

작은 도시임에도 있을 건 다 있다.

중세의 전통을 보존하면서 현대를 접목시킨다.

빈티지 컨셉의 건물에 현대의 인기 브랜드가 있다.


흔한 브랜드가 식상하다면 골목을 찾자.



브뤼헤의 좁은 길과 뒷골목에는 개성있는 아이템들을 갖춘 가게들이 많다.



이런 가게들의 제품은 단순히 관광객만을 노린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다.



제품의 질이 좋고 각기 개성이 있다. 게다가 가격도 싸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대량생산에 의한 흔한 제품이 아니라, 대부분 수제품으로 흔히 볼 수 없는 레어 아이템의 성격을 띈다는 것.

눈길이 가는 게 너무 많았다.




골목을 찾아 다니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이런 상점들이 제법 많다.

여기도 골목은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겠지.




독일 로텐부르크에서 본 크리스마스 용품 체인점이 이곳에도 있다.




크고, 작고, 그리고, 다양한 색깔들이 조화를 이룬 건물들.




흔히 맥주 하면 독일을 연상하지만, 벨기에의 맥주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굳이 비교한다면, 독일 맥주가 Hof라는 용어로 친숙한 생맥주로 상징되는데 비해, 벨기에는 생맥주보다 병맥주가 대세다.
병맥주의 나라답게 다양한 병맥주가 진열된 매장을 자주 보게 되는데, 각기 다른 다양한 디자인의 label을 보는 즐거움도 괜찮다.
500종 이상 있다고 써 붙인 점포도 많다.

500종의 맥주가 있다는 병맥주 판매점에서의 에피소드 하나.
종류가 워낙 많아 실제 500종이 있는지는 헤아릴 수 없고,
"가장 대표적인 벨기에 맥주가 뭐냐?"고 물으니, 바로 돌아오는 대답은 "좃~"
뭔 소리래... " 뭐라고?" "좃~"
되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똑 같다. 또 물어봐야 같은 말이 다시 나올테고..
"그거 어딨는데..?" "저 쇼 윈도우 끝에.."

가보니 있긴 있다. [Zot]

[쪼~트]라고 했을텐데, 내 히어링이 문제겠지..
상표의 brugse 라는 단어를 보니 브뤼헤 대표 맥주가 맞긴 맞는 듯.



언뜻 보면서 adult shop인 줄 알았다. 호기심에 들여다보니 초콜릿이다.

이것의 마케팅 효과는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여튼 관심을 끈 것만으로도 아이디어와 창의성은 인정~




꽃밭마저 다양하고 조화롭다.



다양성과 조화는 투어 매체에서도 나타난다.

이미 보트투어를 언급했지만, 운하를 이용한 보트투어 못지않게 인기 있는 게 마차투어다.



처음 마르크트 광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마차를 봤을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골목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시끄러울 정도로 쉴 새 없이 지나다닌다.

그것도 크지 않은 골목길을.



마차를 끄는 말들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말은 경쾌함이 느껴질 정도로 가벼운 발놀림을 보이는가 하면, 어떤 말은 표정과 발걸음이 힘겨워 보인다.

2인용 마차와 6인용 마차의 차이인데, 이건 사실 불공평하다.

6인용 마차는 적어도 둘을 붙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 백마는 흔히 보는 말들과 달리 발목에 털이 많다. 혹시,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유래된 종(種)이 아닌지..

눈 속에 푹푹 빠지는 발목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진화론적 유추를 해본다.




이 친구는 마차가 아닌 말을 타고 있네..




벽면과는 뭐가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각.

이 또한 다양성의 조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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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를 왜 천정없는 미술관이라 할까..

브뤼헤 구도심을 여유롭게 거닐면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이 화폭에 담긴 작품이다.



오직 세월과 자연만이 합작하여 빚어낼 수 있는 천연색의 디테일한 조화와



세월이 입혀준 결코 추해보이지 않는 자연의 때.



그리고, 세월의 편린처럼 느껴지는 건물 상층부의 외관 소재가 나무라는 게 놀랍다.


이런 자연의 모습에 인간이 모자이크한 건축물들이 브뤼헤라는 갤러리를 장식하고 있는 미술품들이다.



백조는 브뤼헤의 상징이다.


"물에 들어갈 땐 항상 준비운동을 해야 해. 자~ 잘 보고 따라 해~~" 



이렇게 브뤼헤가 아름다운 건 세월의 조화를 담고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색상과 각기 다른 소재가 각기 다른 자연스러움으로 고색창연하게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다.



그 흔적 안에 지나던 여행객이 [우리]를 덧칠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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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는 운하의 도시다.
단순히 도심 사이에 운하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운하가 생활의 중심이라는 방증이 곳곳에서 보인다.


운하가 마치 동네 골목길인 듯하다.

건물 주변에 운하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운하 속에 박혀있는 느낌.



집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도 운하와 바로 접해있다.




