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에 해당되는 글 280건

  1. 2022.01.16 츤데레 오빠의 마음
  2. 2021.01.04 부모님의 결혼 71주년
  3. 2018.09.20 종속이 아닌 존중의 의미
  4. 2018.09.19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5. 2018.09.18 청첩의 의미 2
  6. 2018.03.26 좋은 분들과 새롭게 인연을 맺은 즐거웠던 날 2
  7. 2018.03.20 결혼은 당사자가 주인공이다
  8. 2018.03.12 때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9. 2016.11.05 33년 前後
  10. 2016.01.02 오랜 시간 함께 한다는 건..
  11. 2016.01.02 챙겨주는 아이들이 늘 고맙다
  12. 2015.12.23 딸이 보내온 크리스마스 선물
  13. 2015.10.18 나어린 새댁의 깊었던 사려 2
  14. 2015.06.04 아내의 존재와 의미를 생각케 해준 母女여행 2
  15. 2015.05.13 변화를 꿈틀케 하는 만년필
  16. 2015.05.06 배낭여행의 추억
  17. 2015.05.03 내 에너지의 원천 1
  18. 2015.01.02 부모님 결혼 65주년 2
  19. 2014.08.14 재원이가 보내준 영화 예매
  20. 2014.07.18 금년들어 부쩍 우리를 먹먹하게 하시는 아버지 2
  21. 2014.06.24 [kmall24]와 함께 조직 구성원으로 론칭된 재원이
  22. 2014.06.23 문득 문득 느껴지는 가족의 情
  23. 2013.08.25 느낌이 남다른 아버지의 생신
  24. 2013.05.22 The Actors Studio Drama School 졸업공연 2
  25. 2013.03.27 아내가 마련해준 풀 코스 생일 2
  26. 2013.01.06 2013 새해 첫날
  27. 2012.11.02 아내의 인테리어 에스프리
  28. 2012.10.16 소중한 의미를 일깨워준 어머니의 입원 2
  29. 2012.10.02 삶의 흔적은 모두 의미가 있다
  30. 2012.09.20 애정의 열량이 가득한 믹스커피 4


딸 출국 전일 아들이 우리(아빠 엄마 동생)를 집으로 초대했다.
코로나 방역지침에 의해 인원 수와 영업시간 등의 제약으로 외부에서 만나기엔 여러 제약도 있었지만, 자기가 직접 만든 음식으로 또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동생 저녁 한번 해주고 싶단다.

오랜 유학생활로 인해 아들이 음식 만드는 걸 즐긴다는 건 진즉 알고 있었지만, 과정을 지켜보니 손놀림이 제법 매끄럽다.
그렇게 직접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만들어 올려놓은 메뉴들.
오늘의 Food Code는 프랑스.
생각 이상으로 가짓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내가 아들 너무 잘 키운 거 같아.." 아내의 조크에, 내가
"김 여사님 너무 생색내시는 거 아닙니까?" 라고 받자,
며느리가 나선다. "어머니 생색 내셔도 돼요~ 게다가 맛있잖아요."

딸의 클로징 "아~ 오빠~ 너무 감동이야.. 눈물 나올 거 같아~"
평소 애정 표현에 인색한 츤데레 오빠의 마음이 와닿았던 모양이다.

아들~ 덕분에 좋은 음식과 함께 즐거운 시간 가졌어. 고마워~

:

부모님의 결혼 71주년.
아버님이 거동을 하실 수 없어 종일 침대에만 누워 계시고 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지셔서 같이 자리는 못 하시지만,

내년에도 두 분이 함께 이 날을 맞는다는 보장이 없어 더욱 의미있는 날.

 

증손주가 누워계신 할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 곁을 함께 했다.

혼자서도 지탱하기 쉽지 않은 세월을 함께 나누신 두 분께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

:


결혼식의 마지막 단계.


신랑 신부의 양가 부모님에 대한 인사시

부모들은 대개 앉아서 자녀들의 인사를 받는다.

달리 이상할 것 없는 지극히 자연스런 모습이지만,
그런 모습이 뭔가 내 맘에는 늘 자연스레 와닿지가 않았다.

작은 행동이고, 지극히 상징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지만,


아들이 선택한 배우자에게 신고(?) 받는 게 아닌,

아들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선택한 새 식구의 의사와

새로운 가정의 가장이 되는 아들의 선택을 같이 존중하고 싶었다.



:



아들의 결혼에는 주례 대신 양가 아버지의 덕담으로 대신했다.
통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아이들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뭘까..

그런 생각을 모아 아이들에게 들려준 [행복의 요건]



▣ 다름을 인정하자

30년 이상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른 게 당연하다.
나와 다른 행동과 생각을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고,
생각의 기준점이 다르다고 이해하자.
부부간 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간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다른 자녀들의 생각을 이해하려 한다.
그게 어른들의 몫이기에.


▣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

비교의 결과는,
우월감에 빠져 교만해지거나 우울함에 빠져 자신감을 잃게 된다.
누구네 시가, 누구네 아내 등 [누구네]와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내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해라.


▣ 효도하려 애쓰지 마라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바라는 건 자녀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
양가 부모에 대한 효도 문제로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는다.
부모 이전에 두 사람의 삶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사는 게 가장 큰 효도다.
설사 부모들이 서운함을 느끼더라도 그 서운함 역시 부모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 자신의 선택을 옳게 만들어라

오늘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을 했고, 앞으로도 수 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
그 선택이 늘 올바를 수는 없지만, 선택을 올바르게 만드는 노력은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
수시로 뒤돌아보며 선택에 대해 후회하거나 아쉬워하기 보다,
올바른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라.
그리고, 먼 훗날 함께 뒤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가정을 꾸미길 바란다.



