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의미를 일깨워준 어머니의 입원
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012. 10. 16. 14:39 |
지난 9월 13일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급격히 몸을 가누시는 게 힘들어지셔서 검사차 입원을 하셨는데,
14일 두 가지 검사 후, 15일 갑자기 뜻하지 않은 호흡장애로 황급히 중환자실로 옮기셨다.
그리고, 기관삽입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꽂은 채 중환자실에서 3주를 보내셨는데,
이 기간이 어머니께는 엄청난 고통의 기간이었다.
때문에 어머니는 하루라도 빨리 중환자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셨고, 100%는 아니었지만,
보조 산소호흡기를 이용해 어느 정도 자가호흡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집중치료실로 이송 후,
상태가 악화되어 하루 만에 다시 중환자실로 옮기셨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만인 15일 어제, 다시 집중치료실로 옮기셨는데, 이번에는 전보다 확실히
상태가 좋아지신 거 같다. 무엇보다 그렇게 힘들어 하시던 어머니가 자신감을 찾으신 게 다행이다.
어머니가 입원해 계시는 한달 여 매일 중환자실을 드나들며 느낀 게 있다.
중환자실이라 면회시간이 하루 두 번 30분으로 제한되어 있고,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기관지에 호스를 꽂고 계셨기 때문에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이 안 되고, 기력이 있으실 때
내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을 쓰시는 필담이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인데, 힘 없는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쓰시는 글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중엔 필기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이런 의사소통 외에 해드릴 수 있는 건, 물기있는 티슈로 얼굴과 손 발을 씻어드리는 것.
그런데, 처음에 별 생각없이 반복적으로 하던 이 행동이 어느 날 색다른 의미로 느껴졌다.
'내가 어머니 발을 씻겨드린 적이 있었던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정말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해드린 게 무엇이 있었나 되돌아보게 됐다.
기념일에 무엇을 선물하고 이러기에 앞서, 자라면서 진정 부모에게 마음과 몸으로 돌봐 드린 게
뭐가 있었나 생각하니,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게 없다.
중환자실에 계셨던 한 달.
어머니에게는 무척 힘든 시간이었고, 아버지를 포함해 우리에게도 상당히 조바심나는 기간이었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성장하면서 해보지 않았던, 또, 해드리지 못 했던 작은 행동을 실천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하니, 나에게 상당히 소중한 의미가 담긴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속히 건강을 회복하셔서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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