여기 문이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배나 보트를 대고 타고 내리는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저리 힘들게 문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

또한, 운하 수면과 거의 비슷하게 창을 만든 것도 운하를 정원과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는 건 아닌지.



이 빨간 문도 마찬가지.

이 정도면 출입구라 봐야 하지 않을까.



이 철문의 의미는 또 무얼까.

사유재산 토지에 경계선이나 담을 올리 듯, 이 동네는 운하가 차지하는 면적도 사유재산의 개념인지..

참 흥미로운 궁금증이 많다.



이 정도로 생활밀착형 운하라면 수질관리가 잘 되고 있음이겠지.

그렇지 않고야 벌레나 악취, 혹은 범람으로 인해 견딜 수 있겠는가.



운하가 아닌 개울같다.


부뤼헤 운하의 규모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비해 작지만, 운하를 따라 보여지는 아기자기한 맛은 베네치아보다 낫다.

다만, 노젓는 사공이 노래까지 불러주는 베네치아의 낭만은 기대할 수 없다.

베네치아가 남성적이라면 브뤼헤는 여성적이다.


브뤼헤의 젖줄인 운하를 보다 맛갈스럽게 맛보고 싶다면 보트투어를 권한다.



운하를 따라 걸으면 곳곳에 운하 보트투어를 할 수 있는 승선장이 있다.



우리도 그중 한 곳에서 보트를 탔는데, 1인당 8유로. cash only.
다른 승선장도 요금은 동일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승선한 보트의 조종사이자 투어 가이드.

스타일도 멋지지만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캡틴.



보트투어는 도심 곳곳의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예쁜 건물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준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30분에 걸쳐 4km를 운항하는 보트투어는 한번쯤 타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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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짧은 브뤼셀 방문을 마치고,
거의 같은 시간에 딸아이는 수업을 위해 파리로 가는 기차에, 우리는 브뤼헤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브뤼헤로 향하는 1시간 10분 동안 시선은 차창 밖 전원에 두고 있지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2001년 배낭여행시 들렀던 43개 도시 중, 독일 로텐부르크, 프랑스 남부 아비뇽과 함께

반드시 한 번은 아내와 다시 찾겠다고 손 꼽았던 세 곳 중의 하나.

브뤼헤는 [천정없는 미술관]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까..


17년 전 일정에 쫒겨 한나절만 머물렀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번엔 다소 여유있게 2박 3일 일정을 잡았다.

볼거리만으로는 1박 2일로도 충분할 정도로 작은 곳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정취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브뤼헤 안에서는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이 필요치 않다.

단순 투어 목적으로는 어디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범위다.


기차역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주변의 풍광에 벌써 아내의 탄성이 나온다.



브뤼헤 역 맞은 편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운하를 따라 형성된 Hendrik Pickery는 브뤼헤가 어떤 도시인지 예고편을 보여주 듯 사람들에게 설레임을 준다.

드넓은 수목과 잔디 사이를 고도차없이 지면과 거의 수평으로 초록을 품고 흐르는 운하에서 여유로움과 정겨움이 느껴진다. 역시 브뤼헤.



Hendrik Pickery의 평온함에 매료된 여행객을 맞는 Powder Tower.

배낭여행시 이리저리 걷다 이 탑을 보고 '이건 뭐지..' 했던 기억이 나는데,

명칭대로라면 분말가루 저장소겠지만, 체코 프라하의 Powder Tower와 같은 용도라면 이것도 화약을 저장했던 곳?



Powder Tower 옆 Minnewater.

네덜란드어로 minne는 사랑이라는 뜻이란다.

너무도 몽환적인 모습에 절로 셔터가 눌러지는데, 숙소에서 사진을 모니터 하면서 문득 느껴지는 데쟈뷰.


블로그의 2001년 배낭여행기를 뒤져보니 아래 사진이 나온다.



어쩜 이렇게 17년 전의 모습 그대로일까.

계절의 차이가 있음에도 2001년 배낭여행시 담았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마치 비슷한 시기에 담은 것처럼 피사체를 바라본 각도마저 비슷하다.

같은 모습에 대해 17년 전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변하지 않은 나의 감성에 스스로 흐뭇하다.

두 사진을 비교해보니, 17년 전 보수중이던 왼쪽 탑 부분이 지금은 모습을 드러냈다.



브뤼헤의 숙소는 조금 특이한 컨셉이다.



운하에 떠있는, 정확히는 정박되어 있는 [Hotel de Barge].



여기가 입구.



체크인 후 2층 좁은 복도 끝 방에 들어가니 침대에 구명조끼까지 구비되어 있다.

재밌는 건, 밤 12시 이후에는 방에서 샤워는 물론 화장실 사용도 금지. 아마 불완전한 방음때문이 아닌가 싶다.

밤 12시 이후 화장실은 리셉션 옆의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운하 위에서 운하를 바라보며 갖는 아침식사도 한번쯤 해볼만한 경험이다.