:



4월 딸의 결혼에 이어 지난 토요일 아들이 결혼했다.

딸의 경우 국내에서 한 결혼이 아니었으니 그러기도 했지만, 아들의 결혼에도 청첩장을 만들지 않았다.

주기적인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야 자연스레 알게 됐지만, 그외 누구에게도 개별 연락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왜 청첩을 안 하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거창하게 국내경기 침체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세대가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시점이라 가까운 분들께 부담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데,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라 덧붙였다. 


내 나름으로는 정을 나누는 분이라 생각하여 청첩을 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참석을 못 하면,

상대는 미안하거나 부담스러울테고, 나도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겠나.

내가 평소 마음에 두고 있는 대상에게 괜한 서운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청첩장을 돌리지 않으면 어차피 내가 알리지 않았으니 누가 오지 않더라도 서운할 이유가 없다. 

아름아름 알게 된 사람이 뜻하지 않게 찾아주면 오히려 너무 고마운 거고. 


주변에서 우려섞인 염려의 말씀을 자주 들었다.

내 외도와 달리 서운해 하는 분들이 계실 거라는.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죄송스런 이해를 부탁드려야겠다. 


"아들이 지난 토요일 결혼했습니다.

가까이 정을 나누던 분들께 사전에 개별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마음에 소홀함이 있었던 게 아니라,

앞으로도 서로 더 편하게 다가가고자 함이었으니, 

제 속 뜻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거듭 죄송함과 함께 변함없는 정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사족]

페이스북에 올린 위 내용을 보고 지인 한 분께서 스타벅스 쿠폰을 보내주셨다.

이런 문구와 함께.

"이건 절대 축의금 아니고, 평소 좋아 하는 형님 큰 일 치루셨기에 차 한잔 대접하는 겁니다 ㅎㅎ

입 맛에 맞으실지... ㅋㅋ"


얼마나 정겹고 고마운지...^^

:


남의 얘기로만 듣던 상견례.



그 느낌은 어떤 걸까 궁금했는데, 우리의 상견례는 잊고 지냈던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었다.

첫 말을 어떻게 꺼내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신경 안 쓰일 수 없었는데,

7시에 만나 장소를 옮겨가며 11시에 헤어졌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적(?)인 상견례가 아니었나 싶다.


일단, 편한 복장으로 격의없이 만난 것이 주효했고,

아이들이 서로의 집을 열심히 드나들며 강한 신뢰와 애정을 심어준 게 부모들간의 거리를 좁히는데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우리도 아들 짝지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아들에 대한 상대 부모님의 강한 신뢰로 인해,

서로 감사하며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즐겁고 재미있는 장면도 많았다.


- 7시에 만나 10시에 식당 영업이 종료됐으면 그걸로 상견례가 끝나는 게 일반적 상황일 거 같은데,

아이들의 제안으로 500m 떨어진 카페로 차량 이동하여 11시에 종료.


- "아버님~ 커피는 카드뽑기로 하시죠~"

카페에서는 아들의 제안으로 양가 참석자 모두의 신용카드를 모아 복불복 카드뽑기로 예비신부가 2차 비용 부담.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놀이문화로 반전시켜준 아들의 재치에 감사~


- 그리고 생각치도 못 했던 뜻밖의 서프라이즈.



뜬금없이 테이블 위에 펼친 화려한 떡케잌과 선물.

'뭐지..?'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아버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예비신부 댁에서 준비한, 며칠 안 남은 내 생일 축하 이벤트였다.



상견례장에서 받은 뜻밖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


- 식당 지배인의 엉뚱한 드립도 재미를 더했다.

예비처제를 바라보며 "신부님이 너무 고우시고,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는 뻘드립에 모두가 뻘쭘.

뒤늦게 상황파악이 된 지배인이 황망한 표정으로 주인공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두 분 완전 선남선녀세요~"라며 뒷수습에 나섰지만,

아들 왈, "이미 말에 진정성이 느껴지질 않아.." ^^


마치 이미 알고 지냈던 것처럼 격의없이 편하고 즐거웠던 시간.

좋은 분들과 새롭게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어 기쁘고,

즐거운 자리가 되도록 노력해준 아이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


갑자기 아이들 결혼이 성사되다보니
막연히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새삼 현실로 다가온다. 
 
결혼은 혼인 당사자들이 주인공이 되야 하는데,
왜 청첩장에 oo xx의 장남 ◇◇ 라는 식으로 표기되어야 하나..
결혼 당사자들이 부모의 예속물이 아니지 않나.
난 당사들의 이름만 넣어 그들이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 
 
결혼식날,
아버지는 앙복을 입으면서
어머니는 굳이 한복을 입는 건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어머니들도 편하게 양장을 하면 안 되나..? 
 
