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방식에 대해 아내와 나는 이견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공통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게 있다.
아이들에게 경우에 따라 체벌이 필요하다는 것.

그 공통된 인식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몇 번의 체벌 경험이 있다.
여기서 체벌이라 함은, 아이를 나무라다 속상한 기분에 손으로 어깨나 등을 치는 정도가 아니라,
준비된 절차와 도구에 의한 것을 의미한다. (너무 거창한가..) 
재원이는 물론이거니와, 지연이 역시 딸이라 하여 예외는 아니었다.
중학생 때도 엉덩이를 맞은 적이 있으니..  그렇다고 체벌이 상습적이었던건 아니다.
아이들 별로 두어번 정도...

자녀교육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니 자세한 이야긴 피하고,
지연이가 고등학생 때 엄마와 다툰 적이 있었다.  모녀간에 다툼이라는 표현이 이상하지만,
그 나이 또래의 딸을 둔 모녀간에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수 있는 엄마의 지적과 아이의 반박에 의한 언쟁 수준.

그런데 그 날 지연이의 반발이 평소보다 심했던거 같다.
평소에 간섭을 잘 안하다가 언쟁이 좀 길어지면 적당한 시점에서 말리는 편인데,
그 날은 엄마에 대한 지연이의 행동이 좀 심하다고 생각되어 지연이에게 나의 언성이 높아지고,
지연이는 그런 아빠가 원망스러웠는지 나와 언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얼굴에 손이 가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더라도 절대 얼굴에 손을 대는건 금기로 여겼는데,
그 날은 순간적으로 내 감정이 많이 흐트러졌던거 같다.

그 일로 인해 지연이는 고막재생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일은 나에게 두고두고 상처로 남았다.
가끔 지연이가 무의식 중에 "귀가 잘 안들린다" 고 할 때마다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


지연이가 미국으로 들어가기 전날, 문득 지연이에게 물었다.
"너.. 귀는 괜찮은거야?"  왜 내가 그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나도 모르게 나온 물음이다.
지연이의 대답, "응. 괜찮아. 근데, 아빠 그거 그만 잊어버리셔도 돼요. 난 다 잊어버렸구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을 때,
보통 가해자는 자기가 한 언행을 잊더라도, 피해자는 잊지 못하는 법이다.
말이나 행동을 한 사람은 아무 생각없이 무심결에 했을 지라도 상대방은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자식 간에는 반대가 된다.
당한 자식은 다반사라 생각하고 잊을지라도, 부모는 자식에게 상처를 줬던 모든 것을 잊지 못한다.




성장하여 모두의 표정에 웃음이 돌고 행복이 함께 하더라도, 부모는 자식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늘 안고 사는 법이다.
그게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

지난 일요일 출국해 LA에서 오빠와 만난 지연이.
LA에서 며칠을 보내고 지연이가 New York에 도착한건 지난 목요일 늦은 밤이다.

목요일 : 밤샘 방 정리.
금요일 : 휴대폰 개통, 은행계좌 개설. 아르바이트 물색
토요일 : 아르바이트 면접
일요일 : 생활용품 쇼핑, 숙소 재물색
월요일 : 아르바이트 또 한 곳 면접, 재물색한 숙소 방문
화요일 : 영어 Level Test, 아르바이트 첫 출근 (예정이었음)

지연이와의 대화를 통해 정리한, 뉴욕에 도착 후 지연이가 보낸 주요 일과다.

주말에 도착했으면, 보통 짐 풀고 정리하고 가볍게 집 주변을 돌아보고, 그리고,
휴식을 취하면서, 해야할 것들을 정리한 후, 월요일부터 행동에 들어가는게 일반적이지 않나..?

그런데, 지연이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액션에 들어갔다.

휴대폰 개통이나 계좌 개설이야 자기가 급한거니 그렇다 치더라도,
아르바이트를 그렇게 급히 서두를지는 몰랐다.

그렇게 물색한 아르바이트의 근무시간은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피곤하지 않겠느냐니까 괜찮단다. 오히려 쉬는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그럼 한달에 1800불 이상은 될테니 자기 용돈벌이는 될거 같단다.  
예정대로라면 화요일 오후부터 근무하기로 합의가 됐다는데, 변수가 생겼다.

화요일 오전에 편성된 영어 클래스의 수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 것.
아르바이트 시간과 일부 중복되기도 하지만, 약간 조정이 가능하다치더라도,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쉼없이 돌아가는건 학업에 지장이 되지않을까 걱정하는걸 내가 말렸다.
학업도 학업이지만, 그보다도 체력적으로도 무리라고 생각해서다.
그랬더니 다른 곳을 알아본단다.    

숙소도 서울에서 확인했던 조건과 달랐던 모양이다.
짐을 제대로 풀기 전에 다른 곳을 알아보는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집을 알아보고 있다.

또 그 와중에 매일 환율까지 확인하는 모양이다.


내가 봐도 참 짧은 시간동안 다이나믹하게 움직인거 같다.  이게 지연이의 스타일이다.
생각하지 못해서 행동하지 못한다면 모를까, 생각한걸 질질 끌면서 미루는건 본인 스스로 짜증스러워한다.

영어도 그렇다.  재작년 1년 예정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더 이상 있어봐야 큰 도움은 안될거 같아
돈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7개월 만에 돌아왔음에도, 대학원 강의를 영어로만 듣는다는게 심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웠는지, 학기 시작되기 전까지 다시 영어를 배워야겠단다.


지연이는 뉴욕에서 산다는게 전쟁같다고 했다.
나는, 스스로 원해 전쟁터로 들어갔으니 생존해야한다고 했다.

이제 지연이의 뉴욕생활이 시작되고 있다.
지연이에게 뉴욕은 다이나믹한 곳이다.
그것이 경쟁이든, 생존이든, 그런 과정을 통해 기회가 생길 것이다.
지연이도 그걸 알기에 그곳으로 갔을 것이다.

힘들 수 도, 짜증스러울 수 도, 그래서 뛰쳐나오고싶을 수 도 있겠지.
하지만, 그 역시 본인이 선택한 일부분이다.


Jy..  Enjoy dynamic New York ~  ^L^..  




언제쯤 뉴욕에서 요런 사진이 나올라나..

:

지연이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꼭 해야할게 있다고 했다.
"아빠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이 슬림해지셨으니, 패션도 바꾸셔야 하는거 아닌가..?
 우선 청바지부터..."

그리고 봐둔 청바지가 있다며 기어코 나를 명동 밀리오레로 끌고 나갔다.




저런 스타일의 청바지가 부츠컷이란다.

허리는 골반쯤 걸쳐지고,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전체적으로 꽉 끼는게
다리를 조금 구부리기도 불편하다. 하루 이틀이면 익숙해진다나...

입고있을 땐 어색하고 불편한거 같더니, 뭐 그런대로 맵시는 있어보이네..
근데, 캔버스화도 짝짝이로??




조끼까지 하나 걸쳤다.
머리만 바꿔 끼면 완전 하체 짧은 이재원이다.

캔버스화 짝짝이로 하는건 보류.
재원이가 저렇게 신으면 패션이라 그러겠지만, 내가 저러고 다니면
아마 열이면 열 모두들 정신을 어디 두고 다니느냐고 혀를 찰게 뻔하기 때문.

좀 불편한게 익숙친 않지만, 지연이가 꼭 해주고 싶어했던 것이기 때문에 혼쾌히 수용.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지연이가 언제 또 아빠 코디 해준다고..


근데, 가격이...  밑에서부터,
운동화 + 청바지 + 티셔츠 + 조끼, 여기에 재원에게 보낼 긴팔 셔츠까지 약 18만원 정도.
어지간한 브랜드 청바지 하나 값도 안되고, 브랜드 티셔츠 하나 가격이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브랜드 제품 하나보다 그 가격으로 여러가지를 다양하게 입는게
나는 더 즐겁다.  브랜드 제품 입고 다녀봐야 누가 나만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주위의 반응.
"뒷모습만 보면 완전 애들이네..."
정확하게 표현하면 앞모습까지 포함하여 얼굴만 가리면 그렇단다.

얼굴이 문제야...  그러니, 그렇다고 얼굴을 어쩔거냐구... 


지연아~  아빠 젊게 살게해줘서 고마워.. 
재원아~  분위기 괜찮냐??  ^L^..




:



고등학교 1학년이던 재원이를 유학보내야겠다고 생각한건 아내였다.

창의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면서도 학업에 대한 집중력이 낮았던 재원이의 장점을 살리기에는, 
성과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는 이 땅의 교육제도나 환경보다,
개인의 장점과 과정에 가치를 두는 곳이 아이의 장래를 위해 더 낫지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아내의 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준 작은 사례가 하나 있다.