숙소 체크인 후 저녁식사도 할 겸 가볍게 주변 정찰(?)에 나섰다.



저녁 7시. 유럽의 상점은 일찍 문을 닫는다. 더구나 일요일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려다가는 밤새 갈증에 시달릴 수가 있어,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롭더라도 미리 물을 사두는 게 현명한 판단.



문을 연 네팔식당의 카레라이스는 양이 엄청나다.

경제지수와 밥의 양은 반비례하는, 밥힘의 중대성이 확인되는 거 같아 씁쓸하다.

카드를 내미니, 카드 결제시는 1유로가 추가된단다.

유럽에도 오직 현금만 받는 곳도 있고,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만 카드결제가 가능한 곳도 있지만, 카드 사용시 추가금을 받는 경우는 처음이다.

현금이 없는 고객을 놓치기는 아쉽고, 카드수수료와 세금은 아까우니, 20여년 전 우리가 행했던 편법 결제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브뤼헤의 야경을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유럽에선 보기 드물게 일요일 밤 10시가 가까와 옴에도 영업중인 점포가 제법 있다.
여긴 웬 일이래... 늦게까지 문을 열고있는 점포의 안을 들여다보니 주인들의 틀이 나와 비슷하다.
그랬다.. 일요일임에도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는 곳은 모두 주인이 아시아인이다.
자본과 기득권이 없는 이방인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무기는 부지런함밖에 없다.
이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면서, 카드 결제시 추가금을 받는 모습까지 오버랩되니 일견 애잔한 마음도 든다.

이렇게 늦게까지 영업하는 줄 모르고, 우린 괜히 1.5L 물병을 세 시간씩이나 들고 다녔네..



문을 열고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할머니의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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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베르 1세께서는 무엇을 지키고 계신지 그 뒤를 살펴보자.


먼저, 성 미셀 성당에서 골목을 따라 4시 방향으로 나가면 연방정부 관공서와 브뤼셀 공원 후문이 마주하고 있다.


브뤼셀 공원 후문 앞의 연방정부 관공서.


아직 봄의 기운이 와닿지 않은 휑한 느낌의 브뤼셀 공원 정문 맞은 편에는 브뤼셀 왕궁이 있다.



브뤼셀 왕궁역시 그간 보았던 유럽의 여느 왕궁에 비하면 크게 와닿는 감흥이 없다.

그간 너무 많은 걸 보며 왕궁 권태기에 빠진 건지도..

왕궁에는 왕실 집무실이 있지만, 국가행사가 없는 날은 개방하여 내부관람이 허용된다고 한다.

그럼 국가행사가 있는지 여부는 어떻게...



행사가 있는 날은 국기가 계양된다.

흠.. 그렇다면 가는 날이 장날..


하지만, 내게 브뤼셀 왕궁보다 더 좋았던 곳이 있다.

브뤼셀 센트랄 역을 지나 왕궁 방면으로 향하면 나타나는 곳.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벨기에 재건을 이끈 알베르 1세 동상 뒤에 왕립도서관, 왕립미술관, 악기박물관 등이 있고,

그 건물들 사이에 공원이 있다.



잘 가꾸어진 이곳의 명칭은 Mont des Arts. 굳이 한글화 하자면 예술의 언덕?

왼쪽의 건물이 왕립도서관, 사진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구글지도에 Dynastiegebouw와 함께 박물관이라 부기되어 있다.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계단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는 태양을 배웅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꽤나 낭만적으로 보였다.


젊은이들이 서있는 완쪽 건물 벽에 익숙한 단어 하나.


왕립도서관과 왕립미술관을 잇는 건물에 뜬금없이 보이는 한글.

이 [사랑]이란 단어(글자)는 좀 떨어진 다른 곳의 건물에도 있었는데, 어떤 사연이 있는지..

내 추론으로는 글씨의 획이나 서체가 한국인이 쓴 거 같지는 않다.

한국을 다녀간 벨기에 사람의 작품같은데, 혹시..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벨기에 청년 줄.. ? ^^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Dynastiegebouw 측면 벽시계도 예사롭지 않다.



매 시 정각에 저 종이 울릴까..

그간 유럽을 돌아본 학습효과로는 정각마다 저 종이 울릴 거 같다.

그렇지 않다면, 조각 하나하나에도 의미 부여하기 좋아하는 유럽인의 특성상 저 꼭대기에 굳이 종이 있을 이유가 없을 듯하다.


(윗 두 사진은 구글지도에 포스팅된 사진을 캡쳐한 것)


각 時의 철 조각에 색까지 입혔다.



Mont des Arts과 성 자크 구텐베르크 성당 사이에 있는 악기박물관.

상층부의 OLD ENGLAND는 뭔가..




알베르 1세 동상 뒷편에 있는 명소들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선 그랑플라스 초입.

어둠이 내린 이국의 밤거리는 이방인 여행객의 눈에 꽤나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벨기에 맥주 한잔 했어야 했는데...