주례가 꼭 필요할까?
결혼 당사자들이 평소 흠모하던 분이 없다면,
구색용으로 평소 자주 연락도 안 하던 은사나 부모 지인에게 부탁하느니,

오히려 양가 부모들의 덕담으로 대신하는 게 훨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토요일 아들 상견례가 있다.
지난 주 새로 맞을 딸에게 얘기했다.
"상견례라고 해서 서로 지나치게 격식을 안 갖췄으면 좋겠다.
아버님이 괜찮으시다면 넥타이도 생략하고 서로 편한 복장으로 뵙는 게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 더 편할 거 같은데, 아버님께 한번 여쭤보렴~" 
 
지난 주말 새로 맞을 딸의 아버지가, 역시 새로 맞을 아들에게 말하셨단다.
"아버님께서 편하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전해드리렴~" 
 


세상 살다보면 체면때문에 서로 먼저 꺼내기 망설여지는 것들이 많다.
그만큼, 누군가가 먼저 편하게 말을 꺼내면 공감되는 것들도 많다.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흉허물없이 얘기하다보면 의외로 서로 비슷하기도 한 게 우리네 삶이다. 
 
먼저 얘기하고 편하게 다가가자.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느껴지면 그때 맞춰줘도 늦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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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오랜만에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 금년들어 처음인 듯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지 올려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facebook과 brunch 등 스마트폰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SNS 툴이 일반화되다 보니

PC를 이용한 블로그 포스팅이 뜸해진다. 

물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블로그 포스팅이 가능하지만, 전체적인 구도가 안 잡혀 사용하기가 꺼려진다.

이 또한 게을러짐의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작년 12월 31일, 우리 부부는 무척 행복한 해바뀜을 맞았다.

프랑스에서 MBA중인 딸아이가 방학을 맞아 잠시 들어온데다,

연말에 보드를 타다 쇄골이 골절되어 접합수술을 받은 아들 덕(?)에 

YOUNG GUY들이 집으로 모여들어 송구영신의 순간을 함께 한 것이다.

우리로서는 계 탔다고나 할까..



이렇게 함께 해바뀜을 보낸 아이들이 금년에 모두 삶의 변화를 추구한다.

약속이나 한 듯 함께 급물살을 타더니 급기야 불과 2주도 안 되는 기간에 국경을 넘나들며 상견례를 하게 됐다.

특히, 결혼에 굳이 관심이 없어보이던 아들의 최근 행보를 보며,

각자의 동반자가 따로 있고, 또 그 짝과 함께 하게 되는 때가 따로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사랑은, 그리고 삶의 동반자는..



약속하지 않고도 한 곳을 바라보고,




은연중에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서로를 소중한 존재로 배려하며 함께 하길 바란다.

:


33년 전,

우리는 신반포성당 제단 앞에 서있었고,

신부님께서는 우리 두 사람의 손을 포개 놓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이 결합은 인간의 힘으로는 깰 수 없는 결합입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33년이 지난,

묘하게도 요일까지 똑같은 날.

다행히 인간 이 외의 힘이 작용하지 않아

우리는 함께 마라도 성당 앞에 있다.


33년을 굳건히 버텨준 아내에게 고맙다.




:

 

 

문구를 확인하던 화원 주인장이 놀란다.

하긴..  혼자 이 기간을 채우지 못 하는 경우도 많은데,
66년을 함께 한다는건 서로에 대한 배려,
건강과 정서의 공유없이는 쉽지 않은 일....


그런 의미에서 두 분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큼 축복 받으신 건 맞지만,
그 기간 남 모를 슬픔은 왜 없었겠나.

자녀 셋을 잃고도 꿋꿋하게 마음을 추스리며
세월을 인내하신 두 분께 존경을 표한다.

 

:

  

 

친구와 함께 즐기다가도
해가 바꾸는 순간 타이밍 맞춰
새해 인사를 건네주는 아들.

자신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 순간 부모를 챙겨주는 아이들.

긴 시간 함께 한 교감이라 생각하니
전하고픈 교감을 이해하고 받아준 마음이 고맙다.

늘 건강하게 앞으로는 우리보다
본인들이 꾸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탄력있는 삶을 꾸려 나가길 소망한다.

엄마 아빠는 우리끼리 잘 살 거야~^^

 

:

  


Perfect  Shave라는 면도용품 kit.

 

대개 면도시에 shaving foam만 사용하는데 반해,
면도 전 바르는 오일과 면도용 크림 그리고 면도 후 바르는 연고로 구성되어 있어,

피부가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안 그래도 면도기를 새로 구입할 예정이었는데, 마침맞은 선물.

사용 만족도가 높으면 더 좋은 걸 보내주겠다는데,

더 좋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
면도기가 더 멋있다는? 아님,
바르는 용품이 더 고급이라는?

 

:

 

아버지께서 한창 사회활동을 하실 때 간간히 주례를 서셨는데,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혼부부가 인사를 왔을 때 아버지는 신부에게 팁을 주셨다.

 

"시부모에게 사랑받는 방법 하나 알려줄까~   신랑 생일에 시어머니께 '어머니께서 고생하신 날이잖아요~' 하며

 작은 선물이라도 하면 무척 좋아하실거야. 이건 내 며늘아이에게 배운 거야."

 

그랬다. 결혼 후 처음 맞은 내 생일이래 여지껏

아내는 내 생일에 내 선물은 안 챙길지언정 어머니에 대한 선물을 잊은 적이 없다.


"오늘 애비가 한 게 뭐가 있어요. 어머니께서 애쓰신 날이잖아요. 애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결혼후 처음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다.
부모님께서도 생각치 않았던 며느리의 행위에 적잖이 놀라셨던 모습이 생생하다.

 

아내 자랑?
아내 자랑일 수 있다.

하지만, 만으로는 스물 다섯이 채 안 된 나이,
우리나이로 하더라도 스물 여섯의 나이에 어떻게 그런 지혜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육십이 된 지금 생각해도 경이롭다.