재원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좋아하는 재원이에게 야구를 시키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아내가 재원이 학교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그때 재원이를 아는 선생님의 판단은 "재원이는 운동에 소질이 없어 안된다" 였다.  
운동에 소질이 없다는 근거는 달리기가 느리다는거였다.
아내는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깊은 실망감을 안고 돌아왔다.

그런데, 재원이가 미국으로 건너간지 몇달쯤 지나, 재원이가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학교 체육교사에게서 "너는 허벅지 안쪽 근육이 잘 발달됐으니 장거리육상을 하면 좋겠다." 는
권유를 받았단다.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아내가 눈물을 흘렸다.

한국에서는 단지 달리기가 느리다는 이유로 운동에 소질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아이에게,
허벅지 안쪽 근육을 만져보고 장거리육상에 적합하다고 아이의 장점을 찾아 판단해준
이국의 교사에게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단점으로 모든걸 부정하는 시각과, 개인이 갖고있는 특성을 장점으로 찾아주는 것.
이 차이만으로도 재원이를 잘 보냈다고 우리 부부는 생각했다.






아내는 지연이의 늦은 유학을 무척이나 가슴아파한다.

아내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터 지연이를 유학보내고 싶어했다.
아내에게는 지연이의 재능이 일찍부터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 너무 생각이 앞서나가는게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움도 있었고,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하다가 재원이가 먼저 유학을 가다보니 
지연이의 유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지연이의 성장과정에서 늘 "너는 유학을 가야한다." 는 동기와 당위성을 지연이에게 심어줬다.
지연이가 갖고있는 성격과 품고있는 생각이 한국적 가족관계와는 맞지않다는 판단에서였다.
한국적 가족관계라는 표현이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좀 우습게 표현하자면,
지연이가 품고있는 미래를 펼치기에 우리나라의 표준적인 며느리상은 불편함이 있다는 의미다.

재원이와의 중복투자(?)에 다소 부담을 느껴 조금은 방관자적인 자세였던 나와는 달리,
아내는 조금이라도 일찍 떠나고 싶어했던 지연이의 유학의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집을 줄여 전세를 가도 좋으니 아이들의 길을 열어주자고 나를 압박(?)하면서.  

때문에, 지연이가 떠난 후, 
아내는 두 아이를 모두 내보내는 자기의 오랜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매우 기분좋아한다.
남들은 허전하겠다는 위로를 많이 하는데, 본인은 오히려 이제사 마음이 편하단다.

아내는 재원이와 지연이가 미국에서 자리잡고 살기를 원한다.
굳이 부모를 의식하기보다 자신들의 삶을 더 중시여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돌아보면 아이들의 장래에 대한 중요한 결정은 늘 아내가 주도했다. 
아이들의 장단점을 명확히 인식하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늘 나보다 앞서 생각했고, 또 결단력있게 그 생각을 추진해 나갔다.
아내가 명제를 내세워 방침을 정하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는게 내 역할이었다.

비단 아이들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집의 주요 의사결정은 아내의 주도가 많았는데,
중요한건 지내놓고 보면 그 판단이 항상 옳았다는 것이다.
가끔 아내가 어느 날 지나가는 소리로 "주식을 한번 팔아야 하는거 아닌가..?"  혹은,
"지금쯤 달러를 바꾸는게 좋지않아요..?"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깜짝 놀란다.
신기하게도 그런 말을 한 그 다음 날엔 주가가 떨어지거나 환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내가 주식이나 환율 등 경제지표에 대해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종종 느끼는거지만, 아내에겐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직감이라는게 있는 모양이다.




재원, 지연~~  

너희들의 장래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한발 앞서 현명한 판단을 해준 엄마한테 늘 감사해야 돼.
엄마는 늘 아빠가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너희들에 대해 더 깊히 생각하더라.
하지만, 그런 엄마의 결정을 군소리없이 따라준 아빠의 followership도 조금만 인정해주면 좋겠네..^L^ 
   
:



지연이가 사용하던 책상.

유난히 책 욕심이 많은 지연이의 책상 수납장을 빽빽히 채웠던 책들은
지연이가 벌써 정리를 마쳤다. 버릴 것은 버리고, 가져갈 책은 챙기고.

매사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점검을 하는 지연이는 
자신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유학에 필요한 준비를 이중삼중으로 점검하고 확인해왔다.
국내에서 준비해야할 서류들은 물론, 뉴욕에서 묵을 숙소도 인터넷을 통해 미리 선정하여
집주인과 직접 통화까지  마치고, 심지어는 맨하튼 내의 아르바이트 할 곳까지 뒤지고 있었다. 

저 책상의 전면 보드판과 책상 위 유리덮개 사이에는 온갖 메모가 빼곡했다.

자신의 지난 행적 중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것.
현재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사항에 대한 점검표.
현재 하는 일이 끝나면 앞으로 단기간에 해야할 일.
장래 계획하고 있는 꿈과 희망, 목표 등등... 미래설계.

저 책상엔 지연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장 핵심적인 것들이 요약되어 있었다.
때문에 가끔 저 책상을 들여다보면 지연이가 하는 일, 생각하는 것들을 듣지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 지연이의 모든 일상을 나타내던 책상이 이제 텅 비어있다.
이제 뉴욕 맨하튼의 어느 작은 방에 지연이의 행적과 미래가 다시 붙여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붙여지는 것들이 새로운 지연이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자연이를 보내고나니 몇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먼저, 지금 이 시점이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한 획을 긋는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아이들과는 몇년간 직접적인 만남은 없을 것이다.
물론 온라인이나 통신수단을 통해 대화를 하겠지만, 일상의 간섭(?)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아이들도 30대를 바라볼 것이고,
성장기의 아이들은 이제 곁을 떠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삼 돌아보게 된다.
이제 아이들과 대면하며 직접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이 드니
과연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아버지였나 하는 궁금증이 든다.

막연하게 생각하면 그래도 평균 이상의 70점은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

- 미래에 대한 안목과 아이들에게 알맞는 비젼 제시 
- 아이들의 장단점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
- 아이들과의 의사소통 빈도와 개방성
- 아이들에 대한 애정(관심)과 교감능력
- 아이들의 아버지 언행에 대한 신뢰도
- 아버지에 대한 정신적인 의지도
- 재정적 후원능력

등등.. 아버지의 자격이나 역할에 필요한 구체적인 평가항목을 몇가지 설정하여
냉철하게 생각하니 스스로  생각해도 점수가 그리 후하게 나올거 같지가 않다.  

생각이 그리 미치자 많이 아쉽다.
지연이를 보내놓고 생각하니 못해준게 왜 그리도 많은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들이 한국에 있을 때도 집은 늘 빈 공간이 많았다.
재원이는 군대에 있었고, 지연이도 계속되는 공연준비에 집에 있을 겨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익숙한 빈 공간 임에도, 막상 둘 다 이 땅에 없다고 생각하니 뭔가 어색한 이 느낌은 뭘까... 
마치 누군가가 늦은 시각에 지친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거 같기도 하고,
내가 늦게 들어오면 아이들이 사용하던 방의 불빛이 새어나올거 같기도 하다.

"아빠는 컴퓨터와 카메라만 있으면 혼자서도 잘 놀아.." 라는 집사람의 말 처럼 
비교적 혼자 잘 노는 편 임에도, 산란한 감정이 자리를 잡으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거 같다.

가족의 체취는 후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영감으로 느껴지는 것이고,
가족은 눈으로 보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기 때문인 모양이다.
:

지연이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

지연이는 국내에서 4년간 공부해온 연극연출을 더 공부하고 싶다며, 작년에
뉴욕에 있는 Pace University 대학원에 부분장학금과 함께 입학허가를 이미 받았었다.
하지만, 재원이와 동시 유학이 부담스러워 제지를 했었는데,
1년간 아르바이트로 저축을 하여 다시 유학의사를 밝힌 것이다.

1년간 아르바이트로 저축한 돈이 대학원 유학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냐만, 
그런 열망을 또 다시 제지한다면 좌절감과 함께 상처를 받을거 같아 다시 또 제지할 수가 없었다.
지연이가 혹시라도 삶과 미래에 대한 목표의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연이도 억지를 부리는거 같아 괜히 미안했던지, 항공권 예매시 부터 가격에 상당히 신경을 쓴 모양이다.
뉴욕으로 바로 들어가는 저가항공권이 매진되어 도쿄를 거쳐 LA로 들어간 후 그곳에서 뉴욕으로 가기로 했단다.


일요일 이른 시각이라서인지 생각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수속을 마친 후 남는 시간을 이용해 과일을 먹는 지연이.(저 얼굴이 대학원 입학생 맞아?)
근데, 이 과일에는 사실 약간의 사연이 있다.