늘 지난 후에 아쉬움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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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셀 성당을 소개한 김에 두 곳만 더 이야기하자.

앞서 고백(?)한대로 난 유럽의 성당과 교회를 구분할 능력이 안 되어 가급적 구글지도의 명칭을 그대로 옮긴다.

그랑플라스의 스타벅스 오른쪽 골목를 관통하다시피 빠져나가면 St. Nicholas Church를 만난다.


여기는 여지껏 본 성당이나 교회와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



처음엔, 내 눈의 착시현상인가 싶었는데, 제단 뒤 후면이 왼쪽 11시 방향으로 휘어있다.

여행을 다니며 숱한 성당과 교회 내부를 봤지만, 이런 구조는 처음이라 무척 신기했다.

구글지도의 평면도를 보면 단순히 토지 형태의 문제가 아닌, 뭔가 사연이나 의미가 있을 듯한데 그게 뭘까..

여지껏 궁금하다.



제단의 형태는 물론, 제단을 둘러싸고 있는 장식도 기존의 교회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잘 모르지만, 그리스 정교의 향기가 폴폴~



내부 측면의 형태도 그렇고, 스테인드 글래스도 성당이나 교회에서 볼 수 있는 총천연색과 다르다.




예수나 마리아 상, 혹은 십자가가 아닌 주교 상이 있는 것도 독특하다.


천주교와 기독교의 십자가가로가 긴 직사각형인 반면,

주교 상 위의 십자가도 그렇고, 윗 사진 제단 벽과 천정이 맞닿은 지점의 십자가도 정사각형이다.

그리스 정교의 십자가가 가로 세로가 같은 정사각형 아닌가..



출입구 옆 내부에 있는 미니어처.

처음엔 정교하고 재밌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십자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다시 보니, 좌우 건물의 건축양식이 다르다.

이 미니어처에 이곳의 유래가 담겨있을 듯하다.




여기 누워 계신 이 분은 또 누구시며, 무슨 사연이 있기에 피부가 저리 닳을 정도로 스킨십이 이루어지는지...



그랑플라스 동남쪽의 브뤼셀 센트랄 역 남쪽으로 나오면



이런 동상이 보인다.

앞에 등지고 서 계신 분은 누구신지 모르겠고, 길 건너 말을 타고 계신 분은,

벨기에 왕국의 세 번째 왕으로 제1차 세계대전시 독일의 침공에서 벨기에를 지켜낸 알베르 1세.


알베르 1세 뒤 두 건물 사이의 예쁘고 큰 공원은 별도로 소개하기로 하고,

가운데 멀리 보이는 건물을 가까이서 보면 이렇다.



구글지도에 표기된 명칭은 Saint Jacques-sur-Coudenberg.

성 자크 구텐베르크 성당이라 표기되는, 건물 중앙부분 내부로 들어가 본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서 우리가 방문하기 직전 어떤 행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입구에 음료수들이 비치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미니파티를 즐기 듯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들을 포함하여 사람들의 복장이 차려입은 듯해 보이는 걸로 미루어 아마 결혼식을 하지 않았나 싶다.



중앙 제단 좌우도 꽤 화려하다.



가까이서 본 중앙 제단도 고급스러운 세련미가 있다.



외에도 그랑플라스를 중심으로 종교시설이 너무 많아 둘러보기가 감당이 안 된다.

2016년 독일의 작은 도시인 뤼벡에서도 너무나 많은 성당과 교회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는데,

옛날에는 인구도 적었을텐데 왜 이렇게 많지?

그것도 하나같이 대단한 규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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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다보면 문화가 다르고, 관습도 다르고, 역사도 다르고,
또 시스템과 제도도 다르고, 종교도 달라 이것저것 헷갈리는 일이 많다.

내 경우, 그중 하나가 성당과 교회의 구분이다.
구글지도 표기의 Church는 일반적인 영단어 교회의 의미로 이해하지만,
성당의 경우, Dome부터 Cathedral 혹은 지역에 따라 -kerk(e) 등 다양한 접미사가 붙기도 해 명칭만으로도 헷갈린다.
더구나, 국내는 실물을 보면 교회인지 성당인지 어느 정도 판단이 서는데 비해, 유럽의 경우 외형만으로 구분이 쉽지 않다.

또 하나 대표적으로 곤혹스러운 게 명칭, 즉, 부르는 이름이다.
자세히는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오늘은 간단히만.

Michael이 미국인의 이름으로는 마이클이지만, 성서에서 마이클 천사는 낯설다. 미카엘 천사다.
이 이름이 불어 영향권에서는 미셀로 바뀐다.

생튀베르 루아얄 갤러리를 두리번거리다 오른쪽으로 빠져 나가면 커다란 성당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유럽여행가이드에서 [성 미셸 성당]이라 소개하고 있는 이 성당이, 구글지도에는 이렇게 표기되어 있다.