 

 

:

 

딸아이가 이태리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내친 김에 아내에게 母女여행을 권했다.

아이가 고등학교 때는 입시 준비로,

대학을 들어가서는 특수한 전공으로 인해 함께 할 시간이 적었고,

졸업후에는 유학으로 아예 마주하질 못 했으니,

딸아이가 자주적인 思考를 한 이후로 母女만의 시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앞으로 역시 함께 할 시간이 쉽지 않을 거 같아서다.

엄마와 딸의 여행은,
자라고 키우면서 서로가 서운했고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이해하고,

아울러 그간 미처 생각치 못 했던 서로의 이면을 인식하는 데도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母女의 여행은 母女뿐 아니라, 남겨진 父子에게도 긍정적인 좋은 의미를 안겨 주었다.

엄마가 깨우지 않으면 일어날 줄 몰랐던 아들은 이전보다 먼저 일어나 씩씩하게 출근을 하고,
나역시 아내의 일상을 부분적이나마 체험하며 아내의 존재와 빈 공간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아내가 떠나기 전에는,

사람 만날 생각으로 집에서 식사할 일이 별로 있겠나 싶었는데,

오히려 집에 충실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홀로 남아 외로움을 느낄 꼬맹이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2001년 나의 유럽 배낭여행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떨어져 있는 차제에 홀로서기 생존체험(?)을 해보고 싶었다랄까..

이제 오늘, 24일 만에 母女가 돌아온다.

요 며칠 아내 맞을 준비에 바빴다.
처음 장기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에게, 최소 3~4일간만이라도

집안 일 신경 안 쓰고 여행의 여운을 음미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부터 챙겨봐야 할 항목을 list up 하며 떠오른 것은 易地思之(역지사지).
체크리스트의 일들이 나에겐 일종의 이벤트(?)지만,

아내에겐 식구들을 위해 늘상 반복되는 일상이었다는 생각이 드니, 고맙고 미안했다.

아래 체크리스트를 통해 남자들은 (아내든 어머니든) 평범한 주부들의
(밥과 빨래라는 가장 기본적 일 외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에 대해 한번쯤 인식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뭐.. 이거 외에도 넘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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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만년필을 무척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필체가 좋은 편이 아니기에 만년필을 사용하면 그래도 정성들여 필기를 할 거같은 기분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때 만년필에 대한 일화.

 

근무하던 빌딩 지하 삼성플라자에 몽블랑 코너가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물었다.

 

- 남대문 수입상가와 가격 차이가 크네요..
> 거기 물품은 가짜가 많죠.
- 저희가 보기엔 똑 같던데 구분이 되나요?
> 그럼요.. 저희야 딱 보면 알죠~

 

한 달 후,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구매후 삼성플라자 몽블랑 코너를 찾았다.

 

- 이거 생일 선물 받은 건데, 제가 가는 촉을 쓰거든요.
  혹시 F촉이 있으면 교환 가능할까요?
> 어디서 구매하신건데요?
- 삼성동 현대백화점에서 교환하면 된다던데, 제가 사무실은 이 건물이지만 집이 불광동이라..
  보면 아시겠지만 한번도 사용은 안 했고요.

 

이리저리 살피더니 내가 원하는 것으로 바꿔준다.

쥐뿔~ 남대문 제품은 가짜가 많고 척 보면 안다더니..


내가 구매한 게 정품인지 짝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난 소위 정품을 보증한다는 것과 교환을 한 셈이다.
(그 몽블랑은 미국에서 조카가 왔을 때 선물로 줬다)

 

최근 다시 만년필을 쓰고 싶어 찾아보니 예전에 사용하던 것과 선물받은 것들이 나온다.
모두가 오래된 모델들이지만 그래도 정겨운 게 뭔가 자꾸 메모를 하고 싶어지면서

스마트폰으로 인해 멀어졌던 다이어리도 챙기게 된다.

 

:

 

지인이 오스트리아 여행 계획이 있다며 오스트리아에 대한 tip을 묻는다.

문득 14년 전 유럽배낭여행이 떠올라 포스팅했던 블로그를 뒤져보니 새삼 여러 생각이 든다.

 

배낭여행을 다녀 온 것은 2001년 11~12월.
당시는 블로그가 활성화되기 전이기도 했지만,

여행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한 시기는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7~2008년이다.

6~7년이 지나서도 나름 생생한 여행기를 올릴 수 있었던 건 나의 여행습관인 기록의 힘이 컸다.
노트 두 권에 빼곡하게 적힌, 보고 듣고 느끼고 행한 세세한 내용을 읽는 순간

몇 년 전의 여행이 생생하게 복기된다는 게 스스로 놀랄만큼 신기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큰 맘먹고 구매한 니콘 쿨픽스 카메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최신형 300만 화소 디지탈 카메라로 60만원 이상을 주고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2000만 화소급 미러리스 카메라 가격이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도 대부분 800만 화소 이상이니,

300만 화소 카메라는 거저 준다 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다.

 

더 놀라운 격세지감은 디지털 카메라용 메모리카드의 용량.
역시 당시에는 최고 용량이라고 구입한 카메라 메모리카드의 용량은 무려(?) 256MB.
1G 용량도 서랍 속에 썩혀 있는 요즘 같으면 "그거 가지고 뭘 찍어?"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만,

요즘엔 말도 안되는 그 용량으로 5주 이상 유럽의 이곳저곳을 참 열심히도 담았다.