이미 손녀에게 유학격려금을 전해주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토요일 출국인사를 드리자, 경유지에서 필요한데 쓰라고
200불을 소액지폐로 환전하여 주셨는데, 막상 헤어질 때 그래도 마음이 허전하셨는지 할머니가 지연이에게 10만원을 주신다.
지연이가 "저 이제 한국돈 필요없어요." 라며 사양하자, "내일 공항에서 아침 먹어야되잖니. 이건 네가 가지고 있다가
엄마 아빠한테 그동안 키워주셔서 고맙다고 네가 맛있는거 사드려." 라며 쥐어주셨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수하물 한도로 이번에 가져가지 못하는 옷가지들을 우체국 소포상자에 꾸리면서,
소포비용이 꽤 많이 나올텐데 그 비용에 보태라고 할머니께 받은 10만원을 엄마에게 내놓는다.
아침을 많이 먹기도 그렇고, 어차피 기내에서 뭔가 먹거리가 나올테니 간단하게 과일을 먹는게 낫다고.

저 과일을 먹으며 지연이가 하는 말, "아빠.. 할머니께는 우리 맛있는거 먹은걸로 하셔야돼요.^^~" 


2년 전 어학연수를 떠날 때는 웃으며 떠나던 자연이가, 이번에는 엄마와 포옹을 하며 눈물을 짓는다.
그리고, 계속 엄마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한다. 다른건 다 괜찮은데, 엄마 건강이 제일 걱정된다고.
가족은 헤어지며 가족애를 느끼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오니, 화장대 위에 카드가 하나 놓여있다.  집사람이 보더니, 내게 건네준다. 
카드를 펼치고 깨알같은 글자가 빼곡히 채워져있는걸 보고는 내용을 읽지않고 다시 접었다. 
좀더 마음이 추스려진 후에 읽어야 지연이가 남겨놓은 마음을 웃으며 음미할 수 있을거 같아서..
아직은 지연이의 마음을 담을 준비가 안된거 같다. 


주변 사람들이 지연이가 떠나서 마음이 허전하겠다고 많이 위로를 한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지연이는 떠난게 아니라, 찾아나선 것이다.
새로운 곳에 있을 또 다른 자신을. 
:

지난 일주일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바쁜 하루하루였다.
일요일 미국으로의 출발을 앞둔 지연이는 몸이 바빴고, 집사람과 나는 괜히 마음이 바빴다.

치과 진료도 받고, 안경도 새로 하고, 친구 등 지인들과 석별의 마음도 나누느라 분주했던
지연이가 출국을 하루 앞둔 토요일엔 하루종일 식구들과 함께 했다.



두분의 삼남매를 통한 손주 여섯명 중 유일한 손녀인 지연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큰절로 출국인사를 드리고 나자
지연이가 생각하는 유학기간인 4년 후면 아흔이 되시는 연세를 의식하시며,
어쩌면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신지 손녀와 이별의 포옹을 하시는 표정이 애틋하셨다.
지연이의 마음도 마찬가지.  그래서인지 평소와 달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아 마음을 전한다.
지연이가 두분께 드린 말씀은 오로지 건강하시라는 것.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먹먹했다.


지연이가 하루를 함께 하고 싶어 운동을 쉬려고 했는데, 엄마와 같이 할 일이 있다며 아빠는 운동하시란다.
그렇지... 모녀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싶어 운동 후 저녁을 함께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사람이 이런 일을 즈음해선 여러가지 상념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지연이도 마지막(?) 식사를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어야하는게 아닌가 하고 필요 이상의 신경을 많이 쓴다.

수하물의 중량도 확인하는 등 그동안 미리 꾸려놓은 짐을 최종 점검하고, 
와인을 한잔 하며 서로 못다한 이야기와 함께 덕담을 주고받다보니 새벽 세시. 
일요일 아침 6시 반에는 집을 나서야 할거 같아 일찍 잠자리에 들 계획이었으나,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지연이가 못내 아쉬움이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4년 후를 기약하는 마지막 밤을 보냈다. 
   
:

   

이번 주 일요일에 뉴욕으로 떠나는 지연이.
때문에 어쩌면 최소 3년간은 함께 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를 母女만의 시간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도,
함께 걷는 것 이상으로 나에겐 정겹게 느껴졌다.




산책중에도 런지로 하체운동을 하는 지연이.




멀리서 망원렌즈를 사용중인 아빠를 발견하고 포즈를 취해주는 센스.

 


이 미소가 맨하튼에서도 늘 간직되기를 바라마..




인어공주가 아닌, 넌 네 자신을 지탱해주는 버팀대로서의 控柱가 되리라 믿어.




네가 가지고있는 능력과 네가 품고있는 열정이 너를 돋보이게 만드는 아웃포커싱 기능을 해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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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니 나에게서 재미난 현상을 발견했다.


휴대폰의 개념을 바꾼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한 것은 누가 뭐라해도 [아이폰]이다.
카메라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는 역시 [캐논]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주의 대명사는 [진로]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

60만명이 사용한다는 아이폰 임에도 나는 [옴니아]를 사용하고 있다.
카메라도 케논이 아닌 [니콘]이다. 똑딱이 역시 [루믹스]를 애용한다.
카메라 렌즈도 정품를 구입한 적이 없다. 늘 서드파티렌즈다.
소주도 이상하게 나는 [처음처럼]을 선호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다관중동원 한국영화인 [해운대]와
금년에 최다관중 신기록을 세운 [아바타]도 나는 보지 못했다.

내가 처음 구입한 자동차는 기아차였으며, 우리나라 자동차의 대표 브랜드인 현대차는,
기아차와 대우차에 이어 세번째가 되서야 나와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쉽게 많이 다닌다는
중국이 나에겐 아직도 생소한 미지의 나라다.

골프를 칠 때도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테일러메이드]나 [미즈노]에는 관심이 안갔다.

거의 모든 분야에 대부분 그랬던거 같다.
이상하게도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는 오히려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남들이 관심을 가지는만큼 나 역시 관심은 갖지만, 호기심 차원일 뿐
구매라든지 소유와는 별개였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남성들의 눈길을 끄는 여성은 나와는 관계없는 여자일 뿐이었다. 


의식적으로 티고자 하는건 아님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엔 지켜만 볼 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외의 것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는 편이다.

그런걸 보면 나는 Majority가 아닌 Minority다.

내가 남들이 대부분 선호하는 것 보다 그 외의 것에 더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속에서 남들이 미처 생각치 못한 장점과 특징을 보는게 즐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경우에 따라 그 유저들을 독특하고 개성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게 인지도 높은 최고 브랜드를 포기하는 Minority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걸 하지 못하는 나는 비주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나같은 비주류도 있어야 마이너 브랜드도 의미가 있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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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벚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지연이.
윤중로 뿐만이 아니라 대학 4년동안 연극무대에만 매달려 산 지연이를 위해
집사람의 제안으로 함께 여의도를 찾았다.
 
사실 벚꽃의 운치를 즐기려면 풍요로운 자태를 살포시 비치고 있는 호젓한 곳도 많지만,
윤중로라는 상징성 때문에 찾았는데, 개나리와 함께 조화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간만에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가며 담았다.



엄마와 키를 맞추려고 애쓰는 지연이.^^




봄처녀~ 제~ 오시네~~~







모처럼 집사람과 함께.




지연이와 둘만이 찍은 사진이 몇 장이나 있나???
벚꽃이 날리는 모습을 담아야 한다고 가지를 살짝 흔드는 센스.


 

똑딱이로 담은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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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이가 야구를 한다는 얘기를 계속 듣고 있었지만, 이런 내용인 줄은 몰랐다.
단순히 심심풀이로 하는 줄 알았는데, 제법 제대로 하네...

지역 한인 뉴스에서 인터뷰까지??


http://www.youtube.com/watch?v=-dqjQWF8z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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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이가 사진을 보내왔다.




이 사진들을 보다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이발소에 들어가니, 머리가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이발사와
머리 모양이 어딘지 엉성해보이는 두 사람의 이발사가 있었다.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머리를 부탁하겠는가?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라면 이왕이면  단정하고 세련된 헤어스타일의 이발사에게
왠지모를 신뢰를 느끼고 그에게 머리손질을 맡길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정반대가 된다.
두 이발사가 서로의 머리를 손질해준다고 보면,
세련된 헤어스타일은 엉성해보이는 이발사의 작품이고,
엉성해보이는 머리가 세련되어 보이는 이발사의 솜씨인 것이다.

그러니 엉성해보이는 이발사에게 이발을 맡겨야한다는 것.


카메라를 들고있는 재원이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재원이가 참 멋지다고 한다.
특히, 재원이의 전신사진은 앵글을 참 기가 막히게 잡아 재원이를 늘씬하게 표현했다.