영문으로는 불어식 Michel로, 한글로는 미카엘로 표기되어있다.

여행안내책자의 명칭까지 감안하면 이 성당의 이름을 나는 뭐라 표기해야 할까..

미셀 성당? 미카엘 성당?


또 어떤 참고자료에는 이 성당에 대해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1047년에 처음 건립된 후 13세기에 새롭게 단장하여 고딕 양식으로 탈바꿈한 성 미셀 성당은

브뤼셀의 수호성인인 미카엘 천사장에게 헌정된 성당이다."

그럼 미카엘 성당으로 하던가..

천사 이름이야 고유명사니 어쩔 수 없지만, 성당 이름은 짓는 사람 마음이라는 건가..


뭐.. 어찌됐든, 이와 같이 부르는 방법의 차이 때문에 여행이야기를 하다 보면,

같은 곳을 다녀와서도, 보고 온 사람과 못 본 사람으로 나뉘기도 하고, 자기가 보고 온 게 맞다고 우기기도 한다.


여하튼, 왕실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포함한 국가의 주요 행사가 이 성당에서 이루어질만큼

브뤼셀에서는 의미있는 성당이니 내부를 좀더 둘러보기로 한다.



이 정도의 천정과 기둥은 유럽의 성당에선 평범한(?) 수준인데, 왕실 행사가 집전되는 제단으로서는 참 간결하다.



양 측면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을 목조각과 함께 묵상기도를 올릴 수 있는 제대가 있다.



화려한 스테인드 글래스의 문양도 단순 모자이크가 아닌, 스토리가 담겼다.




어~? 당연히 출입구 상단에 있어야 할 파이프 오르간이 없는데,



의아해 살펴보니 긴 통로의 중간 옆 벽면에 있다.



측면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의 울림은 어떤 느낌일지..




지하로 가는 계단도 있어 내려가려 하니 티켓이 필요하다.

로열 패밀리들이 안치되어 있다고. 벨기에 왕실의 무덤이라는 얘기.

왕실의 사후 모습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지만, 유료까지는...

그보다, 제한된 시간의 여행자에게 시간은 모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성당 밖으로 나오니 푸드 트럭이 성업중이다.

메뉴는 역시 벨기에의 대표 간식거리인 와플.



:


브뤼셀시립박물관을 바라보며 오른쪽 초콜릿 전문점 모퉁이 골목길로 들어가면
생튀베르 루아얄 갤러리로 연결된다.


영어로는 세인트허버트 쇼핑몰로 표기되는 이곳은 1847년에 지어진 쇼핑 아케이드다.



골목길에 지붕이 덮혀있는 복도의 느낌으로 갤러리라는 명칭이 붙은 거같은데,

유럽의 3대 쇼핑 아케이드형 갤러리로 꼽히는 밀라노와 나폴리의 아케이드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양 옆으로 shop이 있는 긴 아케이드는 세 개의 섹터로 구분된다.



그중 가운데 섹터에 위치한 부셰르 거리에는 레스토랑이 많은데, 홍합요리 전문점이 주를 이룬다.

홍합요리는 벨기에의 인기 메뉴로 우리의 홍합탕과 비슷.




갤러리 내부는 고급 수공예품과 유명 브랜드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좌측 하단 진 스타일 패딩 맘에 드네...



아케이드의 다양한 아이템 중 내가 선호하는 신발 브랜드가 보인다.

가격을 확인하니 110 ~ 140유로. 원화로 환산하더라도 국내 가격의 절반 수준.

'이런 건 무조건 사야 돼. 신발이야 어차피 소모품이니..' 간만에 구매욕 게이지가 급상승했는데...

젠장~ 맞는 사이즈가 없다. 다른 점포 재고현황을 파악하더니, 벨기에 전 점포에 그 사이즈는 없단다.

내 발이 레어 사이즈도 아니고, 웬 일이래.. 너무 평균 사이즈라 다 팔린 건가..

(벨기에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니, 먼저 파리로 돌아간 딸아이가 온라인으로 구매해 기다리고 있었다. 따님~ 고마웠어요~^^)



벨기에를 대표하는 4종 세트가 있다.

초콜렛 맥주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와플 & 프라이.

벨기에까지 왔으니 한번쯤은 먹어주는 게 예의. 우리도 와플을 먹으러 간다.


딸아이가 인터넷으로 검색한 곳.



소문이 허언(虛言)은 아니었나보다.
긴 대기줄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딸아이가 들어가 뭔가 물어보니,

1층은 take away고, 먹고 가는 건 2층으로 가란다.



2층도 줄을 서는 건 마찬가지.


아.. 또 하나 팁.

한국에서 take out이라 사용하던 표현을 유럽에선 take away라 표현하는 듯하다.

어느 표현이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현지에선 현지표현으로.



그렇게 기다려 우리도 벨기에 오리지널 와플을 맞았다.