용량 확보를 위해 사진 사이즈 줄이고, 매일 밤 숙소에서 사진을 리뷰해서

맘에 안 드는 건 삭제 처리하면서 살아남은 사진들. 256MB 용량의 극악한 환경에서 버젓이 살아남아

그럴 듯하게 블로그를 장식한 300만 화소 사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여행기 내용을 읽어 보면 왜 그리 띄어쓰기의 오류가 많은지..

마음이 급했던 건지, 당시 내 문법적 두뇌 회로에 장애가 있었던 건지..

언제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추억여행도 할 겸

지난 글들을 다시 읽어 가며 오류를 바로 잡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배낭여행시 시용했던 카메라가 생각나 니콘 사이트에 들어가 찾아보니 14년 전의 모델이 나온다.

내 기억에는 쿨픽스 990모델에 300만 화소였는데, 990 모델은 없다.

사진 950 모델의 스펙을 보니 210만 화소다. 내가 잘 못 알고 있었을 수도 있는데,

생김새는 딱 얘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누구로부터이든 칭찬받는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중에도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칭찬은 가족들에게 받는 칭찬.

아내, 아들, 딸에게 받는 칭찬이 즐거운 건,
가장 긴 시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러기에 가장 잘 알기도 하고, 반면에
뒤집어보면 습관적 타성으로 무심할 수도 있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

"스쿼트할 때 이 자세가 맞아요?"
"아빠가 운전은 잘 하지. 주차는 예술이고~"
"난 왜 당신하고 다니면 뭐든지 해결될 거 같다는 생각에 걱정이 안되지.."

립서비스라 하더라도
나는 이런 말에 에너지가 솟는다.

딸아이가 맘에 드는 가방 몇 개를 고른 후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이 중에 어떤 게 난 거 같아?"
"아빠한테 물어 봐. 이런 건 아빠가 감각이 있으니까"

감각은 아내가 나보다  월등하다.
단지 아내가 나의 센스를 믿어준다는 게 기쁘다.

"내가 예능적인 면은 아빠에게 받았나봐.
아빠 나이가 육십인데도 지금도 음악이 나오면 화음을 어떻게 넣을지 생각하잖아~"

"미증유가 무슨 뜻이예요?"
"자기소개서 작성한 거 한번 봐주세요"

뭐든 던지면 문제 해결이 될거라 믿어주는 가족이 있는데,

언제 뭘 물어올지 모르니 모든 걸 게을리 할 수가 없다.

내 탐구의 원천이자,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움에 적응해야 하는 이유 역시 가족의 칭찬이다.

같은 이유로 나 역시 가족들에 대한 칭찬에 넉넉해야겠다.

 

 

:

 

 

     두 분의 결혼 65주년.
     혼자 65년을 채우지 못 하는 사람도 많은데, 함께 한 시간이 65년이란 건

     서로에게 그리고 바라보는 가족에게도 축복이다.

 

 

 

     아내는 늘 내게 아버님처럼만 하란다.

     결혼 후 31년을 곁에서 지켜본, 시아버지의 아내에 대한 애정이나 처신이 꽤나 이상적으로 보였나 보다. 

 

 

 

     그런 아버지가 요즘 만날 때마다 부쩍 나와 아내의 얼굴을 빤히 그리고 유심히 바라보신다.
     마치 오래동안 기억에 담아두시려는 듯.

 

 

 

     내년에 긴 초와 작은 초를 각각 여섯 개씩 꽂을 수 있을런지..
     아버지와 관련된 모든 것들에 점점 의미가 더해지는 것같아 마음 한켠이 시리다.

 

 

:

 

 

 

"아빠가 예전같지 않아서..." 라는 말과 함께
재원이가 엄마 아빠를 위해 일요일 오후 카톡으로 보내온 영화 예매 내역. 
 
엄마 아빠가 볼만한 영화 쟝르를 잘 아는 재원이.
전같으면 벌써 봤을 영화를 아직 안 보고 있다는 게

그만큼 아빠의 집중력과 순발력, 혹은, 기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사실 그랬다.
[군도]도 [명량]도 관람 리스트에 올려놓고는 미처 예매를 못 했다.

최근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던 탓이다.

그걸 아들에게 간파당한 셈인데, 그 기분이 나쁘진 않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부모로서 자식을 챙기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는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 보살핌을 받는 시간이 되겠지.
(아.. 이건 나만의 과대망상일 수도 있겠다..^^) 
 
지금부터 한동안은 그 변곡점의 시기다.
일방이 한쪽을 돌보는 시기가 아닌, 서로를 care하면서 서서히 여지껏의 역할을 바꿔가며,

돌봐야 할 돌봄의 대상이 뒤바뀜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역할의 인계인수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역할을 바꿔나가는 과정이
서로에게 또 다른 성장의 의미라 생각한다. 
 
어쨌든 아들 덕에 생각지도 못 한 호사를 누렸다~^^

:

 

작년 설날 며느리의 새배를 받은 후
환하게 웃으시며 "애미야~ 나 내년에 갈거다." 라며 우리를 놀래키셨던 아버지.
나는 몰랐는데 10여 년 전에도 "난 아흔에 갈거다" 라는 말씀을 며느리에게 하셨단다.

 

 

금년 아흔이 되신 아버지.
그래서인지 유난히 매사 마지막의 의미를 부여하신다....
지난 겨울 입으셨던 옷을 세탁 맡길 때도 "이제 입지 않을 옷을 뭐하러 세탁하느냐" 고 하시더니,

치아 하나가 빠졌음에도 "얼마 안쓸텐데.." 라며 치과가기를 거부하신다.

