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안고 사는 것
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010. 6. 2. 02:51 |자녀교육 방식에 대해 아내와 나는 이견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공통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게 있다.
아이들에게 경우에 따라 체벌이 필요하다는 것.
그 공통된 인식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몇 번의 체벌 경험이 있다.
여기서 체벌이라 함은, 아이를 나무라다 속상한 기분에 손으로 어깨나 등을 치는 정도가 아니라,
준비된 절차와 도구에 의한 것을 의미한다. (너무 거창한가..)
재원이는 물론이거니와, 지연이 역시 딸이라 하여 예외는 아니었다.
중학생 때도 엉덩이를 맞은 적이 있으니.. 그렇다고 체벌이 상습적이었던건 아니다.
아이들 별로 두어번 정도...
자녀교육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니 자세한 이야긴 피하고,
지연이가 고등학생 때 엄마와 다툰 적이 있었다. 모녀간에 다툼이라는 표현이 이상하지만,
그 나이 또래의 딸을 둔 모녀간에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수 있는 엄마의 지적과 아이의 반박에 의한 언쟁 수준.
그런데 그 날 지연이의 반발이 평소보다 심했던거 같다.
평소에 간섭을 잘 안하다가 언쟁이 좀 길어지면 적당한 시점에서 말리는 편인데,
그 날은 엄마에 대한 지연이의 행동이 좀 심하다고 생각되어 지연이에게 나의 언성이 높아지고,
지연이는 그런 아빠가 원망스러웠는지 나와 언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얼굴에 손이 가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더라도 절대 얼굴에 손을 대는건 금기로 여겼는데,
그 날은 순간적으로 내 감정이 많이 흐트러졌던거 같다.
그 일로 인해 지연이는 고막재생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일은 나에게 두고두고 상처로 남았다.
가끔 지연이가 무의식 중에 "귀가 잘 안들린다" 고 할 때마다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
지연이가 미국으로 들어가기 전날, 문득 지연이에게 물었다.
"너.. 귀는 괜찮은거야?" 왜 내가 그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나도 모르게 나온 물음이다.
지연이의 대답, "응. 괜찮아. 근데, 아빠 그거 그만 잊어버리셔도 돼요. 난 다 잊어버렸구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을 때,
보통 가해자는 자기가 한 언행을 잊더라도, 피해자는 잊지 못하는 법이다.
말이나 행동을 한 사람은 아무 생각없이 무심결에 했을 지라도 상대방은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자식 간에는 반대가 된다.
당한 자식은 다반사라 생각하고 잊을지라도, 부모는 자식에게 상처를 줬던 모든 것을 잊지 못한다.
성장하여 모두의 표정에 웃음이 돌고 행복이 함께 하더라도, 부모는 자식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늘 안고 사는 법이다.
그게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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