와플이면 그냥 와플인 줄 알았는데, 뭔 종류가 그리도 많은지 메뉴 선택에도 한참이 걸린다.

바삭한 거, 쫀득한 거에 시럽도 골고루 시켜봤는데, 바삭한 게 내 입맛에 맞는다.



대략 3만 원. 국내 와플점에서 먹어보질 않아 가격비교가 안 된다.



배는 부르지만 내친 김에 감자튀김인 프라이까지 가보자.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간 곳.



이곳도 줄이 만만치 않다.

브뤼셀 거리를 걸으며 눈에 보이는 게 와플과 프라이 집인데, 그중에서도 소문난 집은 또 따로 있나보다.
평소 관심이 없어 국내의 제품과 맛 비교는 못 하지만,



이 자체로는 정말 맛있긴 하다. 소스가 좀 느끼할 듯했는데, 고소하니 좋다.

이 역시 허명(虛名)은 아닌 듯. 다시 생각날 정도로.


: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극찬한 브뤼셀의 핫 플레이스는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브뤼셀 관광은 여기만 봐도 된다고 할 정도의 핫 플레이스 그랑플라스는 다른 광장들과 차별되는 차이점이 있다.

대부분의 광장들이 특별한 진입로 개념이 없을 정도로 넓게 개방되어 있다면,

그랑플라스는 다양한 디자인과 정교하고 화려한 외벽의 건물들로 촘촘히 둘러쌓여 있는 직사각형 광장이다.

(내가 본 광장 중 스페인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은 그랑플라스보다 더 밀폐형 광장이긴 했다)


광장 외부에서는 광장의 존재가 보이지 않고, 광장의 네 꼭지점으로 연결되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광장이 나타나는 구조로 인해 탁 트인 개방감보다 보호받는 공간감이 특징이다.

이로인해, 조금만 모여도 빡빡한 느낌이고, 조금 덜 모여도 휑하기보다 여유로워 보이는,

흥과 낭만을 느끼기에 적당한 사이즈의 광장이다.


직사각형 형태의 광장 가로변은,



고딕양식의 상징인 시청사와



한때 법원과 감옥이 있었다는 브뤼셀시립박물관이 마주 보고 있는데,

시청사와 박물관 좌우, 그리고 광장의 세로변 등 나머지 공간을 각종 분야의 길드하우스가 채우고 있다.



사진 가운데 황금 말이 올려진 건물은 제화 직물업 길드하우스였고,

그 오른쪽 검정 지붕의 건물은 정육업 길드하우스였는데, 엥겔스와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집필한 유서깊은 곳이라고. 




이 건물은 화가의 길드하우스였다고 한다.




그 외,  다양한 문양으로 장식된 길드하우스가 그랑플라스를 감싸며 존재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레스토랑이나 카페로 변모되었다.



흥미로운 건, 영화감독 장 콕토가 "화려한 극장"이라 칭할 만큼 길드하우스 외관이 대부분 화려한 황금빛으로 도색되어 있다는 것.

국내 노동조합 중 일부가 귀족노조로 비판받기도 하는데, 직능별 중소기업연합회 정도로 비견될 수 있는 당시 길드도 자존감이 굉장했던 모양이다.


사방의 건물이 이리 아름다우니 광장을 둘러싼 다양한 디자인의 황금빛 건물 조화에 매료된 관광객들이 동서남북을 돌아가며 사진촬영 하느라 분주하다.

때문에, 여기서의 인증샷은 세계인이 그랑플라스의 동반자로 함께 남는 단체촬영이지 단독샷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런 곳을 버스커들이 놓칠리가 없다.

흥겨운 가설무대 공연도 있고,



즉석 게임을 하기도 한다.



바닥에 앉아 식사도 하고, 피곤한 여행객은 페트병을 베고 잠시 수면을 취하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좀더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데, 여기 스타벅스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하기 때문에 주문자에 따른 품목 구분을 위해 이름을 묻는다.

"Sang Beom"이라 했다가 어렵겠다 싶어 간단하게 "SB"라고 했다.

나중에 건네받은 컵에는 "Esbi"라고 적혀 있었다는..

왜 나는 외국에서 이름을 물을 때 "LEE"라고 답하지 못하는지..

아마 우리는 성과 이름의 개념이 너무 분명해서 그런 모양이다.



여행자에게 그랑플라스의 밤은 새로운 낭만을 안긴다.



정원이나 잔디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맨바닥에 진을 치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은데,
앞서 언급한대로 둘러쌓인 공간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겠지.


밤이 되면 길드하우스들의 공제선이 더 분명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뒤 남겨진 그랑플라스의 모습이 궁금하지만, 그 시간이 언제쯤인지를 모르니 기다려 확인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수많은 사람들이 밤을 지샌 흔적없이 그랑플라스는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시청사 지붕의 많은 창 들. 저 안의 구조가 궁금하고,

또 하나..