 

 

 

지난 일요일 어머니 생신모임.
함께 하는 마지막 아내의 생일을 직접 챙겨주고 싶다는 말로 며느리를 눈물짓게 하시더니 결국 당신이 계산을 하셨다.

모두의 마음에 먹먹함이 느껴질 때 그나마 재원이가 한마디 한다.
"할아버지~ 그러시다 앞으로 10년간 계속 할아버지가 돈 내실 거 같은데요~^^"

 

 


기력이 많이 쇠하셔서 드시는 것도 예전만 못 하신데, 그런 아버지가 걱정이 되시는 어머니는 끼니 때마다 늘

조금만 더 드시라며 한 조각이라도 더 권하시기 바쁘다.

 

 

 

65년을 함께 한 부부는 무의식 중에도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는 모양이다.

 

:

 

Active-X 등의 번거로운 진입장벽으로 인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해외 구매자의 접속이 어려워

한류 열기의 확산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국가적 과제로 추진된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kmall24]가 론칭됐다.

(www.kmall24.com
 
세계적 online mall인 e-bay와 아마존과 같이 ID와 password만의 간단한 구매 절차해외 구매자에 대한

경쟁력을 높힌다는 취지로 오픈한 kmall은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외국 거주자만 구매가 가능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사이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재원이 때문. 
 
재원이가 취업하자 마자 바로 투입된 프로젝트가 바로 이 kmall 구축이다.
MD로서 온라인 몰에 올릴 상품 선정과 등록, 물류 체크 등을 담당했다는데,

입사 갓 1개월의 신입사원이 어떤 역할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본인 말에 의하면,

업무 처리지침을 배워 다른 경력자들과 동등하게 자기 분야를 책임졌다고 나름 긍지가 대단하다. 
 
어제까지 근 보름 이상을 휴일도 없이 거의 매일 새벽 3~4시에 들어와 다시 8시에 출근하며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에 대해 배워 나가는 재원이가 첫 프로젝트의 론칭으로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보다 나은 성장을 하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대기업 신입사원의 역할을 빤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신입사원 임에도 선배들과 동등하게

바로 자기 업무 수행 기회가 주어지는 선택을 한 재원이가 스스로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된 거 같아 기쁘다. 
 
P.S : 혹시 주변에 해외에 거주하시는 지인들이 계시면 www.kmall24.com 에 대해 알려 주시고 사이트에 대한 많은 feedback 부탁드립니다.

 

 

 

 

:

 

자다가 떡이 떨어진건가... 
 
몸이 피곤해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 밤 10시에 잠이 들었다.
평소 아빠의 생활패턴을 아는 아들.
게다가 주말이니 당연히 깨어 있을거라 생각하고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들어오다

출출해져 있을 아빠 생각에 자정쯤 회를 떠 들고 왔는데, 모두 자고 있으니 난감했던 모양. 
 
야채를 씻어놓고는 깨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정쩡하게 망설이던 중 인기척에 내가 일어나

새벽 두 시에 온 가족이 생각지도 않던 회식 모드로.

가족간에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가족이 생각보다 얼마 안 된다고 아내가 말한다.

그러니 아빠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 아들이 있다는 게 복 받으거라는 얘기다.

 

그런 말 안 들어도 한 밤에 들어오면서도 아빠 생각에 회를 떠오는 아들이 있어 행복하지~^^
아들~ 고마워~~

 

 

 

아닌 밤중에 홍두깨. 설잠이 깬 꼬맹이도 가족이라고 일단 합류.
졸리면 그냥 자도 될텐데, 그래도 같이 있어야 되나 보다. 
 

 

:

 

아버지의 생신

 

 

어쩌면 케익에 가장 많은 초가 꽂힌 생신이 되지 않을까 싶다.

큰 초 여덟 개, 작은 초 아홉 개.

 

 

 

"이제 이대로 가지고 가지.."

흔들리는 치아도 치료받으실 생각이 없으시다.

 

 

 

꼿꼿하시던 허리가 이제 약간은 굽으셨고,

걸음 보폭도 많이 좁아지셨지만,

그래도 말끔하신 모습이 자식들에겐 엄청난 축복이다.

 

 

나이드신 분들을 모시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 듯

연세가 있으신만큼 마지막 생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생신을 준비하던 아내에게

"날도 무더운데 괜히 큰 애 고생할 필요없다."시며 굳이 식당을 택하시고는

"오해하지 마라"고 아내를 아우르시는 분. 

 

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

 

2013년 5월 4일 오후 8시.

 

지연이가 3년간 공부한 대학원의 석사모를 쓰고 가운을 입고 하는 대학원 전체의 공식 졸업식은 5월 15일에 있는데,
이날은 지연이 전공한 분야인 The Actors Studio Drama School의 졸업공연이다.

공식적으로 구분된 것은 아니지만, 졸업공연은 굳이 구분한다면 2부로 진행됐다.

1부는 1시간 분량의 졸업공연 두 편.
2부는 졸업생 소개와 간단한 파티.

 

공연중 사진 찍기는 매너가 아닌 거 같아 아쉽게도 공연장면은 카메라에 담지 못 했다.

 

 

 

졸업생 소개는, 호명하는 졸업생이 무대 뒤에서 걸어나오면 장미 한 송이를 건네주며 교수가 포옹으로 졸업을 축하해 주는 형식.

3년간 함께 한 사제간의 정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우리와 비교하면 훨씬 정감있는 자리다.   

