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인테리어 에스프리
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012. 11. 2. 00:02 |
이사를 하며 느낀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생기더라는 것이다.
2년 전 이사를 하면서 생활의 편의성이 줄었나 싶었으나 대신 쾌적한 주변 환경을 얻었는데,
이번에는 쾌적한 주변 환경 대신 안락한 주거 공간을 얻었다.
재미난 것은, 처음에는 종전에 누렸던 편의와 환경을 잃는 듯했지만, 살아가며
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편리함과 색다른 환경을 알게 되고 접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접해보지 않으면 늘 누리던 삶에 갇혀진다는 걸 알았는데, 그건 만족해서라기 보다
습성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사는 우물안 개구리의 외출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같은 집이라도 사용자에 따라 그 집에 대한 선호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
두 번의 이사에서 공통점을 꼽으라면, 우리가 살던 집을 보러 왔던 사람들 모두가 같은 규모의
다른 집에 비해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거다.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된 듯 느껴지고, 집도 더 넓어 보인다며 놀라는데, 이건 다분히 착시고 착각이다.
보이는 상태는 깔끔했겠지만, 공간은 사용자의 취향이나 습성에 따라 바로 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내에게 이런 농담을 한다.
"당신 사기꾼이야.. 남들 눈에 콩깍지 끼게 만들잖아.. 근데, 당신이 집 위탁매매하면 정말 잘 할텐데.."
집을 보면 사는 사람 - 엄밀히 말하면 주부 - 의 성격이 나타난다.
인테리어는 각자의 기호에 따라 달라지고, 기호에 옳고 그름이 있을 수는 없지만,
개인의 성향에 따른 좋고 나쁨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내는 복잡하고 거창한 걸 싫어한다.
여기서 [복잡]과 [거창]은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된다.
가지 수 많은 걸 싫어하고, 요란한 무늬를 싫어하고, 얽혀있는 색도 싫어하며, 화려한 걸 피한다.
때문에 우리 집은 단순하다. 가지 수도 단순하고, 무늬와 색도 단순하며 화려한 가구도 없다.
아내의 인테리어 컨셉은 한 마디로 [여백]이다.
아내의 담백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거실.
치장보다 여백을 선호하는 취향으로 인해 우리 집은 벽에 못을 사용하는 경우가 극히 없다.
그러니 집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고의 세입자가 아닐 수 없다.
거실을 꾸미는 가구도 최소화 한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만들어진 가구를 구입하기 보다 대용품 활용을 즐긴다.
직접 흰색 페인트로 도색한 벽돌 몇 장이 수십만 원 이상하는 장식대의 몫을 대신하는 이유다.
벽의 파티션도 커튼을 달거나 가구장을 구입하기 보다 집에 있던 와인상자를 도색하여 활용했다.
이사 직후 미처 커튼도 달지 못 하고 액자 정리도 안 됐던 상태였지만, 여하튼 우리 집의 기본 칼라 톤은 white다.
우리 집 테이블이나 의자 중 아내의 도색 손길이 미치지 않은 건 아마 없는 거 같다.
때문에 우리 집 다용도실에 있는 흰색 페인트 통과 붓은 아내에게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살림도구다.
30년 가까이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님, 내게도 그런 취향이 다소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 역시 이런 구도가 자연스럽고 편하다. 아울러, 그런 방향으로 생각이 미친다.
요즘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다보면 부수적인 기기가 많다.
컴퓨터 본체, 모니터, 프린터, 게다가 공유기와 전화기 및 충전기 등 각종 기기의 전원을 연결하다보면,
책상 밑은 많은 전선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복잡하고 어수선해는데, 이 전선 처리도 자꾸 하다보니
요령이 생긴다.
콘덴서를 저렇게 책상 다리 상단에 묶으면 온갖 전선들이 바닥에 늘어지지 않아,
바닥 청소하기도 편할 뿐 더러, 서서 보면 지저분하게 늘어진 선이 보이지 않아 깔끔해보여 좋다.
아내의 취향에 조금이라도 맞추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다.
우리 집에 와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이 매일 사는 집 같지가 않단다. 마치 모델 하우스 같다고.
이사짐센터 사람들도 놀랄 정도니...
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는데 한번도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사는 데 지장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그럼 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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