시립박물관의 색이 유독 짙은 건 어떤 연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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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결혼식 후 조촐한 웨딩파트가 늦게까지 이어진 다음 날 벨기에 브뤼쉘로 향했다.

MBA과정중이라 신혼여행은 엄두도 못내는 딸아이 커플과 주말을 이용하여 짧게나마 함께 브뤼셀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사위에게 일이 생겨 결국 셋이서만.


예약된 숙소 체크인을 하고 점심도 먹을 겸 시내로 들어갔는데, 어지간한 식당은 대부분 브레이크 타임이다.

겨우 식사를 하고 브뤼셀의 중심인 그랑플리스로 향하는 길에 뭔가 밴드소리가 요란하다.



유럽에서 이런 광경을 흔히 보면서도 볼 때마다 매번 내용이 뭔지 궁금하다.



그랑플라스를 들라거리는 시청사 옆 좁은 골목의 한쪽 막다른 곳에 사람들이 빼곡히 몰려있는 곳이 있다.



난 이곳이 이렇게 인파가 몰릴만큼 인기가 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오줌싸개 소년상이 있는 곳이다.

하긴, 나도 (지금은 아니겠지만)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지리책에서 이 동상을 본 기억이 있는데,

이게 교과서에 등재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건지, 아님 당시의 브뤼셀에 그렇게 가치있는 것이 없었는지..

그도 아님, 당시 우리나라 세계지리 교과서에 올릴 내용이 그렇게도 없었는지,

여튼 교과서에 남의 나라 이런 동상이 실렸다는게 신기하다.



근데, 요녀석이 옷을 입고 있다~

예전 교과서에 실린 사진은 발가벗은 사진이었고, 17년 전에도 발가벗고 있었는데...

손에 들고 있는 저 청소도구는 또 뭔지...


꼬마 줄리앙으로 불리는 이 녀석이 체구는 자그마하지만 1619년 생이니 내년이면 400살이다.

18세기 브뤼셀을 침략한 영국 병사가 뜯어간 걸 이후 프랑스 병사가 다시 빼앗았다가

루이 15세가 브뤼셀에 돌려주며 귀족 의상을 입혀 보냈는데, 이를 계기로 브뤼셀을 방문하는 귀빈들이

방문기념으로 이 오줌싸개 소년의 옷을 기증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옷들은 브뤼셀시립박물관에 소장된다고.


재밌는 건, 밤에 숙소로 돌아가다 보니 오줌싸개 소년이 밤에는 naked 상태다.

자다 오줌 쌀까봐 그런가..^^


이 오줌싸개 소년상부터 예전에는 없던 발자국 표시가 있다.



이건 또 뭐냐..

따라가보니 이 발자국이 머문 곳은 오줌싸개 소년이 입는 옷을 판매하는 곳이다.

참.. 대단들하다.


그랑플라스를 중심으로 7시 방향의 오줌싸개소년 동상이 있는 골목에 사람들이 몰린다면,

그랑플라스의 1시 방향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막다른 골목이 있다.

여긴 또 뭐가 있길래..



ㅋ~ 오줌싸개 소녀상.

2001년에는 왜 이 오줌싸개 소녀를 못 봤을까..

카메라에 담기가 좀 민망하지만 그래도 인증샷은 있어야 하니..

근데, 얘도 옷좀 입혀주면 안 되나..


이 오줌싸개 소녀상이 있는 위치가 흥미롭다.

맥주 시음장 바로 옆.

그래.. 골목에서 오줌을 싸는 이유가 있었던 게야..

그래서 노상방뇨죄로 철창에 갇힌 모양이다.^^


오줌싸개 소년상은 시청사의 뒷 골목에 있고, 오줌싸개 소녀상은 시립박물관 뒷 골목에 있는데,

우연인지 의도적인지 모르겠으나 그랑플라스를 기점으로 거리도 비슷한 대칭점에 위치한다.



이제 브뤼셀의 심장 그랑플라스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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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나니 메칭엔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숙소 주변도 볼 게 없고, 드넓은 아울렛시티를 다시 둘러보기엔 시간도 애매하지만, 딱히 들러야 할 이유도 없다.

사고픈 게 있다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들르겠지만, 그런 쇼핑욕구가 들지 않는다.


숙소에서 바로 출발하여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하니 차량 반납시간이 많이 남는다.

반납을 일찍 하더라도 어차피 파리로 가는 열차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슈투트가르트 외곽의 벤츠박물관을 들렀다.


(주차할 곳을 찾아 운전하느라 이곳에서 사진을 담지 못해 구글지도의 street view를 캡쳐)


거대한 3각별이 부착된 벤츠 박물관 주변의 주차장을 샅샅이 뒤져도 주차공간이 없다.

박물관 지하주차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주차를 하더라도 박물관 규모가 대단해 모두 돌아볼 시간은 안될 거 같다.

박물관 주변 지상에도 벤츠의 빈티지 모델들이 자태를 뽑내고 있는데,

내부에는 어떤 차량들이 있을지 매우 궁금하지만,빈티지 모델을 본 걸로 만족하자.