 

 

복장도 저마다 자유롭다.  자유로움과 개성이 어우러진 모습.

 

이제 지연이 차례.

 

 

 

모든 졸업생의 입장이 끝나고 지금부터는 교수와 내빈들의 인사와 덕담 시간.

 

 

 

건강상의 이유로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Program Coordinator에 대한 애정.

 

 

 

모든 행동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저 속에 동화됐다는 반증?  그래서 고맙다.

 

그 중에 특히 지연이가 이야기를 많이 했던 이 분.

 

 

무대디자인을 강의했던 Shawn 교수인데, 지연이에게 무척 많은 관심을 보여줬고,

아내와 내게도 지연이가 가지고 있는 재능에 대한 찬사와 함께 기대를 많이 한다며 무한 애정을 보여준 분.

 

 

이 이하 사진은...   

 

 

처음엔 이렇게 둘만의 사진이었다.

 

 

그러던 것이 한 명씩 늘어나더니

 

 

요렇게 되다가

 

 

어느 덧 이렇게 늘더니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2010년 5월 15일 미국으로 유학간 지연이는 정확히 3년만인 2013년 5월 15일 대학원 공식 졸업식을 했다.

 

 

 

:


나도 잊고 있었던 생일을 위해 아내가 점심 예약을 했다.
일전에 제자의 초청으로 가본 스시집이 참 좋았다며,
스시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준비해준 식당.

 

 

 


스시코스정식을 주문하니 이렇게 나온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마와 들깨소스가 입 맛을 돋군다.

 

 


1차 스시

 

 


다진 생선 살(오른 쪽)에 이어 나온 왼 쪽 것의 이름이 뭔지 모르겠는데,
다음 나올 스시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입 안을 깔끔하게 행궈주는 느낌이다.

 

 


2차 스시

 

 


마지막으로 나온 우동.
보통의 우동과 달리 쫀득한 느낌의 면이 색다른 맛을 제공한다.

 

 


입 안에서 녹는 맛보다 씹히는 느낌이 강한 아이스크림 디저트.


스시효의 실내 인테리어는 아주 평범하면서도 단순하지만,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오랜만에 양질의 스시를 맛본 후 아내가 준비한 2차 코스는 홍대 부근의 옥루몽.
년초 지연이가 들어왔을 때 우연찮게 들러 빙수 맛에 빠졌던 곳이다.

 


여전히 빙설의 질은 최고.



"커피까지?"

아내의 질문에 얼마 전 카카오스토리에 소개된 곳이 떠올랐다.
합정동 어디라 그랬으니 이 근처일텐데...

모바일로 지도 검색하여 찾아간 이 곳.

 


이건 뭐.. 거의 폐공장 수준인 앤트러사이트.
여긴 별도로 소개토록 한다.


커피를 하고 나오니 또 생각나는 곳이 있다.
재호가 가끔 빵을 사다주는 KYO Bakery도 이 근처 아닌가..?

찾아보니 바로 가까운 곳에 있다.
기왕 온 김에 들러보자.

 


스시에 빙수에 커피까지..
그렇게 많이 먹었음에도 먹음직한 빵들이 또 구매욕을 일으킨다.



홍대 앞 나들이 코스.

 

 


오늘 나를 위한 코스를 마련해준 여보~ 고마워요~~ 

 

 

:

 

 

 

잠시 짬을 내어 귀국한 지연이가 설날에는 한국에 없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미리 한복을 입고 세배를 드렸다.
세뱃돈도 받고, 내친 김에 삼촌에게도 세배.

하는 김에 미리 다 때우자는 어머니 말씀에 우리도 덩달아 세배를 드렸다.

금년 5월 대학원을 마치는 손녀의 세뱃돈 봉투에는 뜻하는 대로 진로가 열리라는 의미에서 [祝 2013 형통],
그래도 나이가 든(?) 자식들에게는 [祝 2013 건강]이라는 문구를 넣어주신 아버지의 센스..^^
   

1월 2일은 두 분의 결혼 기념일.

하루 앞당겨 축하를 해드렸다. 큰 초 여섯 개, 작은 초 세 개.
부부로 함께 한 세월이 63년이 된다는 건 두 분에게 큰 복이라 생각한다.

여지껏 늘 즐거운 마음으로 "두 분 오래 오래 함께 하세요~" 라고 인사를 드렸는데,
이번에는 "두 분 70회 기념일까지 맞으세요~" 라는 말씀을 드리는 도중 갑자기 목이 메었다.
두 분의 연세와 최근 건강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음이 나도 모르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

 

이사를 하며 느낀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생기더라는 것이다.

2년 전 이사를 하면서 생활의 편의성이 줄었나 싶었으나 대신 쾌적한 주변 환경을 얻었는데,
이번에는 쾌적한 주변 환경 대신 안락한 주거 공간을 얻었다.
재미난 것은, 처음에는 종전에 누렸던 편의와 환경을 잃는 듯했지만, 살아가며
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편리함과 색다른 환경을 알게 되고 접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접해보지 않으면 늘 누리던 삶에 갇혀진다는 걸 알았는데, 그건 만족해서라기 보다
습성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사는 우물안 개구리의 외출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같은 집이라도 사용자에 따라 그 집에 대한 선호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

두 번의 이사에서 공통점을 꼽으라면, 우리가 살던 집을 보러 왔던 사람들 모두가 같은 규모의
다른 집에 비해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거다.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된 듯 느껴지고, 집도 더 넓어 보인다며 놀라는데, 이건 다분히 착시고 착각이다.
보이는 상태는 깔끔했겠지만, 공간은 사용자의 취향이나 습성에 따라 바로 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내에게 이런 농담을 한다.
"당신 사기꾼이야.. 남들 눈에 콩깍지 끼게 만들잖아.. 근데, 당신이 집 위탁매매하면 정말 잘 할텐데.."       