내가 봐도 멋지게 나온 저 사진들은 재원이의 친구인 현모가 찍어준 것이다.
재원이가 멋진게 아니라, 현모의 멋진 촬영술이 재원이를 멋지게 표현해준 것이다.
그러니 사진을 부탁하려면 폼이 멋진 재원이가 아니라, 저 멋진 폼을 잡아준 현모에게 해야한다.


Thanks~ 유현모...
현모야~~  재원이에게 밥 한번 사라 그래라..  아님, 집안 청소를 시키거나... *^^*

:

요즘은 금요일과 토요일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게에 끝까지 있지않고 잠시 들렀다 나온다.
동생이 대신 나와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별한 일이란, 아는 분이 방문했을 경우다.
그런 경우,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기 때문에 그 분들이 가실 때 까지는 자리를 지킨다.

지난 금요일 그 특별한 일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귀가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간 나를 기다리는거...



어~~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던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케익 세레머니가 끝나고 불을 켠 후 와인을 마시는데, 꼬맹이가 냉큼 식탁 위로 올라온다.

꼬맹이도 아빠 생일 축하한다고??  그래.. 그럼 오늘은 꼬맹이도 아빠랑 같이 겸상하자..


집사람의 생일 선물이 의외다.



운동 열심히 한 보람을 맛보라고 일부러 tight한 셔츠로 준비했다는데, 얼~ 이거 엄청 부담스럽네...
여름에 저 옷 제대로 입고 다니려면 노력 제대로 해야 된다는 얘기..  특히 복근운동이 안되면 저 티는 정말 꽝이다.  
이게 생일 선물을 빙자한 족쇄 아닌가...  남편 운동시키는 방법도 아주 고단수다. *^^*


오전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결혼 후 해마다 내 생일에 집사람이 잊지않고 하는) 출산하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니께 선물도 드리고, 또 부모님께 생일 격려금도 받고, 동생이 베푼 점심식사를 하고는,
지연이가 생일선물로 예약해둔 공연을 보러 고양으로 나들이.

고양 애니골에서 저녁을 먹고 찾은 아람누리는 생각보다 시설이 훌륭했다. 



지연이가 아빠 생일선물로 준비하여 세 식구가 함께 본 뮤지컬 [미스 사이공].

1995년인가.. 뉴욕에 갔을 때 현지 주재원에 이끌려 브로드웨이에서 하는 이 공연에 갔던 적이 있었다.
내가 [본] 적이 아니라 [갔던] 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뉴욕에 도착한 날 시차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더구나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다보니 관람이 아니라 비몽사몽 속에 거의 졸다 왔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건 무대 위의 실제 헬기를 보고 그 스케일에 놀랐었다는 것.   

줄거리가 뭔지도 모르고 있다가, 지연이 덕분에 이번 공연을 보고 제대로 알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벤트와 선물로 하루를 즐겁게 해준,
여보~~  그리고, 지연아~~   고마워...  덕분에 아주 즐거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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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이에게 의미있고 즐거운 일이 생길 모양이다.




학교 교수로부터 지역신문에 야구 리포트를 해보겠느냐는 제안을 받고는
이왕이면 야구장 년간 PASS를 만들어줄 수 있는지 신문사에 요청했단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던진 제안이었는데, 뜻밖의 회신이 왔단다.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 내쇼날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애리조나州의 州都 피닉스가 홈인
Arizona Diamondbacks의 홈구장인 체이스필드(Chase Field)를 출입하며 취재할 수 있는
full season press pass와 명함을 신문사에서 제공받는단다.
그리고 2주마다 정기적으로 지역신문에 통신원 리포트를 기고하기로 했다고. 


지역신문이지만 재원이게는 참으로 좋은 기회인거 같다.

단순히 좋아하는 야구를 1년 동안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것 보다도
2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기사를 기고하려면 그만큼 노력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단주와 단장의 성향, 구단의 선수운영방침 및 소속 선수들의 특성과 장단점 등  
Arizona Diamondbacks 구단에 대해 알아야 하고, 야구에 대해서도 여지껏 알고 있던
일반적인 지식이나 상식 수준이 아닌 좀더 전문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재원이도 기존에 알고 지내던 민훈기 기자에게 인터뷰 요령이라든지, 기사 작성시 유의사항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현지의 신문기사도 더 집중해서 봐야겠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이번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부여하는 의미는 따로 있다.
정기적으로 기사를 기고하려면 표현력과 문장 구사능력이 풍부해야 하고,
그러자면, 다양한 어휘력과 고급스러운 관용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시즌 말에 작성한 기사가 처음 기사에 비해 알차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게될 것이고,
그런 노력이 생각지도 못한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재원이에게 강조했다.

또한, 고정 기고자는 자기만의 시각과 관점이 필요하다.
이재원 글의 특징은 무엇이고, 이재원의 리포트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는걸 보여주어야 한다.
통계적인 관점에서 야구를 분석한다든지, 승부의 보이지않는 흐름을 따라잡는다든지,
선수들의 보이지않는 이면을 파고든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은 재원이의 사고능력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말이 2주지.. 일정 주기마다 의무적으로 글을 쓴다는게 생각만큼 간단하고 쉬운게 아니다.
처음엔 신나고 즐거울 것이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즐기며 야구를 보는 것과, 무언가 도출해낼 결과물을
생각하며 야구에 집중해야 한다는게 얼마나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인지도 재원이가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2010 시즌이 끝날 때 까지는 몸이 안좋아 가기 싫어도, 시험등 학사일정이 바쁘더라도 2주에 한번은
야구장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뭔가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찾아내야 한다.

이번 일은 재원이의 자기관리와 자기계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재원이가 즐겁게, 또 한편으로는 자기 한계에 대한 고통도 느껴가면서
자신의 벽을 스스로 뛰어넘어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군인이셨던 관계로 떨어져 지내는 일이 많아
가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내가 보낸 편지의 잘못된 철자를 수정하여
답장과 함께 받았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자신있는 과목은 국어였다.
다른 과목의 성적이 나보다 우수했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내가 국어만 너만큼 했으면 서울대 의대를 갔을텐데.." 했을 정도니까.

그리고,
국어성적과 맞춤법이 비례하는건 아니지만, 특히 맞춤법은 정말 자신있었다.
스스로 빈 틈이 없이 완벽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학창시절과 직장생활을 보냈고,
그 후에도 그런 자신감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어느 순간 글을 쓰다보면 헛갈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엔 아무 의심이나 생각없이 사용하고 쓰던 단어들이 갑자기 긴가민가 자신이 없다.
그럴 때 마다 사전을 찾아 확인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집사람과 지연이에게 지적을 받는 경우가 최근에 부쩍 많아졌다.

물론 게중에는 실수로 인한 오타도 있지만, 지적을 받은 다음에야 "어~" 하고 잘못을 깨닫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지적을 받고도 "그런가..?" 하고 쉽게 오류를 수긍하지 못하는 중증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마다 사실 상당히 당혹스럽다.
때론, 이게 나이를 먹는건가... 하는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 블로그를 보고 맞춤법이 잘못된 걸 발견하면 지연이는 꼭 댓글에 오류를 지적한다.
그리고 가끔은 직접 그런다. " 아빠~~ 왜 그래..??  아빠 요즘 틀리는게 부쩍 많아지는거 같애.."

나는 그러는 지연이의 마음을 안다.
자기가 어렸을 때 부터 커오면서 그려지고 있던 아빠의 모델이 흐트러지는게 싫은거다.

얼마 전 내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맞춤법이 잘못된걸 발견한 지연이와 내가 주고받은 reply 내용이다. 



아빠가 하는 블로그와 트위터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챙겨 보는 지연이에게 고맙다. 
재원이도 그렇고, 다 큰 아이들이 부모의 일상에 이렇게 관심을 보인다는게 행복이 아닐까..
아이들과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 대화를 나누는 부모도 그리 많지는 않을거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난 피보호자만 할꺼니까 아빤 쭈우우욱 지금처럼 있어야해요!!!" 라는 지연이의 말에서 
아빠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느껴져 뭉클하다. 

내가 그럴만큼 역할을 했었나... 싶은 반성과 함께, 언제까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야 할텐데.. 생각을 하다, 문득 이제는 많이 연로하신 두분 부모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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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살 빠진 이야기를 포스팅 한 후 운동을 어떻게 하길래 그렇게 살이 빠지느냐는 질문 아닌 질문을 받았다.
살이 빠지는 요인이 분명 운동 뿐만은 아닌건 많은 사람들이 안다.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무엇보다 체질이 큰 변수일 수도 있다.
때문에 운동이 절대적일 수 없고, 더더구나 나 자신이 매일같이 나의 운동법에 의구심을 가질만큼
내가 하는 방법이 정답은 결코 아니지만, 차제에 정리를 한번 해본다.