이제 독일여행에서 우리를 안내해준, 오픈해보지 못한 오픈카와 헤어질 시간.



2년 전 함부르크에서 차량을 반납할 때는 시동을 걸어 엔진상태까지 확인하는 등 꼼꼼하게 챙기던데,

여기서는 연료 게이지만 확인하더니 "OK~" 그걸로 반납 끝.



프랑스 국영철도 노조파업이 끝나지 않아 파리로 돌아가는 게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번에 프랑스에 온 목적이 딸의 결혼식 참석이고, 여행은 결혼식 전후의 부수적인 덤인데,

파업으로 인해 파리로 제때 못가면 목적 자체가 상실되기 때문.


그래도 파리에서 나오는 건 몰라도 들어가는 건 운행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들어가는 열차가 파업을 하게 되면 노조원들이 외국에서 머물게 되는데, 그 비용 때문에라도 일단 돌아갈 거라는 단순한 추론.



다행히 파리에서 들어오는 열차가 있고, 나의 단순한 추론대로 돌아가는 그 열차를 이용하여

우리는 무사히 파리로 돌아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슈투트가르트 역 코인라카의 Key.



게르만 민족에 대한 나의 막연한 선입견은 골격이 크고 캐릭터가 다소 딱딱할 거라는 거.

언어적 특성에서 갖게 된 선입견일 수 있는데, 열흘정도 만나본 독일인들은 생각보다 많이 친절했다.

투박해보이지만 순수한 시골청년같은 느낌이랄까..


영어 의사소통도 프랑스보다 독일이 편했다.
당연히 개인차가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독일사람들의 영어 발음이 프랑스보다 명료한 게 이해하기가 더 편하다.
프랑스어의 발음이나 억양 특성이 이방인이 따라하기 쉽지 않을만큼 명료하지 않고 우물우물하는 느낌인데 비해,

독일어는 좀 딱딱한 느낌이 드는 언어 특성 때문인지...



유럽을 모두 다녀본 게 아니니 단정짓진 못하지만,

내가 본 유럽의 많은 도시는 보도와 차도의 경계 둔턱이 낮다.


때문에 보도에 주차구역을 만들기도 하고, 밤 늦은 시간에는 보도에 주차가 가능하다.

낮은 둔턱으로 인해 차도에서 보도로 진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운전자의 실수로 인해 주행중인 차량이 인도를 침범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급증하는 주차난과 함께 한번쯤 효과와 문제점을 비교 검토해볼만한 사항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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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로 돌아가기 전 이번 여행의 마지막 경유지 메칭엔.
슈투트가르트 남쪽 36km 거리인 이곳은 슈투트가르트에서 당일치기로 방문이 가능한 곳이다.
어차피 슈투트가르트에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파리로 돌어가야 하는데, 베기에서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이동경로상에 있고,
일부 독일여행 안내책자에 독일 최대 규모의 아울렛몰이라 소개되어 있는데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다녀온 사람들 평도 좋아 들렀다.


메칭엔 아울렛몰은 그동안 다녀 본 아울렛몰과는 개념이 다소 다르다.
소위 명품 브랜드와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는 여느 아울렛몰과 다름없이 몇몇 건물에 모여 있지만,
일반 제품들은 쇼핑타운과 같이 길가 주변의 건물에 들어서 있다.


타운 자체가 통째로 아울렛 몰이고, 타운 이름도 [메칭엔 아울렛시티]지만,

국내에도 알려진 대부분의 브랜드는 국내와 크게 다를 게 없고,

가격이 싼 브랜드는 마음이 가닿는 제품이 그리 눈에 띄지 않고,

눈길이 가는 몇몇 명품 브랜드는 아울렛이라는 기대로 접근하기에는 가격이 입맛만 다시게 한다.


이곳의 가장 압권은 [휴고 보스].



메칭엔 아울렛을 태동시킨 효시임을 각인시키 듯 HUGO BOSS는 거대한 건물을 별도로 사용한다.

쇼핑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곳의 가격은 싼 듯하다. 한국과 비교해서.


인터넷 검색내용을 보면, 이곳에서 물건을 한국으로 들여와 소매로 판매하기도 하고,

이곳 제품을 대상으로 한국으로부터 구매대행을 해주는 사람도 있는 거 같던데,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으로 꼭 들려보라고 권할 정도는 아니다.

개인별 선호가 다르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메칭엔의 숙소는 마치 유배지에 온 듯하다.

호텔 사방을 들러봐도 호수 외에 눈에 들어오는 시설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호텔 안에도 편의점은 고사하고 자판기도 하나 없어 맥주를 마시려면 라운지에서 마셔야 한다.

호수와 접해있는 저 길을 따라 호텔을 한 바퀴 도니 1km 남짓 나온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출발하여 시계방향으로 돌아 이제 다시 원점인 슈투트가르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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