집을 보면 사는 사람 - 엄밀히 말하면 주부 - 의 성격이 나타난다. 
인테리어는 각자의 기호에 따라 달라지고, 기호에 옳고 그름이 있을 수는 없지만,
개인의 성향에 따른 좋고 나쁨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내는 복잡하고 거창한 걸 싫어한다.
여기서 [복잡]과 [거창]은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된다.
가지 수 많은 걸 싫어하고, 요란한 무늬를 싫어하고, 얽혀있는 색도 싫어하며, 화려한 걸 피한다.
때문에 우리 집은 단순하다. 가지 수도 단순하고, 무늬와 색도 단순하며 화려한 가구도 없다.

아내의 인테리어 컨셉은 한 마디로 [여백]이다.   

 


아내의 담백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거실.

치장보다 여백을 선호하는 취향으로 인해 우리 집은 벽에 못을 사용하는 경우가 극히 없다.
그러니 집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고의 세입자가 아닐 수 없다. 

거실을 꾸미는 가구도 최소화 한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만들어진 가구를 구입하기 보다 대용품 활용을 즐긴다.
직접 흰색 페인트로 도색한 벽돌 몇 장이 수십만 원 이상하는 장식대의 몫을 대신하는 이유다. 

 

:

 

지난 9월 13일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급격히 몸을 가누시는 게 힘들어지셔서 검사차 입원을 하셨는데,
14일 두 가지 검사 후, 15일 갑자기 뜻하지 않은 호흡장애로 황급히 중환자실로 옮기셨다.

그리고, 기관삽입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꽂은 채 중환자실에서 3주를 보내셨는데,
이 기간이 어머니께는 엄청난 고통의 기간이었다.
때문에 어머니는 하루라도 빨리 중환자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셨고, 100%는 아니었지만,
보조 산소호흡기를 이용해 어느 정도 자가호흡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집중치료실로 이송 후,
상태가 악화되어 하루 만에 다시 중환자실로 옮기셨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만인 15일 어제, 다시 집중치료실로 옮기셨는데, 이번에는 전보다 확실히
상태가 좋아지신 거 같다. 무엇보다 그렇게 힘들어 하시던 어머니가 자신감을 찾으신 게 다행이다.


어머니가 입원해 계시는 한달 여 매일 중환자실을 드나들며 느낀 게 있다.
중환자실이라 면회시간이 하루 두 번 30분으로 제한되어 있고,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기관지에 호스를 꽂고 계셨기 때문에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이 안 되고, 기력이 있으실 때
내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을 쓰시는 필담이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인데, 힘 없는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쓰시는 글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중엔 필기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이런 의사소통 외에 해드릴 수 있는 건, 물기있는 티슈로 얼굴과 손 발을 씻어드리는 것.
그런데, 처음에 별 생각없이 반복적으로 하던 이 행동이 어느 날 색다른 의미로 느껴졌다.

'내가 어머니 발을 씻겨드린 적이 있었던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정말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해드린 게 무엇이 있었나 되돌아보게 됐다.
기념일에 무엇을 선물하고 이러기에 앞서, 자라면서 진정 부모에게 마음과 몸으로 돌봐 드린 게
뭐가 있었나 생각하니,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게 없다.

중환자실에 계셨던 한 달.
어머니에게는 무척 힘든 시간이었고, 아버지를 포함해 우리에게도 상당히 조바심나는 기간이었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성장하면서 해보지 않았던, 또, 해드리지 못 했던 작은 행동을 실천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하니, 나에게 상당히 소중한 의미가 담긴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속히 건강을 회복하셔서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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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utube.com/embed/rrm28wtQTmg

 

아들 딸~

재원이, 그리고, 지연이..

아빠가 예전에 참 좋아했던 노랫말을 오랜만에 듣네..

 

너희가 겪었던 과거는 과거대로, 그리고,

너희가 지금 겪고있는 현재는 또 현재대로,

미래의 너희에겐 다 의미가 있는 순간일거야.

 

그러니, 지금 너희가 느끼는 고민, 고통, 기쁨과 희열을 포함해

모든 이에게 갖는 감정에 충실하고 자신을 가지렴~

 

설사 그게 착오였더라도,

아빠는 실수마저 당당할 수 있는 너희의 모습을 사랑하게 될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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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면서 믹스커피 한잔의 칼로리가 원두커피 오십 잔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
하루 평균 석 잔 정도 마시던 믹스커피를 끊은 지 얼추 2년 반이 넘었지만,
예외적으로 이것을 마시는 경우가 딱 하나 있다.

외식을 할 때 아버지께서는 식사 후에 늘 자판기의 믹스커피를 뽑아 드시는데,
가족 외식시 먼저 식사를 마치시고는 항상 어머니와 내 것까지 함께 뽑아 건네 주신다.

처음엔 얼결에 "저 커피 안 해요." 라고 거부했는데, 바로 이게 잘못된 생각 임을 알았다.

아버지께서 내게 건네주신 건 단순한 믹스커피가 아니라,
구십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육십이 가까워지는 아들에게 전하는 마음의 정이기 때문이다.

원두커피보다 오십 배가 넘는 애정의 열량을 함유한 믹스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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