워밍업과 유산소운동은 철저히


나는 운동을 5단계로 나누어서 한다.

1단계, 워밍업.  위 사진에 있는 일립티컬이나 스테퍼를 10분간 실시.
둘 중에 하나를 이용하는데, 내 경우 하루걸러 번갈아 하는 편이다.
너무 쉬운 강도도 아니고, 너무 힘든 강도도 아닌 레벨을 설정하되, 10분간 꾸준한 속도를 유지한다.
피부에 땀이 배어나올 정도로 몸을 덥히는게 목적. 보통 8분쯤 되면 이마에 땀이 맺힌다.

2단계, 파워스트레칭.  이 역시 10분 정도 걸리는데, 스트레칭 만으로도 온몸에 땀이 난다는게 나도 놀라웠다.

3단계, 기구를 이용한 근육운동.  근육운동은 부위별로 3일 주기로 나누어 한다.
1일차는 가슴 팔, 2일차는 어깨 등 옆구리, 3일차는 하체 순으로 2회전 후 하루 휴식이면 딱 1주일.
근육운동은 하루에 7개 코스를 실시하며, 코스별로  10~15회씩 3~4세트 실시한다.
복근운동은 별도로 매일 20 여분 실시.

4단계, 유산소운동.  유산소운동은 30분간 실시하며, 자전거와 일립티컬, 스테퍼 중에서 이용한다.
이 때도 중요한건 역시 꾸준한 속도와 템포 유지. 힘들다고 하여 천천히 편하게 해서는 별 효과가 없다.
30분을 일관되게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가끔 자전거를 타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며 
페달을 돌리는 사람을 보는데,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트레이너의 조언에 의하면, 유산소운동은 최소 20분 이상을 해야 젖산 분해효과가 있다고 하며,
아울러 유산소운동 1시간을 하더라도 기구에 변화를 주는게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런닝머신만 1시간 타는 것 보다는, 런닝머신 20분, 스테퍼 20분, 자전거 20분 씩 이용하는게 더 효과적이란다.
단, 이 경우,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바로 옮겨타야 한다는 것.    

5단계, 마무리 Pumping.  모든 운동이 끝나고 샤워하기 직전에 중점을 두는 근육부위를 3세트 정도 강하게 한다.

이런 단계를 거치는데, 3시간 남짓 소요되더니, 익숙해진 요즘은 2시간 10분~20분 정도 소요되는거 같다.


운동을 하면서 미심쩍은 부분이나 궁금한 부분은 트레이너에게 계속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는데,
그렇게 풍월을 듣다보니 흔히 하는 운동법 중에 그릇된 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된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내 나름대로 정리한 운동의 요소는, 자세, 무게, 횟수, 집중력, 그리고 다양성과 꾸준함이다.

가끔 보면 무게에 (목숨건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엄청 비중을 두는 사람이 있다.
근육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정 시점에서 중량의 증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올바른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근육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에 효과적인 자극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자극을 위해 필요한게 올바른 자세다.
자세가 올바르지 못하면 힘은 엉뚱한 곳으로 분산되어 근육 향상에는 전혀 도음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남들 시선을 의식하여 무게만 잔뜩 올려놓고 전시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벤치프레스의 경우, 바벨을 가슴 바로 위까지 내렸다 올려야 가슴 근육이 자극을 받는데,
무게를 올려놓고는 팔꿈치만 살짝 굽혔다 펴는 식이다. 자기 만족일 뿐, 헛 힘만 쓰는거다.

또 하나, 근육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해당되는 근육을 이용해야 함에도, 그걸 잊는 경우가 많다.
덤벨을 이용하여 이두박근(흔히 알통이라고 하는 팔의 윗 부분) 운동을 할 경우, 상체를 세운 채
이두박근의 힘으로 덤벨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어깨와 허리의 반동을 이용하여 뎀벨을 끌어올리는 경우다.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때문에 올바른 자세 유지를 위한 적절한 무게 선정이 필요한다.

올바른 자세를 전제로 무게와 횟수는 유동적인 변수다.
일반적으로 근육운동에 기구를 이용할 시, 12회씩 3세트를 힘들게 할 수 있는 무게가 적절하다고 하는데,
운동이 익숙해진 경우, 횟수가 줄어들더라도 세트마다 중량을 늘리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근육에 강한 자극을 주기 위함이다.

집중력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설렁설렁 하지 말라는 의미도 있지만, 운동단계별 휴식시간을 줄이는 의미가 크다.
벤치프레스 12회를 하고 숨을 고르며 힘을 되찾은 후 다음 세트 12회를 하는 것 보다 
12회를 못하더라도 휴식시간을 짧게 갖는게 근육에 더 강한 자극을 준다는거다.
세트별 휴식시간 1분, 운동종목별 휴식시간 3분 이상 넘기지말라는게 트레이너들의 권고인데,
나는 세트별 30초, 단계별 1분 30초를 넘기지 않으려 한다. 이 역시 강하고 지속적인 자극을 주기 위함이다.  

다양성의 의미는 이렇다.
트레이너의 조언에 의하면, 근육도 운동방식에 적응한다고 한다.
같은 운동을 계속하면 근육이 그 운동방식에 익숙해져 편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적정 주기로 운동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유산소운동을 하더라도 다양하게 해주는게 낫듯이, 근육운동도 기구를 바꾸면서 하는게 좋다. 

마지막으로 꾸준함이란, 말 그대로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
하다 중단하면, 그래서 조금이라도 안이해지면 바로 하기 싫어지는게 운동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틈을 주면 안된다.


전체적으로 정리를 한다면, 
나 역시 처음 운동을 할 때는 횟수를 중요시했다.
적정 횟수를 채우지않으면 운동한거 같지가 않아 어떻게 해서든지 횟수를 채우려 했고, 무게에 대한 욕심도 많았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건 지속적이고 강한 자극이라는걸 깨달았다.


운동을 하면서 식생활이 크게 바뀐건 없지만, 세가지는 지키려고 노력한다
.
하나는, 과식을 하지않는 것.  이게 참 쉬운듯 어려운거다. 
전에는 배가 부를 때 까지 밥을 먹고는 거북한 배를 두드리며 후회를 했는데,
지금은 약간 부족한 듯 한 상태에서 마친다.

가게가 12시 넘어 마치는 관계로 전에는 밤 11시가 넘으면 라면을 즐겨 애용했는데,
그걸 뚝 끊은 것도 변화 중에 하나다.

마지막 하나는, 믹스커피 단절. 수십년간 애용하던 프림믹스커피를 멀리한지 이제 6개월째 된다.


모르겠다.  몸무게가 이래서 빠지는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모르겠고, 이러다 언제 갑자기 늘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고, 운동을 게을리하는게 두렵다.  그리고,
언제까지 내가 이런 식으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운동할 힘이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려고 한다.    
:



대학을 다닐 때, 군대시절, 그리고 제대 후 취업을 하고,
몇년 후 결혼을 한 후에도 나에게 변하지 않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몸무게 60kg을 넘겨보지 못했다는 것.
그것도 늘 56kg 언저리에서 변함이 없다가, 그나마 결혼 후 59kg 까지 육박했던게 최고 중량이었다.

60kg 넘겨보는게 소원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었다.
밥은 늘 남보다 많이 먹을만큼 먹성도 좋았건만, 그럼에도 몸무게는 늘 제자리를 맴돌았다.

삼십 중반이 넘으면서 겨우 60kg을 넘기 시작했는데, 



요때쯤이 내 신체조건이 가장 이상적이었지 않나 싶다.
나는 체중이 64kg 정도일 때 몸놀림이 가장 경쾌하고 편했던거 같다.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않았을 때 몸무게가 69kg을 넘어 70kg까지 육박하니 불편함이 느껴진다.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듯 하고 영 개운치가 않음을 느낀다. 그럴 때 마다 운동을 하곤 했다.


요즘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구동성으로 듣는 첫 마디가 있다. 살이 빠졌다는 것. 
운동을 대충 하지않고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반증이므로 당연히 뿌듯한 보람을 느껴야 할텐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아닌게 요즘의 걱정이다.

69kg을 넘나들던 몸무게가 드디어 엊그제 운동 후 66kg 이하로 떨어지더니, 하루만에또 250g이 빠진다.
물론 땀을 흘린 후의 계체량이니 일상적인 몸무게라 볼 수는 없지만, 같은 조건에서 하루 감량수치로 적은 수치는 아니다.
사실 65kg 정도의 체중이면 괜찮은 수치다. 

