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 명절을 앞둔 어느 날, 윗 집의 젊은 가장이 찾아 왔다.
"아이가 실내에서 뛰어 주의는 시키고 있는데, 그래도 많이 시끄러우실텐데 죄송합니다." 라며 무언가를 건네 준다.
"전혀 불편함이 없으니 신경쓰지 마시고, 아이들에게 너무 부담주지 마세요." 라는 아내의 말에도 불구하고, 한 두 번 인사 치례에 그치지 않고 수 년간 매년 설과 추석에 한 번도 빠짐이 없다.

아파트에 살며 아이를 키워 본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안 임에도, 요즘 젊은 부부들 답지 않은 훈훈한 정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반복되는 예의에 미안하기도 하여, 몇 년 전부터는 때가 되면 아내도 아이들 간식 등을 준비하여 찾아오면 같이 건네주곤 했다.

그때마다 굉장히 민망해 하곤 했는데, 오늘 외출하려 집을 나서려니, 문 앞에.. 어~~ @ㅁ@~

완전히 기습을 당했다.

옆지기에게 "아.. 이제 치열한 신경전으로 바뀌었네..^^" 하며 건네주니, 옆지기가 그런다. "안 그래도 찾아오면 건네주려고 나도 준비해놓고 있었는데, 나도 문 앞에 놓고 와야 하나..^^"

각박한 사회, 특히, 사회적으로 즐거울 일이 없는 요즘, 그래도 이런 아름다운 마음이 있어 우리가 사는 사회에 여전히 희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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