문제는 살이 어디서 빠지느냐는 것.
벨트의 마지막 구멍까지 갔을 정도로 허리 살이 빠진건 고무적이다. 그런데,
옷을 두툼하게 입고 다니는 이 겨울에 사람들이 살이 빠졌다고 하는건, 허리가 아닌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것.
이건 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얼굴에 주름이 생기게 되는데 (나는 특히 더 하지만),
거기다 살까지 빠지면 아무래도 더 강조되어 초라해(?) 보이지 않겠는가.

유산소운동량이 많아서 그런거 아닌가 싶지만,
그러니... 이제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복부를 생각하면 유산소운동을 안할 수도 없고,
빈티 날 얼굴을 생각하면 신경이 쓰이고... 
어떻게.. 원하는 부위만 선택적으로 감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암튼, 며칠 더 추이를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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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메이저리그 전문기자로 국내에서 야구해설까지 하는 민훈기 기자에게서
재원이에게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는 좀 오래 전에 들었다.

미국 프로야구단의 spring camp를 돌아볼 예정인데, 애리조나 인근에 camp를 차린 구단을
통신원 자격으로 함께 돌아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단다.

야구를 좋아하는 재원이 입장으로선 정말 '이게 왠 떡이냐..' 다.
쟁쟁한 수퍼스타들도 만나고, 그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으니.

민훈기 기자는 지금 LA 에 있는데, 조만간 애리조나에서 합류키로 했단다.


오늘 평소 알고지내는 일요신문의 이영미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추신수 선수가 속해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아나팀을 취재하기 위해 
spring camp인 애리조나로 떠나는데, 재원이가 애리조나에 있느냐고..

추신수 선수 뿐 아니라, 그 팀의 감독과 몇몇 스타급 선수들을 취재하는데,
동행이 가능할지, 재원이 의사를 알고 싶으니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전화다.

이것 역시 재원이가 마다할리 없다.

이영미 기자와 협의를 마친 재원이 얘기를 들어보니,
주말에 애리조나에서 조인하기로 했는데, 클리블랜드 구단에 취재요청을 하면서
이미 재원이를 통역요원으로 취재원 명단에 포함하여 통보했다는거 같다.


재원이가 얼마나 신났는지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나타난다.



좋~겠~~다~~~





제대 후 복학하여 군입대 전과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재원이.


누군가에, 어딘가에 쓰임새가 있다는건 좋은 일이다.

재원이가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더 큰 쓰임새가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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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때는 코스모스졸업이라는게 있었다.  대개 학년이 마무리된 2월에 졸업식을 하지만,
휴학이라든지 여러가지 사유로 학기가 어긋나는 졸업생을 위해 8월에도 졸업식을 한번 더 했다.  

그런데, 요즘은 코스모스졸업이라는 개념이 없는 모양이다.
지연이도 작년 상반기에 모든 학사일정을 마쳐 사실상 졸업을 했음에도,
졸업식이라는 의식은 못한 채 있다가 어제 졸업식을 했다.

대학졸업식에 가본게 얼마만인지...  정말 수십년은 된거 같은데, 많은 변화가 보인다.
우선, 우리 때는 전체 졸업생을 대상으로 졸업식이 이루어졌는데,
지연이네 학교의 경우 단과대학별로 시간을 달리하여 졸업식을 한다.
지연이네 학교만 그런지, 요즘 대학들이 다 그런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흥미로운건,
지연이네 학과의 경우, 단과대 졸업식이 끝난 후 학과졸업식을 별도로 한번 더 하더라는 것.





학과의 특성인지 젊게 느껴지는 교수님들의 모습에서도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엿보인다.




연극학과 학과장이신 박동우 교수님은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시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유학시 전공이 엉뚱하게도(?) 무대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미국에서 성황리에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와 얼마 전 국내에서 호평을 받은 뮤지컬 [영웅]의 무대디자인을 하신 분.




보통 학위증은 졸업식이 끝난 후 학과사무실에서 받아갔는데, 이렇게 개인별로 학위수여식을 하는 것도 좋아보였다.




앉아있는 졸업생 중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요즘 주말극 [민들레가족]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있는 텔런트 이윤지 양.
지연이에게 물어보니 지연이보다 2년 선배라는데, 인기연예인 답지않게 학교에서는 무척 소탈한 모습으로 학과에도 열심이라고.
연극과는 연기활동으로 인한 휴학 등으로 졸업이 늦어지는 경우가 태반인데, 금년 졸업생의 경우,
지연이보다 2년 선배부터 1년 후배까지 있단다.  하긴.. 지연이도 어학연수로 1년이 늦어졌으니...




재학생 대표의 선배들에게 드리는 송사와 졸업생 대표의 답사.

졸업생 대표의 첫마디는 이랬다.
"오늘 이 자리에 저희 어머니는 안계십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작년에... ..."  그리고는 잠시 말이 끊어졌다.
'아~  어머니가 작년에 돌아가신 모양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괜히 나도 숙연해지는 사이, 졸업생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제 어머니께서는 작년에 제가 졸업한 걸로 아십니다."    순간 실내가 한꺼번에 빵~ 터지고 말았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극적인 반전..  역시 연극과 답다..  ㅋㅋ~~




졸업생들이 교수님들께 [스승의 노래]를 바치고 있다.
이런 모습도 대학졸업식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  눈물짓는 여학생의 모습이 살갑게 느껴진다.

이렇듯 격식에 구애받지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수님들과 선후배,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하는 졸업식은
마치 시골 분교의 졸업식을 보는 것 같은 푸근함과 정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지연이가 가장 아낀다는 후배.   군대 용어로 연출 사수와 조수 사이란다.






새로운 세계로의 비상을 다짐하며..




과 구호와 과가(科歌)로 마무리하는 모습.




졸업식이 끝난 후 유일하게 세 식구가 함께 찍은 사진.

남들 다 한두개씩은 안고있는, 그 흔한 꽃다발도 없이 졸업식 사진을 찍은 지연이. 어차피 버릴거 필요없단다.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입은 모습으로 가족사진 한장 찍을 생각조차 못한 우리 세 사람. 우린 정말 별난 사람들이다.



 

이제 하나의 과정을 거친 지연이...




그리고, 8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또 다른 과정을 시작하는 지연이.


부디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의미를 찾기를 바라며 아빠로서 해주고싶은 이야기가 있다.

점심을 먹으며 네가 그랬지.. "우린 어떻게 졸업 축하한다는 얘기를 안하지??"
그래.. 엄마나 아빠는 졸업 축하한다는 말도 못해주고 있었어.
엄마와 아빠는 오늘이 일단락을 짓는 날이 아니라, 너의 도전이 계속 이어지는 나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지연아~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가 걷는 맛이 난단다.
주변의 수목과 곤충도 보고, 돌도 걷어차보렴.

너무 조급하게 멀리있는 목적지만 바라보지 말고
한발 한발 내딛는 네 발이 무엇을 딛으며 가는지 보렴.

차가 지나면 먼지가 일고, 비가 내리면 질척이는게 비포장도로지만,
그런 다양함을 보여줘야 하는게 네가 가야할 길이잖아.

가끔은 먼지를 먹으며, 때로는 질퍽거리는 길을 꿋꿋이 걸어가기 바란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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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년 설은 발렌타인데이와 겹쳤다는걸 집사람과 지연이의 공동 선물을 받고서야 알았다.
  초콜릿 선물로 설을 시작.




  세배 준비를 하는 지연이.

  이번 가족모임은 세째숙부님에서 준비를 하셨다. 
  성당에 가서 설 미사를 마친 후, 세째 숙부님 댁으로 Go Go ~



  늘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보이시는 숙부님의 감성.
  한 켤레를 의미하는 사선까지 그려넣으신 센스라니...^^



 

  합동 세배.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러본 신사동 가로수길이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다.
  서양식 젊은이들의 축일인 발렌타인데이도, 우리 고유 명절인 설날에는 힘을 못 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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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남들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반면에 남들에 비해 뒤진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단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스스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건
열등감을 느끼며 살진 않았다는 것.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을 느낀 적은 있지만,
난 항상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있다. 

내가 나온 학교, 내가 겪은 군생활, 그리고, 내 젊음을 바친 직장...
객관적인 잣대로 비교우위에 있지 않더라도,
난 내가 내린 결정, 그 결과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게 나를 지탱하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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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월요일부터 다시 헬스를 시작했다.
망막 수술을 한지 70여일 만이다.

내가 연식이 오래된 축이라서인지 몸이 참 얄밉다.
다시 시작한 첫 날...  구토증세와 함께 뇌에 산소결핍증을 느껴
원래 하던 운동량의 1/3 정도로 마치고 나니, 스스로 참 한심스러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당연한 결과다.
오랜만에 운동을 재개한지 40일만에 다시 70여일을 쉬었으니,
운동한 날보다 쉰날이 많았던거 아닌가...

한 3일이 지나고 어느정도 다시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혼자 체력단련 프로그램과 근육단련 프로그램을 병행해나갔다.

먼저, 워밍업으로 일립티컬이나 스텝퍼 10분으로 땀이 배어날 정도로 몸을 덥힌 뒤,
스트레칭과 짐볼을 이용한 밸런스 트레이닝 10분.
이어서 16단계의 체력단련 프로그램 2 cycle을 마친 후,
기구를 이용한 근력운동 5가지 정도를 각 3 cycle.
그리고, 싸이클 30분으로 마무리.

이러면 시간이 3시간에서 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는데,
지난 목요일 트레이너로 부터 경고(?)를 받았다. 운동량이 너무 많다는 것.
운동시간이 필요이상 많아지면 오히려 근세포가 손상될 수 있고, 몸이 지쳐 피로감이 온다고. 
2시간 정도가 하루 적정 운동량이란다.


공백기가 길어 빨리 몸을 다시 만들고 싶은 조급한 마음 때문이라고 하니,
체력단련 프로그램과 근력 프로그램의 병행은 좋은 방법이 아니란다.
체력을 키울 것인지, 근육을 키울 것인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운동방법을 선택하는게 좋다며
트레이너가 네게 준 조언은, 3시간 이상 운동을 할 정도면 체력은 밑받침이 된다고 봐도 좋으니
근육운동에 집중하라는 것.

그러면서, 
워밍업과 마무리는 현재와 같이 하되,
1일차는 가슴과 팔 근육운동, 2일차는 어깨와 등, 옆구리,허리운동,
그리고, 3일차는 하체근육운동 순으로 반복
하라고 제시한다. 

금요일부터 운동패턴을 바꿨는데, 
시간을 줄이려해도 이것저것 손을 대다보면 2시간 반은 족히 걸린다.
운동하러 가는게 귀찮다가도, 막상 시작을 하면 각각의 운동기구에 대해 욕심이 생기니 참 별일이다.
이걸 하다보면 저것도 하고 싶고, 또 그 옆에 있는 것도 해보고싶고.  게다가, 
잡았다하면 종목당 다섯 세트는 해야 운동을 한거 같으니, 정말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금요일 종목당 다섯 세트에서 토요일엔 네 세트로 줄였는데도 두시간 반 이상이 걸렸다.
조바심을 누르고 오늘부터는 세 세트로 줄여보려 하는데, 막상 돌입하면 그렇게 될까 모르겠다.
세 세트로 줄여도 두시간은 더 걸릴거 같은데...


이게 누가 억지로 시키는거라면 그렇게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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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을 바라보던 1970년대의 마지막 겨울. 
대한민국 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1979년의 10.26 과 12.12,  그리고, 1980년에 이어지는 5.18 ...

세월은 그렇게 숨가쁘게 한 시대의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었지만,
그 공간 속 젊은이들의 시간은 느긋하기만 했다. 





 내가 참 아끼는 사진이다.   마치 영화 스틸 컷과 같은 분위기.
 오른 쪽이 나.




 요건 제법 성숙한(?) 군인티가 난다. 
 그것도 내가 늘 자긍심을 느끼는 대한민국 육군 중위다운 모습이...

 창틀만 있을 뿐, 유리창도 없는 참호 속 맨바닥에 누워 머리 위로 떨어지던 무수한 귀뚜라미를 피하던 생각이 난다.
 3박4일동안 하루  세끼를 라면으로만 버틴 후 몇달동안 라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자부심이 강하다는 대한민국 육군 중위 맞아???

 흰눈이 하얗게 내린 날...   우린 그저 강아지나 똑같은 20대 중반의 청년이었을 뿐이다.

 이러고 잠시 후...  저 웃음띤 표정을 감추고 사병들에게 제설작업을 지시.
 "지금부터 쌓인 눈을 깔끔하게 제거한다.  각자 맡은 구역에서 제설작업 실시~~ !!!"
 

 가증스럽기는... *^^* 





 이건 정말 쓸데없는 젊음의 객기다.   도대체 왜 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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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사이트에 들어가 글을 남겼더니, 한 친구가 댓글을 남겼다.
"이상범 중위..  Five Fingers를 기억하시는가?"

@>@..  Five Fingers..  맞다.. 그런게 있었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단어다.

가까이 몰려다니던 악동들끼리 소위 깜보삼아 그럴듯한 명칭을 붙이는,
학창시절 한번쯤 해봄직한 그런 얄개들의 모임이었다.
그러고보니 저 이름도 내가 만들었던거 같다.
그런데... 정작 멤버들이 기억이 안난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그 친구가 당시 사진을 올렸다.



보는 순간 절로 웃음이 나는 얼굴들.
좌로부터, 권용. 사진을 보내준 안민성. 이광호. 나. 김영일.




이 멋진 서양남자는 당시 미8군에 근무하던 육군 대위다.
독일계 미국인으로 기억하는데, 이름이 뭐드라... 가물가물...
어찌어찌 알게되어 몇번 같이 어울린 기억이 있다.
여기는 경복궁.



지난 주 고교동기 임원회에서 만난 안민성과 권용.
성격이 괄괄하고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는 안민성이 Five Fingers 추억도 더듬을 겸
별도로 한번 보자고 하더니, 어제 둘이 까사미오를 찾아왔다.



권용과 안민성 부부.

묘하게도 당시 다섯명의 멤버 중 권용과 안민성, 그리고 김영일이 꾸준한 만남을 가져왔고,
반면에 나는 이광호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그래서, 민성이가 영일이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바꿔줬고,
나는 광호에게 전화를 걸어 권용과 민성이를 연결시켜줬다.
그리고, 구정 후 같이 한번 만나기로.

민성이 와이프가 묻는다.  "근데, 왜 안만나게 됐어요?"

왜 그랬지?  왜 그동안 안 만났을까??
관계가 틀어질만한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제는 간만에 옛날 학창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로 푸~욱 젖었다.


만남, 헤어짐.. 그리고, 재회...
인연에 대해 새삼 생각케한 시간이었다.


기억 속 캐캐묵은 파일을 들춰내 추억을 되살려준 안민성~~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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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앨범의 묵은 사진들을 스캔하는게 집에서의 큰 일이었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는 기간에 비례해서 세간이 쌓이기 마련이다.
집에 뭔가 싸여가는걸 싫어하는 집사람은 가끔 한번씩 일제 정리를 한다.
입지않는 옷이나 사용하지않는 물건은 과감히 내다버리거나, 혹은 재활용함에 넣어둔다.

재밌는건, 주로 내가 사용했던 품목이나 가전제품의 경우 처음에는 하나라도 내게 버려도 되느냐고 묻더니,
갈수록 점점 묻는 빈도가 줄어든다. 집사람에 비해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은(실은, 우유부단의 미화된 표현이다) 
나는 버리지말라는 경우가 많은데, 쓸데없는 욕심일 뿐, 그 이후로도 사용하는 적이 없다는걸 파악한 것이다. 
살아오면서 집사람이 나보다 결단력이 강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정리를 할 때도 나타난다. 

질문이 "이거 버려도 돼요?" 에서, "이거 버려도 돼죠?" 로 바뀌는가 싶더니, "이거 버린다.." 는 통보로 바뀌고,
그 다음엔, 내가 건드리는 경우가 없는 품목은 아예 묻지도 않고 독자적 판단으로 폐기처분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옷이 확 줄어들고, 어느 때는 비디오 테이프가 없어지는가 싶으면,
갑자기 음악CD가 통채로 안보인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다.  참 고맙게 생각되는게,
나의 추억이 담겨있다고 판단되거나 내게 기념이 될만한 것은, 절대 버리지않는다.

CD는 모두 정리를 하면서도, LP판은 남겨둔 것이 그런 예다.
어차피 집에 턴테이블이 없어 LP를 들을 수 없음에도 그건 버리지 않는다.
CD야 요즘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아 취향대로 재구성할 수 있지만,
그 LP에 담겨있는건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적은 용돈으로 모은 학창시절의 추억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정리할 때는 미련없이 화끈하게 하는 집사람도 손을 대지 못했던게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린 그림과 글, 그리고 일기장과 앨범이다.
우리 가족, 특히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 앨범이 드디어 집사람의 숙청대상에 걸려들었다.
사실 앨범.. 이거 참 골치덩어리다.  버리자니 미련이 남고, 보관하기엔 너무 양도 많고 무겁기도해
이삿짐 중에 가장 골치아픈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스캔이라는 좋은 툴이 있으니, 굳이 사진을 보관할 필요가 없다.
물론, 보는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스캔의 좋은 점이 있다.
아이들이 둘 이상일 경우, 함께 찍은 사진은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수가 없지만,
스캔 후 복사하여 아이들별로 구분하여 CD로 만들면 함께 찍은 사진을 모두에게 줄 수가 있다.
그것도 보관도 간편하게. 

일단 생각이 결정되면 신속하게 실행으로 옮겨지는 집사람이 결국 수많은 앨범을 모두 해체했다.
그리고, 해체된 앨범에서 나온 수백장 이상의 무수한 사진을 스캐닝하는건 나의 몫.


여기서 다시 나타나는 나의 고질병.

스캔의 목적이 사진을 버리기 위함임에도, 막상 사진을 폐기하려고 들여다보면 다시 마음이 약해진다.
사진 속에 함께 있는 사람에게도 괜히 미안하고..  좋은 느낌의 사진은 정말 아깝기도 하고..
이미 다 PC에 저장되어 있음에도...      

그런 내 속마음을 알았는지, 집사람이 자신의 대형 독사진 두장을 가차없이 찢어버린다.
윽~~  그 기세에 눌려 이후 내손은 자동분쇄기가 되고말았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온 나의 옛 모습들.




  모범여사원 40여명을 인솔하고 일본연수를 갔을 때인거 같다.
  나도 이렇게 넥타이를 맨 적이 있었구나... 




  여기는 호주의 어느 해안이고...




  저 코알라는 인형이 아니라 실물이다.   잠 많은 녀석의 얼떨떨한 표정이라니.. 



지연이가, 어쩜 세장의 사진이 모두 옷과 배경의 color tone 이 일치하냐고 놀란다.


남들에게 항상 남편이 인물은 없다고 말하는 집사람에게 물었다.

- 여보.. 나이 마흔에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치않았냐..??  그렇게 비관적인건 아니었던거 같은데...
> ... 그러게... 이렇게 보니까 반듯하네..  근데, 그땐 왜 그렇게 안보였지...
  왜 강경애 여사도 "인물은 없지만..." 이라 그랬을까...^^

강경애 여사는 우리 결혼 넉달 전에 돌아가신 장모님이시다.
에이~  조금만 기다리셨으면 못난 오리가 쬐끔 더 나아진 모습 보실 수 있으셨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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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묵은 앨범 정리를 했다.

집안에 묵은 살림을 없애려니, 앨범 사진을 스캔뜨고
앨범을 없애는게 최선이라는 집사람의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스캔을 뜨다보니 군시절의 사진이 많이 나온다.


이건 그 중에 하나.

나에게 저렇게 호리호리한 시절이 있었구나...

군복이 어울리네..   요즘 말로 간지가 난다.

내친김에 한마디 더..  엣지있네...


그랬으면 좋겠다는 사람의 자화자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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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초,
잠결에 어머니와 집사람의 전화 통화내용을 들으니,
추워진 날씨에 두분의 안부와 더불어 옷 이야기를 하는거 같았다.

집사람이 그런다. 
아버님이 나이가 드시면서 예전에 사다드린 코트가 무겁게 느껴지시는 모양이라고.
나이가 드실수록 특히 겨울 옷은 가벼워야 하는데...

안그래도 지난 월초 두분의 결혼기념일에 어머니께는 가벼운 코트를 사드렸기에,
토요일 오전 백화점에 들러 아버지께 적합한 옷을 찾아보았다.
마침맞게도 아버지께 딱 맞는게 있다.  보온성이 좋으면서도 너무너무 가볍고,
디자인과 색상도 가볍게 보이지않는 패딩류를 본 것이다.
내가 입어봐도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이거다 싶어 사들고 두분을 찾아뵈니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신다.
너무 가벼워서 좋다신다.  아버지도 입어보시고는 별 말이 없으시다.

근데...  사이즈가 너무 딱 맞아 몸을 움직이시는게 좀 불편하실거 같아 
한 사이즈 큰 걸로 바꿔 오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순간......... 
안입으시겠단다.

어머니가, "당신 지금 외투가 무거운데, 이 가볍고 좋은걸 왜 안입으시냐..?" 고 그러셔도,
동생이 "형이 일부러 사온건데 입으세요." 라고 권해도 요지부동이시다.


점심을 먹으며, 이유를 말씀하신다.

"내가 이제 새 옷을 얼마나 더 입겠니...  
 난 이제 지금 있는 옷도 다 입어보기가 힘들다."

그래도 나이가 드실수록 더 산뜻하게 입으시는게 좋지않느냐고 말씀을 드려도,
돌아오는 말씀은 한결 같으시다.

"얼마 입지도 못할 옷을 사느니, 애들 필요한거 사는게 낫지.
 그러니, 앞으로 내 옷은 일체 사올 필요없어. 이제 내꺼는 사오지마라.
 대신 니들 마음은 고맙게 받으마. 괜히 번거롭게 고생시켜서 미안해..."
 

결국 환불을 하고 말았다.
그냥 바꿔서 드리면 입으시지 않겠느냐고도 하겠지만,
아버님의 성품을 익히 알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식들 돈 쓰는게 싫으신거다.


저녁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사람을 찾으시길래 부재중이라고 하니,
"아버지가 에미한테도 미안하다고 직접 전하라신다. 
 에미 마음 다 아니까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옷이 마음에 안들어서가 아니라고.."


"남들은 나이 들면서 오히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새 옷도 입고, 하고싶은거 하며 살아야지.. 하는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더 이상 필요없다고 하시니..." 

나중에 전해들은 집사람이 애닯아한다.


되돌려보내기가 미안해 처음엔 아무 말씀 안하시다가,
교환을 하러 간다는  말에 안입는다고 하신 아버지.
처음부터 맞는 걸 가져왔으면 그냥 입으셨을지도 모르는데...

마.음.이. 참. 무.겁.다.

이제 우리 나이로 여든 여섯.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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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째 부부가 함께 결혼기념일을 맞는다는건
분명 커다란 축복이고 행복이다.

부모님이 60년째 함께 1월 2일을 맞으셨다.
결혼 회갑을 맞으신거다.

아버님의 기력이 전에 비해  많이 쇠하셨지만,
그래도 꼿꼿함을 잃지않으신 채 건강하신 모습으로
60년을 함께 해오시는 두분이 고맙다.


결혼기념일...

함께 하기에 의미가 있지, 혼자에게는 의미가 반감되는 날.
하지만,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혼자 맞을 수 있는 날이다.

언젠가 한분에게 애틋한 날이 될 수 있기에 더욱 소중했던 날.

두분의 결혼 60주년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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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년에 봐요.."

31일 오후 집사람과 전화통화시 집사람의 마지막 멘트다.
그러네.. 난 가게가 끝나고 들어가야 하니, 해가 바뀌고 보는게 맞네.


해를 넘기고 집에 들어가니, 그래도 새해맞이를 함께 해야 한다며
집사람과 지연이가 자지않고 기다리고 있다.






white wine과 간단한 안주로 함께 한 New Year Ceremony.

"아빠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지연이의 말에,
"그래.. 너도 새해 생각하고 바라는 일이 잘 풀리길 바란다.." 고 화답을 하는데,
말을 해놓고나니 나도 모르게 찔리는게 있다.   

작년 지연이의 대학원 유학에 발목을 잡은게 사실 나 아닌가.
금년에도 지연이는 여건만 되면 무조건 미국으로 들어갈 계획이고,
그 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나에게 달려있는데, "잘 풀리길 바란다" 는 표현이
어째 무책임한 생색내기용 립서비스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무난하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그럴걸...


새해 첫날 지연이에게 해준 첫 말이 실언이 되지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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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들르는 헤어샾에서
"한번 다른 방법으로 커트를 하면 어떻겠냐?" 는 제안을 한다.

- 어떻게요?
> 젊은 스타일로요.
   근데, 그럼 머리감고 손질을 잘 하셔야해요. 왁스도 바르고..
   
- 어.. 그건 좀 번거로운데...
> 머리가 더 자란 다음에 하면 더 좋지만, 오늘 한번 다듬고 기르시면 돼죠.


변화를 두려워하는게 고루해지는 증거인거 같고
그런 나의 모습이 싫어 맡겨놓았는데, 어째 좀 어색하다.


집사람의 반응.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건데..  그만큼 당신이 아직 젊게 산다는거지."

하긴..  20년간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다니다,
처음 바지 밖으로 셔츠를 내놓을 때도 참 어색했지..
지금은 오히려 그게 편하고 자연스러운데. 
 
뭐 조금 더 지내보고도 익숙해지지않으면 다시 원래대로 하지 뭐...


작은 변화라도 변화에는 늘 어색함이 따른다.
변화를 추구하거나 수용함에도 용기가 필요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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